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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50화 (250/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50화

[끈질깁니다! 벌써 7구 승부!! 마이클 소렌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정신우 선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타자일순이 된 만큼 마이클 소렌 선수가 익숙해졌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렇게 투구수가 늘어나면 정신우 선수에게는 좋을 거 같지는 않은데요.]

1회부터 4회까지.

경기의 흐름은 무척이나 빨랐다.

특히 갤럭시의 수비는 짧은 시간만 진행됐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신우의 공격적인 피칭에 있었다.

한데 4회말에 템포가 늦어지고 있었다.

'역시 눈이 좋아.'

로진을 손에 묻히며 신우는 생각을 정리했다. 정민승부를 피하진 않았다.

7개의 공 중 대부분이 카운트를 잡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피칭했다.

'두스트라이크에 몰린 뒤로 아슬아슬한 공들은 모두 쳐내고 있다.'

투스트라이크 원볼.

현재의 카운트가 어떤 승부를 펼쳤는지 알려주는 듯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서 던졌는데, 죄다 쳐내고 있다.

어떤 공을 던져야 될까?

신우는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그건 토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고민의 이유는 조금 달랐다.

'어떻게 해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하면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 있을지, 토마스는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전달하느냐다.

'이런 상황이 가장 불편하단 말이지."

투수가 좋은 템포를 이어가면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런 템포로 공을 던지게 할 수 없었다.

변화를 주어야 했다.

그걸 잘 전달하지 못한다면 투수의 흐름이 깨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특히 정면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이 순간에 템포 변화는 약간의 망설임을 낳게 했다.

'신우라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디비전시리즈라는 큰 무대.

박빙의 상황.

퍼펙트게임이 진행중이라는 것까지. 작은 상황들이 모여 토마스의 결단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정면승부로……'

그때 요기 베라가 말했다.

[좋은 포수기는 한데, 너무 다른 사람을 신경쓰네.]

신우의 시선이 토마스에게 향했다.

경기에 집중했기에 보이지 않았다.

토마스의 고민하던 모습이..

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보였다.

'포수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타자를 잡을 것인가, 오늘 투수의 컨디션은 어떤가? 투수의 구종은 무엇이 좋은가? 그리고……"

신우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어떻게 하면 이 좋은 분위기를 끌고 갈 것인지 고민한다.'

"타임!"

[아~! 여기서 정신우 선수가 먼저 타임을 요청합니다. 이건 이례적인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정신우 선수가 직접 타임을 요청한 적은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인 거 같습니다.]

[갑자기 부상일까요?]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벤치에는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토마스 포수를 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동료들이 오려는 것도 막았네요.]

사람들은 생각했다.

배터리의 사인이 일시적으로 맞지 않았을 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 사인이 맞지 않은 적은 없었다. 당사자인 토마스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타임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몸 상태가 어디 안 좋기라도 해?"

자연스레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신우는 되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베스트 컨디션이다.

!!

그리고는 토마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니까. 다른 구종들도 체크하자."

토마스는 할 말을 잊었다.

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너무나 잘 이해했기 때문에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자신의 컨디션을 모를 리가 없다. 지금 어떤 공을 던지더라도 완벽한 공이 들어갈 거란 걸 본인 스스로가 알고 있어. 거기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건 나였다.

신우는 최고의 투수다.

토마스는 분명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약간의 불안감이 존재했다.

여러 요인이 낳은 약간의 불안감.

그것이 토마스가 평소의 리드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신우의 이 한 마디가 모든 불안감을 날려 보냈다.

"오케이!"

불안을 날려버린 토마스가 상쾌하게 대답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제이비어 감독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포수는 투수를 이해해도 투수는 포수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수비가 사인을 보내고 호흡을 맞춘다. 하지만 배터리는 특빌하다.

그들이 사인을 교환하고 공을 던지지 않는 이상, 경기는 시작되지 않는다.

이렇게 가까운 위치에 있는 포지션이지만, 투수와 포수를 가리켜 왕과 노예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고고하게 마운드에 올라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왕 (투수), 가장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150~160m의 공을 맹렬하게 돌아가는 배트 사이로 받아야 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는 노예 (포수),

'왕과 노예는 위를 본다. 하지만 왕은 위에서 위를 보고 노예는 아래에서 위를 본다. 태어난 위치가 다르기에 막 왕좌에 앉은 왕은 노예를 이해할 수 없다."

연륜이 쌓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이제 고작 2년차의 왕이라면 결코 노예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게 야구를 해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상식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젊은 왕은 다르다는 건가.'

제이비어는 그 이유를 신우가 kbo의 2군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태생이 고귀했던 왕이 아니라 바닥에서 올라온 에이스이기에 포수를 이해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만약 신우가 처음부터 에이스였다면 달랐을 거다. 젊은 에이스는 고집이 강하고 자기주의에 빠지기 쉬우니 레전드들의 말을 듣지 않았을 거다.

아니, 애초에 채팅창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부정했을 수도 있다.

신우는 절박했기에 그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했다.

그들과 함께했기에 메이저리그에 올 수 있었다. 그런 경험들이 쌓였기에 신우는 레전드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긍했으며 곧장 반영했다.

'포수는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어."

거기에 기묘한 경험 중 하나인 과거로부터 배운다에서 경험한 요기 베라의 기억이 토마스를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8구 던졌습니다!!]

빼애애애액~!!

[마이클 소렌-!! 여기서도 배트를 휘두릅니다! 아~! 공이 휘어서 배트에게서 도망칩니다! 엉덩이를 빼고 배트를 내밀지만!! 이미 공은 배트가 닿을 수 없는 코스에서 미트에 들어갑니다!]

"스윙!! 아웃!!"

[8구의 긴 승부 끝에 정신우 선수의 오늘 경기 첫 슬라이더로 승부가 결정됩니다!!']

[좋은 타이밍에 완벽한 변화구가 들어갔습니다. 토마스 포수의 노련한 리드가 빛을 발했네요!]

신우는 주위를 둘러보는 왕이 될 수 있었다. 8구의 승부를 끝낸 마이클 소렌은 소득없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후우… 후우……!"

"여기 음료."

동료가 건네는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덕분에 매말라서 갈라질 것 같던 입안의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됐다.

"역시 긴 승부는 지지냐?"

그런 마이클에게 윌리엄이 다가와 물었다. 마이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장갑을 벗었다. 장갑 안에 맺혀 있던 땀이 후두둑 쏟아져 땅에 떨어졌다.

배팅이란 외부에서 보기에 무척 쉬워 보이는 동작이다.

그저 서 있다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리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동작 자체가 쉽지 않다.

일단 일반인과 프로의 스윙 동작은 전혀 다르다. 프로는 신체를 극한까지 사용해서 모든 힘을 끌어모아 스윙한다.

이런 부담감은 빠르게 체력을 갉아먹는다 그러나 프로선수들은 이것으로 밥을 먹고 살기에 이런 것들이 힘들지 않았다.

타자에게 가장 힘든 건 배터리와의 수싸움이다.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고 예상하고 배팅을 한다. 이러한 작업은 엄청난 피로감을 낳게 한다. 공 하나의 긴장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할 지경이었다.

"죽을 지경입니다."

"그럼 된거다."

윌리엄이 미소를 지었다.

삼진을 당하고 들어왔지만, 질책이나 탓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나이스 배팅이었다."

오히려 칭찬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신의 감독을 보던 마이클은 고개를 저으며, 그라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우리 감독이 제대로 널 공략할 생각인가 보다. 윌리엄 감독.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유망한 감독이다.

그런 그가 신우를 공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 감독이 제일 무섭다니까."

3일 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수단 회의.

모든 선수가 모여 내일 있을 경기에 대한 미팅을 가지는 자리였다.

한데 오늘은 주전급 몇몇 선수들만이 모여 있었다. 선수들이 모이자 곧 코치진이 들어왔다. 그리고 단상에 윌리엄 감독이 올랐다.

"1차전에 선발로 에르난데스가 올라간다."

"에르난데스요? 설마 우리 클로저를 오프너로 쓰겠다는 건 아니죠?"

선수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하지만 1선발인 로렌스는 조용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하퍼가 말했다.

"로렌스, 너는 수긍한 거냐?"

"어. 팀을 위해서라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퍼의 시선이 윌리엄 감독에게 향했다.

"로렌스를 수긍시킨 전략이 궁금한데요."

"우리의 1차전 상대는 신우다. 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이란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마 1차전에서 그에게 1점을 뺏기도 어려울 수 있다. 정정하지, 뺏기 어렵다."

윌리엄의발언에 선수단이 술렁였다.

디비전시리즈를 앞두고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발언을 감독이 하다니 말이다.

하지만 윌리엄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디비전시리즈는 페넌트레이스와 다르다. 3승을 먼저 올리는 팀이 이긴다. 그리고 신우는 두 웨이 플레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시즌 50개의 홈런을 때린 타자가 어떻게 약점이 된다는 거죠?"

마이클 소렌이 질문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페넌트레이스에서의 기록이다. 충분한 휴식과 출전이 보장된 곳에서 올린 기록과 디비전시리즈라는 뒤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올린 기록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윌리엄의 말에 몇몇 선수들이 그의 전략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하퍼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1차전 선발을 던지는 신우의 체력을 최대한 갉아먹자는 이야기군요."

"정확하다. 페넌트레이스라면 2차전에서 휴식을 취해야겠지만, 이건 디비전시리즈다. 아마 선수 본인도 쉬려고 하지 않겠지."

2차전에 나온다면 체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고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전력에 빈자리가 생기니 우리에게 이득이 되겠군요."

"그래. 만약 나온다 하더라도 2차전은 우리의 에이스가 출격한다. 마운드에선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지. 그리고 휴식을 취하지 못한 신우는 분명 지치게 된다."

코지가 스크린에 화면을 띄웠다.

"신우는 갤럭시의 기둥입니다. 그가 있었기에 갤럭시는 이번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죠. 문제는 그를 대처할 선수가 갤럭시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갤럭시의 투수 로스터가 떴다.

"그것은 마운드와……"

또 한 번 버튼을 누르자 이번에는 타자 로스터가 떴다.

"타석 양쪽에서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팀을 떠받치는 중심선수, 하지만 그는 너무 넓은 범위를 홀로 떠받치고 있다. 그가 빠진다면 갤럭시에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 생기게 되는 셈이다."

윌리엄의 말에 하피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오호라, 그러니 1차전은 버리고 기둥에 금이 가게 만들자 이거군요."

"정답이다."

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 삼진!! 7회를 마감하는 삼진을 추가하며 오늘 경기 14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투구 수로 보아 8회부터는 불펜이 가동되겠지만, 에이스의 책임을 다한 정신우 선수입니다!!]

비전시리즈 1차전을 앞서나가는 갤럭시! 이제

뒷문을 잠그고 승리를 챙길 준비를 합니다!!]

갤럭시의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윌리엄은 초조해하거나 화내지 않았다. 단지 입꼬리를 올린 채,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는 신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신우는 숨을 헐떡이고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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