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32화 (232/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32화

vs 레이건과의 승부는 신우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아직 하나의 승부가 남아 있었다.

[4회 대량득점을 성공한 갤럭시, 5 대 0의 스코어에서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대량실점을 했기에 여기서 파이리츠가 따라가는 점수를 만들어야 할 겁니다.]

[반면 정신우 선수는 이 이닝을 넘겨야겠군요.]

[그렇습니다.]

경기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이닝,

그걸 알기에 사람들은 긴장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파이리츠의 선두타자는 1번부터 시작됩니다. 팀의 중심타선으로 이어지는 이번 이닝, 정신우 선수가 깔끔하게 막아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연습 투구를 끝낸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타자보다 쟤가 더 신경쓰이누.]

[저 정도민 철창에 갇힌 투견 아니냐?]

[지 순서되면 아주 미치도록 물어 뜯겠네.]

신우의 시선이 파이리츠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더그아웃을 뛰쳐나올 듯한 선수가 보였다.

조슈아였다.

녀석의 기세는 투견과 같았다.

'어우, 무서워라."

[무서운 거 맞누]

[아닌 듯]

[표정은 마치 원 새끼강아지가 짓냐는 표정인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저렇게 인상을 팍 쓰고 있어봐야 본인 손해다. 싸움은 타석에 와서 한다.

더그아웃에서부터 헛힘을 쓸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 조질까?'

신우가 상체를 숙이고 토마스를 바라봤다. 토마스는 간단한 사인을 냈다.

'몸쪽. 커다.'

'오케이'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상체를 세웠다.

"플레이볼!!"

구심의 콜과 함께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토마스는 투수에 맞출 줄 아는 포수였다. 자신만의 계획이 있더라도 그걸 고집하지 않았다. 투수의 상태에 따라 언제든지 그림을 다시 그렸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에는 패스트볼과 변화구 위주의 사인을 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회 신우가 커터를 주로 활용하자 바로 바꾸었다. 투수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완벽했다.

빠각!!

[또 부러졌습니다!! 타구는 1루로! 배트의 헤드는 3루로 날아갑니다!!]

"아웃!"

[일루수가 공을 포구해 베이스를 밟습니다! 그리고 삼루수는 헤드를 잡아 볼 보이에게 넘깁니다.)

[오늘 갤럭시의 수비는 무척이나 바쁘네요. 공도 잡아야 하고 부러진 배트도 치워야 하고 말이죠.]

[2배로 바쁜 수비들에게 정신우 선수가 밥 한 번 사줘야겠네요.]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쿵짝이 이어지고 있을 때. 신우는 또 한 번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3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한 경기 평균 10개 이상의 탈삼진을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인데, 오늘은 탈삼진이 무척이나 적습니다.)

[탈삼진보다 오히려 부러뜨린 배트의 숫자가 많죠.]

번번이 타자들의 배트를 부러뜨리면서 그라운드볼이나 플라이볼을 만들어내니 탈삼진이많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부러뜨린 배트는 벌써 5자루가 됐지만, 탈삼진은 3개에 불과했다.

이런 모습은 팬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오늘 정신우 선수 배트 수확하고 가실께요!!

-배트 수확이 가장 쉬웠어요.

-탈삼진보다 배트 부러뜨리기가 더 쉬웠습니다.

-원조 배트 브레이커 리베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듯.

비교가안됨 ㅋㅋ

-1회에 자기 배트 부러진 게 백졌나보네.

-시누가 그런 거에 신경쓰려고

레알이면 웃길 듯 ㅋㅋ

사람들은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짜잔~! 절대라는 건 없군요.]

[갑자기 무슨 소리임?]

[지금 인터넷 반응 보면 1회에 배트 부러뜨린 거에 대해서 열 받아서 배트 부러뜨린다는 의견에 부정적이더라고.]

[엌ㅋㅋ 팩트를 때렸는.」

[그 자에게 합격목걸이를 주어라!]

[짜잔~! 이 정답이었네.]

[역시 세상에는 절대라는 게 없어.]

'아니, 꼭 그런 이유는 아니거든요?"

그럼?]

[데?]

[너에게 변명의 시간을 주겠노라.

문제는 할 말이 없었다.

신우는 애꿎은 로진백을 집어 손에 묻히며 대답을 회피했다.

[종생이]

그리고 날아오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혔다.

'아놔……! 그리고 꼭경기중에 인터넷 반응 체크해서 알려주셔야 합니까?'

[너는 경기중이지만, 우리는 중계 보는 거임.]

[인방 보면서 웹서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님?]

[스트리머가 인방을 모르네.]

[몇 년을 방송했는데, 아직도 감을 모르누.]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오는 레전드들을 뒤로 하고 경기에 집중했다.

마음속에 약간의 화를 담은 채 말이다.

이번에는 꼭 이긴다.

그런 신우를 보며 조슈아가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약간의 화를 담은 신우를 자극하는데 충분했다.

넌 뭔데, 야리냐?'

자신을 노려보는 조슈아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우였다.

워낙 극딜을 맞아서 그런지 녀석의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화를 풀어줄 재물을 찾은 신우가 직접 사인을 냈다.

[사인교환을 끝내고 정신우 선수! 내셔널리그 최다. 홈런의 주인공인 조슈아 선수와의 두 번째 승부를 시작합니다!]

[앞서 공을 본 조슈아 선수이기 때문에 정신우 선수도 조심해야 합니다.]

[조슈아 선수의 타격이 무척 좋죠?]

[그렇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스윙에 걸리는 순간, 바로 담장밖으로 넘어갈 겁니다.]

해설위원이 반복적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사이,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스트라이드와 함께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몸쪽을 파고드는 공에 조슈아의 배트가 돌아가다. 멈췄다.

'이번에도 부러뜨리려고?!'

커터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빼어어억!!

"스트라이크!!"

공은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구심의 손이 올라가고 조슈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초구 스트라이크!! 구속은 무려 101마일이 나왔습니다!! 오늘 경기 최고구속!!!

최고구속을 찍은 신우의 모습에 조슈아는 인상을 구겼다.

'젠장! 포심이라고? 이걸 어떻게 구별하라는 거야?"

공이 날아오는 게 똑같았다.

변화나 회전 등.

무엇 하나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방법은 있었다.

처음부터 포심에 초점을 맞춰서 배트를 돌리면 되는 거다.

첫 타석에서 그렇게 했다.

하지만 조슈아는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도 배트가 부러질 수는 없어!'

첫 타석에서 배트가 부러졌다.

그리고 동료들의 배트가 연달아 부러져 나가고 있었다.

팬들은 이미 신우가 얼마나 많은 배트를 부러트릴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파이리츠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그아웃은 관중석과 가깝다. 당연히 팬들이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조슈아는 이번 이닝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분명 커터가 올 거다.'

오늘 경기에서 신우는 묘하게 커터를 주로 사용했다. 배트를 부러트리는데 집중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 신우가 자신에게 커터를 한 번도 던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한 번은 온다.

그렇게 생각하며 타격에 임했다.

하지만,

페어억!!

"스트라이크!! 투!!"

[두 번째 역시 100마일의 빠른 공이 미트에 꽂힙니다!!]

[이번에도 포심 패스트볼이 그대로 들어가네요.]

[좀처럼 꿈쩍도 하지 못하는 조슈아 선수! 아예 반응도 하지 못합니다!]

조슈아는 미칠 노릇이었다.

도대체 왜 포심만 던진단 말인가?

커터가 올 거라 생각하면서 마지막 공을 기다렸다. 하지만, 빼어어억!!

부!

"스윙!! 아웃!!"

[삼구삼진!! 조슈아 선수 힘없는 스윙으로 삼구삼진을 당합니다!!]

[아~ 오늘 조슈아 선수의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아 보이네요. 홈런 1위를 기록한 타자다운 모습이 보이지가 않아요.]

조슈아의 리듬은 완벽하게 깨졌다.

'내 패배다……'

상대가 던질 공을 예측했다.

하지만 그 예측을 비웃기라도 한 듯 신우는 연달아 포심만을 꽂아넣었다.

커터를 기다렸던 조슈아는 한 마디로 새가 돼버렸다. 마지막에는 어떻게든 공을 맞혀 기회를 이어가려 했었다.

하지만 라이징성으로 들어온 하이 패스트볼은 배트의 위를 지나가면서 삼진이 되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한 스윙이었다.

"젠장……"

조슈아는 영원히 모를 거다.

신우의 피칭이 갑자기 바뀌고 그가 전력투구를 한 이유를 말이다.

온갖 드립에 빡이 쳐서 그랬다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모르는 게 정상이었다.

[좀생이]

그리고 그런 신우에게 레전드들의 드립은 계속 이어졌다.

[몬트리올 갤럭시가 정신우 선수의 7이닝 무실점, 3타수 2안타 1홈런에 힘입어 북부지구 공동 1위를 달리던 파이리츠를 제치고 단독 1위에 올라섰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정신우 선수는 자신의 별명 중 하나인

'배트 브레이커'다운 모습을 선보이며 파이리츠 배트를 6개나 부러뜨리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압권은 4회 조슈아 선수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나왔습니다.

내셔널리그 홈런 1위인 조슈아 선수를 상대로 최고구속 101마일, 평균 100마일 이상의 공들을 연달아 뿌리며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조슈아 선수의 장타를 견제하는 듯, 전력투구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퍼펙트피칭을 이어가던 정신우 선수는 6회 배트가 부러지면서 나온 빗맞은 안타로 퍼펙트 행진이 끊어지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리투수가 된 정신우 선수는 시즌 16승을 달성하면서 내셔널리그 다승 1위를 지기게 되었습니다.]

경기를 본 전문가들은 사실과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기사를 남겼다.

기자들의 의견은 대동소이했다.

신우와 조슈아의 대결은 신우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신우가 조슈아를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두 가지의 의견이 공통되게 들어가 있었다.

[기자들 눈이 옹이구멍이누.]

[그냥 빡처서 눈 돌아간 거지.

[1회에는 조금 조심했지만, 4회에는 아니었지 ㅋㅋ]

[레알 스판의 깐죽거림에 빡돌았지.]

워렌 스판,

레전드 중에서 가장 까불거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최고의 두뇌파 투수였던 그는 상대를 열받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신우도 피해갈 수 없었다.

'후우… 언젠가 복수합니다.'

[응, 안 돼.]

'할 거예요.'

[돌아가 안 돼.]

스판의 가벼운 회피에 다시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오는 신우였다.

[그렇게 꼬우면 와서 페투페 하던가.]

'페투페는 또 뭡니까?'

[아놔, 이것도 모르누?]

[페이스 투 페이스, 맞대면 하자고.]

아니! 그런 거까지 줄이면 제가 어떻게 알아요!!'

[네가 모른다고 나한테 화내. 인터넷 좀 하고 살아, 인마.]

페!

그때 갑자기 기계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팀신우의 닥터인 그레이엄이 말했다.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는데?"

"어? 어어……… 아무것도 아니야."

"흠, 갑자기 이렇게 올라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니야. 캐나다에 가면 정밀검진을 받아보자고."

정밀검진이라니.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죽은 귀신이 내 복장을 두드려서 열이 뻗쳤다고 설명을 어떻게 해?'

결국 그레이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몸 덕분에 검진도 받고 좋네.]]

새삼 스판을 상대했던 타자들의 심정을 느낀 신우였다.

북부지구 1위에 오른 갤럭시는 몬트리올로 돌아왔다. 그런 신우를 한 명의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보라스."

바로 보라스코퍼레이션의 대표이자 신우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였다.

"너무 오랜만에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연락은 꾸준히 주고 받았지만, 얼굴을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두 사람은 각자 자리에 앉은 뒤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이렇게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 정신우 선수의 연장계약과 관련해서 구단과 미팅이 있습니다."

간간이 받은 소식으로 알고 있었다.

갤럭시는 꾸준히 연장계약을 요청해왔고 보라스는 그것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워낙 큰 규모의 계약이었기에 시간은 길어지고 있었다.

"그것과 관련해서 정신우 선수에게 확답을 듣고 싶은 게 있습니다."

4."

"갤럭시에서 은퇴하실 생각이 있으십니까?"

갤럭시에서 은퇴한다.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신우가 대답 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보라스가 말을 덧붙였다.

"갤럭시에서 원하는 계약기간은 최소 13년입니다."

신우의 나이가 26살이다.

13년 이라면 39살이 된다는 소리였다.

이제야 갤럭시에서 은퇴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갤럭시는 정신우 선수를 팀 최초의 레전드로 기록하고 싶은 눈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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