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58화
뒤이어 연달아 4구와 5구를 뿌렸다.
[패스트볼에 다시 한번 파울을 만듭니다!!
[연속 파울입니다! 100마일을 넘나드는 공에도 하퍼 선수가 잘 대응을 하네요.]
[역시 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점점 타이밍을 맞춰가고 있어요.]
타이밍은 처음부터 맞았다.
하지만 스윗스팟에 공이 정확히 맞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씩 맞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신우와 토마스 역시 잘 느끼고 있었다.
'변화구로 다시 타이밍을 뺏을까?"
토마스는 변화구쪽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대결에서 피하는 피칭을 하면 흐름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면으로 가겠어.'
신우의 사인에 잠시 고민하던 토마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두 사람이 사인을 교환했다.
어느덧 6구 승부!! 과연 여기서 하퍼를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인가?!]
신우는 심호흡을 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모든 힘을 모은다.
이번 경기의 최대분수령이다.
여기서 하피를 잡으면 팀이 승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신우는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최앗!!
다리를 차올린 무릎을 들어 상체를 비틀었다. 타자에게 등번호가 보일 정도였다. 그 비틀림을 일순간에 풀면서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콰직!!
"흐아압!!"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하퍼는 자신의 몸쪽을 찌르는 공에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걸렸어!!
자신이 원하던 코스와 공이었다.
하퍼는 처음부터 포심 패스트볼 단 하나만을 노렸다. 그것도 몸쪽 공을 말이다.
녀석이 이곳으로 공을 던져준다는 건 먹히기 위해 달려오는 토끼와 같았다.
후웅~!!
그의 배트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돌아갔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하퍼는 이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변화했다.
말도…!'
하퍼가 깜짝 놀라 스윙에 변화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 스윙이었기에 그런 변화를 주는 건 무리였다.
빠각!!
배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타구가 힘없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타구는 우익수가 거의 제 자리에서 잡아냈다.
퍽!!
"아웃!!"
[아웃입니다! 정신우 선수, 브라이스 하퍼를 상대로 6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냅니다!]
[아…. 이번 공은 마지막 순간에 휘면서 브라이스 하퍼의 배트를 부러뜨렸어요. 즉, 포심이 아니라 커터였다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구속이 100마일이 나왔어요!!]
내츄럴 커더는 신우의 주무기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그가 던진 커터의 최고구속은 96마일, 그런데 이번 공은 100마일이 찍혔다.
[그렇지 않아도 정신우 선수의 커터는 내츄럴성을 띄고 있어서 구종을 판단하는 게 쉽지 않은데, 100마일이라니 타자들이 구종을 판단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하퍼 선수가 타이밍을 놓친 거겠죠?]
[그렇습니다. 분명 포심이라 판단하고 배트를 돌렸는데, 공이 휘면서 중심을 벗어난 거죠..]
브라이스 하퍼는 부러진 자신의 배트를 내려다보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설마 거기서 그런 커터를 던질 줄이야…….'
상대의 마음에 약간의 빈틈이 있었다면 던질 수 없었던 공이다.
즉, 신우는 전력을 다해 자신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렇게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장.
무엇이 되었건 완벽한 패배였다.
그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공이었다.
[정신우 선수의 소속팀인 몬트리올 갤럭시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누르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시리즈 전적 2 대 1로 앞선 상황에서 4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정신우 선수는 체력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8이닝 무실점 14탈삼진 무사사구를 기록하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챔피언십 시리즈 상대로 LA다저스가 유력한 상황에서 과연 정신우 선수가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몬트리올 갤럭시의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 확정.. 이 소식은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화제가 되었다.
-창단 첫해에 CS 진출 실화냐?
-신우가 있는데 CS가 문제겠냐?
ㄴ레알 신우 데리고 CS도 못가면 문제임.
-100마일 커터 던지는 거 보고 지렸다.
ㄴ난 기저귀 차고 봐서 괜춘.
ㄴㄴ레알 내츄럴 커터가 100마일 찍히면 어찌자는 거냐 ㅋㅋ
-그런데 100마일 커터 던질 정도면 포심 구속도 더 늘어나는 거 아님?
ㄴ레알 그러면 괴물이지.
-구속이 뭐 그리 쉽게 늘어나나 ㅋㅋ
-챔피언십시리즈에 누가 올라오던 신우를 이길 수 있는 팀이 있을까?
ㄴㄴ정상 컨디션이라면 신우가 다 바름.
몬트리올은 축제가 열렸다.
"시누를 위하여~!!"
"갤럭시를 위하여!!"
술집에서는 연일 사람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안면이 있건 없건 간에 다들 모여 술잔을 부딪치며 기쁨을 공유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면 그들의 환대는더욱 커졌다.
"응? 한국에서 왔어?!! 마스터! 여기 이 테이블 술값은 내게 달아나!!"
"한국에서 왔다고? 이것 좀 먹어봐!"
"시누의 나라에서 왔어?! 그럼 우리와 형제나 다름없지! 자, 한 잔 받으라고!!"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은 엄청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한국의 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갔고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형제의 나라가 또 생겼자너.
-조만간에 몬트리올에서 관광객 와서 '여기가 시누의 나라입니까?' 하겠네 ㅋㅋ-주모오오오오~!!
주모 과로사함.
모든 사람이 기뻐하며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기뻐하고 있을 때.
신우는 집에서 TV를 보며 다음 상대를 확인하고 있었다.
ILA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시즌 4차전도 어느덧 막바지입니다. 시리즈 스코어로 2 대 1로 앞서 있는 LA다저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면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이 확정됩니다.]
한국 팬들에게 친숙한 LA다저스는 포스트시즌의 단골진출팀이었다.
그건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팀의 베테랑이 된 코디 밸린저를 중심으로 한 타선은 막강했고 마운드 역시 견고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하는 게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상대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부상선수들로 인해 고생이 있었지만, 그래도 빈자리를 잘 채우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카디널스의 팜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시리즈였습니다.]
메이저리그 팀들은 유망주들을 직접 훈련시키지 않는다.
팜이라 불리는 마이너리그에 선수를 보내서 제계화된 훈련을 받게 했다.
그만큼 팜의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곳이 유망주들이 잘 클 수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선 매년 팜 랭킹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중에서 언제나 1, 2위를 다투는 곳이 바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그들의 팜은 과학적이며 체계화가 잡혀 있어 대형스타들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기반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올 시즌 카디널스의 팜이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디비전 시리즈를 앞두고 3명의 주전이 빠졌지만, 대체선수들이 들어오면서 그 빈자리를 잘 메어주고 있습니다.]
[시리즈 도중에도 일루수 월튼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노튼이 잘 해주고 있죠?]
[그렇습니다. 이런 두터운 선수층이 있었기에 그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해설위원과 캐스터가 열심히 카디널스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레전드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단기전에서는 유망주의 존재가 그리 크진 않지.]
[지. 차라리 슈퍼스타 한 명이 있는 게 나음.]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다저스가 유리하겠군.]
브루클린 다저스 출신 대지 밴스의 발언이 채팅창에 불을 지폈다.
[다저스 출신이라고 너무 다저스 편드는 거 아니냐?]
[지,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임.!
[야, 그거 내가 한 말 아니냐? ㅋㅋ)
[카디널스 애들 열 오르쥬?]
[지금 다저스가 유리한 건 팩트지.]
다저스 출신 레전드들과 카디널스 출신 레전드들이 충돌했다.
불타는 재팅창을 보며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기에 신우는 신경을 끈 채, 경기에 집중했다.
[1 대 1의 균형이 이어진 채, 7회초에 접어듭니다.]
[다저스는 이번 이닝이 기회가 되겠군요. 1번 타자부터 타순이 시작됩니다.]
다저스가 기회를 잡았다.
'이번 이닝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카디널스에게 흐름이 넘어간다."
[정답~!]
[이제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볼 줄 아누.]
레전드들에게 배운 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덕분에 경기를 볼 때도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다저스는 이번 이닝에서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때렸습니다!! 삼-유 간을 가르는 안다!]
베이스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우는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렸다.
'무사 1루다. 여기서 타자들과 정면승부보다는 변화구 승부를 이어가는 게 정석이야.'
[재도 그렇게 할 듯.]
[과연 결과는?]
레전드들의 말대로 카디널스 투수는 신우가 생각했던 정석과 같은 피칭을 이어갔다.
정면승부가 아닌 변화구 승부를 이어가면서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타자도 만만치 않았다.
[다시 볼입니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침착하게 볼을 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쁜 공이라 판단이 되면 아예 배트를 돌리지 않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쫓기는 건 투수가 된다.
[타자가 큰 경기에 익숙하네.]
[다저스 애들이 대체적으로 이런 경기에 익숙한 듯.]
[00 침착하더라.]
디비전 시리즈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다저스의 침착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저스는 4년 연속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중에 2번은 월드시리즈에 나갔었다. 그리고 그 멤버들 대부분이 현재 다저스의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었다.
포스트시즌의 경험치만 놓고 보면 그들만큼 익숙한 선수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런 경험치의 차이는 너희와의 경기에서도 나올 게 분명하다.]
'그럼 변화구보다는 정면승부가 나을 수도 있겠군요."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지.
[결국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갈림.]
[네가 잘 판단을 해야 되는 거다.]
한순간의 상황에 모든 게 갈린다.
그리고 그것을 잘 판단해야 했다.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코디 벨린지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그리고 다저스에선 최고의 선수가 들어오고 있었다.
[최고의 기회에서 최고의 …! @#! @#@!]
갑자기 깨지는 채팅에 신우의 눈이 커졌다. 이 현상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그는 곧장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있었다.
"매튜슨?"
[%$#@@#$1
그의 부름에 채팅이 올라갔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채팅이 깨져서 보였다.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 말도 안 돼, 아직 시간이 남았는데!"
그들과의 작별에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런 이별이라니?
"매튜슨! 이야기 좀 해봐요! 월터! 거기 있죠? 루스!! 콥!! 누구라도 좋으니 채팅 좀 쳐봐요!!"
하지만 누구도 채팅을 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제는 깨진 채팅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채팅창이 그 자리에서 사라진 듯이 벽만 보일 뿐이었다.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좌익수가 뒤로 물러납니다! 그리고…!! 몸을 날립니다!!! 잡았습니다!! 엄청난 슈퍼플레이가 나옵니다! 어? 그런데 밸린저 선수가 이상합니다. 베이스 앞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못합니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지만, 신우의 귀에는 더 이상 중계가 들리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레전드들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젠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에 욕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 신우의 방안에 경기결과를 알리는 중계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스코어 3 대 1로 다저스를 누르고 시리즈 전적을 동점으로 돌립니다. 다저스는 패배보다도 밸린저 선수의 부상이 더욱 무겁게 다가오겠네요.]
[그렇습니다. 중심타자인 밸린저 없이 치르는 5차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네요.!
밸린저의 부상.
그리고 카디널스의 승리.
시리즈는 동률이 되었다.
하지만 신우에게 중요한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레전드들이 사라졌다.
그것이 신우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