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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40화 (240/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40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32개 구단 체재, 미지의 세계에 대한 결론은 성공적이었다. 몬트리올 갤럭시의 흥행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양대리그 포함 매진 경기가 4번째로 많았다. 입장권 판매수익 역시 3위에 랭크됐다. 유니폼 판매량은 다소 밀렸지만, 1위인 정신우가 소속되어 있으면서 전체 6위에 오를 수 있었다.

거기에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성공하면 갤럭시는 첫해부터 막대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컸다.

드라코 역시 갤럭시만큼은 아니었지만, 중위권 가량의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뭐, 드라코에게는 당장의 수익을 기대한 게 아니지."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서류를 보다 고개를 들었다. 음소거로 된 TV에서는 갤럭시와 파이리츠의 3차전이 중계되고 있었다.

이번 시즌 두 팀이 맞붙는 마지막 시리즈다. 1위를 두고 싸우고 있기에 당연하게도 중요한 경기가 되었다.

'갤럭시가 이렇게까지 선전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커미셔너라고 해서 모든 걸 예측하진 못한다. 특히 팀과 선수의 성적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갤럭시의 구단주인 빌 헤리스의 의지가 강했다는 점이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엄청난 의지를 보여주었지."

그 의지가 현실에 반영될지는 장담하지 못했다. 구단만 창단을 하고 운영을 개판으로 하는 케이스도 많았으니 말이다.

어쨌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올 시즌 수익이 15%나 올랐군."

15%,

적은 금액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1년 수익이 약 100억 달러인 것을 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개의 구단을 창단한 것만으로도 15억 달러의 수익이 늘어났다는 소리다.

'벌써 내년 시즌이 기대되는군."

32개 구단 체재로 선보일 내년 시즌의 이벤트들. 그것들의 중심에 설 정신우의 모습이 TV에 나타났다.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것인가?! 갤럭시의 함장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소위 메이저리그 클래스의 실력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선수들간의 실력 격차가 크지 않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간혹 괴물들이 등장한다.

이 괴물들은 리그 전체를 씹어먹으면서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 선수와 같지 않았다. 뼈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삼진입니다!! 5회까지 벌써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그야말로 압도적!! 압도적인 피칭입니다!!

차원이 달랐다.

신우는 파이리츠의 타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단 하나의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그 역시 배트가 부러지면서 나온 행운의 안타였죠. 그것을 제외하곤 한 마디로 피폐트입니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퍼펙트게임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한층 더 무서운 모습이군요.]

[확실히 오늘 그의 모습은 평소와 다릅니다.]

평소 신우의 모습에는 여유가 있었다. 마운드에서 전력을 다하지만, 어딘가 여유를 가진 이중적인 모습.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의 모습에서는 살기마저 느껴졌다.

그리고 그러한 기세는 상대 타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제, 젠장, 도대체 뭐야? 이 압박감은?"

[5회 초! 투아웃을 잡은 상황에서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합니다!]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히고 마운드에 섰다. 그의 시선에 닿는 타자의 생각이 읽히는 듯 했다.

[이미 압도당했누.]

[어쩔 수 없지. 마운드에서 이렇게 살기를 뿜어대는데.]

[크으 !시누 분위기 마음에 드네.]

[지, 지금까지 본 것중에 최고로 마음에 듬.]

레전드들의 채팅이 보였다.

하지만 신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단 하나의 목적만이 있었다.

승리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신우는 잡념을 떨처냈다.

'바깥쪽 패스트볼.'

토마스가 사인을 내면.

빼애애액~!!

퍼어억!!

"스트라이크!!"

신우가 그곳으로 공을 던졌다.

단 1m의 오차도 없었다.

미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공은 그곳에 꽂혔다. 완벽한 컨트롤.

그리고,

[99마일의 광속구가 보더라인에 걸치며 들어갑니다!!]

완벽한 구속이 전광판에 찍혔다.

토마스는 미트를 낀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엄청난 파괴력이군. 최근 이 정도의 위력은 느껴본 적이 없는데.'

토마스는 신우와 함께 퍼펙트게임을 합작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렇기에 그가 전력으로 던지는 공들도 자주 받아봤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공은 처음이었다.

'페를 울릴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다. 이런 공을 던지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냐?"

포수는 투수와 가장 가까운 파트너다. 언제나 함께 호흡하고 같이 경기를 만들어간다. 그렇기에 공을 받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투수가 어떤 상태인지 말이다.

오늘 신우의 상태는 분명 평소와 달랐다.

'물어보는 건 경기가 끝나고 나서 해도 상관없겠지.'

만약 이런 변화가 안 좋은 쪽으로 영향을 끼치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지금 신우의 컨디션은 어떤가? 완벽 그 자체였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이유를 캐물을 이유는 없었다.

'자, 다음 공은 여기다. 파트너!"

그저 신우를 믿고 미트를 내밀 뿐이었다. 7이닝 무실점 15탈삼진 0볼넷 1피안타. 지구 2위이자 유일한 추격자였던 파이리츠를 상대로 에이스가 올린 기록에 팬들은 환호했다.

-오늘 시누 정말 멋지지 않았음?

평소랑 분위기가 달랐지.

ㄴㄴ 에이스의 묵직함이 느껴졌음.

-현장에서 보고 왔는데, 소름 돋을 정도였음.

그 정도였음?

-Lo 0. 레알 현장에서밖에 느낄 수 없음. ㄴ ㄴ 나도 현장에서 보고 나중에 하이라이트도 봤는데, 분위기 전달이 안 되더라.

-시누의 경기는 현장에서 봐야 함.

크! 몬트리올 가야겠네.

-직관 함 가야겠다.

인터넷에서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신우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현장에서밖에 느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일종의 뜬소문처럼 전해진 이야기.

누군가는 신우의 팬들이 그를 신격화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야기가 구체화됐다.

-오늘 신우 홈런 봤음? 미쳤더라.

ㄴ레알 배트 휘두를 때 살기가 느껴짐.

-이건 꼭 현장에서 봐야 함.

-예전에도 직관은 했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던데?

-뭔가 변했음.

-FA로이드 맞은 선수 같던데.

CFA 되려면 아직 멀었잖슴?

-포스트시즌이 눈앞에 있으니까, 기합이 팍팍 든 거 아니겠음?

신우의 변화를 중언들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그와 동시에 신우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딱-!!

[때렸습니다!! 오늘 안타로 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합니다!!]

[최근 컨디션이 무척이나 좋네요. 타격이 깔끔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신우의 타격감이 폭발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신우는 결정적인 순간에 터트리는 한 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괴물 같은 정교함을 장착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승리에 대한 집착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루가스의 그라운드볼에 2루까지 진루한 정신우 선수, 득점권에 위치합니다.]

2루에 위치한 신우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3 대 1. 리드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2점의 리드는 불안하다.

언제든지 역전을 당할 수 있다.

오늘 마운드를 생각했을 때 더 점수를 내야 된다. 신우는 스파이크에 묻은 흙을 털어냈다. 확실히 내 발에 맞춘 신발이라 그런지 편하군."

레스키에서 제작한 에이스 슈즈의 첫 번째 모델, 몬스터였다.

이 신발은 판매용으로 만드는 양산형이 아니었다. 신우에게 모든 걸 맞추었다.

겉모습은 같을지 몰라도 오직 신우를 위한 단 하나의 신발이란 소리였다.

편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달릴 생각이냐??]

타이 콥이 물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역대 도루 3위에 올라 있는 선수였다.

당연하게도 신우의 폼을 보고 바로 눈치챘다.

'기회가 온다면요.

[내야수들 움직임 보면 네 발도 돼 견제하는 거 같은데?]

신우의 시선이 주위를 살폈다.

확실히 그렇네요."

[이전에 보여준 주루플레이 이후로 견제하는 움직임이 많아졌네.]

[ㅋㅋ 이제 보여주면 바로 연구가 되네.]

[최상위 클래스니 어쩔 수 없지.]

신우가 하나의 플레이를 보여주면 다른 팀들은 그걸 바로 연구한다.

그리고 대안을 내놓는다.

신우는 얼마 전, 빠른 발을 선보였다.

지금 상대는 그때의 데이터를 가지고 신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수비를 조정하고 있었다.

[어쩔 거임?]

'기회를 봐야겠죠.

이런 수비 포메이션이라면 무턱대고 될 수 없다. 하지만 기회가 온다면 놓칠 생각은 없었다.

'이겨야 하니까요.'

승리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신우였다. 신우는 리드폭을 넓힌 채, 무게중심을 낮추었다. 언제든지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사이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4구까지 이어졌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좋은 코스로 공이 들어오면 파울을 만들어내면서 공격 기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점을 내는 게 갤럭시 입장에선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2점차의 리드는 불안해서 그렇겠죠?]

[예. 갤럭시의 마무리와 셋업맨은 강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목은 아직 약한 편입니다. 점수를 벌릴 수 있을 때 확실히 벌려두는 게 좋습니다.]

신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집중력을 끌어올려 점수를 낼 기회만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딱~!!

[5구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기회가 찾아왔다.

신우는 타구의 질과 방향을 확인했다.

뚫린다."

타구의 방향은 우익수와 중견수의 사이로 날아갔다. 저 속도라면 잡을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하는 게 좋았다.

신우는 서서히 리드폭을 넓히면서 타구의 위치와 수비의 위치를 정확히 간파했다.

'잡지 못한다.

확신이 드는 순간.

그는 스타트를 끊었다.

파밧-!!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3루 베이스를 지나 홈으로 파고들었다.

[아~! 정신우 선수, 속도를 높입니다!! 그리고 타구는 원바운드가 되어 우익수의 글러브에 들어갑니다!]

[자이언츠의 에릭 선수의 어깨는 강합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거예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에릭 모레이. 그의 어깨는 강견으로 유명했다. 송구의 구속의 100마일을 넘은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거기에 정확도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릭은 최고의 송구를 지금 이 순간 선보였다.

"흐앗~!!"

쐐애애애액-!

레이저와 같이 낮고 빠른 송구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신우는 멈추지 않았다.

송구가 날아오는 것조차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단 하나.

홈플레이트만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공이 먼저 미트에 들어왔다.

포수가 공을 포구하고 몸을 돌려 신우를 향해 미트를 휘둘렀다.

그 순간,

신우의 눈에 일직선으로 뻗어 있던 홈플레이트를 향한 길 사이에 장애물이 생기는 게 보였다.

저 장애물을 넘어야 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순간 그의 뇌리속에 남아 있는 누군가의 경험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

[공이 먼저 도착합……!]

모든 이들이 아웃이 될 거라 생각하는 순간. 신우가 땅을 박찼다.

전력으로 달리는 와중에 박찬 그는 자세를 낮추고 있던 포수의 머리 위를 뛰어넘었다.

[날았습니다!!]

촤아아앗!!

앞구르기를 하며 땅에 착지한 신우는 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쓸었다.

"세이프!!"

[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곡예를 선보이며 포수를 뛰어넘은 정신우 선수!! 팀이 달아나는 점수를 만들어냅니다!!]

[어, 엄청난 주루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플레이로 점수를 만들어냈어요!!]

중계팀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본 현장의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 우~! 우~! 우~!!"

그 열광을 일제히 토해내며 신우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이날.

갤럭시는 스코어 4 대 2로 승리를 거두면서 지구 1위를 지켜냈다.

만약 신우의 이 점수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상황.

그렇기에 신우의 이 플레이는 더 빛을 발했다. 당연히 언론은 신우를 집중조명했다.

[갤럭시의 함장 정신우! 다시 팀을 승리로 이끌다!]

[승리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플레이에 팬들을 열광케 하다!]

[정신우의 활약에 레스키 함박웃음! 에이스 슈즈 첫 번째 모델인 몬스터 매진 행렬!! 주식도 10% 급등!!]

기사만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신우에 대한 검색빈도 역시 무섭도록 증가했다.

이미 절정을 찍었을 거라 생각했던 인기는 천장을 모를 정도로 치솟고 있었다.

신우는 침대에 누워 자신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스마트폰을 끄고 천장을 바라봤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멍하니 전장을 응시하는 것 같았지만, 신우의 시선은 달랐다.

하나의 창이 그의 눈앞에 떠 있었다.

평소 보이던 채팅창이 아니었다.

[방송종료까지 D-46]

방송종료를 알리는 알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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