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34화
메이저리그에서 부상은 흔한 일이었다. 일 년에 한 팀에서 시즌 아웃 되는 일은 꼭 한번씩 발생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갤럭시는 부상이 적었다. 시즌아웃 되는 선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즌 종료까지 한 달하고도 절반가량을 남겨놓고 이탈하는 선수가 발생했다.
[몬트리올 갤럭시 비상!! 주전 이루수 데미안 힐, 결국 부상으로 시즌 아웃!!]
정밀검진결과 데미안이 시즌 아웃 된 것이다. 데미안은 9번 타자이지만, 팀의 1번과 같은 역할을 했다.
거기에 데미안은 이루수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센터라인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 데미안의 부상과정은 팀원들을 화나게 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충돌은 이어졌다.
[갤럭시와 블루제이스 다시 충돌!! 루카스와 호세는 주먹다짐을 벌이기까지!
토론토를 연고지로 한 두 팀의 이들 연속 벤치클리어닝.
분위기는 과열이 되었다.
빈볼이 난무했고 선수들은 충돌했다.
루카스와 호세는 주먹다짐까지 벌였다. 신우 역시 선봉에 섰다.
[메이저리그 첫 맞은 정신우!
호세를 한 손으로 제압하다!]
호세의 피지컬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었다. 195cm의 신장에 110kg에 달하는 거구. 몸집이 큰 것도 단순히 살집이 많은 게 아니라 근육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호세를 한 손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많은 팬에게 충격을 주었다.
-달려드는 호세를 막아내는 거 실화냐?
-한손으로 질질 끌어버리네.
-메이저리그 대표 파워맨 아니었냐?
-여윽시 시누가 100마일을 던지는 이유가 다른 게 아니라니까.
-레알 호세 꼼짝도 못하는 거 보고 충격이었다. 한바탕의 소동이 일어났었던 토론토 더비. 데미안의 이탈이 있었지만, 갤럭시는 시리즈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데미안의 빈자리는 다음 경기에서부터 나타났다.
[때렸습니다. 이루수 정면!]
평범한 그라운드볼.
야구를 조금만 했다면 잡아서 1루로 던지기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나왔다.
[아~!! 놓쳤습니다!! 평범한 땅볼을 놓치고 마는 길버트 선수! 모든 주자가 한 베이스 진루합니다.]
[트리플A에서 콜업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아서일까요? 길버트 선수 오늘 경기에서 두 번이나 실책을 범합니다.]
고개를 떨구는 길버트의 화면이 잡혔다. 데미안을 대신해서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된 길버트. 26살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데미안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다.
결국, 이날의 경기는 길버트의 실책이 원인이되어 패배가 되었다.
경기가 끝난 뒤.
코칭 스태프가 모여 회의에 들어갔다.
"트리플A에서 길버트의 활약이 나쁜 편이 아니었는데, 메이저리그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는 거 같습니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괜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지금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 없는 상황이라서 문제지."
제이비어의 말에 코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스트시즌까지 한 달가량이 남은 시점. 경기수로는 40경기 정도가 남아 있었다. 1위에 오른 뒤로 연승가도를 달리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파이리츠와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오늘 경기 파이리츠가 이기면서 2게임 차가 됐다. 한시라도 바쁘게 움직여야 해, 더블A까지 연락을 돌려서 대안이 있나 확인해봐. 타격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둔 녀석으로 명단을 만들어."
"알겠습니다."
선수를 콜업하는 건 단장의 권한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원하는 선수와 꼭 맞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크리스토퍼 단장이 꽉 막힌 인물도 아니니, 참고는 해주겠지.'
문제는 그 부분이 아니다.
데미안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제이비어는 일정표를 확인했다.
연속 3개의 시리즈가 연달아 각 지구의 선두들과 맞붙게 되었다.
'고난의 시간이 되겠군.'
1위를 뺏길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드는 제이비어였다.
다음 날,
신우는 우익수로서 그라운드에 서있었다.
[오늘 경기도 엉망이네.]
[확실히 신생팀이라 그런지 흐름에 너무 휘둘리네.]
[토마스가 어떻게든 잡아주려 하고 있지만, 시간이 너무 짧아.]
레전드들의 평가는 정확했다.
이번 트레이드시장에서 영입한 선수는 3명이다. 그들 모두 메이저리그에서 실적을 쌓았고 톱클래스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떤 팀에 가더라도 리더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합류한 시기다.
합류하고 너무 짧은 기간이 흐른 그들이기에 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거기에 또 하나. 녀석들의 포지션이지.]
[이지. 이럴 때는 에이스가 꽉! 나서서 경기를 제압해 줘야지.']
[녀석들이 타자인 게 아쉽지.]
투수 레전드들의 의견에 타자 레전드들이 반발했다.
[또! 이상한 소리하네.]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결국 타자가 점수를 내지 못하면 만사 도루묵임.]
[시누 얘가 무실점 7이닝 던지고 경기 진 거 기억 안 남?]
갑자기 불똥이 튀자 신우가 눈살을 찡그렸다.
[패배를 한 게 아니라 노디시전이었지.]
[어쨌건 팀은 졌잖슴?]
[지. 그 뒤로 연패에 빠졌고.]
채팅창이 투기장이 되었다.
정말 저 양반들은 하루라도 싸우지 않으면 손가락에 쥐라도 나는 걸까?
그때였다.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이 타구를 따라가고 있을 때.
그의 다리는 이미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잘 맞은 타구!! 우익수 방향으로 날아갑니다! 정신우 선수는 뒤로!! 뒤로!!!]
뒤로 물러나던 신우의 시선이 등 뒤를 확인했다. 어느덧 펜스가 눈앞까지 와있었다.
[넘어갈 것인가?!!]
타구가 넘어갈지, 아니면 펜스를 맞고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번 공으로 1, 2루에 있던 주자들이 모두 홈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우의 어깨가 강견이라 하니라도 2루에 있는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기에 무리는 없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콰직!!
[아~! 정신우 선수!! 펜스를 박찹니다!!!]
펜스를 박차고 뛰어오른 신우가 손을 뻗었다.
[잡았습니다~!!!]
마치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과 같은 점프캐칭이었다. 펜스를 발판 삼아 홈런성 타구를 잡아낸 신우의 수비에 팬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신우의 수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타닥~!!
땅에 착지한 그는 상체를 일으키며 주자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주자는…!
동시에 스트라이드를 내디뎠다.
누가 보더라도 넘어가거나 펜스를 직격하는 타구였기에 주자들의 귀루가 늦었다.
귀루하는 주자의 위치를 확인한 신우의 선택은 2루였다.
"흐아앗~!!"
빼애애애액~!!
기합과 함께 뿌린 공이 낮고 빠르게 2루 베이스를 향해 날아갔다.
이루수 길버트는 백업플레이를 위해 외야 잔디까지 나와 있었던 상황.
유격수 앤더슨이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뒤, 곧장 글러브를 뻗었다.
촤아아앗!!
등뒤에서 슬라이딩 소리가 들려왔다.
직후.
억 ~!!
극심한 통증과 함께 공이 글러브에 꽂혔다. 앤더슨은 곤장 몸을 들어 1루를 향해 공을 뿌렸다. 동시에 2루심의 콜이 들려왔다.
"아웃!!"
왜애애액!
페억 ~!!
공이 일루수의 미트에 꽂혔고 사람들의 시선이 일루심에게로 집중됐다.
곧 일루심이 화려한 제스처와 함께 주먹을 내질렀다.
"아웃!!!"
"우와아아아~!!
[트, 트리플 플레이!! 트리플 플레이가
만들어집니다!! 홈런성 타구를 잡아낸 정신우 선수가 스타트를 끊은 환상적인 트리플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와…. 이건 정말 대단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트리플 플레이.
한국에서는 삼중살로 불리는 이 플레이는 대부분 내야에서 이루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동시에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외야로 나간 타구는 내야로 돌아오는 시간에 주자들의 귀루가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타구가 외야로 날아가면 트리플 플레이가 나오기 힘들어지죠.]
하지만 이번에는 트리플 플레이가 만들어졌다. 자연스레 화면은 리플레이로 넘어갔다.
[다시 보시죠. 홈런성 타구를 정신우 선수가 펜스를 밝고 뛰어올라 타구를 낚아챘습니다. 최소한 펜스를 맞고 2루 주자는 홈으로 들어왔을 테고 1루 주자는 3루까지 갔을 겁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1루 주자도 홈을 노릴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신우가 수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강견은 1루 주자가 홈을 노리지 못했을 거다.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1루 주자는 조금 오버런을 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펜스플레이를 해야 할 타구기도 했고 정신우 선수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송구가 지체되면 홈으로 파고들 생각이었겠죠.]
만약의 경우를 노린 오버런 ,
평소라면 영리한 플레이가 되었을 테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최악의 한 수가 되었다.
[이게 패착이 되었습니다. 1루 주자는 2루 베이스를 살짝 지나친 상태였고 2루 주자는 3루 베이스에 도착한 상태였죠.]
수비들의 위치가 화면에나타났다.
누가 보더라도 1루 주자가 2루 주자보다 조금 더 오버런을 한 게 보였다.
[정신우 선수가 2루를 택한 것도 신기하네요. 원래 이런 경우는 1루에 먼저 던지지 않나요?]
[그게 일반적인 플레이입니다. 점프 캐치를 하고 착지하면 시야가 흔들리거든요. 거기다 정신우 선수는 펜스 바로 앞에 착지했습니다. 거리로따지면 80m 이상 떨어진 위치에 있는 것이죠. 시야가 흔들리고 있고 짧은 시간에 판단하고 던져야 되는 상황이었기에 주자들의 위치를 보기 어려워 1루로 공을 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2루를 택했다는 건 어떻게 보시나요?]
[아마 주자들의 위치를 확인한 게 아닐까 합니다.]
[조금 전에는 시야가 흔들리신다고……?]
[그게 일반적이지만, 정신우 선수의 동체시력이 매우 뛰어난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제가 더 놀라운 건 저런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해설위원의 신우 찬양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런 찬양의 결과는 하나였다.
[한마디로 정신우 선수가 잘 받고 잘 던졌기에 트리플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말에 야구 팬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크으! 결국 야잘잘이네.
-공도 잘 던지고 타격도 잘 하고 거기에 수비까지 잘 하다니, 못하는 게 뭐임?
-엄친아 현실버전이 여기있네,
L아재요……
-와… 점프캐치 진짜 멋졌다.
ㄴ정신우는 매 경기 하이라이트를 뽑아내서 개꿀잼임.
-결국은 시누가 시누했다.
팬들은 신우의 활약에 열광했다.
특히 갤럭시 팬들은 이번 수비로 팀의 분위기가 살아나진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아~!! 이 타구는 큽니다!!]
19회 말 투아웃에 터진 하나의 홈런.
[타구 넘어갑니다!! 역전 투런홈런을 기록하며 패배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는 코디 밸린저!!]
그 홈런은 갤럭시가 아닌 다저스에서 나왔다. 순식간에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신우는 멍하니 바라봤다.
트리플 플레이를 만들어냈음에도 팀이 패배했다. 분위기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그때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아무래도 팀의 부진이 길어질 거 같군.]
그리고 매튜슨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연패의 늪에 빠진 갤럭시.]
[블랙홀에 빠진 갤럭시,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갤럭시는 연일 패배를 이어갔다.
지구 1위를 달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다시 공동 1위에 올라섰다.
팀은 4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만약 파이리츠가 연승을 기록했으면 순위가 역전되었을 거다.
[갤럭시를 구원할 메시아는 나타날 것인가?]
몬트리올 언론은 팀을 구할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 구원자로 한 선수를 지목했다.
-이제 믿을 건 시누밖에 없다.
-레알 시누도 연패 못 끊으면 답 없을 듯.
-시누가 시누해 줘야 된다.
-그런데 타선이 개판이라서 가능할까?
-시누가 원맨 베이스볼 해야지. One Man Baseball
한국에서는 일인 야구라 불리는 신우의 전매특허를 미국의 야구 팬들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투 웨이 플레이어인 신우만이 펼칠 수 있는 경기. 그렇기에 갤럭시 팬들은 기대했다. 이 야구로 신우가 팀을 구원해 주기를 말이다.
[중부지구 1위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하는 정신우, 과연 팀을 구원할 것인가?!]
리글리 필드,
시카고 컵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신우는 팀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등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