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24화
신우의 발언은 큰 화제가 되었다.
-올… 시누가 우승하겠다고 말하는 건 처음 아닌가?
ㄴ처음임.
ㄴ 패기 쩌네.
-신생팀 창단 첫해 우승이 있었던가?
ㄴ 가장 짧게 걸린 것도 4년임. 디백스.
-이건 무리지.
솔까 선수 한 명이 우승시킬 수도 없고 힘들 듯. ㄴ 그래도 이런 립서비스를 해주는 게 좋지. ㄴㄴ 좋기는 개뿔, 허언증 걸린 거지. ㄴㄴㄴㄴ이걸 허언증으로 보내. 패기로 봐야지.
-뭐가 됐건 올 시즌 사이 영상 시누가 될 듯. ㅇㅈ?
Loz
L L3년 연속 사이영 가즈아~!
팬들의 의견은 갈렸다.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관심은 팀의 우승보단 개인 타이틀에 맞춰져 있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진지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우승임?]
'현재 목표는 그게 우선이니까요.
[개인타이틀은?]
[우승을 목표로 하면 어자피 따라오지 않나?]
[그건 그렇네.]
자기들끼리 질문하고 답하는 레전드들이었다. 신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어차피 우승을 위해서는 자신이 잘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달리면 된다.
'이전이라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토마스가 합류했으니, 이제 불가능은 아니겠죠."
[그건 그렇지.]
[선수 한 명의 합류가 아님.']
[제대로 된 포수의 합류는 결국 투수진 전체가 살아나는 시너지가 발생한다.]
[토마스는 그런 능력을 가진 선수고.]
레전드들의 평가를 받으며 신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그의 앞에 2층짜리 주택이 보였다. 벨을 누르자 문이 열리며 토마스가 보였다.
"어서 와!"
"조금 늦었지?"
"다들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 들어오라고."
토마스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자 거실에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시누, 이제 온 거야?"
"늦었잖아!"
"뭐하다가 이제 왔어?"
"우리 어머니가 이거 좀 들고 가라고 하셔가지고."
"이게 뭐야?"
토마스의 질문에 신우가 씩 웃었다.
"갈비찜."
"응? 그게 뭐야?"
"한국식 비프 스튜야. 어머니가 같이 먹으라고 만들어주셨어. 집에 냄비에다가 잠깐 데우면 돼."
"오, 그래?"
"시누~!!"
그때 2층에서 한 소녀가 뛰어내려 왔다. 그리고는 신우의 품에 푹 안겼다.
"우와~! 이사벨! 너 엄청 컸구나?"
"헤헤, 많이 컸죠? 이제 신우의 가슴까지 온다구요!"
"음,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시누, 이건 내가 준비할게. 정원에 다른 애들도 있으니까. 먼저 가있어."
"제가 안내할게요!"
이사벨의 손에 이끌려 신우가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갤럭시의 몇몇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시누~! 늦었잖아!"
"어서 오라고!"
"이리 와서 라자냐 먹어봐. 형수님의 실력이 끝내줘!"
선수들이 반갑게 신우를 반겼다.
오늘 이 자리는 토마스의 제안으로 열렸다. 캐나다에 집을 렌트했으니 집들이를 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일종의 포트럭파티인 셈이었다.
"형수님의 라자냐도 훌륭하지만, 미구엘의 타코도 정말 끝내줘."
"이 녀석이 던지는 공보다 백만 배는 더 맛있다니까."
"에헤이! 또 말을 그런 식으로 하네. 물론 내 타코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이라 내 공이 따라가기는 무리가 있지만, 백만 배까지는 아니지. 한 십만 배 정도 차이가 날까?"
"그게 그거 아니냐?"
여전히 TMI인 미구엘을 보며 신우가 타코를 입으로 가져갔다.
여전히 훌륭한 타코의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모임을 기획하다니. 역시 토마스는 팀을 다룰 줄아네.]
[지, 특히 이자리에 참석한 녀석들 대부분이 좀 겉도는 애들이네.]
[온 지 며칠도 안 됐는데, 벌써 그걸 파악하다니.]
[대단한 녀석이긴 하네.]
이런 자리를 마련한다는 건 신우는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훈련만 하더라도 정신이없을 지경이었으니까.
특히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힘들었다. 토마스는 그것을 오자마자 해냈다.
클럽하우스에서 걷도는 선수를 캐치해내고 오늘 자리에 불렀다.
자칫 잘못하면 어색한 자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토마스는 어떻게 했는지, 자신이 오기 전에 이미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신우가 가지고 온 갈비찜이 나오자 절정에 이르렀다.
"자, 시누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코리언 비프스튜라고 하네. 다들 먹자고."
"냄새 죽이는데?"
"뼈가 그대로 달려 있네?"
"그 뼈를 잡고 그냥 먹으면 되는 거야."
"오케이!"
미구엘이 가장 먼저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한입 베어물자 육질이 부드럽게 잘리면서 쫄깃한 식감이 그의 입을 가득 메웠다.
특히 짜고 단 소스가 입에 맴돌면서 혀를 자극했다.
"와우!! 이 고기 뭐야? 진짜 맛있는데?"
"그래?"
"어디 나도와! 그냥 잘리네?"
"죽이네!"
"이게 비프스튜라고?"
정확히는 갈비낌이야. 비프립을 이용한 요리지."
"이게 비프립이야?"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비슷한 요리를 먹어보긴 했지만, 이건 정말 맛있는데?"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한 요리는 양식에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요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판단의 조합은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시누! 이거 정말 맛있어!"
물론 어린아이인 이사벨의 입맛도 사라잡았다. 요리들이 모두 나오자 파티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었다.
빈캔이 쌓여가고 선수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벽을 허물었다.
잠든 이사벨은 소피아의 품에 안겨 침대로 향했다. 이제 슬슬 파티가 마무리 되어 가는 시간. 미구엘이 남은 갈비를 입으로 가져가며 신우에게 물었다.
"이번에 네가 한 인터뷰로 SNS가 난리더라. 우승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랬지.
"진심이야?"
그의 질문에 팀원들의 시선이 신우에게 향했다.
"물론이야. 나는 이 팀에서 우승해 보고 싶어."
"가능할까? 메이저리그 역사상 창단 첫해에 우승한 팀은 없었잖아?"
"없었지. 그러니까 멋진 거 아니겠어? 역사의 한 페이지에 우리의 이름을 새기는 거야."
역사의 한 페이지 ……"
"분명 멋진 일이지. 하지만 너나 토마스가 분투를 해도 힘들지 않을까?"
신우의 시선이 토마스에게 향했다.
녀석은 모든 걸 맡기겠다는 듯 태평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나와 토마스 두 사람이 하는 게 아니야."
"응?"
"너희와 함께하는 거다."
"하지만……"
"그래! 우리도 함께 해야지! 베이스볼은 팀플레이잖아!"
그때 미구엘이 말했다.
"아무리 신우가 잘 때리고 잘 던진다 해도 한 명이야!! 우리가 도와주지 않으면 결국 우승하지 못한다고! 아, 물론 혼자 해서 이긴 경기도 있긴 하지만…그래도 월드시리즈 우승은 힘들지 않을까? 크흐흠!! 어쨌건 시누가 이렇게 말하는 건 결국 우리도 함께 힘내자는 거 아니겠어?"
"미구엘의 말이 맞아. 너희의 힘이 필요하다. 한두 사람이 우승을 외쳐도 팀 분위기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세 명이 되고 네 명이 된다면 이야기를 달라지지."
"일단 우리 팀 동료들부터 우승을 목표로 경기에 임해야 결과도 나오지 않겠어?"
신우의 말은 정답이었다.
스스로도 믿지 못한다면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려울 거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확답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우승이란 목표가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신우가 말했다.
"너희들이 함께 도와줘."
신우는 팀의 에이스다.
동시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그런 스타가 자신들에게 도와달라 말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그 한 마디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선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미구엘이었다. 까짓것! 남들이 못했다고 해서 우리도 못 하라는 법은 없잖아?!"
"그, 그렇지! 우리는 할 수 있어!"
시누와 함께라면 당연히 할 수 있지!"
분위기는 단숨에 달아올랐다.
[이걸로 됐네.]
[우승에 대한 목표는 결국 선수 한 명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함께 가져야 되지.]
[갤럭시는 그게 부족했음.]
[신생구단의 한계지.]
[그것보단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아예 없었던 거지.]
첫발을 내딛는 건 어렵다.
하지만 신우는 그 도전을 하려 하고 있었다.
쓸쓸한 항해가 아닌 동료들과 함께 말이다. 사람은 환경에 동화되기 마련이다. 프로선수들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으면 마음가짐 역시 느슨해진다.
"한 세트 더 가자!"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갤럭시 클럽하우스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팀 리더의 부재다.
신우가 절대적인 에이스로 활약하고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지만, 그걸로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다.
리더는 먼저 나서서 팀원들을 챙겨야 되는 부분이 있어야 했는데, 신우는 그러한 부분이 적었다.
조언을 구하러 오면 해주긴 했지만, 먼저 나서서 해주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토마스가 들어오면서 달라졌다. 따악~!!
"굿! 아주 좋아. 소리가 끝내주는데?"
"하하! 그래?"
"응. 오늘 홈런 하나 때리겠어."
토마스는 연습장을 돌아다니며 선수들에게 한 마디씩 건넸다.
별거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이라도 베테랑인 토마스가 한다면 무게감이 다르다.
자연스레 선수들은 그의 말에 더욱 힘을 냈다. 이렇게 하나의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고 있었다. 남은 문제 한 가지는 바로 우승이란 목표의 부재였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창단 첫해에 우승한 팀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전에 없었기에 우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인식이 선수들의 머리에서 우승이란 목표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포트럭 파티 이후 그 자리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오~ 우리 팀이 벌써 3위네. 1위하고도 이제 6게임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이러다가 지구 우승하는 거 아니야?"
"야야, 무슨 지구 우승이냐?"
미구엘의 말에 그 자리에 없던 선수가 핀잔을 날렸다. 자신이 던진 미끼에 걸렸다는 듯 미구엘이 TMI 성향을 그대로 폭발시켰다.
"잘 생각해 봐! 우리 팀에는 시누도 있고 거기에 토마스까지 왔잖아. 그러면서 투수들이 힘을 내고 있지? 나만 하더라도 토마스와 호흡을 맞추니까, 한층 더 안정을 찾았다니까?"
"그 정도야?"
"응! 그리고 타선을 봐. 네가 갤럭시가 아니라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서서 이들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어떻겠어?"
"……지옥이지."
"그래! 다른 팀 투수들도 앞으로 그렇게 생각할 거란 말이지. 거기에 지금 이야기 되고 있는 앤더슨까지 영입하면 단숨에 우리 팀 타선은 지구 최강 아니겠냐?"
"그, 그렇긴 하겠네."
"이래도 지구 우승이 불가능임?"
"…… 네 말을 듣고 보니 가능할…… 수도?"
미구엘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전드들이 학을 뗐다.
[재 사기꾼 했어도 대성했겠다.]
[와… 말빨로 그냥 현혹시키.]
[무엇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지구 우승부터 이야기하는 게 신의 한 수지.]
[ㅋㅋㅋ TMI 미구엘도 도움이 되누.]
'그래도 녀석 덕분에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네요.'
[스타트 신호를 날린 건 너다.)
신우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미구엘도 우승을 이야기하지 못했을 거다.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서히 분위기는 바뀌어 갈 것이다.
팀원들이 우승이란 목표를 생각하게 되면서 말이다.
[신호를 날렸으니 거기에 따른 책임도 져야지.]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