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41화
저승튜브는 말 그대로 저승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다. 이승의 유튜브처럼 이곳 역시 운영을 위한 지침들이 있었다.
즉, 저승튜브의 약관의 가장 위에 있는 1조항을 제가 어겼다는 거네요.'
[그렇지.]
[정답.]
저승튜브의 1조.
그것은 바로 '죽은 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 라는
것이었다.
[네가 계속 방송하려면 죽는 방법밖에 없지.]
'사절입니다.
방송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하기 위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의문이 모두 풀린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러는 거죠?"
[원래 이런 케이스가 많은 게 아니야. 간혹 있어 왔기 때문에 운영자들도 논의가 길었나 보더라고.]
'운영자들이요?"
[염라대왕이랑 저승사자들.]
[어쨌건 결과는 방송중단, 그리고 저승튜브와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거지.]
'그게 이번 시즌이 끝나는 시점이고요."
[나름대로 배려를 해준 거야.]]
[0. 바로 끊어도 상관없을 텐데 말이지.]
[뭐, 배려라기보다는 매튜슨이 꼬장 좀 부렸지.]
'매튜슨 선배님이요?'
[쓸데없는 소리를.]
매튜슨의 채팅을 보며 신우가 눈을 껌벅였다. 그 뒤로 다른 이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원래 운영자들은 그냥 끊을 생각이었음.]
[저번에 연결이 끊어졌을 때 매튜슨이 정보를 얻기 위해서 운영자들이랑 접촉했거든. 그때 대충 이야기를 들었음.]
저승 쪽에서는 그때 연결을 끊을 생각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매튜슨은 곧장 염라대왕과 대면. 격렬한 토론 끝에 이번 시즌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결정이 됐다.
한 마디로 말해 매튜슨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는 소리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선배님.'
[신경쓰지 마라. 더 야구를 보고 싶은 욕심에서 벌인 일이니까.]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러나 굳이 여기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정 고마우면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신우도 알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그들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는 것.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다.
'아마 저승튜브가 먹통이 됐던 날부터 어렴풋이알게 되었지.'
정상적으로 되던 저승튜브의 송출이 끊겼다. 채팅창이 사라지고 레전드들과의 연결이 끊어졌다.
'그때 얼마나 당황했었는지.'
지금이야 웃으면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당황했었다.
그래서일까?
저승튜브와 작별이 확정되었을 때는 당황하지 않고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순간을 내심 예상하고 있었던 걸 수도 있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이 영원히 되지 않을 것임을 말이다. 처음부터 자신이 저승튜브에 방송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던 일이다.
죽은 자들을 위한 방송에 산 사람이 존재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뭐, 우리랑 헤어진다고 해서 영원히 빠이 하는 것도 아니지.]
'영원히는 아니라고요?"
[00 나중에 죽으면 만나게 될 거임.]
[너라고 계속 살겠냐 ㅋ]
한숨이 절로 나오는 채팅에 신우는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2대 1.' 박빙의 스코어였다.
파이리츠를 따돌린 갤럭시였지만, 아직 지구우승을 확정짓지 못했다.
남은 경기는 15경기.
지구우승을 확정짓는데 필요한 승리는 5승이었다. 5승을 먼저 올린다면 파이리츠의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지구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갤럭시는 하루라도 빨리 지구우승을 확정짓고 싶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예. 지구우승을 확정 지은 뒤에는 백업선수들을 경기에 투입하면서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고 컨디션을 점검할 시간이 생기니 일석이조가 되죠.]
지구우승이 중요한 이유는 팀의 운영에 있었다. 주전급에게 휴식을 주고 백업들의 컨디션을 체크할 시간이 늘어난다.
이는 감독의 큰 고민을 덜어주는 일이었다.
[갤럭시의 팀 성적도 그렇지만, 정신우 선수가 이번 시즌에 어떤 성적을 올릴지도 기대되네요.]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은 역시 2년 연속 20승이죠. 앞으로 1승만 더 올리면 20승을 달성하게 됩니다.]
[거기에 300탈삼진도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4피홈런 이하를 기록하게 될 경우 300탈삼진을 달성함과 동시에 한자릿수 피홈런을 2년 연속 기록하게 됩니다.]
[정신우 선수를 제외하면 1965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샘 맥도웰과 1999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있었죠?]
[정말 경이로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해설위원과 캐스터는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신우의 기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문제는 아직 그의 기록을 모두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후에는 타율과 장타율 등.
타격과 관련된 성적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온 것은 야구의 꽃, 홈런이었다.
[정신우 선수를 이야기하면서 역시 홈런을 빼놓을 수 없겠죠?]
[그렇습니다. 현재 45개의 홈런을 때려낸 정신우 선수는 팀 내 1위이자 내셔널리그 공동 3위,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20승에 4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게임에서도 이렇게 만들면 밸런스 무너졌다고 개발자들을 욕할 겁니다.]
[하하! 맞는 말이군요. 자, 밸런스를 무너뜨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신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석이 들썩였다.
"우~! 우~! 우~! 우~!!"
[정신우 선수의 챈트는 이제 원정경기에서도 울려 퍼지는군요.']
[정말 엄청난 인기입니다.]
홈경기에서만 환호를 받는 선수가 아니게 된 신우.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자연스레 수비들이 뒤로 물러났다.
[외야들이 뒤로 물러나서 수비를 하네요.]
[정신우 선수의 장타를 경계할 수밖에 없죠.]
타석에 들어선 신우가 타격자세를 취했다. 포수는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체크하며 정보를 얻으려 노력했다.
'젠장, 도무지 버릇이라는 걸 찾을 수가 없네.'
타자 역시 사람이다.
버릇이란 게 존재한다.
거기에 날마다 컨디션이 같을 수 없었다. 어떤 날은 컨디션이 좋고 또 어떤 날은 컨디션이 나쁘다.
그러한 부분들은 전력분석팀에서 체크할 수 없다.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포수가 체크해서 투수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신우는 그런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한결같단 말이지.
그래서 신우를 상대하는 게 가장 까다로웠다. 매일매일 컨디션이 같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녀석은 정말 그런 것처럼 보였다.
'지금 불편해서 나올 건 없지. 정석대로 간다. 전력분석팀에서 전해준 데이다. 그것을 가지고 상대해야 했다.
포수가 사인을 내고 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를 잡는 투수의 모습에 구심이 자세를 낮추고 신우 역시 머리를 고정했다.
[1구 던졌습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날아들었다.
신우는 곧장 반응했다.
바깥쪽 낮은 코스,
데이터상 신우가 가장 어려워하는 코스였다. 신우의 시즌 타율은 0.358.
스트라이크존을 9분할로 나누어 봤을 때 대부분의 코스가 3할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단 한 곳.
바깥쪽 낮은 코스만은 2할 중반을 유지했다. 용의 역린과도 같은 곳.
그곳을 향해 정확히 날아오고 있었다.
'초구는 잡았….!
제대로 공략했다고 생각했다.
구속, 구위, 제구까지.
삼박자가 들어맞으면서 정확히 존을 찔러왔다. 그 순간, 배트가 포수의 눈앞을 지나갔다.
후웅!!
그리고 배트는 결대로 공을 때렸다.
따악~!!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외야에 떨어집니다!! 타구는 낮고 빠르게 날아가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스핀이 걸린 타구는 단순히 떨어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파울라인 밖으로 휘어져 나갔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신우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2루로 내달렸다.
[정신우 선수 달립니다!!]
[좌익수가 이제야 공을 잡았어요!]
[공을 잡아 2루로 다이렉트 송구!!]
송구된 공이 이루수 글러브에 들어왔을 때, 이미 신우의 발은 베이스 위에 있었다. 여유롭게 2루에 도착해서 심판에게 양손을 들어 올려 될 의사가 없음을밝히자 곧 볼데드를 선언했다.
[좌익수 앞 단타가 되었어야 할 타구가 2루타로 바뀝니다!]
[정신우 선수의 전력 질주가 빛을 발했습니다.]
[최근 정신우 선수는 매 플레이에서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현지 팬들의 환호를 끌어내고 있죠.]
매번 전력을 다한다는 것.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신우는 투 웨이 플레이어다.
두수는 물론 타자로도 경기에 나서야 한다. 체력분배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그는 매 플레이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한 모습은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우~! 우 ! 우 ! 우~!!"
신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난감해진 곳이 있다. 바로 레스키였다.
"현재 제작한 몬스터의 인기가 예상보다 높습니다."
"각국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러닝화 버전의 판매량이 매우 높아 물량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몬스터.
신우와 레스키의 콜라보레이션 1탄의 모델명이었다. 오리지널 모델은 야구화였다.
하지만 레스키는 단순히 야구화만 내놓은 게 아니었다.
야구를 즐기는 나라는 한정적이다.
그러나 레스키의 고객은 전 세계 각국에 퍼져 있었다. 당연하게도 더 많은 고객을 노리고 상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바로 러닝화였다.
신우가 평소에 작용하는 러닝화라는 마케팅을 이용해 제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러닝화의 판매량은 각국에서 단숨에 상위권을 차지했다.
신우가 모델이라는 점도 크게 먹혔지만, 디자인 역시 역대급이란 평가가 자자했다.
거기에 최근 신우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판매량에 추진기가 달려 순식간에 치솟았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야구화의 판매량 역시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러닝화를 얻지 못한 팬들이 야구화를 구매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착용하지 않더라도 구매해서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야구화는 야구를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다. 밑장에 징이 박혀 있어 인도에서는 신고 다니는 게 불편하다.
그럼에도 팬들은 사고 있었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추정할 수 있었다. 하나는 레스키의 충성고객들이다. 그들은 레스키에서 나온 상품은 일단 구매한다. 실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단순 소장용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른 하나는 재테크다.
"인터넷에선 정신우의 가치를 매우 높게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신우의 인기가 앞으로 더 높아지면서 초기모델의 가치가 더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사둔다는 건가?"
사람들은 과거를 보고 배운다.
마이클 조던과 레스키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인 에어조던.
이 상품의 초기모델은 마이클 조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가치가 높아졌다.
특히 매니아들은 수십 배나 높은 가격에도 구매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짐 팔머는 이런 현상을 경험하는 게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대중은 정신우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거겠지."
레스키와 계약한 수많은 스포츠 스타. 그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일찌감치 연장계약, 아니, 종신계약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어.'
그리고 그를 높게 평가하는 건 짐 팔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짐 팔머는 회의를 진행하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갔다.
시즌 종료까지 12게임이 남았다.
그리고 갤럭시가 지구우승을 확정 짓기까지 남은 경기는 단 3게임.
그 시점에서 신우가 마운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