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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62화 (262/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62화

신우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토마스가 새로운 배트를 들고 있다가 그에게 건넸다.

"공이 장난 아닌가 봐?"

"응. 타이밍이 조금 더 빨라야겠어. 무브먼트도 예상보다 더 훌륭하고."

"흐흐. 그러냐?"

"왜 웃어?"

"아니, 문득 널 상대한 타자들도 다 너 같이 생각했을 거 같아서 말이지."

그게 그렇게 되나?

신우는 토마스의 실없는 소리를 들으며 배트의 정비를 끝내고 다시 타석으로 향했다.

'영역으로 들어가도 배트가 밀린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만큼 조든의 공이 무섭다는 걸 의미했다.

[몇 번을 이야기했지만, 영역이란 건 결국 집중력이 고도로 발휘될 때 나타난다. 그것이 나타나면 너의 시력, 감각 등이 발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능력이 늘어나는 건 아니야…

즉, 인식은 하지만, 운동능력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거군요.'

그렇지.]

[이번에는 너무 공에만 신경을 썼다. 그러면서 반응이 조금 무디졌어.]

너무 눈에만 집중하니 그런 거다.]

집중력이 높아지면서 눈이 좋아졌다.

하지만 운동능력이 그것을 완벽하게 따라가지 못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벌어졌고 그 결과 배트가 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유를 알게 됐으니 신우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조든의 위력적인 공에 배트가 부러졌던 정신우 선수, 새로운 배트를 가지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조든의 모든 공은 싱커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밖으로 휘어나가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에 두고 스윙을 해야 해요.]

첫 대결에서 완벽하게 기선제압에 성공한 조든은 자신감이 넘쳤다.

'녀석은 내 공을 때리지 못해."

그 증거로 배트의 중심에 공을 맞히지 못해 부러졌다.

자신감을 얻은 조든이 2구를 뿌렸다. 빼애애액!!

퍼어억!!

[2구 볼입니다! 미세하게 존을 벗어나는 공! 원볼 투스트라이크가 됩니다!]

[정신우 선수가 아주 잘 참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신우가 참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반대로 보였다.

-반응 못 한 거 아님? ㅋㅋ

ㄴ해설위원 놓쳤다고 감싸주는 거 웃기네.

-와…. 무슨 싱커가 103마일이 찍히냐. L여윽시 천조국.

-배트 브레이커가 배트 부러지.

-공놓친 게 아니라, 참은 거지.

네, 다음 신파.

L L하여간 이렇게 몰고 가는 놈들이 있어요.

-신까들 또 신나서 기어 나왔네.

Lㅋㅋㅋ 팩트 이야기 하니까, 까로 만드네.

중계방에서는 다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아무리 인기가 좋은 사람이라도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다.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그에서 괴물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신우는 그들의 존재도 모르지만 말이다. 타석에서 벗어난 신우는 가법게 배트를 돌리며 조금 전 공을 떠올렸다.

'공의 변화는 확실히 늦게 되네요.

[그렇지?]

[저런 공은 변화를 처음부터 예측하고 휘둘러야 함.]

[문제는 싱커라고 판단을 했다가 슬라이더나 커브 같이 떨어지는 공이 들어오면 완전히 엇나간다는 거지.]

우투수의 싱커는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휘어나간다.

슬라이더는 몸쪽으로 들어오고 말이다.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니 싱커를 노리고 배트를 돌리면 헛스윙이 될 수밖에 없었다.

헛스윙이 아니더라도 정타는 어렵다.

거기다 조든은 수준급의 커브 역시 던질 수 있었다. 경우의 수가 많다는 뜻이었다.

머리가 복잡해질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타석으로 돌아갔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나요?"

[음?]

복잡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결국 투수가 원하는 대로 될 가능성이 높잖아요.'

신우는 수많은 타자를 상대했다.

그들 중에는 특급으로 분류되는 이들도 있었고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선수들도 있었다.

둘의 차이는 명확했다.

노림수는 물론이거니와 신우와 토마스의 볼 배합에 끌려다니는 일도 많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차이는 신인일수록 복잡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생각이 많아지면 반응은 더욱 느려지죠. 이럴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오!]

[발전했네.]

[크으! 그게 정답이지!!

[제에에엔장! 우리 시누 다 컸네!!]

스스로 판단을 내린 시누가 타석에 섰다. 그리고 자세를 잡았다.

결국 투수는 가장 자신 있는 공으로 타자를잡고 싶어 한다.'

그건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기의 상황, 혹은 팀을 대표하는 타자가 나오면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주구종을 던지려고 했다.

일종의 자존심대결이었다.

이런 자존심은 선발보다는 마무리일 때 더 강했다. 특히 상황이 나쁠수록 기대어야 하는 건 주 무기였다.

'조든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정을 내린 신우가 심호흡을 뱉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자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스윙은 내 몸에 남아 있는 감각을 믿어라.'

조든의 공은 눈으로 보고 따라갈 수 있는 성질의것이 아니었다.

다시 그렇게 때리려고 한다면 결국 배트가 밀리게 될 것이다.

'노리는 건 단 하나.'

신우는 모든 정신을 눈에 집중시켰다.

공의 궤적을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릴리스포인트에서 드러나는 그립을 보기 위함이었다.

'싱커다.

조든의 트레이드마크는 싱커다.

그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갤럭시를 대표하는 자신을 반드시 그 공으로 잡고 싶을 것이다.

"플레이볼!!"

구심의 경기 재개와 함께 조든이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주자들은 무리한 리드를 가져가지 않았다. 신우를 믿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조든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너희가 믿는 그 녀석을 내 공으로 돌려보내주지.'

글러브에서 그립을 고쳐 쥔 조든이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콰직!!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면서 그의 하체를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지면의 힘을 이용해 조든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휘릭!!

상체가 회전하면서 팔이 끌려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이 포물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왔다.

'보였다!'

디셉션이 마무리되고 공이 릴리스 포인트에 도달한 순간.

그의 손에 잡혀 있는 공의 실밥이 보였다. 그립을 확인한 신우는 스윙의 스타트를 끊었다.

'싱!'

예상대로 조든은 싱커를 뿌렸다.

매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공이 존의 중앙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싱키라는 걸 알기에 신우는 스윙의 궤적을 바깥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변화를 일으켰다.

바깥쪽으로 휘어나가는 공을 신우의 배트가 그대로 낚아챘다.

딱~!!

[때렸습니다!!]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동시에 신우는 느낄 수 있었다.

넘어갔어.'

손에 남은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타구는넘어갔다는 걸말이다.

신우는 휘둘렀던 배트를 그대로 던졌다. 휘리릭~!!

[정신우 선수가 배트를!! 던졌습니다!!!]

화려한 배트플립과 함께 타구가 담장 밖에 떨어졌다.

[넘어갔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쓰리런이 작렬합니다!!]

그라운드를 도는 신우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물론이거니와 몬트리올 전제가 떠들썩해졌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몬트리올 갤럭시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3차전을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이번 경기의 MVP는 단연 정신우 선수였습니다. 5회말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정신우, 선수를 상대로 카디널스는 마무리 조든을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띄었습니다.

최고구속 104마일을 던지는 조든은 정신우 선수의 배트를 부러뜨리는 등, 투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갔습니다.

하지만 정신우 선수는 10.3마일의 싱커를 때려 그대로 담장 밖으로 날리는 괴력을 발휘, 팀의 승리에 쐐기를 박는 쓰리런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챔피언십 시리즈 3연승을 거둔 몬트리올 갤럭시는 4차전에서 승리하면 스윕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한편 몬트리올 갤럭시의 4차전 선발은 정신우 선수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3연승.

엄청난 기세로 승리를 추가한 갤럭시에게 월드시리즈 티켓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야구 팬들의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레알 스윕이냐?

거의 확정이지.

ㄴㄴ미국 도박사이트 갤럭시 배당률이

-340임 ㅋㅋ

-신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네.

레알 야구 혼자하는 듯.

L L야구가 스포츠라고 하는 놈들 이제부터 대가리 박아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는 어떻게 되고 있음? L양키스랑 토론토가 박빙으로 싸우는 중. ㄴ ㄴ토론토가 올라오면 캐나다 더비겠네 ㅋㅋㄴㄴL양키스가 질 거 같지는 않음.

-뭐가 됐건 신우 있는 팀이 이긴다.

4차전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모든 이들이 이길 거라고 예상하는 경기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경기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선수가 느끼는 압박감이었다.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선수는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선수는 압박감을받다가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가 곧 패배로 이어지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갤럭시의 경기에서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물론 세인트루이스 지역 언론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기사였다.

하지만 그런 건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빼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13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정말 압도적인 피칭입니다. 이 선수는 도무지 긴장이라는 걸 모르는 거 같아요!]

신우는 평소와 같이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땀을 흘리고는 있었지만, 흔들리는 모습은 없었다. 두구 수 역시 여유가 있었다.

그런 신우에게 제이비어 감독이 다가왔다.

"시누, 다음 이닝에는 어떻게 할 건가?"

"예. 더 던질 수 있습니다."

"다음 경기도 생각해야 되니, 일찍 내려와도 돼. 이 정도 점수자면 역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까."

스코어는 어느덧 4 대 0이었다.

갤럭시의 승리는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였다. 거기다 월드시리즈 1차전에 등판하기 위해서는 이쯤에서 쉬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18회까지만 민지겠습니다."

"그래. 알겠네."

제이비어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 신우에게 레전드들이 물었다.

[뭘 8회까지 던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던지려면 조금은 쉬지 그러냐?]

레전드들 역시 신우의 휴식을 바랐다. 투웨이 플레이어로 뛴다는 건 그만큼 체력을 소모한다는 걸 말한다.

그렇기에 충분한 휴식이 병행되어야 했다.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잖아요. 요기 베라의 명언이었다. 그만큼 야구는 끝나기 전까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신우는 그러한 가능성을 지우고 싶었다. 레전드들과 함께 월드시리즈에 나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

그것을 바라고 있엇기에 자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월드시리즈에 나가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습니다.

[그건 그렇네.]

[그럼 전력으로 가즈아~!!]

'예!

레전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신우가 다음 이닝을 준비했다.

그날 밤.

신우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사진과 함께 하나의 기사가 올라왔다.

[(속보) 몬트리올 갤럭시 창단 첫 월드시리즈 진출 확정!!]

몬트리올 갤럭시가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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