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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67화 (267/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67화

예상지 못한 고의사구 작전, 이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정신우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다니. 이건 좀 예상외네요.]

[그렇습니다. 정신우 선수를 피한다고 해도 뒤에는 토마스 선수가 버티고 있거든요? 이후에도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갤럭시의 타순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다른 팀들이 신우를 거르지 않은 이유다. 산 넘어 산.

그말이 딱 어울리는 게 갤럭시의 타순이었다. 그런데 리처드는 고의사구를 택했다. 그것은 토마스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더 상대하기 쉽다는 건가?"

프로선수들의 자존심은 대단히 강하다. 팀플레이라고는 하나 하나의 종목에 인생을 받친 사람들이다.

그것에 대한 프라이드는 무척 강했다.

그런데 신우를 거르고 자신을 택한다? 이것은 프라이드를 건드는 일이었다. 토마스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배트를 쥔 그의 모습에서는 살기마저 느껴졌다.

[정신우 선수를 고의사구로 내보낸 양키스의 선택이 과연 옳았을지. 토마스 선수를 상대합니다.]

토마스와의 승부를 바라보는 리처드의 눈빛은 차분했다.

과감한 선택을 내렸지만, 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딱히 다른 선수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토마스가 어떻게 생각하건 리처드는 결코 갤럭시의 다른 타자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우를 고의사구로 내보냈다.

'갤럭시는 독특한 팀이다. 한 명의 선수가 팀 전체에 활기를 부여하고 있어."

리처드는 챔피언십 시리즈부터 갤럭시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히 기록이나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멘탈적인 부분과 팀이 가진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그 결과 양키스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정신우란 선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었다.

'과거부터 슈퍼스타는 팀에 작든 크든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정신우는 그런 수준을 뛰어념고 있어.'

정신우,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선수다.

그것에 대해서는 누구 한 명 반론할 수 없었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존재감이 대단하니 팀에 미치는 영향력도 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갤럭시는 신생팀이다.

대부분의 선수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올라온 이들이다.

정규시즌 1위를 했지만, 갤럭시는 경험이 부족했다.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게 그 중거였다.

'그때마다 팀을 구원한 것이 바로 정신우였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한 명의 선수가 팀을 구원하다니?

물론 한 명의 선수가 팀을 살려 내는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간혹 있었다.

하지만 그런 팀들과 갤럭시의 큰 차이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전력이었다.

'그런 팀들은 대다수 전력이 어느 정도 받처진 상태다. 팀의 리더가 없는 경우지 경험이 필요한 선수가 있는 게 아니었다.

갤럭시는 달랐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경험이었다.

경험이 부족하기에 슬럼프에 빠지고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을 몰랐다.

원래라면 그 슬럼프가 길어지고 자연스레 순위권에서 밀리는 상황이 나왔을 거다.

대부분의 신생팀이 그러한 절차를 밟았으니 말이다. 갤럭시 역시 그런 절차를 밟으려는 찰나마다 신우가 등장했다.

그는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단순히 구해내는 것이 아닌 역대급 기록을 만들어내면서 팀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그랜드슬램.

퍼펙트게임.

노히트노런.

메이저리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기록들이 티저 나왔다.

한 선수가 이렇게 많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한 기록들이 있었기에 갤럭시는 위기에서 살아날 수 있었다.

'대기록은 베테랑들조차 기세가 오르게 만든다.

하물며 신인들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지."

대부분 신인으로 구성된 갤럭시.

신우의대기록에 호응하듯 기세가 살아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갤럭시는 위기에서 살아나 결국 월드시리즈라는 무대까지 왔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결국 정신우를 죽이면 갤럭시의 기세가 살아나지 않게 할 수 있다."

이 차이점은 매우 크다.

물론 이에 대한 단점도 분명히 있었다.

딱-!!

"와아아아!!"

[때렸습니다!! 토마스 4구를 강타!! 타구 빠르게 뻗어갑니다!!]

바로 토마스나 앤더슨의 기세가 살아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 방법밖에는…!

그 순간 타구를 쫓아간 애런 저지가 담장을 밟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애런 저지 점프!!]

2m가 넘는 거구의 애런 저지가 점프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담장을 때리는 타구를 허공에서 낚아챘다.

[잡았습니다!! 업청난 점프캐칭으로 타구를 낚아채는 애런 저지!! 정신우 선수가 아쉽다는 듯 1루로 돌아갑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리처드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번 작전이 결정됐을 때, 리처드는 많은 걱정을 했다.

하지만 애런 저지의 모습을 보니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의 대결이라면 우리가 우위에 있다.'

정상적인 전력,

그것은 바로 신우가 활약하지 못했을 때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데이터가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뉴욕 양키스가 몬트리올 갤럭시를 누르고 2승을 달성했습니다.

3차전에선 다소 이례적인 장민이 연출됐는데요. 바로 뉴욕 양키스가 정신우 선수를 고의사구로 연달아 내보내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날 경기에서 정신우 선수는 4번의 타석 중 4번을 모두 고의사구로 출루하는 진기록을 세웠습니다.

정신우 선수를 철저하게 외면한 양키스 마운드는 3실점을 기록했지만, 양키스 타선이 8점을 기록하며,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이런 양키스의 선택에 팬들의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요.

데블스가즈아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양키스는 정면승부를 펼치지 않고 비겁하게 피하는 선택을 했다. 이런 선택으로 우승해도 그것은 진정한 우승이 아니다'라면서 울분을 토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양키스가 과연 4차전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양키스의 선택은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야구 팬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그들의 선택을 비난했다.

"양키스는 우승을 위해 비겁한 선택을 했어요. 시누가 무섭더라도 정면승부를 해야 합니다. 팬들은 승부를 보기 위해서 경기장을 찾는 겁니다."

"시누가 무섭긴 무서운가 봅니다. 100년 역사가 넘는 양키스가 이런 멍청한 선택을 하게 만들다니 말이죠."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멍청한 전략이죠?? 이건 정말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비열하고 멍청한 선택입니다."

전문가 다수의 비난,

하지만 모든 이들이 비난만 쏟아내는 건 아니었다. 양키스는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엄청나게 단단한 팬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양키스 출신의 선수 중 해설자나 전문가로 전업을 한 이들도 많았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양키스의 선택을 옹호했다.

"고의사구가 왜 잘못됐다는 거죠? 양키스는 매우 영리한 전략을 택한 겁니다."

"자동 고의사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허가한 규정입니다. 명시된 규정을 그대로 사용한 것인데, 어째서 양키스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시누는 매우 뛰어난 선수입니다. 두수이건 타자이건 엄청난 힘을 발휘하죠. 그런 선수와 상대하는 것보단 피하는 게 오히려 양키스에게 이득입니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는 엄청난 비난과 힐난이 쏟아졌다.

정식적인 프로그램에서는 이런 언사가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팟캐스트는 물론 녀튜브와 같은 시스템이 다양하게 퍼져 있는 시대다.

그리고 언론사는 그런 곳에서 나온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걸 좋아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전문가들과 야구 팬들이 계속 이야기를 하고 언론은 끊임없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그로 인한 시너지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월드시리즈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본래 월드시리즈는 프로 경기에서 가장 많은 집중을 받는다.

하지만 단서가 붙는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집중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었기에 관련 기사를 각국 언론들이 쏟아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이나 대만 같은 프로리그가 존재하는 국가는 물론이거니와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프로리그가 없는 국가에서까지 말이다.

덕분에 이번 월드시리즈는 단어 그대로의 월드시리즈가 되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월드시리즈가 말이다.

[몬트리올 갤럭시와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이번 4차전에서도 양키스는 3차전에서 사용했던 전략을 다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양키스는 비난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현지에서도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선택을 하면 팀에 큰 영향이 가지 않을까요?']

[이런 말이 있죠. 비난은 한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지금은 비난받을지언정 양키스가 트로피를 손에 넣는다면 그 기록은 영원불멸할 겁니다.]

[씁쓸한 현실이군요.]

하지만 사실이었다.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손에 넣기 위해 비난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그 전략이 딱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6회가 지난 현재까지 정신우 선수는 총 3번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3차례 모두 고의사구로 출루했습니다. 3자전과 4자전 단 한 번 배트를 돌리지 못한 겁니다.]

3타석 3출루 1득점.

신우의 오늘 기록이었다.

그나마 오늘은 득점에 성공했지만, 두 번은 팀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정신우 선수가 묶여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갤럭시 타선이 좀지럼 힘을 쓰지 못하네요.]

[토마스 선수가 분투하고 있지만, 어제보다 스윙이 조금 커졌어요. 그래서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흥분한 걸까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고의사구는 한 번만 나오더라도 후속 타자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자존심을 건드는 행위니까요. 지음에는 분해서 실력 이상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게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3할 타율을 기록하면 그 선수는 팀의 중심타선이 될 수 있었다.

3할이란 건 10번 중 3번을 때려야 한다는 소리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그런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소리다.

멘탈적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양키스가 반복적으로 신우를 거르고 자신을 상대하자 토마스의 평정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였다.

하지만 그 자이를 공략할 수 있는 게 양키스의 마운드였다.

퍼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루카스 선수가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면서 7회 역시 마무리가 됩니다.]

경기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 경기까지 패배한다면 3패를 당하게 된다. 무엇보다 홈경기에서 2연패를 하게 되면 팀의 분위기는 최악이 된다.

'설마 이런 방법을 선택할 줄이야.'

제이비어는 머리가 아팠다.

비난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 방법은 매우 효율적이다. 아마 자신이 갤럭시를 상대한다 하니라도 이 방법을 고민했을 거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걸 계속할 수 있느냐인데…'

양키스는 계속할 생각이었다.

이미 4차전에서도 신우를 걸어 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계속하겠지.'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보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대안이 없었다.

신우를 빼고 다른 타자를 넣자니 공격력이 약해진다. 무엇보다 갤럭시는 신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팀. 다른 선수를 넣는다고 해서 지금의 분위기를 역전시킬 수 없었다.

젠장…!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게 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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