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69화
인터넷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저걸 왜 홈으로 던지냐?
-그냥 오버런 아님?
-3루로 던졌으면 본 헤드 플레이 작렬!
-아니, 그보다 일루수는 왜 중간에서 커트를 안 함?
-야구경력 15년차로서 말씀드리면 이건 우익수와 일루수의 보이지 않는 에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우익수가 홈으로 던지는 게 첫 번째 에러였고 토마스가 2루로 뛰는 걸 보고도 중간에서 커트하지 않은 이루수 역시 에러를 범한 거죠.
이게 맞는 듯.
ㄴ간만에 제대로 된 전문가 나온 듯.
ㄴㄴㄴ.
및및 전문가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나와 양키스의 에러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리플레이 영상이 나오면서 그런 전문가들의 의견은 쪽 들어갔다.
[리플레이 영상이나옵니다. 정신우 선수의 스타트가 매우 빨랐어요.]
[벤치에서 작전이 나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신우 선수가 독단적으로 스타트를 끊은 걸 수도 있습니다. 뭐가 되었건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선수의스윙 타이밍을 보면 히트 앤드 런이 아닌 런 앤드 히트 작전과 유사한 장면이 나왔죠.]
[두 작전의 자이점이 있나요?]
[주자가 출발하는 건 같습니다. 하지만 히트 앤드 런은 타자가 어떤 경우에도 공을 맞추는 스윙을 해줘야 합니다.]
[완진 빠지는 공이 들어와도요?]
[예. 반면에 런 앤드 히트는 타자가 자신이 원하는 공에만 스윙을 하면 됩니다.
[조금 더 주자의 주력이 좋아야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어쨌건 그런 타이밍에 스타트를 끊었기에 애런 저지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정신우 선수는 이미 2루 베이스를 지나 절반쯤 도달한 상태였죠.]
[정신우 선수의 발이 정말 빠르군요.]
주력이 느린 선수의 경우 막 2루 베이스를 지났을 거다.
하지만 신우의 주력은 매우 빠른 편이다. 그렇기에 공을 잡았을 때 이미 3루 베이스의 절반을 지나고 있었다.
[여기에서 정신우 선수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우익수 애런 저지가 공을 잡는 걸 확인하자 속도를 줄인 기죠. 그리고 그 장민을 애런 저지 역시 확인했습니다.]
[이 장면이 중요한 거였나요?]
[예. 만약 정신우 선수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면 공은 바로 홈으로 향했을 겁니다. 그 경우 내야수들이 백업플레이를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을 테죠.]
[확실히 정신우 선수가 속도를 줄이니 내야수들의 움직임이 멈추는 듯한 모습이 보이네요. 보이지 않는 에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건 에러라고 보긴 어렵고 정신우 선수의 센스가 좋았다고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정신우 선수가 다시 가속하는 장면을 보시면…]
[마침 나오네요.]
[전력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정말 홈을 노리겠다는 모양새였죠. 복싱에서 페이크를 줄 때 정말 칠 것같이 하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전력을 다한 질주였기에 내야수들이 순간 당황을 한 겁니다.]
신우가 3루 베이스를 지나 멈추는 모습이 잡혔다. 그 사이 애런 지지는 홈으로 공을 던졌고 토마스는 2루로 내달렸다.
이 모든 움직임들이 신우가 의도한대로 만들어진 플레이였다.
[정신우 선수는 찰나의 순간에 내야수들의 움직임. 애런 저지가 공을 잡는 모습. 그리고 토마스의 주루플레이를 확인하고 이 플레이를 유도해낸 겁니다.]
[그게 가능한 걸까요?]
[눈앞에서 보지 못했다면 아마 믿지 못했을 테죠. 하지만 직접 눈앞에서 보았기에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진철은 해설을 끝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이 될지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믿고 누군가는 과대평가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게 진실이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플레이를 유도해낸다는 것. 단순히 센스가 좋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높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이는 막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륜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라면,
'타고나야겠지.'
이진철은 후자라고 판단을 내렸다.
타고난 천재.
신우를 곁에서 지켜본 이진철도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진철도 한 가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역시 애런 저지가 베테랑이긴 하네요."
[그러게.]
[저 상황에서 바로 홈으로 던지누.']
[그것도 레이저로 쏴서 홈으로 들어가는 걸아예 차단해버리네.]
[들어가려고 했으면 그대로 아웃이었겠다.]
원래 신우는 홈을 노렸다.
하지만 애런 저지가 망설임 없이 홈을 겨냥하는 바람에 미처 들어가지 못했다.
만약 애런 저지가 아닌 다른 우익수였다면 바로 홈으로 던지지 않았을 거다.
자신이 뛰는 모습을 페이크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런 저지는 풍부한 경험과 타고난 센스를 지닌 선수였다.
그렇기에 신우가 진짜 뛰는지 아닌지 파악한 것이다. 덕분에 홈을 파고들지 못했다.
'그래도 수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네요.'
[더그아웃이 떠들썩하누.]
[중계 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에러라고 말하는데? ㅋㅋ]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
[해석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까.]
그리고 그건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더그아웃의 갤럭시 선수들은 신우에게 환호를 보내며, 플레이에 열광하고 있었다.
[달아올랐]
양키스가 가장 경계했던 달아오르는 갤럭시의 모습이었다.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몬트리올 갤럭시가 뉴욕 양키스에게 9회 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면서 스코어를 2 대 2 동점으로 만들었습니다.
양키스는 3차전과 마찬가지로 4차전에서도 정신우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는 작전을 사용하면서 갤럭시 팬들에게 엄청난 야유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정신우 선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주루플레이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며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습니다.
(중략)
한편 뉴욕 양키스의 리처드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고의사구 작전은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 라면서 논란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몬트리올 갤럭시는 홈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월드시리즈인 5차전에서는 정신우 선수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어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5차전.
이 경기가 끝나면 월드시리즈의 무대는 다시 양키스타디움으로 향한다.
신우의 선발등판이 예정된 상황에서 몬트리올은 마치 국경일과도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오늘 시누 등판이지?"
"어. 퇴근하고 우리 집에서 다들 모이기로 했는데, 어때?"
"오케이 콜!!"
회사, 집, 학교, 마트 등.
어디서건 둘 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월드시리즈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그만큼 5차전은 몬트리올 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특히 신우의 등판에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신우는 언제나 뭔가를 보여주는 피칭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많은 사람의 기대를 받으면 동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신우는 선발등판 당일.
언제나처럼 정오에 눈을 떴다.
그리고 평소와 같은 루틴으로 운동을 하고 식사를 하며 진디션을 조절했다.
팀원들과 함께 경기장에 도작한 그는 본격적인 훈련을 이어갔다.
스트레칭, 불펜피칭 등,
간단한 준비를 끝내고 명상에 들어가 정신을 집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노아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경기 당일임에도 정신이 흐트러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 오히려 평소보다 집중력이 높다.
노아는 많은 사람들을 가르쳤다.
그들 중에는 유명인사도 제법 있었고 엘리트 선수들도 존재했다.
엘리트 선수들은 확실히 일반인보다 집중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그들 역시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는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했다.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이벤트임에도 침착하다는 게 신우의 가장 큰 장점이지."
신우는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선수들과도 달랐다. 언제나 침착했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건 월드시리즈 선발도 다를 바 없었다.
'오늘은 1차전보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팀 신우는 항상 신우의 곁에 머무르고 그의 컨디션을 체크한다.
그렇기에 신우의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늘 신우는 평소와 달랐다.
집중력이 더 뛰어났고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사고를 낼 수도 있겠어."
이런 날의 신우는 항상 사고를 냈었다. 그 사고가 과연 오늘 경기에서도 나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명상음악이 꺼지고 신우의 눈이 스르륵 떠졌다. 일말의 잡념도 없는 그의 얼굴을 보며 노아가 미소를 지었다.
*
중계실.
오늘도 이진철이 해설을 맡았다.
"후우~! 벌써 5차전이네요."
"정말 빠르지?"
"예. 현장에서 보니 중계만 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에요."
"원래 이런 건 현장에서 중계해야 좋아."
"오늘 경기 이기겠죠?"
이진철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식전행사가 끝나고 마운드에는 신우가 올라와 있었다.
밀리 떨어져 있지만, 알 수 있었다.
신우의 컨디션이 좋다는 걸 말이다.
"신우잖아."
동문서답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도 확실한 대답이었다.
"마지막 광고입니다."
PD의 말에 두 사람이 중계준비에 들어갔다. 두 대의 모니터 중 왼쪽에는 마지막 광고가 오른쪽에는 마운드에 서 있는 신우가 보였다.
마지막 광고가 끝나고 왼쪽의 모니터에도 신우의 모습이 비지자 중계가 시작됐다.
[전국의 야구 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몬트리올 갤럭시의 홈구장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인사드립니다!!]
중계가 시작되는 사이.
신우는 가볍게 연습 투구를 끝내고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네요.''
[뭐가?
'홈에서 민지는 거요."
[뭐가 처음임?)
[많이 민졌잖아?]
'월드시리즈 무대에서요."
[아하!]
[그건 그렇네.]
[감회가 새롭?]
워렌 스판의 질문에 신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관중석을 살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대다수는 현지에서 온 이들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한국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어떻게 아냐면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이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누군가는 메츠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유독 한 사람.
눈에 띄는 사람도 있었다.
"정!! 신!! 우!! 가즈아!!!"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남자. 단순히 목소리가 커서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니라 유니폼 때문에 더욱 눈에 띄었다.
'저 아저씨도 오셨네'
[누군데?]
[아는 사람임??
[저거 유니폼 그거냐? 데블스.]
'예'
데블스 유니폼.
육성선수로만 뛰었던 자신의 유니폼은 상품화가 되지 않았었다.
즉, 손수 제작했다는 말이었다.
대량생산이면 모를까 소량주문은 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귀찮다.
그런데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런 귀찮음을 감수하고 얻은 것이란 소리다.
[찐팬이네.]
[레알 ㅋㅋ]
[카메라에서도 잡아주누.']
[사인도 되어 있네.]
알고 있었다.
저 유니폼은 예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으니까. 그때 워낙 강하게 인상에 남았었는데, 그 사람이 월드시리즈에 자신을 응원하러 왔다는 게 신기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계시네요."
[그렇지.]
[오늘 경기는 전 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겠음?]
[한국에서도 난리 났겠네.)
[ㅋㅋㅋ 이런 날에 대형사고 하나 지면 재밌겠.]
딱히 대형사고를 의식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었다.
팬들을 위해서,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플레이볼!!"
[구심의 콜과 함께 5차전! 시작합니다!!]
월드시리즈 5차진.
신우의 두 번째 월드시리즈 선발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