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70화 (270/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70화

1회 초.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포수가 사인을 교환합니다.]

[초구가 중요합니다. 스타트가 깔끔해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어요.]

사인의 교환은 길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

항상 초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코스를 결정하고 신우가 포지션에 들어갔다.

[사인교환이 끝났습니다. 과연 초구는 어떤 공으로 갈지,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촤앗~!!

킥킹과 함께 상체를 비튼 신우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몸을 회전시켰다.

휘릭!!

쐐애애애액-!

[던졌습니다!]

초구가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의 손에서 떠난 공은 좌타자의 몸쪽 깊숙한 곳을 찔러 들어갔다.

타자의 배트가 나오다가 멈췄다.

너무 깊숙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휘릭!

홈플레이트 앞에서 공에 변화가 일어났다. 마치 우타석에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잡아 끄는 듯 공이 오른쪽으로 휘었다.

뼈어억!!

"스트라이크!!"

망설임 없이 구심의 콜이 올라갔다.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타자의 배트가 중간에 멈췄지만, 공은 싱거성으로 휘면서 존으로 빨려 들어갔어요!]

[구속이 96마일이 찍힌 걸 보았을 때, 체인지업은 아닌 거로 보입니다.]

초구 스트라이크.

무엇보다 타자가 반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기분 좋은 스타트였다.

신우는 이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빠른 사인교환을 했다.

[사인교환을 끝낸 정신우 선수, 2구 던집니다!]

빼애애액~!!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몸쪽을 파고드는 코스에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다시 변화했다.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몸쪽으로 휘어 들어왔다.

빠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배트 부러졌습니다! 유격수 안전하게 공을 잡아 1루로!]

"아!!"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정신우 선수 내츄럴 커터로 가볍게 원아웃을 잡아냅니다!]

[1구, 2구가 반대로 움직이는 구종들이었기에 타자가 현혹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완벽한 조화를 이룬 볼배합이었어요.]

첫 번째 아웃카운트.

신우의 스타트는 산뜻했다.

딱~!!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중견수 거의 제 자리에서…!

"아웃!!"

[잡아냅니다! 투아웃!]

[정신우 선수는 참 아웃카운트를 쉽게쉽게 잡습니다.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단 4개의 공밖에 던지지 않았어요.]

(그만큼 공격적이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렇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머릿속에는 도망치야 한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간혹 던지는 유인구도 단순히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닌 유인을 해내기 위한 공이에요.]

가볍게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신우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타석에 양키스의 슈퍼스타 애런 저지가 들어섭니다.]

1회의 가장 큰 장애물.

애런 저지.

그의 타격 능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여기까지 집중하는 게 느껴질 정도야."

[특급들은 다르긴 하지.]

[어설프게 던지면 바로 넘어가겠다.]

[그냥 한 방 맞는 건 어떰?]

[00 일단 맞고 시작하는 거지.]

'…… 선배님들 양키스 출신 레전드라고 너무 양키스 편 드는 거 아닙니까?'

[크허험~!!]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님.]]

[오해 ㄴㄴ]

한숨을 푹 내쉰 신우가 마운드에 섰다. 과거 애런 저지의 약점은 확실했다. 장신 선수들이 흔히 그러듯 그는 몸쪽 낮은 곳으로 들어오는 공에 취약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애런 저지는 그런 약점을 보완했다.

그 결과 현재는 모든 코스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굳이 피하는 승부를 할 이유는 없다.'

상대가 잘 때리는 타자라고 피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때리지 못한다면 메이저리그에 올 수 없는 법이지.'

메이저리그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 곳에 제대로 된 타격을 못 하는 선수가 있을 리 없다.

잘 때린다고 피하면 메이저리그의 모든 타자들을 상대로 피해야 할 것이다.

'정면승부로 간다.

결정을 내린 신우가 상체를 숙였다.

'바깥쪽 낮은 코스,

토마스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포심

역시 좋은 포수다.

토마스는 신우가 어떤 공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우의 성향을 잘 간파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다시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상체를 세웠다. 그리고는 자세를 잡았다.

[사인교환이 끝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촤앗!!

킥킹과 함께 몸을 비튼 신우는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정면승부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하게 던지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힘이었다.

'조금이라도 밀리는 순간 넘어간다.

최고의 타자에게 어설픈 공을 던지는 것만큼 최악은 없었다.

신우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힘의 이동을 느꼈다. 그렇게 모인 힘을 모두 손끝에 모아 공의 실밥을 긁었다.

왜애애애액!!

[던졌습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애런 저지에게서 가장 먼 스트라이크존을 노리고 들어갔다.

그 순간.

애런 저지가 발을 내디디며 있는 힘껏 허리를 돌렸다. 뒤이어 상체까지 회전하며 작은 토네이도가 된 것처럼 빠르고 강렬하게 회전했다.

후웅~!!

그렇게 모인 힘이 실린 배트가 공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곧 공과 배트가 충돌했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날아갔다.

[때렸습니다!!!]

타구는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3루 쪽 관중석에 떨어졌다.

[초구 파울입니다! 호쾌한 스윙이 나왔지만, 파울이 되는 타구!']

[정확한 타이밍이었던 거 같은데, 배트가 조금 밀렸습니다.]

배트가 밀렸다.

말인즉슨 힘에서 밀렸다는 소리였다.

애런 저지는 배트를 쥔 손에 남겨진 충격에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

'엄청난 힘이군."

공을 때렸는데, 마치 쇠를 때린 것 같다. 무엇보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코스로 휘둘렀는데도 배트가 밀렸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구속만큼이나…'

애런 저지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방금 신우가 던진 공의 구속이 거기에 찍혀 있었다.

101mphu

101마일,

경이로움을 표할 수밖에 없는 구속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구위도 괴물이군."

사실 신우의 구위에 놀랄 이유는 없다. 몇 번이나 상대를 해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놀라는 건 그동안 상대했던 신우의 공보다 오늘 그의 공이 더 묵직했기 때문이다.

'설마 그동안 상대했던 시누의 공이 전력이 아니라는 소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곳은 메이저리그다.

타자 한 명, 한 명이 세계에서 최고라고 불릴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런데 전력을 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뭐가 되었건 오늘 대결은 쉽지 않겠어.'

1구를 상대했지만, 신우의 공을 보고 느낀 감상이었다.

그리고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완벽한 공이었는데, 너무 쉽게 때려내네."

[ㅋㅋㅋ 타이밍이 조금만 빨랐으면 넘어갔다. ㅇㅈ?]

[O O OZ.]

[레알 실투 나오는 순간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겠노.]

[오늘 집중 꽉 하고 가야 될 각이다.]

첫 타자와 두 번째 타자까지 너무 쉽게 잡았다. 그래서 조금은 편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애런 저지를 상대하고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예'

한순간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진다.

월드시리즈는 그런 무대였다.

[원스트라이크를 잡은 정신우 선수, 다시 마운드에서 사인을 교환합니다.]

[1구의 타이밍이 정확히 맞았던 걸 되새기면서 2구는 신중하게 가야 합니다.]

[사인교환을 끝내고 와인드업 포지션에 들어가는 정신우 선수]

좌앗!!

[와인드업!!]

킥킹과 함께 신우가 2구를 뿌렸다.

빼애애애액~!!

후!!

애런 저지는 2구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마치 공에 레이더를 달아놓은 것처럼 배트의 궤적은 완벽하게 공을 따라갔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며 뚝 떨어졌다. 애런 저지가 급히 자세를 낮추었지만, 무리였다.

후웅-!!

"스트라이크!! !!"

[헛스윙!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갑니다!]

[초구가 101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었는데, 2구는 78마일의 서클 체인지업이 들어갔습니다. 무려 23마일의 구속 차이가 있는 공들이니 애런 저지 입장에서는 더욱 느리게 보였을 겁니다.]

[코스도 좋았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과거 애런 저지의 약점은 낮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들이었죠. 하지만 그는 그 약점을 훌륭하게 극복했습니다. 그러나 급격하게 변하는 공은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 있죠.]

[사실 이런 공은 어떤 타자가 오더라도 대응하기 쉽지 않아 보이네요.]

[하하! 맞습니다.]

볼카운트가 유리하게 된 신우는 토마스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했다.

'다시 한번 변화구로 갈까?"

토마스의 첫 선택은 변화구였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적절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궁지에 몰려 있는 먹잇감에게 괜히 도망칠 기회를 출 필요는 없지.'

신우가 직접 사인을 냈다.

손가락 하나를 펼쳐 팔뚝에 올리는 사인에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배터리, 과연 어떤 공을 던질지 기대됩니다.]

이진철 역시 기대가 되긴 매한가지였다. 신우에게 여러 선택지가 있는 상황이다. 유인구를 던져도 되고 승부를 들어가도 된다.

투스트라이크는 투수에게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선택지가 여러 개가 된다.

투수코치로서 선수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유인구를 던지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선수들에게 하는 이야기였다.

'지금 마운드에 있는 건 신우다. 어떤 공을 던지더라도 그건 정답이야.'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그때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이진철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의 결정을 바라봤다.

애애애액!!

[던졌습니다!!]

신우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이진철은 알 수 있었다.

'승부다.

포심 패스트볼로 승부에 들어갔다는 걸 말이다. 코스는 몸쪽.

완벽한 컨트롤로 정확하게 찔러 들어가는 공이었다. 헌데 그 공에 애런 저지가 반응했다.

후웅~!!

일말의 망설임 없는 스윙이었다.

'뭐야? 마치 승부를 들어올 것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애런 저지의 스윙은 처음부터 스트라이크를 노리고 있었다.

그것도 포심 패스트볼에 맞춰진 스윙 타이밍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다.

베테랑으로서 연륜이 쌓여 통찰력이 좋아진 걸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신우에 대한 파악이 끝났을 수도 있고, 말이다.

뭐가 되었건 스윙의 타이밍은 완벽했다.

'위험하다!'

오래 야구를 해온 이진철은 알 수 있었다. 지금 타이밍의 스윙은 위험했다. 그때였다.

뼈어억 ~!!

공이 먼저 미트에 박히고,

후웅~!!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순간 이진철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뭐지? 타이밍은 완벽했는데……!!

그때 옆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구 삼진!! 정신우 선수! 애런 저지를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습니다!! 결정구로 던진 공은 포심 패스트볼!! 그리고 구속은 무려 103마일이 찍혔습니다!!]

이진철은 급히 모니터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신우가 던진 3구의 구속이 적혀 있었다.

103mphy

정말로 165km의 광속구를 던진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진철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리물 자식…'

이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