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44화 (244/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44화

[또 한 번 역사를 써내린 정신우!]

[한 경기 최다 탈삼진 23개로 경신!!]

[한계를 모르는 정신우! 그는 누구인가?]

특집, 특집 특집!!

신우의 등판일이면 스포츠기자들은 바빠졌다.

"젠장! 이런 기록을 또 남긴 선수가 있나?"

"김 기자! 자료 어떻게 됐어?!"

"준비 중입니다!"

"원고부터 빨리 넘겨!"

투나잇 베이스볼의 사무실에선 고성이 오갔다. 그만큼 바쁘다는 의미였다.

'정신우가 등판하면 매번 바빠지는군.'

장태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신우가 등판하면 역사적인 기록 경신을 이루어냈다. 메이저리그가 공식적으로 기록을 남긴 지 어느덧 120년이 흘렀다.

120년 동안 쌓인 기록이 데이터로 남아 있다. 하더라도 그걸 찾는 건 고된 일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탈삼진 기록이라서 다행이지."

만약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 아니라 연속경기 탈삼진 기록이었으면 머리 꽤 아팠을 거다.

과거 기록을 하나하나 찾아야 하니 말이다. 그나마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최근 신우가 경신했던 터라 정보를 수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들 차별점을 넣기 위해서 노력중이네.'

기자들 역시 경쟁을 해야 했다.

단순히 기록을 넣어 기사를 올리는 것이 아닌 자기만의 색깔을 넣어야 했다.

그것도 완벽한 자료조사를 통해서 말이다.

'시작해 볼까.'

장태호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들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시즌이 막바지를 달리고 있을 때. 한국에서도 슬슬 시즌이 끝나가고 있었다.

"와…… 이 형님 미쳤네."

박광수는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의 맞은편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최연우가 물었다.

"형님 또 홈런 때리셨다."

"신우 형?"

최연우가 손을 내밀자 박광수가 폰을 건넸다.

"무슨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50개 가까이 때리시냐."

"진짜네. 야, 너 올 시즌 홈런 몇 개나?"

"51개."

박광수는 올 시즌 역시 이름값을 해내고 있었다.  2년 연속 50개 이상의 홈런.

특히 올해는 작년의 기록을 경신하면서 본인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국내팬들은 벌써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야기할 정도로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최연우는 그런 박광수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명백한 비웃음.

그 표정을 본 박광수가 인상을 썼다.

"뭐 인마! 할 말 있으면 제대로 해!"

"염병~! 되지도 않는 영어 하는 거 보소. 야! 너 기사 끝까지 안 봤냐? 그 밑에 타율부터 보고 이야기하시지?"

타율?"

최연우의 시선이 기사를 마저 읽었다.

그리고 이내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최연우 씨 올해 타율이 어떻게 되시더라?"

"…"

삼?"

"3할 4푼 1리다! 됐냐?""

0.341

최연우의 올 시즌 타율이다.

이 기록은 올 시즌 KBO 전제 1위에 해당했다. 아직 1군 데뷔 네 번째 시즌밖에 되지 않은 최연우임을 감안하면 괴물 같은 성적이었다.

그런 걸 모를 리 없는 박광수였다.

즉, 목적이 따로 있었다는 소리다.

"신우 형님이 올 시즌 타율이 어떻게 되시더라?"

최연우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박광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3할 4푼 때리시는 최연우 선수 어디 가셨나? KBO의 천재 타자님이 말씀이 없으시네. 그래도 나는 아직 두 개나 앞서고 있는데, 최연우 선수는 신우 형님에 비하면, 앞서고 계시던가?"

깐죽황태자.

재벌 3세인 박광수에게 붙은 별명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그래도 무게를 잡는 모습을 보였지만 곧 본색을 드러냈다.

그렇게 얻어낸 별명이 지금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었다.

계속되는 깐죽거림에 결국 최연우가 폭발했다.

"아놔! 그래! 난 신우 형한테 따라 잡혔다! 이제 됐냐?!"

"낄낄, 그러게 왜 먼저 시비냐?"

"뭐하냐? 둘 다."

그때 이진철이 빈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없기는. 그래서 너희 둘 다 이번에도 대회 나갈 거지?"

"예, 나가야죠."

"저도 나갈 겁니다."

두 사람의 소속팀은 달랐다.

그런데 대회에 같이 나간다니?

거기다 이진철은 현재 무직이었다.

즉, 소속팀이 없다는 소리였다.

그런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대회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시즌 끝나고 바로 아시안게임이니까, 다들 긴장 풀지 말고 있어."

"알겠습니다."

아시안게임.

아시아에 속한 국가들이 모여 여는 대회였다. 올림픽처럼 다양한 종목들이 재택되어 국가의 명예를 걸고 경쟁한다.

야구 역시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 중 하나이자 한국의 효자종목이었다.

이진철은 WBC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도 투수코치로 합류하게 됐다.

"저, 코치님."

"신우 형도 이번에 합류하는 거죠?"

"못 들었냐? 나가리 됐어."

"예?"

"협회 간부가 직접 신우를 설득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건너갔는데, 신우가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하더라."

이진철도 건너서 들은 이야기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신우의 거절은 협회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왜 거절하셨대요?"

"글쎄다."

"안 물어보셨어요?"

평소 이진철의 성격이라면 이유를 물어봐도 충분했기에 박광수는 의아했다.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나? 녀석이 알아서 할 일이지. 그리고 그 녀석이 거절했으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냐?"

"하긴……"

"그 형이라면 충분한 이유가 있겠죠."

두 사람도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녀석을 데려오면 밸붕이야."

"어? 코치님도 밸붕이란 단어를 아십니까?"

"당연하지 인마! 나 이래 봬도 신세대야."

신세대라는 구시대 유물을 꺼내는 이진철을 보며 박광수가 고개를 지었다.

우승까지 2게임.

[스코어 2 대 2! 박빙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갤럭시의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산탄총 본능이 나오고 있는 갤럭시입니다!]

산탄총 본능.

갤럭시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나오는 단발성 타격을 빗대어 만들어진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런 갤럭시에게 기회는 찾아온다.

[때렸습니다!! 삼-유간을 빠져나가는 안타!]

볼!! 베이스 온 볼!!"

[풀카운트 승부에서 공 빠집니다! 1사 1, 2루의 찬스를 잡는 몬트리올 갤럭시! 그리고 타선에는 팀의 중심인 정신우 선수가 들어섭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예요. 정신우 선수가 여기에서 한 방을 날려줘야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타석에 들어서는 정신우 선수! 현재까지 48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50홈런까지 단 2개.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무했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는 신우였다.

당연히 투수는 승부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구 연속 유인구가 들어옵니다. 좀처럼 승부를 걸어오지 못하네요.]

[정신우 선수가 상대라면 어떤 투수도 정면승부를 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결국 승부를 걸겠죠. 그러지 않으면 만루의 상황에서 루카스 선수를 상대해야 합니다.]

갤럭시의 중심타선은 막강했다.

특히 신우의 앞과 뒤에 강력한 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신우를 피하더라도 다음 타자는 결국 상대해야 한다.

[여기에서 정신우 선수는 한 방을 노려도 됩니다!]

노림수가 필요한 시점.

누가 보더라도 투수가 던져야 하는 건 존에 들어오는 공이었다.

하지만 타석에 서 있는 신우는 알고 있었다. 피하는 게 아니야."

투수가 던진 2개의 공.

그리고 앞에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던졌던 공들을 보고 간파했다.

"제구가 잡히지 않고 있다."

투수의 영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었다. 분명 카운트를 잡으려고 하는 데도 공이 들어가지 않으니 투수로서도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건 승부는 들어오겠네.]

'그건 그렇네요."

영점이 잡히지 않은 투수.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적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패스트볼을 던지는 거다.

'몸쪽은 피할 거다.

영점이 잡히지 않는 상황.

투수는 승부를 하고 싶어한다.

이런 순간에 몸쪽 승부는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가운데에 넣지도 않을 거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하나였다.

'바깥쪽'

결정을 내린 신우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사인을 끝낸 투수가 시선으로 주자들을 견제하고는 이내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과직!!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며 그의 손이 포물선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기합과 함께 뿌린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예상대로 패스트볼이었다.

그리고 코스는,

걸렸어!!'

바깥쪽이었다.

코스와 구종 모두 읽힌 상황.

그리고 타석에는 메이저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인 신우가 있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때렸습니다~!!]

밀어 때린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우는 손에 쥐고 있던 배트를 던졌다.

[그리고!! 배트를 던졌습니다!!]

캐스터의 음성이 귀를 때리는 것 같았다. 물론 신우에겐 들리진 않지만 말이다. 그림 같은 배트 플립과 함께 신우의 걸음이 1루로 향했다.

카메라는 담장을 넘어 관중석에 떨어지는 타구를 비추었다.

[넘어갔습니다!! 시즌 49번째 홈런을 쓰리런으로 장식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완벽한 홈런.

그리고 팀의 승리를 이끄는 점수였다. 몬트리올은 축제 분위기였다. 야구팀이 돌아온 것만 해도 기쁜 일인데, 포스트시즌 진출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제 1승만 남았다!"

"으하하! 가을야구라니!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네!"

"포스트시즌 티켓 판매는 언제 하는 거지?"

"일단 확정은 지어야겠지."

몬트리올 시민들은 벌써부터 포스트시즌 티켓구매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곧 경기장을 찾는 발걸음으로 이어졌다.

언론에서도 연일 갤럭시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해 기사를 쏟아냈다.

[갤럭시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단 1승!!]

[1승만을 남겨둔 갤럭시!]

[장단 첫해에 이룬 대기록! 과연 언제 확정할 것인가]

어떤 언론에서도 갤럭시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잔여 경기가 10경기나 남아 있었다.

그중에 단 1승만 올리면 갤럭시는 가을야구를 확정 짓는다.

파이리츠가 패배해도 갤럭시는 자동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그렇기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의 신은 결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딱-!!

[아! 이건 큽니다. 9회 말 역전 투런 홈런을 허용하는 갤럭시입니다.]

불길한 징조는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펜이 역전을 허용하고,

딱-!!

[3구 타격!']

[그러나 유격수 정면으로 날아갑니다. 공은 곧장 1루로~!! 더블 플레이로 마지막 공격이 마무리됩니다.]

타격도 풀리지 않았다.

단 1승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연패가 시작됐다. 반대로 파이리츠는 연승을 쌓아갔다.

[연승의파이리츠! 연패의 갤럭시를 잡는 기적으로 보여주는가?]

[갤럭시의 연패는 언제까지?]

[역대급 역전극이 만들어질 수도!]

그러자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몬트리올 지역 언론만은 달랐다.

[우리에게는 신우가 있다!!]

도발적인 헤드라인.

하지만 그 문장만큼 몬트리올 시민들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는 게 없었다.

"그렇지! 이게 기사지!"

"우리에게는 시누가 있어!"

"시누가 등판하는 날에 깔끔하게 우승 결정짓고 가을야구 하자!!"

"시누만 믿는다!!"

수많은 팬의 기대를 등에 업고,

사실상 신우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일이 되었다. 1년 농사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경기.

누구라도 긴장하고 부담이 되어야 할 경기였다. 하지만 신우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평소대로 훈련을 하고 평소대로 밥을 먹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면서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클럽하우스의 동료들은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괴물이 따로 없다니까."

"내 평생 저렇게 배짱이 두둑한 녀석은 처음 봤어."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왜인지 저 녀석이 등판하면 마음은 편하지 않냐?"

"그건 맞지."

동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선발투수. 그는 명실상부 갤럭시의 에이스가 되어 있었다.

훈사실상 시즌 마지막 등판을 앞두고 신우는 생각했다.

그러니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겠지.'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자신이 다시 등판할 때까지 지구우승을 확정 짓지 못할 줄은 말이다.

[야구의 신이 널 사랑하네 ㅋㅋ]

[지, 주인공이 될 기회를 또 주네.]

그런데 이럴 때 제가 승리하지 못하면 찬물 끼얹는 거 아닙니까?"

[찬물만 끼얹을까?]

[밥상 엎는 거나 다름없지.]

[그것도 고기반찬이 떡하니 올라간 밥상을 뒤엎은 거지.]

농담들이 줄을 이었다.

그때 매튜슨의 채팅이명치를 때렸다.

[네가 지면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서 떨어질 가능성도 열린다.]

부담감을 줄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매튜슨은 잘 알고 있었다.

신우가 이런 것에 부담을 가지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무엇보다 이런 걸 모를 리 없었다.

'역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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