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223화 (223/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23화

선수 한 두 명이 팀을 바꿀 수 없다.

베이스볼에서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올 타임 레전드급 선수 두 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버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 삼진!! 오늘 경기 13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며, 6이닝 무실점 경기를 이어갑니다! 이렇게 되니 1회에 맞은 빗맞은 안타가 아쉽네요.]

[그렇습니다. 그 안타만 아니었어도

퍼펙트게임이었을 테니 말이죠.]

신우는 올 타임 레전드급 선수다.

고작 3년이란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그가 현재와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지는 성적을 올리더라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거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그가 보여준 모습은 충격적인 것들이었다. 약팀인 갤럭시에 온 뒤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갤럭시는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 헛돕니다! 원 바운드 된 공! 포수가 블러킹 합니다!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황! 토마스 포수 재빨리 공을 집어 1루로 뿌립니다!]

"아!!"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토마스 선수의 블러킹이 환상적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정신우 선수가 원바운드 되는 공을 자주 던지네요.]

[정신우 선수의 쓰리핑거 커브는 포크볼, 스플리터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즉,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갑자기 뚝 떨어진다는 거죠. 이런 공은 사실상 원 바운드 되는 궤적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럼 그동안 왜 던지지 않았던 거죠?]

[매버릭 포수의 블러킹이 불안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제 토마스라는 특급포수가 왔으니, 걱정 없이 공을 던질 수 있는 겁니다.]

토마스의 합류는 신우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지상에서 포식자로서 활약하던 신우에게 날개가 달리는 순간.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 삼진!! 오늘 경기 15번째 탈삼진이 올라가면서 7이닝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신우는 포식자를 넘어선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거기에 더 공포스러운 건 타선에 있었다.

[7회 말! 1번 데미안부터 타석이 시작됩니다!]

7회말 공격에 나올 선수들의 면면이 화면에 떴다. 데미안을 시작으로 루카스 그리고 신우 마지막으로 토마스로 이어지는 타선이었다.

모두 이번 시즌 타율이 2할 후반에서 3할 중반에 이르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신우는 여전히 3할 후반을 달리고 있었다.

-타선 미쳤따리.

-와…… 요즘 타율이 아무리 의미 없어졌다지만, 이 타선은 무섭네.

얘네들은 타율만이 아니라 출루율이나 장타율 홈런

타점 모두 높음.

ㄴ ㄴ레알 역대급 타선인데.

-여기에 지금 루머로 돌고 있는 로키스의 앤더슨까지 오면 어케 됨?

로키스 빨이 좀 심하긴 하지만, 오면 장난 아니지.

L L거를 타선이 사라질 듯.

ㄴㄴ그런데 오긴 함? 로키스 주전 유격수인데, 앤더슨 그렉.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의 유격수다.

작년 시즌 3할 30홈런 30도루를 이루어낸 선수로 대표적인 5툴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특히 유격수로서 수비능력 역시 리그

최상위권이었다.

그 역시 다음 시즌 FA로 풀리게 된다.

로키스 입장에선 당연히 잡고 싶었으나, 그의 몸값은 3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로키스는 이 돈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졌다. 올 시즌이 끝나고 로키스에서 FA가 되는 건 앤더슨 한 명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거기다 팜에서 그를 대처할 선수가 자라나고 있었다. FA로 잡지 못한다면 팀은 선수를 판다. 그것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으니 말이다.

최근 앤더슨이 갤럭시와 연결이 되는 이유였다.

[때렸습니다!! 데미안에 이어 루카스 역시 안타!!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신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올림픽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우~! 우~! 우~! 우~!!"

[갤럭시 팬들이 정신우 선수의 챈트를 외치고 있습니다!]

[몬트리올에서 정신우 선수는 월드스타나 다름없네요.]

[이 열렬한 환호에 보답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신우는 침착하게 공을 지켜봤다.

두수는 정민승부를 피해왔다.

볼!!!!"

[두 개의 공이 모두 존을 벗어납니다! 투수가 승부를 들어가질 못하네요.]

[후반기 들어 투수들이 정신우 선수와 정면승부를 피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못하죠.]

카메라가 대기타석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토마스가 배트를 가볍게 돌리고 있었다.

[정신우 선수를 피해도 토마스 선수가 뒤에 버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신우 선수를 피하면 뒤에 무서운 선수가 없었죠.]

[그렇기에 굳이 정신우 선수와 승부를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죠.]

']

[잘 맞은 타구가 라인을 벗어납니다! 파울!! 역시 승부를 들어오는군요.]

강한 타자가 있다는 건 팀에 시너지가 된다. 이는 단순히 점수를 많이 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투수에게 줄 수 있다는 소리였다.

더 이상 승부를 피하지 않는다.

확실히 토마스가 와서 플러스 요인이 많네요."

[그렇지.]

[갤럭시가 선택을 잘 안한 거임.]

[같은 팀 투수에게는 안정감을 주고 적팀 투수에게는 압박감을 주는 거지.]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다시 타석에 섰다. 자세를 잡고 투수를 노려보자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승부를 들어올 거다.]

[피할 생각은 없을 거임.]

[피하더라도 뒤에 토마스가 있다.]

조급할 이유는 없다.

"내가 때리지 못하더라도.

페억 ~!!

[떨어지는 커브를 참아냅니다!!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신우 선수!!]

뒤에 토마스가 있다. 녀석이 해결해 줄 거야."

침착해진 신우의 모습에 포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최근 좋지 않은 공에도 스윙을 하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침착한 거야?"

'어떻게 할 거야?'

투수의 사인에 포수는더그아웃을 바라봤다. 배터리코치의 사인이 나왔다. 고개를 끄덕인 포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수비들에게 사인을 보냈다.

[내야 수비들이 우측으로 이동합니다. 시프트가 발동되는군요.]

[정신우 선수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타구를 날리지만, 그래도 당겨치는 타구가 더 많은 선수입니다. 시프트가 나오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겁니다.]

신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시프트에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정신만 집중했다.

사인을 교환한 두수가 세트포지션에서 슬라이드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타구는 몸쪽.

시프트가 우익 방향으로 걸려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좌앗~!!

다리를 내디딘 신우는 골반을 돌리면서 시선은 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변화를 일으킨 공이 뚝 떨어졌다. 공의 변화를 확인한 신우는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밑에서 위로 처올리는 듯한 스윙은 떨어지는 공을 그대로 낚아갔다.

따악~!!

[때렸습니다!! 그리고!!!]

휘리릭~!!

신우의 손을 떠난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배트를 던졌습니다!!!]

배트플립과 함께 타구를 확인한 신우의 눈에 관중석에 떨어지는 타구가 보였다.

[쓰리런을 폭발시키는 정신우 선수!! 완벽한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몸쪽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완벽하게 받아졌어요!]

신우의 쓰리런에 분위기는 완벽하게 넘어갔다. 토마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그가 보호장구를 막 벗고 있을 때였다.

따악~!!

"와아아아아!!"

다시 들려오는 경쾌한 타격음에 신우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거기에는 배트를 멋들어지게 던진 토마스가 1루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이열~ 토마스도 빠던 제대로 하누.]

[꽤 잘하네.]

[ㅋㅋㅋ 연타석 홈런 실화냐?]

토마스의 합류가 어떤 효과를 낳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릴리 헤리스는 경기를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에 있던 크리스토퍼 단장이말했다.

"토마스 에드윈의 합류가 팀에 플러스 요인을주고 있군요."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이네요."

"예, 투수진도 한층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격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니, 투수진까지 안정을 찾으면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면 어떤가요?"

그녀의 말에 크리스토퍼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대답했다.

"아직 부족합니다."

"역시 그렇죠?"

"예, 월드시리즈를 가기 위해서는 수비를 강화해야 합니다. 불펜의 강화와 최소 한 명 이상의 선발투수 그리고 내야의 핵심인 유격수의 영입이 필요합니다."

"네 명 정도가 필요하겠네요. 불펜 두 명, 선발 한 명 그리고 유격수 한 명."

만만치 않은 숫자다.

이 정도 숫자를 영입하기 위해서 팀이 희생해야 할 것은 미래였다.

유망주를 내주고 현재를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장 내년이 문제가 된다.

'현재 시장에 나온 선수들은 모두 내년에 FA가 된다. 즉, 올 한 해만 쓰고 내보낼 선수들을 미래와 바꾸는 거다.

메이저리그에서 우승은 매우 특별했다. 그렇기에 기회가 왔을 때 미래를 포기하고 현재를 택하는 팀들이 많았다.

문제는 현재 말한 선수들을 모두 영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당장 올해 우승을 위해 투자하는 게 나쁘지 않다. 결과만 낸다면 말이다.

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영입한 선수들은 하나둘 팀을 떠날 것이다.

아무리 갤럭시가 돈이 많다 하더라도 수많은 FA를 한 번에 잡을 순 없다.

즉, 올해 우승하지 못하면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임은 모두 책임자가 진다. 원래라면 단장인 자신이나 사장이 책임을 져야겠지만, 지금 팀의 결정권자는 릴리였다.

아무리 구단주의 딸이라 해도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조금 고민해 봐야겠네요."

당장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크리스토피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래도 앤더슨은 영입하는 쪽으로 진행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우선 카드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앤더슨 그리.

그를 영입하는 게 최우선 카드였다.

홀로 사무실에 남은 릴리는 고민에 잠겼다.

'아빠는 마음대로 해보라고 했지만……"

벌 헤리스는 릴리에게 전권을 주었다. 그리고 전폭적인 지원 역시 약속했다. 그래도 부담은 됐다.

팀 전체를 움직이는 게 그녀였으니 말이다.

'우승은 노리고 싶어."

팀을 맡은 이상 정상의 자리에 올리고 싶었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 미래를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희생해서 우승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야. 문제는 100%가 아니라는 거야.'

미래를 희생했는데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시즌 전체를 망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 하나에 팀은 당분간 침체기에 빠질 수도 있다.

'오너라는 자리가 쉬운 게 아니네."

새삼스레 아버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승에 실패하더라도 문책을 당하진 않을 거다. 어느 정도 그런 거에 자유롭다는 걸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팀에 합류하면서 그녀는 구단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노력이자신의 선택에 의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두동을 억누르기 위해 관자놀이를 누르던 그녀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거기에는 경기에서 승리한 신우기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삐빅!

음소거를 풀자 기자의 질문이 들렸다.

[시누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습니까?]

올스타전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했던 기자가 있었다. 하지만 신우는 두루뭉술하게 대답했었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지금까지 많은 걸 이루었습니다. 하지 아직 이루지 못한 게 있습니다.]

릴리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그게 뭐죠?]

[월드시리즈 우승입니다.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

[신생팀이 창단 첫해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한 기록이 없다는 건 알고 계시나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할 수 없죠. 그런 식으로 따지면 제가 데뷔 첫해에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를 올릴 수 없었을 테니까요.]

단순히 립서비스일 수 있다.

하지만 릴리에게는 전혀 다르게 와닿았다.

'팀을 대표하는 스타가 저렇게 말하는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고민은 끝났다.

그녀는 내선전화를 들어 크리스토퍼를 연결했다.

[예, 크리스토퍼입니다.]

"저예요. 아까 말씀하셨던 투수진의 보강, 리스트를 짜서 보고하도록 하세요."

[그 말씀은…]

"예. 올해 도전할 생각이에요."

[알겠습니다. 곧 보고드리겠습니다.]

이제는 레이스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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