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43화
8이닝
24개의 아웃카운트.
[8이닝을 끝낸 정신우 선수의 탈삼진은 어느덧 20개가 되었습니다!!]
압도적인 경기내용에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엄청나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되지 않네요. 상대가 약한 것도 아니고 동부지구 2위인 워싱턴의 타선을 완벽하게 무력화시키고 있어요.]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 그리고 본인이 세운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인 21개까지는 단 1개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오늘의 정신우 선수라면 가능합니다!]
3개 중 하나,
체력이 떨어진 9회라는 점이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신우이기에 사람들은 기대를 품었다.
[9회초!!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남은 3개의 아웃카운트를 정리하기 위해 그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과직! 직!
스파이크로 마운드의 흙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후우~!"
[오늘 기록 깨야지?]
매튜슨의 말에 신우가 미소를 지었다.
해설위원조차 동률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매튜슨은 기록경신을 이야기했다. 그건 다른 레전드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야죠'
그리고 신우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다.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선수가 사인을 교환합니다!]
[첫 타자를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제력적인 부분도 염두에 둬야겠죠?]
[맞습니다. 벌써 94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구속이 떨어졌을 것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사인을 교환하고 정신우 선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와인드업에 뒤이어 신우가 킥킹을 했다. 그리고 스트라이드와 함께 힘을 집중시켜 공을 뿌렸다.
[초구 던졌습니다!!]
쐐애애애액-!
몸쪽 높은 코스,
'패스트볼이다 들어오지 않아.'
타자가 그렇게 판단하고 스윙을 멈춘 순간.
휘릭!!
공이 변화했다.
밑으로 뚝 떨어지며 마치 타자를 농락하듯 존으로 들어왔다.
퍽!!
"스트라이크!!"
[초구 커브가 존에 들어옵니다!!]
[하이 패스트볼처럼 들어오다가 뚝 떨어지면서 존에 들어왔어요. 타자 입장에선 패스트볼로 보였을 테니, 배트를 내밀 수 없었습니다.]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냈다.
무엇보다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토마스는 타석에서 물러나 배트를 돌리는 타자를 보며 그의 생각을 읽어냈다.
'짜증 나지? 패스트볼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떨어지니까.'
토마스의 시선이 신우에게 향했다.
별거 아니라는 듯 로진을 손에 묻히고 있는 녀석을 보며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플리터 유형의 공인 쓰리핑거 커브가 높은 곳으로 던지는 건 어렵다. 맞을 수 있다는 공포심 때문이지."
프로선수라고 해서 공포심이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프로이기에 더욱 공포를 느낀다. 한 번의 실수로 자신의 자리가 위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류급 선수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짚어지고 있는 게 많았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들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기에 더욱 두려워한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정신력인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그가 어떤 공을 요구해도 두려워하지 않는단 것이다.
말인즉슨 자신이 생각하는 모든 볼 배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이번에는 이거다.
토마스의 사인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와인드업하는 신우를 보며 타자의 머리는 복잡했다.
'이번에는 어떤 공이지? 다시 변화구?"
타자는 크게 양자택일을 해야 했다.
패스트볼이냐?
변화구냐?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패스트볼이었다. 녀석의 성격상 두 번 연속 변화구가 들어올 확률은 낮다. 이번에야말로 패스트볼로 승부를 걸어올 거야!"
그 판단은 정확했다.
왜애애액!!
[2구 던졌습니다!!]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코스는 몸쪽, 가슴 높이.
구종은 패스트볼이었다.
'걸렸어!!
자신의 예측이 맞은 걸 확인한 타자의 스윙이 더욱 위협적으로 변했다.
어떤 공이 올 것인지 예측할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타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그만큼 구종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타자는 정확히 패스트볼을 예측해냈다. 이런 경우 타자의 안타 확률이 높아진다. 보통의 경우라면 말이다.
후웅~!!
배트의 스윙에 가속도가 붙은 순간.
빼애애액!
'어?
예상보다 빠르게 공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배트가 채 돌기도 전에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삐어억!!
"스트라이크!! 투!!"
[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구속이 다시 100마일이 찍혔습니다!!]
9회다.
이미 투구수는 90구가 넘은 상황이다.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구속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상황.
8회만 하더라도 신우 역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사조처럼 되살아나는 정신우 선수의 광속구에 타자의 표정은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우는 전력을 다한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전력투구를 한다는 건 아니었다.
적절하게 힘을 사용해 타자를 요리해나간다. 이러한 노련함은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직 체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고? 100마일을 계속 던질 수 있단 말이야?'
95마일과 100마일.
단 5마일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체감속도는 그보다 더 빠르다.
무엇보다 스윙의 타이밍을 다르게 재야 한다. 그렇기에 투수의 체력이 떨어지면 타자는 스윙 타이밍을 조절해 간다.
신우를 상대하는 내셔널스 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신우의 구속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렇게 되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일단 패스트볼의 타이밍을 조금 더 앞당겨야겠어.
이제 투 스트라이크로 몰렸다.
변화구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대응을 해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변화구에 타이밍을 맞추고 타격에 임하면 패스트볼에 대응을 할 수 없습니다. 원 스트라이크까지는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노림수를 정할 수 있겠지만.]
[투 스트라이크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노림수를 펼칠 수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타자는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춘 채 스윙할 겁니다.]
[과연 어떤 공으로 결정구를 던질지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배터리, 사인을 교환했습니다!]
투 스트라이크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신우다. 여기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그가 하나의 유인구를 던질 것이라 생각했다.
문제는 어떤 공이냐였다.
'녀석이 던질 수 있는 브레이킹볼은 슬라이더, 쓰리쿼터 커브가 전부다.'
신우는 다양한 구종을 던지지 않는다. 패스트볼 계열로 빠지는 커터와 투심, 그리고 포심이 주구종들이었다.
브레이킹볼 계열로 빠지는 공은 단 두 개밖에 없었다. 슬라이더와 쓰리퀴터 커브, 쓰리쿼터 커브는 커브라기보다는 포크볼에 가까운 궤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체인지업도 있었지."
신우의 써클 체인지업은 유명했다.
그럼에도 타자가 마지막에 떠올린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 경기에서 체인지업은 거의 던지지 않았어."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체인지업은 오지 않을 거다.
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노리고 때릴 순 없었다. 지금부터는 대응이 우선이었다. 콰직!!
스트라이드를 한 신우가 몸을 회전시키며 3구를 뿌렸다.
왜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코스는 존의 가운데였다.
'실투!!"
실두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날아오는 속도나 공의 궤적이 패스트볼과 같았다. 타자는 망설이지 않고 배트를 돌렸다.
'걸렸…!
이번에는 반드시 때린다.
녀석의 기세를 꺾어버릴 테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뭐야?"
이상함을 느낀 건 배트가 1/3가량 돌아갔을 때였다.
'왜 안 와?'
분명 날아오던 공이 허공에 멈춰 있었다. 그 순간 머리에 떠오르는 하나의 구종..
'써클 제인지업……?
그것을 떠올린 순간 공이 변화했다.
존의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미친!!'
체인지업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서 던지는 공이다.
그런데 간혹 괴물 같은 투수들이 나타난다.
그들이 던지는 체인지업의 변화는 브레이킹볼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거기에 구속은 패스트볼과 큰 폭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선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길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말이다.
부웅~!!
어떻게든 스윙을 늦추려 했지만, 배트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그때까지 공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지 않았다.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난 건, 타자의 배트가 모두 돌아가고 그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을 때였다.
"스윙! 아웃!!"
[삼구삼진!! 환상적인 써클 체인지업으로 21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본인의 커리어하이와 동률을 이룹니다!!]
[이번 공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100마일의 패스트볼을 던진 직후에 바로 83마일의 써클 체인지업을 던졌어요.]
[엄청난 구속차이군요.']
[구속도 구속이지만, 가장 중요한 건 1구와 2구에 던져놓은 미끼입니다.]
[미끼요?]
[1구와 2구 모두 정신우 선수는 몸쪽으로 공을 던졌습니다. 그렇죠?]
[예. 1구는 쓰리핑거 커브로 몸쪽 높은 곳, 2구는 패스트볼로 몸쪽 가슴 높이로 던졌죠.]
[그렇습니다. 몸쪽 공들을 던짐으로 인해 타자의 눈은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사람의 눈은 정밀하지만 의외로 잘 속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기차가 눈앞에서 지나갈 때는 정말 빠르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렇죠.]
[하지만 멀리서 지나갈 때는 느린 것처럼 보입니다.]
[아, 분명 그렇게 보이죠.]
[이게 체감속도입니다. 몸에서 가깝게 공이 지나가민 타자의 눈은 평소보다 더 빠르다고 느낍니다. 그런 상태에서 바깥쪽으로 공을 던졌어요. 거기다가 자신이 가진 공들 중 가장 느린 써클 체인지업으로 말이죠.]
[와… 설마 그런 걸 다 생각하고 공을 던졌다는 겁니까?]
[예, 그만큼 정신우 선수와 토마스 배터리의 볼 배합이 좋았다는 뜻입니다.]
토마스의 볼 배합,
그리고 그 배합에 맞춰 던질 수 있는 신우의 능력. 이 두 가지가 하나가 되면서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합은 계속 이어졌다.
페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두 번째 타자 역시 삼진입니다! 5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헛스윙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이번 삼진으로 메이저리그 9이닝 탈삼진 기록을 경신합니다!!]
[정말 경이로운 피칭을 보여주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토마스는 신우를 잘 알고 있었다.
'신우의 가장 큰 장점은 강속구도 제구력도 아니다. 어떤 공이더라도 원할 때 던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무기지."
투수들마다 주 구종이란 게 있다.
이 구종들 외에는 아무래도 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공의 위력이 달라질 때도 있었다.
당연하게도 포수는 거기에 맞춰 볼 배합을 해야 했다 하지만 신우는 이런 부분이 없었다. 언제든지 원할 때 똑같은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지금 잘 드러나고 있었다. 따악~!!
"파울!!"
[3구 파울입니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 싸움에서 앞서나가는 정신우 선수!]
투아웃을 잡은 신우가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았다.
여기에서 투수는 또 다른 선택지를 가지게 된다. 유인구를 던질 것인가?
승부를 할 것인가?
토마스의 사인에 신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깊은 한숨을 내쉰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4구 던집니다!!]
투아웃 원 볼, 투 스트라이크..
이미 기록은 경신된 상황.
하지만 신우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기록은 경신할 수 있을 때……'
콰직!!
스트라이드와 함께 스파이크의 징이 마운드에 박히며 단단하게 하제가 고정됐다.
'경신한다!!
휘릭!!
그리고 몸 전체를 회전시키며 최후의 1구를 뿌렸다.
"흐아아앗!!"
왜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공은 배트의 위를 지나가며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페어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게임 셋!!!"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처리합니다!! 게임 끝!! 다시 역사를 써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카메라가 마운드 위의 신우를 잡았다.
토마스에게 공을 받아드는 그의 모습의 아래로 자막이 떠올랐다.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