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25화
선수단의 변화는 경기에서 바로 드러났다.
딱-!!
[대렸습니다!!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
좌익수 안토니가 타구를 쫓았다.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슬아슬한 타이밍.
놓쳐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안토니는 타구에서 눈을 떼지 않고 달려갔다. 그리고 타구가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날렸다.
[안토니 다이빙!!]
촤아아앗!!
그라운드에 떨어지며 미끄러진 안토니가 손을 번쩍 들었다.
3루심은 곧장 손을 들어올렸다.
"아웃!!"
[잡았습니다!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낚아채는 안토니 선수! 대단한 집중력입니다!!
[오늘 갤럭시 수비들의 집중력이 매우 좋습니다. 덕분에 정신우 선수의 어깨가 가볍겠어요.]
그동안 갤럭시의 수비는 수준이 높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중하위권에 속하는 편이었다. 특히 어이없는 실패가 나오면서 투수의 힘을 빼놓는 일이 잦았다.
[집중력 문제지.]
[수비는 결국 집중력이 중요함.]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요즘 경기는 괜춘하네.]
집중력,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이게 부족하다면 아무리 훈련을 많이 했어도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 없었다.
[일류에서 특급으로 넘어가는 지표가 되는 셈이지.]
[네가 말하는 영역이란 것도 결국 집중력의 차이인 셈이고.]
과거 한 야구선수가 말했던 공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이 말은 단순히 표현이 아니다.
실제 많은 타자가 타석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때공이 멈추거나 평소보다 크게 보이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는 집중력의 차이였다.
이런 현상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을 복용했지만, 최근에는 아데랄과 같은 집중력 강화 효과가 있는 약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지.]
[실제 PED에서도 승인허가를 받아서 복용하는 선수도 있고.]
아데랄은 ADHD에 사용되는 치료제다. 한국에서는 불법이지만, 미국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있으면 구매가 가능했다.
실제 메이저리그나 엘리트 운동선수 중에서 아데랄을 복용하고 경기에 임했던 선수들이 있었다.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아데랄의 효능을 이야기했었다.
대표적으로 라스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는
"타석에서 오직 공만 보였다. 공을 치는 게 어렵지 않았다.'라면서 약의 효능을 이야기했다.
이런 능력을 약물복용이 아닌 타고난 이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신우였다.
[너의 집중력은 메이저리그 톱클래스다.]
[그러니 집중해서 공을 던지는 것에만 신경 써.]
'예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피처 플레이트에 발을 올렸다. 그리고 상체를 숙이고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했다.
'패스트볼."
코스는 높은 곳이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일종의 루틴이었다. 서서히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야에 닿는 배경이 하나 둘 어둠으로 물들었다. 보이는 건 단 하나.
포수의 미트였다.
와인드업과 함께 공을 뿌렸다.
빼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쇄도했다.
그리고 그 공을 타자는 건들지도 못했다. 뼈어억~!!
"스트라이크!!!"
[100마일의 광속구로 카운트를 잡아가는 정신우 선수]
단 하나의 목표.
이제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갤럭시가 4연승을 달리며, 북부지구 1위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4게임 차이로 따라붙었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흔들리던 갤럭시는 토마스 에드윈이란 특급포수의 영입 이후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습니다.
특히 투수진의 안정감을 되찾았습니다. (중략)
갤럭시에서 우승을 노리겠다고 선언한 정신우 선수의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갤럭시는 빠르게 승수를 쌓아나갔다. 그 속도는 놀라웠다.
퍽!!
"베이스 온 볼!!"
[2사 1, 2루의 찬스에서 정신우 선수를 고의사구로 거릅니다. 카디널스는 토마스 선수를 상대하는 걸 택하는군요.]
[두 선수 모두 최근 성적이 좋지만, 찬스에는 정신우 선수가 조금 더 강하니까요.]
[아, 여기서 카디널스 투수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둡니다.]
[우타자인 토마스를 상대로 좌투수를 내보내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죠.]
[과연 토마스를 택한 카디널스의 선택이 옳을 것인지, 초구 던집니다!!]
빼애애액~!
따악~!!
[때렸습니다! 그리고 우중간을 가릅니다! 3루 주자! 2루 주자 모두 홈으로! 그리고 정신우 선수도 3루 돌아 홈으로 쇄도합니다!
싹쓸이 2루타를 때려내는 토마스 에드윈! 카디널스의 선택은 실패였습니다!!]
베이스 위에서 포효하는 토마스의 모습은 이날 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이 되었다.
[갤럭시가 5연승 달성에 성공하며 지구 공동 2위에 올라섰습니다. 후반기 시작으로 지구 4위로 시작했던 갤럭시는 토마스 에드윈의 영입과 함께 연전연승을 이어가며 빠르게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전반기.
갤럭시의 최다연승기록은 3연승이었다. 이 기록을 깨고 빠르게 순위를 올리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우오오~! 5연승 지리네.
이러다가 레알 지구우승할 듯.
-시누가 월드시리즈 우승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쭉쭉 상승하네.
토마스 덕이지. 여기서까지 신우를 파네. ㄴ 솔까 월시 우승은 무리지. ㄴㄴ 시누가 선발 전환한다고 했을 때도 무리라고 하는 섹들 많았지.
-요즘 선수들이 모두 파인플레이를 보여줘서 좋음. L00 뭔가 수준이 확 올라간 느낌임.
-특히 득점권 찬스에서 확실히 터져주니까, 볼 맛이 나긴 하더라.
갤럭시의 승리요인은 하나였다.
바로 점수를 내야 할 때 내고 막아야 될 때 막는 것이다.
이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연관이 깊었다. 선수들이 수준높은 경기를 이어가고 있을 때, 프런트 역시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몬트리올 갤럭시, 앤더슨 그렉 트레이드에 실패하는가?]
[LA다저스, 뉴욕 양키스 앤더슨 그렉 트레이드에 참전!!
[콜로라도 로키스, 앤더슨 그렉과 연장계약에 돌입?! 블러핑인가, 아니면 레이스인가?]
앤더슨 그렉,
지속적으로 갤럭시와 연결되던 선수다. 그를 데리고 올 수 있다면 갤럭시의 수비는 한층 강해진다.
하지만 녹록하지 않았다.
"다저스와 양키스에서 강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토마스를 놓치면서 카드를 아낄 수 있었기 때문에 앤더슨에게 올인하는 느낌입니다."
"로키스의 이 기사는 뭔가? 그들이 정말 앤더슨과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거야?"
"아닐 겁니다. 로키스는 투수 쪽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블러핑일 가능성이 큽니다."
만에 하나를 놓쳐선 안 돼! 그들이 팔 생각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대안을 생각해둬!"
"예."
상황은 복잡했다.
다저스와 양키스.
두 팀은 본래 토마스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갤럭시가 일찌감치 그를 데려가면서 카드를 아끼게 됐다.
그렇게 아낀 카드를 앤더슨에게 집중했다. 반면 갤럭시는 토마스를 영입하면서 A급 유망주들을 내주었다.
덕분에 로키스가 느낄 매력적인 카드가 다소 줄어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갤럭시가 신생구단이란 점이다. 신생구단은 각 팀에게서 보호 선수 이외의 선수를 현금트레이드 형식으로 데려왔다.
거기에 드래프트에서 특별지명을 통해 유망주들을 영입했다.
즉, 다른 팀들보다 군침 흘릴 유망주가 제법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로키스인데…… 이 녀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
이전까지만 해도 로키스는 앤더슨을 시장에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바뀌고 있었다.
언론에 꾸준히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퍼트리고 있었다.
'블러핑일 가능성이 높아."
문제는 블러핑이 아닐 때였다.
만약 블러핑이아니라면 한 명의 타자를 더 영입해야 하는 갤럭시 입장에선 난감해진다.
그때였다.
단장님! 시애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4번 회선으로!"
크리스토퍼는 수화기에 손을 올리고 물을 마셨다. 회의를 통해 거칠어진 목을 적시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전화에 불이 들어오자 수화기를 들었다. 브라운, 오랜만이군."
-크리스토퍼, 요즘 바쁘게 지내는 거 같아.
"아무래도 조금 바쁘군. 그래, 내가 제안했던 것에 대해 생각해봤나?"
시애틀 매리너스에 제안한 것은 마무리투수의 트레이드였다.
시애들의 마무리 베넷은 올 시즌 평균자책점 2.42를 기록 중이었다.
평균자책점보다 더 좋은 건 세이브 성공률이었다. 이번 시즌 25번의 세이브기회 중 24번을 성공했다. 세이브 24개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7위에 해당되는 기록이었다.
만약 그가 시애들이 아니었다면 더 많은 세이브기회를 얻었을 거다.
갤럭시는 베넷의 영입을 원하고 있었다.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크리스토퍼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몬트리올 갤럭시가 또 한 번의 빅딜을 성공시켰습니다.
3명의 유망주와 현금 500만 달러를 내주면서 시애틀 매리너스의 마무리투수 크리스 베넷을 영입했습니다.
크리스 베넷은 최고구속 98마일의 싱커를 던지는 메이저리그 특급 마무리 중 한 명으로 평균자책점 2.42, 24세이브 세이브 성공률 96%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갤럭시는 뒷문을 강화하는데 성공하며 한층 더 탄탄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갤럭시의 엄청난 투자는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갤럭시 돈 지랄 제대로 하네.
-유망주 다 퍼주네.
ㄴ퍼주는 건 아닌 듯.
ㄴ 그런데 레알 미래는 사라지겠네.
-레알 우승 노리는 듯?
-디백스보다 더 심한데?
-그런데 창단 첫해에 우승이 가능하긴 한가?
불가능.
ㄴㄴ이러다가 우승 실패하면 정말 답도 없을 듯.
-내년에 다 FA로 팀 떠나면 갤럭시 나가리 되겠네. 갤럭시의 투자는 미래를 위한 게 아니다. 현재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승하지 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야구 팬들은 그런 부분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우려는 선수들이 플레이로 걷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그 역할을 해야 할 건 당연히 에이스였다.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 에이스 신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현재 5연승을 거두며 팀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갤럭시의 마운드에 에이스 정신우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이기고 팀 최다. 연승인 6연승 달성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 이긴다면 단독 2위까지 올라갈 수 있죠.]
지구 단독 2위.
이 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포스트시즌 티켓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8월 초순 이전까지 갤럭시가 단독 2위를 차지해야 1위인 피츠버그를 역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7월 29일인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갤럭시는 이 조건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투수들의 무덤인 쿠어스 필드! 그곳에 오른 정신우 선수! 하지만 큰 걱정은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쿠어스 필드에 총 2번 마운드에 올라 15이닝 1실점을 기록했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쿠어스 필드가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기압 자이로 인해 평범한 플라이볼도 더 뻗어 나가 담장을 넘어가는 일이 허다했다.
고지대라는 점 역시 두수의 체력을 갉아먹는 요인 중 하나였다.
마지막으로 마그누스 효과가 적게 일어나면서 변화구들의 위력도 떨어진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인해 두수는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언제나 호투를 이어왔다. 그리고 팬들은 오늘도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
[오늘도 호두 가즈아~!']
[최소 7이닝은 씹어먹어야지.]
[긴장하지 말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라.]
언제나처럼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며 신우는 사전점검을 이어갔다.
마운드의 흙을 고르고 로진을 손에 묻히며 투구준비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쿠어스 필…!]
'어?'
그때였다.
갑자기 이상한 인어가 채팅창에 뜨기 시작했다. 순간 당황한 신우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매튜슨 님이 1, 000 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왜 그래?]
다행스러운 건 후원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갑자기 채팅창에 글자가 특수문자로 보여요.'
[워렌 스판 님이 1, 000 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오류인가? 껐다 켜봐.]
이게 오류도 나나?
신우는 의아함을 가지고 방송을 종료하려고 했다.
[아직도 안 됨?]
'어? 보인다?'
그때 채팅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보임?]
[20?]
예. 이제 보이네요.'
[#%#@%$]
'어? 갑자기 또 특문이…'
[이런 상황에서 장난질이누..]
[쟤가 장난친 거임.]
ㅋㅋㅋ 제대로 낙였네.]
순간 욱했던 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하아…'
[일단 경기에 집중하자.)
'예
매튜슨의 채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말의 불안감이 머리에 남았지만, 그것을 떨쳐내야 했다.
"플레이볼!!"
구심이 경기를 시작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