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49화
빼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들어갔습니다~!! 두 타자 연속 삼구 삼진!! 이번 이닝에도 최고구속 102마일을 찍으며 타자를 압도한 정신우 선수!!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며 타자를 압박합니다!]
신우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현재까지 던진 6개의 공이 모두 100마일 이상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어요. 컨디션이 최고조라는 걸 증명하는 듯합니다.]
[경이롭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필리건들은 당황했다.
"젠장! 저 괴물 같은 놈!!"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이런 피칭은 보여주지 않았잖아?"
"설마 그때는 힘을 아끼면서 던진 거야?"
"말도 안 돼! 여긴 메이저리그라고! 최고의 타자들이 있는데, 그게 가능한 이야기야?"
"하지만 저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필리건은 난폭하다.
그들은 적아를 구별하지 않고 야유를 보낸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폭도들은 아니었다. 단지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과격한 행동이 나올 뿐이다.
그게 과도할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구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야구에 해박하기에 야유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신우의 모습은 그들에게 미지의 생물처럼 보였다.
"저 녀석 외계인이야?"
이해할 수 없는 선수.
메이저리그는 그런 선수를 외계인이라 불렀다.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바로 그런 선수였다.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피칭을 한 선수. 그 이후로 외계인이라 불린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저 녀석은 괴물이다.
'외계인이야."
'인간이 아닌 거 같아.'
적에게 미지의 두려움을 남기는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두려워하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하퍼~!! 여기서 슈퍼스타의 위엄을 보여줘!!"
"네가 받는 연봉값을 하는 거다~!!"
"수비에서 보여준 슈퍼플레이를 보여줘!!"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서자, 필리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환호성을 질렀다.
신우가 갤럭시의 중심이라면 브라이스 하퍼는 필리스의 중심이었다.
[두 팀을 지탱하는 기둥들의 싸움이군요.]
[이 넓은 그라운드가 두 사람의 존재감으로 꽉 찬 느낌이 드네요.]
[그만큼 두 선수의 존재감이 거대하단 것이겠죠.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이자, 최고의 슈퍼스타인 브라이스 하퍼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브라이스 하퍼는 위험인물이다.
신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선수의 올 시즌 상대전적은 12타수 3안타, 2할 5푼의 타율을 기록 중입니다. 3개의 안타 중에는 1개의 홈런도 포함되어 있죠.]
[전적만 놓고 보면 정신우 선수가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기에선 이전의 전적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신우도 잘 알고 있었다.
과거의 데이터 따위는 머리에서 지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라.]
'예
매튜슨의 조언을 듣고 신우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상대가 사용한 전략은 단순히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것만이 아님.]
[숨은 이유가 또 있지.]
[그건 바로 네가 두렵기 때문이다.)
만약 필리스가 신우를 경계하지 않았다면 오프너란 극단적인 전략을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꺼내지 않았을 거다.
필리스가 그런 전략을 꺼낸 이유는 단 하나다. 신우가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 전략을 사용해서 현재 기세는 필리스에게 기울었다. 하지만 그 기운 각도보다 너의 존재감이 더 무거운 상태다.]
넘어갔던 기세가 다시 평행을 이루고 있는 상황.
[거기다 전략은 아직 성공한 게 아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점수를 내야 한다. 즉, 너를 공략해야 된다는 소리지.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결론은 하나다.)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런 신우의 눈에 워렌 스판의 채팅이 보였다.
[전략이 실패했다는 소리다.]
오프너는 극단적인 전략이다.
거기다 필리스는 마무리를 오프너로 활용했다. 말인즉슨, 경기를 끝까지 박빙으로 가져갈 생각이 없단 소리다.
콰직!!
[1구 던졌습니다~!!]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거의 동시에 브라이스 하퍼의 스윙이 시작됐다.
[패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파울!!]
[파울이 되긴 했지만, 초구부터 반응을 보였네요.]
타이밍이 늦었다.
브라이스 하퍼는 그것을 수정할 것이다. 토마스는 그것을 간파하고 사인을 냈다.
'바깥쪽)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2구 던집니다!!]
왜애애애액!!
매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공에 브라이스 하퍼가 하체를 회전시켰다.
뒤이어 골반이 돌아가면서 테이크백했던 배트를 돌리려는 찰나.
휘릭!!
'휘었다.'
공이 속도를 줄이면서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게 보였다.
뿌득~!!
하퍼는 골반을 멈추고 손목을 비틀어 앞으로 나가는 배트를 멈췄다.
그 모습을 본 토마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첫 변화구, 그걸 보면 당연히 유인구라 생각하겠지.'
퍽!!
직후 공이 존을 통과해 미트에 들어왔다. 그리고 구심의 손이 주저없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투!!"
[들어왔습니다!! 오늘 경기 첫 번째 써클체인지업을 던진 정신우 선수!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갑니다!!]
"나이스 체인지업!!"
하퍼의 시선이 토마스에게 고정됐다.
"약아빠진 자식."
"오우~! 최고의 칭찬인데?"
유들유들하게 하퍼의 도발을 넘기는 토마스였다. 그런 토마스를 보며 하퍼가 혀를 찼다.
[토마스 쟤도 약아빠졌.]
[첫 번째 변화구를 요구했는데, 그걸 존으로 요구하냐 ㅋㅋ]
[전후 상황과 타자의 생각마저 파악한 완벽한 1구였다. 그리고 이런 공이 들어간 직후에는 타자의 머리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요기 베라의 채팅이 올라가는 찰나.
토마스의 사인이 나왔다.
'몸쪽, 포심 패스트볼.'
앞서 두 타자를 상대할 때 자주 던졌던 공. 그리고 하퍼에게도 1구에 보여줬던 공이다. 위험한 리드였다.
하지만 타자의 머리가 복잡한 지금 이 순간에는 완벽한 공이 될 것이다.
'역시 토마스는 대단하네요.'
[그래, 좋은 포수다.]
[네가 해야 될 건 녀석을 믿는 거임.]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음이 되는 건 무적이나 어렵다.
그렇다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믿어야 한다. 믿음이란 것 역시 쉬우면서도 어렵다. 특히 투수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다. 공 하나에 경기의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를 책임져야 하는 투수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기에 경기 도중 포수의 사인을 거부하는 투수들이 많았다.
하지만 신우는 그러지 않았다.
'토마스의 미트를 향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토마스와 함께했다. 그렇기에 녀석이 얼마나 대단한 포수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거기에 망설임이 없는 이유는 또 있었다. 그건 바로 레전드란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채팅을 통해 끊임없이 토마스에 대해 칭찬을 하기에 신우는 더욱 망설이지 않았다.
던진다!!
콰직!!
쐐애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망설임이 담기지 않은 공이 무서운 속도로 쇄도했다. 그리고 하퍼에게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이 차이는 곧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 삼진!! 브라이스 하퍼를 삼구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1회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신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걸로 흐름은 다시 평행이 된 거죠?"
[과연 그럴까?]
[눈치가 없누]
[이 정도면 평행이 된 게 아니라, 완전히 기세를 가져왔지!
[안 느껴지?
"뭐가요?'
[등 뒤에 서있는 저 녀석들이 내뿜는 기세가.]
신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동료들이 보였다. 이전과 전혀 다른 기세를 내뿜는 그들의 모습에 신우는 순간 움찔했다.
[ㅋㅋㅋ 저런 애들이 상대라면 어떻겠음?]
"지옥이겠네요.'
[정답]
[필리스는 너한테 너무 집중했음.]
[덕분에 다른 선수들을 아예 놓치고 있었던 거지.]
[다른 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제부터 폭격이 시작되는 거지.]
고작 1회가 끝났다.
하지만 양쪽 진영은 몇 번이나 흐름을 가져가는 싸움을 해냈다.
야구를 잘 모르더라도 분위기는 읽을 수 있다. 그렇기에 팬들은 이 경기에 열광하고 있었다.
-긴장감 지리네.
-3연속 삼구삼진 실화냐?
-시누 개 멋있.
-이걸로 필리스 오프너는 완전 물 먹었네.
20. 이제 분위기는 갤럭시에게 넘어갈 듯?
마무리 없는 필리스는 무섭지 않지.
-필리스는 마무리를 오프너로 내놓을 때부터 무리수였지.
ㄴ어떻게 마무리를 오프너로 쓰냐 ㅋㅋ 니 님들 필리스 불펜 모름? LL -위에 님들, 올해 필리스 야구 안 봤음? 필리스 불펜에는 마이클만 있는 게 아님.
클로저가 나가리 됐는데, 또 뭐가 있음? L Lㅇㅇ. 지켜보면 암.
완벽하게 분위기가넘어간 상황으로 보였다. 필리스는 마무리를 오프너로 쓸 정도로 초반에 경기의 흐름을 잡으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필리스 벤치는 무척이나 침작했다. 윌리엄 감독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팔짱을 낀 채, 말없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1회에 무너뜨리는 건 어렵군. 타격 쪽에서 데미지를 받으면 흐름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에르난데스를 내보낸 건 간단했다.
1회 초 공격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면 1회 말 수비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 우리 팀 세 명을 모두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울 줄이야.'
신우의 피칭이 예상보다 더 뛰어났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러나 오프너 전략이 실패할 것을 예상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월리엄은 고작 하나의 전략에 이디비전 시리즈를 걸 정도로 멍청한 감독이아니었다.
'햇병아리들을 무너뜨릴 전략은 아직 충분하니까.'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마이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필리스는 2회부터 정규시즌 4선발 올리버를 등판시켰다.
[평균구속 95마일, 최고구속 98마일을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죠. 변화구가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정규시즌 풀타임을 뛰면서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8을 기록했습니다.]
선발 데뷔시즌에 메이저리그 두 자릿수 승수를올린 올리버.
분명 재능이 있는 투수였다.
특히 포스트시즌이란 무대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려댔다.
문제는 기세가 오른 갤럭시의 타선을 막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때렸습니다~!! 좌익수와 중견수 가운데에 떨어지는 타구!! 2루 주자, 3루 돌아 홈을 파고듭니다!!]
촤아아앗!!
[다시 1점을 추가하는 갤럭시입니다! 스코어 3대 0으로 벌어집니다!!]
[갤럭시 타선이 집중력 있는 타격을 보여주네요.]
4회,
어느덧 타자일순이 된 갤럭시는 순식간에 스코어를 3 대 0으로 벌렸다.
초반의 기세를 잡기 위해 전략을 보였던 필리스가 밀리고 있었다.
벌써 3실점을 했지만, 올리버는 크게 무너지진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경기를 내주고 있지 않는 선에서 피칭을 마감했다.
딱~!!
[이번에도 잘 맞은 타구!!]
"아웃!!
[아~! 그러나 타구가 유격수의 점프캐칭에 잡힙니다. 3회에 이어 4회에도 수비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올리버 선수네요.]
[역시 필리스의 수비는 무척이나 견고하네요.]
올리버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수비의 도움이 컸다. 수비들이 좋은 타구도 잡아내면서 경기의 흐름을 겨우 잡고 있었다.
그러나 3점의 리드는 무척이나 큰 점수 차로 보였다. 그 이유는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바로 신우였기 때문이다.
[4회 말! 정신우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현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습니다!!]
[필리스의 타선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우에게는 1점도 뺏기 어렵다.
그 사실은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3점이란 점수가 크게 느껴졌다. 마이클 소렌이 타석으로 향하려는 찰나.
"마이클!"
"예?"
"알고 있지?"
윌리엄 감독의 신호에 마이클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전략을 사용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