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36화 (236/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36화

신우의 경기는 모든 것이 기사화되었다. 1회 경기내용은 곧 속보가 되어 한국의 포털사이트를 장식했다.

[(속보) 1회 3탈삼진을 잡은 정신우.

[(속보) 정신우 최고구속 103마일 기록!!]

이러한 기사는 곧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로 이어졌다.

[1위 103마일]

[2위 메이저리그 최고구속]

[3위 정신우]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신우와 관련된 이야기로 도배가 됐다.

-103마일 실화냐?

-제구가 실패하긴 했지만, 이 정도 구속이라니 ㄷㄷ;;;

-선발이 이 정도 구속 던지는 일이 있었나?

최근에는 제법 있음.

ㄴ 제법이라고 하기에는 네이트 피어슨밖에 모르겠다.

-103마일이 대단한 거임?

L100마일만 찍어도 대단한 거.

ㄴ 야구를 모르누.

ㄴㄴㄴ게임사이트에 와서 야구 이야기하는데! 모를 수도 있지!!

단순히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게시판에서 신우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언급되고 있었다.

그만큼 오늘 1회에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도 갤럭시의 선수단을 각성시키는 건 역부족이었다.

부웅~!!

"스트라이트! 아웃!!"

[허무한 체크스윙으로 삼진을 당하는 제이슨입니다.]

[이런 스윙이 사실상 가장 좋지 않습니다. 삼진을 당하더라도 본인의 스윙을 다 해야 합니다.]

답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선수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건 어려웠다.

장……'

결과는 곧 자책으로 이어졌다.

더그아웃에 돌아온 제이슨이 인상을 구기며 벤치에 앉았다.

그런 제이슨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시누."

"마음에 담아두지마."

"어?"

"타격을 실패한 걸 마음에 담아두면 수비에서도 빈틈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생긴 빈틈들이 에러로 이어지게 돼, 결국 끝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되지."

"어어."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신우가 자신을 위로해 주기 위해 왔다는 걸 말이다.

'에이스를 신경쓰게 만들다니.'

멍청한 일이었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에이스가 오히려 신경을 쓰게 만들다니 말이다.

그를 이기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힘을 내야 하는데."

제이슨은 양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뺨을 때렸다.

꽈악~!!

걸쭉한 타격음에 신우가 눈을 크게 떴다.

"아아~! 이제 정신이 좀 드네, 신경 쓰게 해서 미안하다."

제이슨의 말에 신우는 피식 웃었다.

"그래."

신우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네가 오지랖을 다 떠누.]

'그러게요. 평소라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텐데. 오늘은 조금 다르네요.'

[아마 요기 있는 아재들의 기억을 봐서 그런 듯.]

[누가 아재냐?!]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결국 우리들의경기를 보고 배우는 거다. 단순히 스킬만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 등, 모든 걸 보고 느끼는 거지.]

[그러한 경험은 모두가 남지는 않지만, 작은 조각들로 너에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즉, 신우가 동료에게 조언하는 것도 과거의 기억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너를 통해 우리의 야구가 전해지고 있다.]

매튜슨의 말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과거에서 현재로, 다른 시간대를 연결하는 메신저와 같은 역할이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우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지금은 이기는 것에만 신경쓸 때였다. 2회.

뼈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삼진을 잡아냅니다!! 6명의 타자를 상대로

15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K머신다운

괴력을 뽐냅니다!!]

신우는 밥 먹듯이 탈삼진을 수확했다. 2회에 벌써 5개의 탈삼진. 패스트볼의 구속이 90마일 후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카디널스의 선발 로드리게스 역시 막강했다. 뼈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로드리게스! 6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며 다시 한 개를 앞서 나갑니다!]

[정신우 선수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만, 로드리게스 역시 마찬가지로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군요.]

로드리게스 앤서니.

카디널스의 1선발로 패스트볼 평균구속 95마일, 최고구속 101마일을 뿌리는 광속구 투수였다.

구속과 제구력 거기에 브레이킹볼까지 위력적인 투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신우에 이어 내셔널리그 탈삼진 2위에 올라 있는 로드리게스는 결코 신우에 밀리지 않는 피칭을 이어갔다.

[3회말, 정신우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오늘 두 투수에게 큰 점수를 뽑아내는 건 힘들어 보입니다.]

아마도 1점 차 승부가 되겠죠?]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마운드에 오른 신우를 상대하는 건 하위타선들. 그들을 상대하는 건 신우에게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방심하지 않았다.

'방심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날 공격하겠지."

[정답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누군가에게는 얻어맞는다.]

[불의의 일격은 결국 집중력을 깨트리기 마련이지.]

신우는 집중력을 유지한 채, 타자들을 상대해갔다. 퍼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어깨 높이에서 떨어진 공이 존에 들어옵니다! 타자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쓰리핑거 커브가 위력적이네요.']

[100마일의 광속구를 강타! 하지만 배트가 밀리면서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중견수 루카스, 위치를 잡습니다.]

꼭!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안정적으로 처리합니다.]

세 번째 타자를 상대할 때도 신우는 거침없었다. 파울!!

[초구 99마일의 패스트볼에 배트가 밀립니다. 파울!]

퍼엉~!!

[2구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를 멈춥니다! 조금 아쉽네요.]

[배트를 멈추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스윙이됐을 겁니다.]

빼애애액!!

후웅~!!

퍼영!!

"스윙!! 스트라이크, 투!!"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에 배트 헛돕니다! 투스트라이크!!]

원볼 투스트라이크,

사람들은 이제 신우가 승부를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정확했다.

'바깥쪽?'

토마스의 사인에 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다시 사인을 보내자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구종을 정한 뒤.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전력을 모아 공을 뿌렸다.

마지막 순간 공을 쥔 두 개의 손가락 중 중지에 더 힘을 주어 공에 변화를 일으켰다.

빼애애액!!

[4구 던졌습니다!!]

타자의 배트도 동시에 돌았다.

공과 배트의 궤적이 하나가 되려는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미세하게 변했다.

그리고 배트의 아래쪽을 가격했다.

빠각!!

!!"

타자가 단발마의 신음을 삼켰다.

공이 빗맞으며 손에 극심한 통증이 온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공을 때려내기 위해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뿌드드득!!

덕분에 금이 갔던 배트의 헤드가 부러지며 파울라인 밖에 떨어졌다.

[배트 부러졌습니다!! 타구는……! 삼루수 제이슨이 잡아 1루로!]

"아웃!!"

[아웃입니다! 3회말, 세 번째 아웃카운트는 배트가 부러지면서 범타로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이번 이닝에도 탈삼진을 추가하며 오늘 경기 6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두 투수가 마치 경쟁하듯 탈삼진을 기록하네요.]

두 투수의 탈삼진 레이스가 이어지고 있었다. 두 투수가 상대한 타자들은 각각 9명씩. 즉, 3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는 소리다. 거기에 두 투수 모두 탈삼진 6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광속구 투수들의 탈삼진 대결을 보고 있으니 눈이 즐겁네요.]

[그렇습니다. 로드리게스 투수의 컨디션이 무척 좋아 보입니다. 오늘 패스트볼 구속이 97마일 이하로 떨어지는 게 없을 정도예요.]

강한 상대와의 대결은 잠재력을 끌어올리게 만든다. 로드리게스에게 신우는 그런 존재였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사이 영상을 2년이나 받아낸 두수.

올 시즌 역시 하나의 사이 영상 추가가 확실시 되고 있는 선수와의 대결은 그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나보다 경력이 짧다는 건 사소한 것에 불과하지.'

로드리게스는 마운드에 올라 갤럭시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당신은 내게 존경받아 마땅한 선수야. 그런 당신과 함께 뛴다는 게 더없이 기쁘다.

진심으로 신우를 존경하는 로드리게스였다.

'최소한 당시 앞에서 창피당할 순 없지."

로드리게스는 전력을 끌어올렸다.

[4회 초! 타순이 한 바퀴 돌아 갤럭시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타자일순이 되었다.

선두타자인 앤더슨이 이를 악물었다.

망할 기자놈들. 내가 몇 개월 머물지 않으니까. 대충하는 거라고?'

앤더슨은 예비 FA였다.

그런 앤더슨이 갤럭시에 계속 남을지 알 수 없다. 당연하게도 인론은 그를 공격했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는다며 날을 세웠다.

'나는 야구를 절대 대중하지 않는다고!"

앤더슨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그는 야구를 시작한 이후 단 하루도 대충하지 않았다. 특히 돈을 받은 뒤로는 더더욱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기자들을 닥치게 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은 하나였다. 실력을 보여주는 것.

[로드리게스 와인드업~!!]

앤더슨은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로드리게스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공을 뿌렸다.

[던졌습니다!!]

쐐애애액!!

로드리게스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앤더슨의 눈에 보이는 공이 크게 보인 것이다. 심지어 실밥의 회전까지 보이면서 어떤 구종인지 파악할 수 있게끔 되었다.

'오랜만……!!

앤더슨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기현상이 일어나는 건 처음이 아니었다. 컨디션이 아주 좋은 날, 마치 슬로우비디오가 걸린 것처럼 공이 느리게 보였다.

때로는 지금처럼 공이 크게 보이기도 했다. 이럴 때는 자신이 마치 슈퍼히어로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앤더슨은 다리를 내디디며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후웅~!!

그의 배트가 한 마리 매처럼 공을 낚아챘다. 따악~!!

[초구를 강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좋은 타구가 날아갔다.

[좌중간을 뚫는 안타!! 앤더슨 이미 1루를 돌아 2루로!]

앤더슨이 2루 베이스를 밟은 직후.

공이 2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초구를 공략해 팀의 첫 번째 안타를 만들어내는 앤더슨!! 로드리게스의 퍼펙트는 3회까지였습니다!]

[절묘한 타격이었습니다. 로드리게스의 98마일의 빠른 공을 밀어쳐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앤더슨이 공격의 물꼬를 텄다.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에 갤럭시 팬들은 기대를 품었다.

[다음 타자로 토마스 에드윈이 들어섭니다! 그리고 대기타석에는 오늘 선발투수로 대활약 중인 정신우 선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드리게스 투수에게는 첩첩산중입니다. 토마스 선수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그 뒤에는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정신우 선수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앤더슨 토마스-신우,

세 선수의 조합은 누가 보더라도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들이 위험하다는 건 카디널스 벤치 역시 알고 있었다.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호투를 해오다가 안타를 맞으면 아무래도 흔들림 수밖에 없거든요. 적절한 방문으로 보입니다.]

투수코치의 방문으로 잠시 경기가 중단됐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글쎄다.]

[사실 이럴 때 할 이야기는 별로 없음.)

[오늘 공 좋으니 그냥 던져라.]

[혹은 맞아도 된다. 수비를 믿어라, 뭐 그런 이야기?]

[작전을 내려면 포수에게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

그때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포수에게 따로 이야기하는 모습에 무언가 작전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마스에게 공격적으로 승부할 듯.]

매튜슨의 말에 신우는 경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의 말은 곧 현실이 되었다. 페억 ~!!

"스트라이크!!"

[안타를 허용했지만,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갑니다!! 몸쪽을 찌르는 96마일의 패스트볼!!]

상대는 피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게 당연하지.]

[상대 역시 에이스니까.]

[굳이 피할 이유가 없음.]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이런 순간에 에이스를 믿지 못한다면 누굴 믿는단 말인가?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그 사실에 더욱 신이 난 듯, 연달아 공을 뿌려댔다.

딱~!!

[8구! 다시 파울이 됩니다!!]

[토마스 선수 끈질긴 승부를 이어가네요.]

8구까지 오는 승부.

풀카운트가 된 이후 토마스는 존에 들어오는 공들을 모조리 커트해내고 있었다.

'이번에 승부를 걸 겁니다.

[레알?]

'예. 더 미루면 말릴 수도 있으니까요."

[과연 어떤 승부를 할까?]

'저라면 정면승부를 할 테지만……."

그 이상은 알 수 없다.

자신이 정면승부를 선호한다고 로드리게스가 그러라는 법은 없었다.

여기서 유인구를 던져도 좋은 승부가 될 테니까.

[로드리게스 와인드업~!!]

사인을 교환한 로드리게스가 킥킹을 했다. 그리고 기합과 함께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본 신우는 바로 간파했다.

'슬라이다.'

로드리게스의 주무기 중 하나인 고속 슬라이더였다. 토마스 역시 스윙을 시작했다.

공이 날카롭게 휘어나가는 순간, 배트를 급히 멈췄다. 절반쯤 돌아갔던 배트가 멈추고 공은 그대로 존밖으로 휘어나갔다.

퍽!!

[배트 멈췄습니다!! 토마스는 장비를 벗고, 포수는 삼루심을 가리켰습니다!!]

체크스윙 여부를 확인하는 제스처였다. 우타자라면 일루심이, 좌타자라면 3루심이 제크스윙 판정을 확인한다.

그리고 삼루심은 양팔을 좌우로 펼쳤다.

[스윙 인정되지 않습니다!! 긴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하는 토마스 에드윈!! 무사에 주자는 1, 2루의 찬스, 그리고 타석에는 정신우 선수가 들어섭니다!!]

카메라가 신우를 비쳤다.

신우는 로진을 배트의 손잡이에 묻히며 타석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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