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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37화 (237/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37화

레스키의 촬영팀과 해밀턴은 오늘도 경기장을 찾았다.

사실 레스키가 필요로 하는 촬영은 이미 끝났다. 가지고 있는 영상들을 가지고 조합하면 충분했다. 하지만 총괄인 해밀턴이 본사에 주장해 기간을 연장했다.

'더 좋은 그림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해밀턴이 그러한 선택을 내린 이유는 갤럭시가 연패에 빠진 뒤였다.

1위가 위태로운 상황.

그때부터 신우의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분명 무언가 달라졌어.'

사실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해밀턴은 레스키에서 수많은 광고를 찍었다. 많은 슈퍼스타를 만났고 그중에는 한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축구, 미식축구, 농구 등.

각종 팀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촬영을 했다.

그들과 비슷한 분위기다.'

신우도 베이스볼을 대표하는 선수다.

하지만 그들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들은 다년간 종목을 대표해 왔다.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지."

최고의 위치에 1년만 오르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그 위치를 커리어 내내 지키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레전드라는 평가를 받기 충분한 증거였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스포츠스타들이 이런 케이스였다.

그리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의 종목에서 나이를 떠나 최고의 활약을 필쳐가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기에 알 수 있어. 신우는 무언가 변화할 거다."

제2의 베이브 루스.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 된 신우를 부르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해밀턴은 알고 있었다.

'누군가를 대신한다면 결국 거기까지인 거다. 그 이상을 넘어서야 해.'

수많은 스타와 함께 일을 했던 해밀턴이다. 그렇기에 최고의 선수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신우에게 일어난 변화가 그런 모습을 위함이라는 걸 간파해낸 것이다.

"한 장면도 놓쳐선 안 돼. 나중에 편집하더라도 일단 풀샷으로 전부 찍도록 해."

"경기 전부를요?"

"그래. 이미 위에는 허락을 받았으니, 걱정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광고는 고작해야 30초짜리다.

그것을 위해 몇 시간이나 되는 경기를 풀로 찍다니, 무엇보다 앞에 이미 찍어둔 영상도 수두룩한 상태에서 말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찍고 싶었다.

'새로운 아이콘의 탄생을 남길 수 있다면 저렴한 비용이지."

최고의 순간을.

신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3구 볼이 들어오면서 볼카운트는 두볼 원스트라이크가 됐습니다.]

[비록 무사 1, 2루가 되었지만, 로드리게스의 공격적인 피칭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로드리게스의 피칭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대결을 피할 생각이 없다는 걸 말이다.

[에이스의 자존심이지…

[이제 너도 알 듯?]

예'에이스란 팀을 대표하는 선발투수다.

두 명이 될 수 없고 오직 단 한 명의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이름이었다.

그런 투수가 타자와의 승부를 피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팀의 자존심을 담아 던지는 공은 묵직했다. 신우의 배트가 밀릴 정도로 말이다.

'자칫하면 밀린다.

이럴 때의 선수는 생각 이상의 힘을 내기 마련이다.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신우는 더욱 집중했다.

[볼카운트는 유리한 상황, 과연 정신우 선수! 여기에서 팀의 선취점을 낼 수 있을지!!]

에이스 대 에이스의 대결,

현재까지는 신우가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결은 투수와 타자로서의 대결.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번 공격의 성공 여부가 승패의 열쇠가 될 수 있겠네요.]

한 번의 타석에 달린 무게감이 달랐다. 팀이 빠진 연패에서 구원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 반대로 로드리게스는 이번 위기를 반드시 넘겨야 했다.

[사인을 교환한 로드리게스 투수, 세트 포지션에 들어갑니다.]

로드리게스의 시선이 주자들을 확인했다. 토마스는 묵묵히 베이스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앤더슨은 달랐다.

"헤이! 헤이!"

좌아앗~!!

연달아 큰 소리를 내거나 다리를 끌어 소음을 유발했다.

그리고 베이스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가는 등. 로드리게스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행동을 반복했다.

[깐족 만렙이누.]

[레알 저런 섹 있으면 견제구 던지는 척하면서 맞추고 싶음.]

[ㅋㅋ]

[로드리게스 이 갈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쟤 나중에 저승 와서도 저 꼬라지 하면 사망각 Oz?]

레전드들의 채팅은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만약 깐족거림에 레벨이 있다면 앤더슨은만렙 플레이어였을 거다.

그 정도로 투수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이번 투구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투수의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런데 그 주자에게 신경을 더욱 가는 상황이라면? 당연하게도 타자와 제대로 된 승부를 펼칠 수 없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앤더슨은 절묘하게 승부에 끼어들고 있는 것이었다.

'실투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신우가 생각을 정리하는 순간.

로드리게스가 스트라이드를 밟았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태도였다. 그것이 실수라는 걸 신우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역시 정상급의 투수였으니 말이다.

"흐아아앗!!"

빼애애액~!!

기합과 함께 뿌린 공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다리를 내디딘 신우는 하체를 회전시키며 공이 날아오는 결대로 배트를 돌렸다.

후웅~!!

배트가 몸쪽을 파고드는 공을 그대로 받아쳤다. 따악~!!

[때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우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타구는 굉장한 속도로 날아갔다.

우익수는 몸을 돌려 타구를 쫓다 이내 멈추고 말았다.

[수비는 타구를 쫓지 못하고 관중석에 떨어지는 타구를 바라봅니다!! 쓰리런 작렬!!!]

[로드리게스 선수의 슬라이더가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제대로 받아쳤습니다. 팀이 필요한 순간에 홈런을 터트려주면서 정신우 선수가 어째서 슈퍼스타인지 보여주었네요.]

로드리게스가 던진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문제는 변화가 밋밋했다.

정확히 말하면 실두성에 가까웠다.

그런 공을 놓칠 신우가 아니었다.

'앤더슨 자식이 멘탈을 제대로 헤집어났어.'

남들이 보기엔 그저 신우가 잘 때려서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달랐다.

앤더슨이 일찌감치 투수의 집중력을 흩뜨려 놓았기에 실투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고 받아친 신우까지. 완벽한 하모니에 갤럭시가 리드를 잡기 시작했다. 스코어 3 대 0.

리드를 잡자 갤럭시 선수단이 조금씩 살아났다. 4회 말.

카디널스의 공격.

투아웃을 잡아낸 신우가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낮게 날아간 타구가 유격수의 키를 아슬아슬하게 넘어 외야로 빠져나갔다.

낙하하는 타구를 향해 루카스가 몸을 날렸다. 쿵!!

촤아아앗!!

다이빙과 함께 착지한 루카스가 글러브를 번쩍들어 올렸다.

카메라가 비춘 글러브에는 공이 들어 있었다.

[잡았습니다!! 루카스의 환상적인 다이빙 캐치로 안타성 타구가 아웃으로 바뀌면서 이닝이 마감됩니다!!]

[루카스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다이빙 캐치가 오랜만에 빛을 발하네요!]

호수비는 홈런만큼이나 팀의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갤럭시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제이비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팀이 살아나는군."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팀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당연하게도 계기는 신우였다.

'팀의 중심이 된 시누가 활약하면서 승리를 향해 달려가니 다른 선수들도 따르기 시작했다.

리더십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신우는 보여주는 리더십에 가까웠다. 자신이 직접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서 동료들을 말없이 독려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를 이기면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 다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제이비어였다. 59.

[현재까지 두구 수 62개를 기록 중인 정신우 선수, 투아웃을 잡은 상황에서 투스트라이크까지 잡아냅니다.]

[공격적인 피칭에 타자가 압도되고 있어요.]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3구 던집니다.]

빼애애액~!!

빠각!!

[배트, 부러졌습니다. 타구는 유격수에게 배트는 3루 파울라인 밖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공은 1루로!]

퍽!!

"아웃!!"

[배트가 부러지면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691

[정신우 선수가 6회에도 좋은 피칭을 이어갑니다. 투아웃을 잡은 현재까지 70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9번 타자이지만, 타격의 정확도가 높은 선수입니다. 주의를 기울이고 잘 상대하는 게 좋습니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빼애애액!!

"스트라이크!!"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패스트볼! 97마일이 찍히면서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아주 좋은 공이 들어갔어요. 사실 이런 공은 때려도 땅볼밖에 되지 않거든요.]

[스트라이크를 잡은 정신우 선수, 2구 던집니다!]

빼애애액~!!

후!!

떡!

"스윙! 스트라이크, 투!!"

[떨어지는 변화구에 배트 헛돕니다!]

[떨어지는 각도나 속도로 보아 쓰리핑거 커브로 보였습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공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을 거예요.]

[패스트볼과 커브를 이용해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신우 선수, 과연 세 번째 공은 어떤 공을 택할지!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합니다.]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몸을 비트는 투구폼에서 시작된 회전이 손끝으로 전달되는 순간.

"아아앗!!"

기합과 함께 공을 뿌렸다.

왜애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맹렬하게 회전하며 날아간 공이 높은 코스로 들어갔다.

타자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두 개의 궤적이 하나가 되기 직전. 갑자기 공의 궤적이 떨어지는 걸 멈췄다. 하지만 배트는 멈추지 않았다.

후웅-!!

뻐억 ~!!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 삼진!!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 허무하게 혓돕니다!!]

전매특허 중 하나인 하이 패스트볼로 18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신우였다.

실점 이후 로드리게스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신우는 여전히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적지였지만, 신우의 호투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매버릭은 레스키가 어째서 그를 큰돈을 들여 계약했는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메이저리그를 이끌어갈 차세대 슈퍼스타가 될 재목이야.' 압도적인 피칭.

절대 질 것 같지 않은 모습.

그러한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선 다소 아쉬움이남았다.

'분명 강하다. 질 것 같지 않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어필할 무언가가 부족하다.'

그 무언가를 기대하고 오늘 촬영을 기획했다. 하지만 경기가 중반을 지나 막바지로 흐르고 있는 현재 그러한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촬영감독인 조시가 말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시누는 또 역사를 쓰겠네요."

"역사?"

"예. 오늘 경기에서 퍼펙트를 기록하면 올해만 두 번째 퍼펙트잖아요. 이 기록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누구도 이루지 못했어요."

"그래?"

최초의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니.. 해밀턴은 이채가 어린 눈으로 신우를 바라봤다.

'그런데도 저렇게 냉정한 모습이라니."

아직 나이가 어린 신우이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커리어에 3차례 퍼펙트를 기록하게 되는데, 이것도 최초의 기록이고요."

"밥 먹듯이 하는군."

"그러니까, 괴물이죠..

괴물.

그 별명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별명도 없는 듯했다.

'그런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도 냉정하단 말이지. 저 냉정한 모습을 벗어나는 무언가가 나온다면. 완벽한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시켜서 나오면 의미가 없었다.

'앞으로 3이닝.'

그 안에 그러한 모습이나오길 해밀턴은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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