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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59화 (259/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59화

온전히 쉴 수 있는 휴식시간은 중요하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선수는 다음 경기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신우는 잘 알고 있었다.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지.'

언제나 레전드들이 이야기했던 것들이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휴식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머리는 알아도 몸은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신우는 끊임없이 그들을 찾아 헤맸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거리를 배회하며 고양이를 찾았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이전에도 경험했던 것처럼 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분명 그들과의 시간에는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왜 사라진 것일까?

당장 이유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3일 남았다.'

오늘 챔피언십 시리즈의 상대가 결정된다. 그리고 하루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바로 챔피언십 시리즈가 이어진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현재 자신이 하는 행동은 무의미한 것들이었다. 레전드들을 찾을 방법은 없다.

그들과의 만남 자체가 초자연적인 것이었으니까.

'갑작스런 이빌이지만………'

레전드들과의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하지만 신우는 알고 있었다.

'저승에서도 볼 수 있다고 했었지."

그들이 저승에서도 자신이 경기하는 걸 지켜보고 있을 것을 말이다.

'이대로는 경기에서 엉망으로 얻어맞겠지."

지금 멘탈로 마운드에 선다면 제대로 된 공을 던지기 어렵다.

그런 모습을 레전드들이 본다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실컷 비웃음을 당하겠지.'

보지 않아도 그들의 채팅이 올라가는 듯 했다. 매튜슨은 정신 차리라 소리칠 것이고 워렌 스판은 비웃음과 함께 신경을 거슬리는 재팅을 칠 거다.

상대팀의 레전드들은 역시 자신들의 후배라며 적의 편을 들 테고 말이다.

'무엇보다……'

신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굳은살이 박혀 있는 이 손은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한 증기였다.

그런 노력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에서 자신이 무너진다면?

그들의 도움까지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럴 수는 없다.'

레전드들은 자신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인생의 스승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신우는 더 이상 그들을 찾지 않았다. 대신 명상을 시작했다.

'지켜봐주세요'

명상에 잠기기 전,

자신을 보고 있을지 모르는 레전드들에게 한 마디를 남기고 그는 눈을 감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언더독으로 평가받던 카디널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인 LA다저스를 시리즈 스코어 3 대 2로 누르고, 챔피언십 시리즈 티켓을 손에 넣었습니다.

3차전까지 시리즈스코어 2 대 1로 뒤지던 카디널스는 4차전과 5차전을내리 잡아내며 마지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정신우 선수가 소속된 몬트리올 갤럭시와 리그챔피언을 가리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맞붙게 되었습니다.

포스트시즌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다저스의 디비전시리즈 탈락은 생각보다 더 큰 변수였다.

그리고 이 소식은 갤럭시의 귀에도 들어갔다. 갤럭시 코칭스태프는 휴식일에도 구장에 나와 회의를 이어갔다.

"설마 다저스가 탈락하고 카디널스가 올라을 줄이야."

제이비어의 말에 다른 코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저스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었는데, 역시 코디 밸린저의 이탈이 다저스에게 크게 작용한 거 같습니다."

"슈퍼스타라는 존재들이 그렇지. 한없이 든든하지만, 그들이 빠지면 메울 수 있는 선수가 없어."

결국 다저스도 코디 밸린저라는 빈자리를 메우지 못해서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그러한 사실은 갤럭시에게도 다가오는 의미가 남달랐다.

갤럭시 역시 정신우라는 슈퍼스타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으니까 말이다.

"자, 어쨌건 상대는 정해졌으니 그에 따른 전략을 짜야겠지."

"예.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다저스보단 카디널스가 조금 더 해볼 만합니다. 선수들이 우리 선수들과 비슷하게 어린 데다가 포스트시즌 경험이 많은 선수가 없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토마스와 앤더슨이라는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상은 언제나 조심해야 합니다. 다저스와 마찬가지로 주전선수들이 빠지면 거길 대체할 백업멤버가 없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시누의 관리가 중요합니다. 녀석이 빠지면 답이 없어요."

갤럭시의 중심은 역시 신우였다.

"내일부터 애들 출근하지?"

"예. 거기서 신우의 상태를 정확히 체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데이터 분석팀 역시 고생 좀 해, 카디널스는 백업선수들까지 데이터를 모두 만들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상대가 카디널스가 되었다고 해서 방심해선 안 돼."

챔피언십 시리즈다.

어떤 팀이 올라오더라도 만만한 팀은 없다. 그사실을 제이비어는 잘 알고 있었다. 다음 날, 구장이 오랜만에 시끌벅적해졌다.

휴식을 취했던 선수들이 돌아와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제이비어 감독은 직접 훈련장을 돌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역시 주전급 선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신우의 컨디션을 가장 먼저 제크했다.

"어때?"

"아, 감독님. 오셨습니까?"

"인사는 됐고, 시누는 어때?"

컨디셔닝 코치가 고개를 저었다.

"말도 마세요. 이 녀석은 한 마디로 괴물입니다."

"괴물이라니?"

"완벽한 몸 상태예요.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 겁니다."

"그래?"

"예. 녀석의 팀에 있는 루스와 대화를 해보니까. 집에서 쉬면서 휴식에 전념했다고 하더군요. 특히 스스로 잘 쉬었다고 하더라고요."

"오호, 그 정도야?"

"예. 감독님도 잘 아시겠지만, 원래 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계속 몸을 움직이던 선수들이 그냥 가만히 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까."

"하지만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오히려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훈련만큼이나 중요한 게 휴식이니까요."

현대 스포츠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휴식과 훈련의 조화였다.

과거에는 끊임없이 훈련만을 강요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과학이 발전한 현대에는 그런 막무가내적인 사고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인간의 육제는 훈련과 휴식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더 완벽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팀에서는 커디셔닝 파트라고 하여 선수들의 휴식을 담당하는 팀이 따로 있었다.

"시누는 휴식의 중요함을 알고 이번에 생긴 짧은 휴식기간동안 완벽하게 쉬면서 본인의 베스트컨디션을 만들어 왔어요."

"대단한 녀석이군."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제이비어는 시선을 신우에게 옮겼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지 않은 채, 오직 훈련에만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제이비어였다.

챔피언십 시리즈는 세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다.

이는 카디널스가 페넌트레이스에서 승률이 더 좋았기에 홈 어드밴티지를 가지는 것이었다.

카디널스 팬들은 당연하게도 일찍부터 부시스타디움을 찾았다.

"오늘 갤럭시의 선발은 누구야?"

"당연히 시누겠지."

"젠장! 우리 애들이 시누를 공략할 수 있을까?"

카디널스 팬들에게도 경계를 받는 신우였다. 그들이 아무리 카디널스의 팬이라도 신우가 활약하는 걸 직접 봤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신우를 공략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당연하지! 우리는 다저스도 누르고 올라왔다고!"

"맞아!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팀 중 한곳인 다저스도 눌렀는데, 신생팀인 갤럭시는 우습지!"

"아무리 시누가 있다 하더라도 갤럭시는 이제 창단 첫해밖에 되지 않았잖아? 당연히 우리가 유리해!"

팬들의 바람만은 아니었다.

언론들 역시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의 승자로 카디널스에 더 많은 표를 주고 있었다.

[NLCS의 승자는 카디널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의견에 반박하는 사람들은 신우의 존재를 언급할 것이다.

물론 신우는 리그 최고의 선수다. 단순히 투수만이 아니라 타자로서도 일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선수 한 명이 뛰어나다고 해서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5차전까지였던 디비전시리즈와 달리 챔피언십시리즈는 최대 7차전까지 열린다.

신우는 선발로서 1경기와 4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중간, 중간 타자로서도 출전하겠지만, 벤지는 그의 체력관리를 해주어야만 한다.

특히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게 된다면 그는 평소와 달리 떨어진 체력으로 마운드에 오르게 될 것이다.

과연 그때도 신우가 지금처럼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일 수 있을까?

반면, 카디널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여준 것처럼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 할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누가 빠지더라도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는 그럴 수 없다.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크기에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이러한 자이는 결국 카디널스를 승자로 만들 것이다.]

이러한 논평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저명한 야구전문가들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스포츠전문채널에 나온 패널들도 카디널스의 승리를 점졌다.

실제 도박사들 역시 카디널스에 더 많은 배당금을 책정해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선수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는 잘 알고 있었다.

"젠장! 배당률이 우리가 더 낮잖아?"

"뭐? 또 언더독이야?"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스포츠결과에 대해 배팅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었다.

실제 직업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 일반적인 환경이었기에 선수들 역시 그러한 결과에 관심을 기울였다.

문제는 언더독으로 평가를 받으면 선수들이 흔들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잘 아는 토마스가 나서서 핀잔을 주었다.

"그런 걸 왜 보고 있나?"

"어떻게 안 봐? 우리 팀만 검색해도 바로 나오는데."

"배당률이 1.5배나 차이 나는데? 아직도 우리 실력을 의심하는 건가?"

"내버려 뒤. 어차피 그 사람들도 직업일 뿐이야.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하면 돼."

토마스가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분위기는 쉽사리 환기되지 않았다.

그때 신우가 글러브를 챙기며 말했다.

"혹시 지인 중에 도빅사로 일하는 사람 있어?"

"무슨 소리야?"

"있으면 전해줘. 괜히 카디널스에 배팅했다가 돈잃지 말라고."

선수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조금 돌려서 말하긴 했지만, 방금 신우가 한 말은 승리 선언이나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푸하하! 시누 너 말 잘했다."

그때 앤더슨이 다가와 신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에게 시누가 있는데, 도박사들 하는 이야기를 뭐하러 귀를 기울이냐?"

"그게 정답이지, 시누는 메이저리그 공식 승리 보증수표야, 시누와 함께하는데 질 거라고 생각하면 베이브 루스가 와서 같이 야구를 해도 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거 아니야?"

"크크! 미구엘, 너 말 한번 잘했다."

미구엘까지 합세하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신우는 문득 미구엘의 말에 고개를 돌려 채팅창이 있던 곳을 응시했다.

만약 그들이 있었다면 불이 났을 거 같은 채팅창. 하지만 오늘은 공허한 허공만이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신우는 이내 고개를 획 돌리더니 모자를 썼다.

"가자."

걸음을 옮기며 앞장 서는 그의 뒤를 선수들이 따랐다.

"오케이!!"

"이기러 가자!!"

"도박사 새끼들! 피눈물을 흘리게 해주겠어!"

전의에 불타는 갤럭시 선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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