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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48화 (248/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48화

딱~!!

경쾌한 타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때렸습니다!!]

타구는 빠르게 외야로 날아갔다.

신우는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어차피 투아웃임.]

[미치도록 달려라!]

[저건 아슬아슬하겠네.]

레전드들의 채팅이 보였다.

그들의 말대로 타구는 아슬아슬한 곳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신우가 해야 될 일은 단 하나.

[뛰어라!]

타구를 보지 않고 뛰는 것이었다.

전력질주로 순식간에 1루에 도달했을 때. 신우의 시선이 다시 외야를 확인했다. 때마침 우익수, 브라이스 하퍼가 타구를 향해 몸을 날리는 게 보였다.

[브라이스 하퍼!! 몸을 날렸습니다!! 잡느냐? 놓치느냐?!]

놓치는 순간, 신우는 3루까지 내달릴 수 있다. 하지만 브라이스 하퍼는 망설임이 없었다. 망설임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 작은 차이지만, 그것이 낳는 결과는 전혀 달랐다. 공이 글러브에 들어가고.

브라이스 하퍼의 거구가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그리고는 글러브를 번쩍 들어 올렸다.

"아웃!!"

[잡았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환상적인 캐치로 타구를 잡아내는 브라이스 하퍼~!! 1회부터 슈퍼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역시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자신이 왜 필리스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인지 명확히 보여주는 수비였어요.]

브라이스 하퍼가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들어가는 그의 모습에 신우도 주먹을 쥐었다.

[수비도 잘하네.']

[조금만 늦었어도 놓쳤을 텐데.]

[망설임이없었음.]

[2사에 주자도 없었으니까, 안전하게 잡아도 됐을 텐데 말이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끝없이 올라갔다.

그때 로베르토 클레멘테의 채팅이 올라왔다.

[안타가 됐으면 작전이 무용지물이 됐을 테니까.]

하긴.]

[그것도 그렇네.]

[감독의 작전을 이해하고 승부처에서 확실히 해준다.]

[팀의 중심인 녀석이 해줘야 되는 거지.]

슈퍼스타라는 건 그런 것이다.

승부처에서 상대를 짓누르는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팀을 이끄는 기둥이자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다.

[이걸로 필리스의 선공이 먹힌 셈이네.]

필리스가 수비했지만, 작전을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그 승부수는 통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선수들이 잘 알고 있었다.

'세 번의 흐름 중 첫 번째를 필리스가 잡았다. 야구에는 흐름이란 게 존재한다. 긴 호흡의 스포츠인만큼 그 흐름은 통상적으로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 온다.

그 흐름 중 첫 번째를 필리스가 잡은 것이다.

[그리고 필리스는 이 흐름을 놓칠 정도로 바보 같은 타선이 아니지.]

더그아웃에 도착한 신우는 보호장구를 벗고 글러브를 착용했다.

그리고 모자를 쓴 채, 몸을 돌렸다.

"그걸 막으면 되겠네요..' ㅋㅋㅋㅋ]

[정답일세.]

[간단하지만 그게 맞다.]

심플한 대답.

하지만 그게 정답이었다.

흐름을 잡았다고 해서 그게 꼭 승리로 이어지진 않는다.

더그아웃을 나설 때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그게 에이스의 역할이다.]

마운드에 오른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디비전시리즈 1차전!! 역사적인 몬트리올 갤럭시의 포스트시즌 첫 선발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선수가 올라옵니다! 언터처블~!! 정신우 선수입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매 시즌 괴물 같은 활약을 보여준 그는 올 시즌에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투 웨이 플레이어로서 보여준 성적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그런 정신우 선수니, 오늘 경기를 멋지게 이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님?)

[아, 예. 분명 그럴 겁니다.]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지만, 김 위원은 평소와 달랐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장기레이스에서 신우의 투 웨이 플레이는분명 대단한 장점이 된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라면…. 거기다 모든 사람이 이길 거라 생각하는 지금 이때라면……'

관중의 대부분은 야구를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들의 마음을 모른다. 하지만 야구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다.

'홀로 마운드에 서는 게 얼마나 긴장되는지 말이야. 오랜 시간 뛰면 익숙해지긴 하지만…… 이런 큰 무대에서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어.'

무엇보다 누구나 이길 거라 생각하는 이 순간이라면 더 긴장될 수밖에 없다.

'이 긴장을 이겨야 하는 게 에이스의 숙명이지만. 일말의 불안감, 그것을 날려 보내줄 1회를 기대하는 김 위원이었다. 파앙~!!

"나이스 피칭~!!"

신우의 연습 투구가 마무리됐다.

공이 내야를 돌고 있을 때.

신우는 몸을 돌려 가볍게 숨을 골랐다.

[일부러 연습 투구에서 힘 빼고 던지더라? 왜 그랬냐?]

1회 초에 너무 뛰었어요. 덕분에 호흡이 아직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오올~! 그걸 눈치겠네.]

[노련해졌는데?]

[냉정하네.]

당연히 알아채야죠. 선배님들한테 배웠으니까요."

[닭살 돋누]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고분고분했냐?]

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배운다.

그것은 단순히 구종을 배우거나 수비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는 게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 단 한 경기를 온전히 체험한다. 즉, 신우의 모든 야구는 오로지 레전드들의 것을 경험해서 습득한 것이다.

오로지 진심이었기에 부정하지 않았다.

"플레이볼!!"

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1회 말 시작됐습니다. 필리스의 1번 타자는 올시즌 타율 3할 1푼 3리, 출루율 4할 4푼 7리를 기록한 마이클 소렌이 들어섰습니다.]

[마이클 소렌의 가장 큰 장점은 선구안입니다. 웬만한 유인구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정도로 선구안이 뛰어납니다.]

데이터는 신우와 토마스 모두가 가지고 있었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간다.

'오케이'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1구를 뿌렸다.

왜애애애액~!!

코스는 몸쪽.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선구안이 좋은 녀석을 상대로 굳이 변화구 승부할 이유는 없지]

레전드 요기 베라의 채팅과 동시에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101마일의 광속구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합니다!! 마이클 소렌은 꿈쩍도 하지 못하네요!]

[완벽한 코스로 들어간 공이었습니다. 때리더라도 빗맞은 타구밖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타석에서 벗어난 마이클 소렌이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여전히 엄청난 공을 평평 던져대네.'

같은 내셔널 리그이기에 마이클은 신우와 상대하는 게 처음이 아니다.

정규시즌에서 여러 차례 상대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공의 궤적이나 속도 변화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도 한 차례 더 빨라졌단 말이야.'

신기한 녀석이었다.

메이저리그라는 곳에 오래 있었지만 저렇게 빨리 실력이 늘어나는 녀석은 처음이었다.

'이미지를 조금 수정해야겠어.

마이클 소린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그 순간,

토마스는 느낄 수 있었다.

'분위기가 바뀌었어. 집중력이 올라간 건가?'

직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토마스는 슬쩍 손을 뻗어 모래를 훑었다. 만약 집중력이 부족하다면 여기에서 무언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선이야 당연히 투수에게 고정되어 있었지만, 몸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이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조심해서 가는 게….'

토마스는 마이클 소렌이 위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타율 3할, 출루율 4할이란 건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때 신우가 외쳤다.

"토마스!"

"응?"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신우의 모습에 토마스는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젠장,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토마스가 고개를 휙휙 내저었다.

'지금 마운드에 있는 건 우리 팀의 에이스다. 그런데 타자를 더 경계하다니.'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토마스가 사인을 보냈다.

'다시 간다.'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마이클 소렌은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그 타이밍에 맞추었다.

"흐앗~!!"

쐐애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

마이클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후웅!!

[2구 파울입니다! 거의 같은 코스였지만, 타이밍이 조금 어긋났죠?']

[예. 하지만 1구에선 반응하지 못한 공이었는데,  2구에는 때려낸 걸 보면 마이클 소렌에게 같은 코스로 던지는 건 위험해 보입니다.]

[확실히 마이클 소렌 선수의 눈은 좋기도 유명하죠.. 이번에는 변화구로 유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

1구와 2구.

모두 101마일이 찍히는 광속구였다.

마이클은 거기에 벌써 반응하고 있었다. 또한 가지.

마이클이 보여준 놀라운 점이 하나 또 있었다.

[대단하네.]

[네 회전에 벌써 타이밍을 맞추고 있는데?]

레전드들의 채팅에 신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 회전이 빨라진 걸 바로 간파했네요.'

신우의 구속이빨라진 건 정규시즌 후반이었다. 시즌이 거의 끝나갈 때쯤에 나온 구속상승에 언론은 경악했었다.

그 비밀은 신체의 회전에 있었다.

신우는 전신을 비틀어 회전력을 극대화시킨 투구를 한다.

이런 투구의 단점은 신체가 조금이라도 늦게 반응하면 밸런스가 바로 무너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우는 몸의 근육 하나하나를 감지할 정도로 뛰어난 신체제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완벽한 피칭을 선보일 수 있었다.

[그 속도를 더욱 올리면서 구속을 더욱 끌어올린 게 정답이었지.]

[타자들 입장에선 여기에 바로 반응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고 말이야.]

[그런데 저 녀석을 해냈단 말이지.]

[대단한 센스이자 눈이로군.]

160km의 공을 눈으로 보고 때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이 손에서 떠난 뒤의 이야기다.

투수가 와인드업하고 투구 동작을 이어가고 있을 때는 눈으로 투수를 보고 타이밍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마이클 소렌은 그것을 해내고 있었다.

[여기에선 공 하나 정도 빼도 나쁘지 않을 듯?]

[시간 차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체인지업을 던져서 눈을 속여라.]

레전드들의 채팅이 끝없이 올라갔다. 마이클 소렌을 공략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눈이 좋다는 건 그만큼 속이는 것도 쉽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런 전략들은 토마스의 머리에도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

'같은 코스로 두 개의 포심을 던졌어. 마이클 소렌의 눈과 센스라면 익숙해졌을 거다. 여기에서는 체인지업을 통해서 눈을 어지럽힐 필요가 있어.'

그렇게 판단을 내리고 사인을 내려고 할 때, 마운드 위의 신우가 먼저 움직였다.

[정신우 선수가 직접 사인을 내네요.]

신우의 사인은 간결했다.

손가락 하나를 펼쳐 자신의 모자쟁을 만지는 게 전부였다.

그것을 본 순간 토마스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짧지 않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앞으로 내밀었다.

[야야, 괜찮겠냐?]

[정말 그걸로 갈 거임?]

[지금이라도 바꾸지?]

몇몇 레전드들이 신우의 선택에 우려를 표했다. 그때 타이콥의 채팅이 올라갔다.

[이게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장기전이라면 여기에서 전략을 써도 괜찮겠지.]

뒤이어 월터 존슨의 채팅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건 단기전이다. 전략보다는 정면승부가 정답이야.]

그 채팅과 동시에 신우가 스트라이드를 했다. 콰직!!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는 순간. 전진하던 힘이 멈췄다.

그리고 그 힘은 방향을 들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우는 그 힘이 잘 이동할 수 있게끔 하체를 회전시켰다.

회전하며 생긴 플러스알파의 힘이더해져 허벅지를 지났다.

휘릭~!!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상체를 돌리며 힘의 이동에 더욱 강한 힘을 추가했다.

그렇게 완성된 힘은 어깨를 지나 팔꿈치, 손목 그리고 손끝으로 이어졌다.

"흐아아아앗~!!"

왜애애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날아간 코스는 이전과 같은 코스였다.

'이미 타이밍은 잡았……!"

마이클이 스윙을 위해 하제를 돌리는 순간.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나.

빼어어억!!

미트에 꽂혔다.

신우의 모자가 마운드에 떨어짐과 동시에 매튜슨이 쐐기를 박았다.

[에이스는 때로 정면에서 상대를 부숴 버려야 할 필요가 있는 법이지.]

뒤이어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아웃!!"

[사, 삼구 삼진!! 구, 구속은 무려 103마일이 찍혔습니다!! 엄청난 광속구로 필리스의 출루머신 마이클 소렌을 세 개의 공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단순한 삼구 삼진이 아니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명명백백 보여주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그 존재감은 상대에게만 보인 것이 아니었다. 뒤를 지키고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경기장을 찾은 팀을 응원하는 모든 팬에게 보내는 무언의 한 마디였다.

【내가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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