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66화
1차전 승리를 거둔 갤럭시는 기세를 이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양기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때렸습니다!! 애런 저지의 강렬한 스윙! 그리고 이 타구는…… 담장 밖에 떨어집니다!! 투런포로 오늘 경기 멀티홈런을 기록하는 애런 저지 선수!!]
[어제 정신우 선수에게 꽁꽁 묶여 있었던 애런 저지이지만, 오늘은 맹타를 휘두르네요.]
애런 저지.
양키스의 프렌차이즈 스타인 그는 1차전에서 신우에게 완벽하게 막혔다.
안타 하나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2차전에선 영웅이되었다. 홈런과 안타를 연달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팀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건 마음이 아프다.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좀처럼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하네."
[그것만 문제겠냐? 마운드도 일찌감지 무너진 게 문제지.]
[거기에 불펜도 많이 썼고.]
[총체적 난국일세.]
[어제 네가 완봉을 거두지 않았으면 큰 문제가됐을 거다.]
단기전에서 불펜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선발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했다. 6이닝 이상, 일명 퀄리티 스타트라 불리는 기록을 달성해야 한다. 신우는 그걸 뛰어넘어 9이닝을 던졌다. 완봉승, 사실 일각에선 이해되지 않는단 의견을 내비쳤다. 투웨이 플레이를 뛰어야 한다.
그러니 체력적인 안배를 해야 했다는 의견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상황,
언제든지 승리에서 동점으로 그리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손으로 끝내고 싶었다. 그 결정에 후회는 없었다.
[문제는 너의 그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는 거지]
에이스가 불펜을 아끼면 뭐하누? 2선발이 죽을 쑤는데.]
신우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어쩔 수 없다.
이런 일에 하나하나 반응하면 불이익은 자신에게 온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을 생각해야 했다.
'내일 똑같은 조건을 만들면 됩니다.
다음이란 당연히 내일 경기였다.
[뉴욕 양키스 몬트리올 갤럭시에 신승!! 월드시리즈 스코어는 다시 1 대 1로!!]
갤럭시의 패배.
에이스 대결은 승리했지만, 2선발 대결은 갤럭시의 완패가 되었다.
기울었던 추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정화히 말하면 미세하게나마 양기스 쪽으로 균형이 기울었다.
그 이유를 불펜의 소모였다.
갤럭시는 선발이 일찌감치 무너졌다.
그래서 불펜이 일찍 투입됐다.
반면 양키스는 6회까지 선발이 만았다. 이후 불펜투수들이 1이닝씩 맡아 경기를 마무리했다. 가장 이상적인 투수운용이었다.
갤럭시가 가진 1차전의 이점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었고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3차전을 앞두고 하루의 휴식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이동을 위한 휴식이었지만, 불펜을 소모한 갤럭시 입장에선 친금 같은 시간이었다.
'비행기가 조용하네.
갤럭시 선수단은 전용기에 앉아 몬트리올로 돌아가고 있었다.
평소라면 카드를 치고 선수들끼리 장난을 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야 할 전용기 내부.
하지만 오늘은 적막만이 흘렀다.
[패배한 직후에는 어쩔 수 없지.]
[그것도 완패였으니까 말이야.]
적막이흐르는 비행기가 캐나다로 향했다. 2차전의 패배.
하지만 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3차전은 우리 거로 만들면 돼!"
"2차전은 시누도 나오지 않았잖아!!"
"그렇지!! 우리 전력의 핵심인 시누가 없는 상태에서 이기는 건 이기는 게 아니야!"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은 갤럭시 팬들은 기세등등했다.
2자전에서 패배했다는 사실은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늘 경기에서 신우가 나온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전문가들 역시 그 점을 거론했다.
[2자전과 달리 3차전에선 정신우 선수가 선발 외야수로 출전합니다. 과연 그를 양키스가 막을 수 있을까요?
[완벽하게 봉쇄를 하는 건 어렵다고 봅니다.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우익수 중 한 명이니까요.]
[갤럭시의 타선에 정신우 선수가 있고 없고는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아마 2차전과는 다른 양상의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든 전문가들이 2차전과 달리 3차전은 박빙의 대결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정석적인 의견이었다.
팬들 역시 그 의견에 동조하며 3차전을 기다렸다.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월드시리즈 대망의 3차전! 그리고 몬트리올 갤럭시의 역사적인 첫 월드시리즈 홈경기를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보내드립니다!」
선수들이 입장하고 경기가 시작됐다. 중계방송에서는 선수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3차전에선 갤럭시의 외야에 정신우 선수가 라이트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신우 선수가 나오는 만큼 더욱 안정감이 느끼지네요..]
[그렇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공수에서 모두 완벽한 모습을보여주는 선수입니다. 그렇기에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신우의 우익수 출전은 팬들을열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누~!! 오늘도 한 방 날려버려!!"
"라이트는 너만 믿을게!!"
"2차전의 패배를 설욕해줘!!"
관중석에서 연신 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신우는 그런 팬들에게 가볍게 글러브를들어 화답했다.
"플레이볼!!"
[양키스의 공격으로 경기 시작합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신우는 무게중심을 낮춘 채, 타자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당겨지면 꽤 빠르게 날아오겠네."
[정답.]
[그래도 파워는 약해 보인다.]
경기 전 받았던 자료를 떠올렸다.
양키스의 1번 타자인 로메로는 올 시즌 홈런이 3개밖에 없었다.
즉, 중단거리 유형의 타자라는 소리였다. 출루율이 높고 컨택 능력이 좋다. 특히 타구의 속도가 빠르게 날아가는 게 특징이라고 했지."
홈런이 적고 타구가 빠르다.
그만큼 발사각이 좁다는 소리였다.
발사각이 좁으면 홈런을 만들어내는 게 어렵지만, 타구 속도가 빠르니 일찌감치 낙구한다.
그렇기에 수비 입장에선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4구 파울이 됩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가 됐습니다.]
투볼 투스트라이크.
투수나 타자 입장에선 가장 까다로운 상황이다. 볼을 뺄 수도 있었고 그대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올 수도 있었다.
타자는 둘 모두를 생각해야 했다.
그건 투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기에서 유인구를 던지면 쓰리볼이 된다. 그때가 되면 선택지가 사라진다. 어떻게든 존에 넣어야 하기에 타자가 노려 때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선택지가 놓이기에 투수와 타자 모두에게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토마스는 굳이 피하려 하지 않을 거야.'
토마스의 성격을 잘 알기에 신우는 결론을 내렸다.
'타자가 반응한다면 내쪽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좌타자가 제대로 때리면 우익수 쪽으로 날아온다. 그것도 빠르게 말이다.
로메로라면 그 속도는 더욱 빠르게 올 것이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신우는 신중하게 움직였다.
괜히 빠르게 움직였다가는 타자가 눈치챌수도 있었으니까.
최앗!!
[투수 와인드업!!!
두수가 와인드업을 하자 신우는 앞으로 전진했다. 빼애애애액~!!
[던졌습니다!!]
투수가 공을 뿌렸을 때 신우는 이미 평소보다 4~5m는 더 앞으로 전진해 있었다.
예상대로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쇄도했다. 코스는 타자의 몸쪽.
그것을 확인한 타자 역시 반응을 보였다.
후웅-!!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외야로 뻗습니다!!]
공은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라인드라이브성의 타구는 삽시간에 내야를 벗어나더니 낙하를 시작했다.
'빠졌….!!
로메로는 타구가 빠진 것은 직감했다. 이건 안타다.
우익수가 신우니 1루에 도착하면 멈춰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외야를 보는 순간. 신우기 몸을 날리는 게 보였다.
'왜 저기에…?
의문은 어떻게 벌씨 저기에 와있었냐는 거다. 그 의문이 채 풀리기도 전에 몸을 날린 신우가 글러브를 떨었다.
좌아아아앗~!!
공이 자취를 감추고 다이빙을 한 신우가 잔디 위에서 미끄러졌다.
그리고 글러브를 들어 올리며 공이 안에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아웃!!"
뒤이어 구심이 주먹을 내지르며 타자의 아웃을 선언했다.
[잡았습니다! 경기 초반부터 엄청난 다이빙 캐치를 보여주는 정신우 선수!! 역시 철벽과도 같은 수비를 선보여줍니다!!!
아~정신우 선수 대단한 센스였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앞에서 수비하며 빠르고 낮게 떨어지는 로메로 타자의 타구를 잡아냈어요!]]
[이거 완전히 안타성 타구 아니었습니까?]
[이런 타구가 안타가 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였죠.]
모든 이들이 안타라고 생각했다.
그 안타마저 지워버리는 신우의 수비에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우~! 우~! 우~! 우~! 우~!!"
그리고 팬들은 1회부터 신우콜을 외치며 그의 활약에 함성을 보냈다.
1회 신우의 호수비로 투수는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삼자범되로 이닝을 마감할 수 있었다.
[1회 기분 좋게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한 갤럭시,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공격에서도 기세를 이어가야겠죠?]
[그렇습니다. 분위기를 타고 초반부터 기선을 잡는 게 가장 좋습니다.]
[갤럭시의 1회 말 공격은 앤더슨
-정신우-토마스로 이어집니다. 역시 정신우 선수가 가운데에 버티고 있으니 막강해 보입니다.]
[아무래도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죠.]]
해설진들도 신우의 타석에 기대를 걸었다. 그건 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우는 언제든지 한 방을 날려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주는 선수였다.
그렇기에 팬들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타석에 그가 들어서자 팬들은 벌써부터 들썩였다.
"한방 날려 버려!!"
"시누!! 초반에 그냥 결정해 버리자!"
"어제 네가 나오지 않아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알아?!""
"정신우 선수 파이팅!!"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신우는 타석을 준비했다. 그런 신우를 양키스의 더그아웃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는 바로 리처드였다.
'역시 정신우가 타석을 준비하니 무게감이 달라지는군."
신우가 준비하는 모습만 보더라도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었다.
대단한 선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그는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유형의 감독이었다. 1차전과 2차전 모두 그랬다.
그렇지만 3차전에선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정신우를 봉쇄하면 갤럭시 타선은 힘을 잃는다.'
그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를 봉쇄하는 게 어렵다.
실제 많은 팀들이 그를 막기 위해 여러 작전을 사용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역습을 당해 자멸하고 말았다.
'어설프게 피하려고 해서 그렇게 된 거다. 리지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동안 신우를 상대하는 팀들은 어설프게 그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게 실책이라 생각했다.
'선수를 믿어야 하는 게 맞지만……'
선수를 믿어야 된다는 신념과는 다른 작전이다. 하지만 월드시리즈에서 이겨야 한다면 신념은버릴 수 있었다.
[타구 떴습니다!! 중견수 거의 제 자리에서 타구 잡습니다. 원아웃! 아쉽게도 앤더슨 선수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정신우 선수의 앞에 주자가 없네요.]
[아쉽지만, 정신우 선수는 주자가 있건 없건 무서운 선수입니다.]
[그렇습니다! 정신우 선수가 여기서 선취점을 올려주길 기원합니다!!
신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팬들은 열광했고 경기장에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갑자기 포수가 구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구심은 정신우 선수에게 언질을 주네요.]
신우가 다시 구심에게 묻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노출됐다.
구심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1루를 가리켰다.
[아! 이게 뭐죠? 자동 고의사구가 나왔나요?!]
신우는 허탈한 표정과 함께 장비를 벗더니 1루로 걸어갔다.
그때 카메라가 양키스 더그아웃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리처드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게 보였다.
'피하려면 확실하게 피해야 한다.
신우는 무서운 타자다.
하지만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그는 무섭지 않다. 리처드의 작전은 아예 그를 상대하지 않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