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22화
TV에 패널들이 트레이드 시장과 관련된 의견을 이야기했다.
[오늘 트레이드 시장을 뒤흔드는 소식이 전해졌죠?]
[그렇습니다. 바로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큰 매물로 손꼽히던 토마스 에드윈이 초기에 트레이드가 된 거죠. 그것도 갤럭시로 말입니다.]
[토마스가 트레이드될 것이란 건 확실시 되고 있었습니다. 3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1위와 승차가 너무 컸으니까요. 메츠가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죠.]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각 지구에 1장씩밖에 없기에 이번 트레이드 시장에서 포지션을 빠르게 정하는 것이 중요했죠.]
32개 구단 체재가 되면서 포스트시즌 역시 바뀌었다. 와일드카드가 사라지고 각 지구 1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방식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트레이드 시장은 더더욱 치열해졌다.
[토마스 에드윈은 이런 시장에서도 S급으로 분류되던 매물입니다. 우승을 노리던 팀들은 모두 토마스를 원하고 있었죠.]
특히 다저스와 양키스가 참전을 선언하면서 일찌감치 토마스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죠.]
[하지만 승자는 다름 아닌 갤럭시였습니다. 현재 내셔널리그 북부지구 4위! 한 마디로 지구 꼴찌인 갤럭시가 선수를 영입한 겁니다.
아, 그렇다고 해서 '갤럭시가 우승이 불가능한 거냐?' 라고 한다면 또 그건 아니죠.]
[맞아요. 북부지구는 올 시즌 가장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위와 4위의 경기차가 아직 8게임밖에 나지 않고 있어요.]
8게임.
잔여 경기가 충분히 남은 현재 시점에서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
[아무래도 북부지구에 각 지구의 약팀들을 모아 넣은 닷이 큰 거 같죠?
[그렇게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각 팀의 전력은 올 시즌 이상하게 상승한 상태니까요.]
북부지구에는 피츠버그, 마이애미 그리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갤럭시가 포함되어 있었다.
각 팀은 대표적인 스몰마켓이었고 각 지구에서도 약세 팀에 속했다.
드라코 역시 아메리칸리그에서 약자들을 분류해서 남부리그로 편성됐다.
문제는 그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요원하다는 것이지만 말이다.
어쨌건 4위라고 해서 갤럭시의 우승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게 이상할 일이 아니다.
이상한 것은 바로 갤럭시가 경쟁자들을 이기고 토마스를 영입한 것이다.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빠른 시간에 토마스를 영입한 갤럭시, 유망주 3명과 즉시 전력감이자 주전이었던 일루수 버몬드를 내주었죠.]
[거기에 하나가 더 있죠. 바로 현금입니다. 갤럭시는 무려 천만 달러라는 현금을 메츠에게 내주는 조건으로 토마스를 데려왔어요.]
[한 마디로 토마스의 가치를 유망주 3명, 갤럭시 기준 주전 1명 거기에 현금 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본 건가요?]
[그렇습니다. 우승에 대한 갤럭시 수뇌진의 생각을 알 수 있는 투자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다른 구단들 역시 이 정도 현금은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다른 구단들이 나서지 못한 게 바로 현금 부분입니다.]
[그렇습니까? 돈이 많은 구단들일 텐데요.!
[돈이야 많죠. 문제는 트레이드에 사용할 수있는 돈이 얼마나 있느냐는 겁니다.]
[아~! 사치세를 이야기하시는 거군요.]
메이저리그 구단은 일종의 회사다. 회사의 규모는 모두 다르다. 한 구단이 하위 10개 구단의 수익을 벌 때도 있었다. 거기에 구단주의 지원까지 더해지면 년 단위로 쓸 수 있는 돈이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그러다 보니 한 팀이 좋은 선수를 돈으로 싹쓸이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양키스가 이런 방식으로 좋은 선수를 쓸어갔다.
악의 제국이란 별명도 이런 시기에 생겼었다. 결국 사무국에선 공정한 경쟁을 위해 여러 장치를 도입했고 그중 하나가 사지세다.
[사치세는 간단히 말해 1년간 연봉으로 쓸 수 있는 돈을 정해두고 그 이상을 넘어가면 세금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일종의 패널티죠.]
[현재 상위권 팀들은 이 사치세가 대부분 한도에 자 있는 상태죠?]
[그렇습니다. 당연히 내부에서 이야기하는 데 시간이 걸리게 되어 있었죠. 하지만 갤럭시는 사치세 한도가 아직 넉넉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딜을 했다는 거군요. 하지만 메츠가 성급하게 결정한 게 아닐까요?]
[뭐. 기다리민 더 좋은 딜을 성사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세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메츠 입장에서도 나쁜 딜은 아니었단 거죠.]
주인이 바뀐 메츠.
그들은 리빌딩을 선언했다.
그리고 토마스의 계약은 올해까지였다. 내년에 FA로 팀을 떠날 게 확실시되는 선수를 잡고 있다가 그냥 보내느니 유망주들을 데려오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의문인 긴 갤럭시와 메츠의 딜이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오직 당사자들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TV를 끄자 검은화면에 릴리의 모습이 비처졌다.
"단장님, 고생하셨어요. 제 예상보다 빠르게 일을 지리해주셨네요."
"실탄을 넉넉하게 쟁겨주셔서 일은 오히려 쉬웠습니다."
크리스토퍼는 단장 경험이 풍부하다.
단장 생활을 하면서 가장 골치 아팠던 것은 트레이드나 FA와 같이 큰돈을 사용해야 할 때다.
위에서 결제를 받아야 했다.
문제는 이 결제를 받는 기간이 어떤 구단은 무척이나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했던 보고를 및 번이나 반복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갤럭시는 달랐다.
구단주 대행인 릴리에게 보고를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가 나왔다.
특히 이번 트레이드는 그녀의 전폭적인 지원이뒤를 따랐다.
처음부터 무제한의 실탄을 들고 트레이드에 임한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셨기에 메츠가 이렇게 빨리 수락을 한 거예요?"
"간단합니다. 지금 제안하는 조건이 우리가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이며 이후에는 조금씩 조건이 깎일 것이라 했습니다."
"아…! 그랬다가 다른 구단들이 채가면요?"
"메츠는 현금을 강하게 원했습니다. 아무래도 구단주의 성향이 그쪽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구단들은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치세도 있었고 운영비에서 너무 오버가 되거든요. 무엇보다 그들은 토마스가 없더라도 대체제가 있는 것도 이유고요."
"확실히 그랬겠네요. 단장님 덕분에 가장 큰 시름은 덜게 됐네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트레이드 시장은 이제 막 열렸다.
갤럭시의 영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소리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선 신우는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다.
"토마스!"
"왔냐?"
토마스 에드윈.
그가 갤럭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잘 어울리는데?"
"흐흐, 우리 공주님도 그렇게 말해주더라."
"너만 이쪽으로 온 거야?"
"그렇지, 뭐. 아~ 우리 공주님 보고 싶다. 사진 보여줄까? 아니면 영상통화? 공주님도 너 한번 보고 싶다 하더라고, 다음에 뉴욕으로 원정 가면 한 번 가자."
"그거 좋지. 나도 오랜만에 이사벨 만나고 싶네."
토마스도 어느 아파들처럼 딸바보였다.
"와~ 진짜 토마스 에드윈이잖아!"
그때 한 선수가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며 외쳤다. 그는 다름 아닌 매버릭이었다.
트레이드된 선수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것이 바로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수다.
경쟁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때 매버릭이 다가와 토마스에게 악수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매버릭입니다. 당신의 환상적인 프레이밍을 보면서 공부했었는데, 같은 팀에서 뛰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 그거 고맙네. 반가워. 앞으로 같은 포수끼리 잘 해보자고."
"아~! 사실 저 포지션변경을 했어요."
"변경?"
"예! 오늘부터 1루로 나가게 될 겁니다. 마스크를 쓰는 건 당신이 될 거예요."
토마스가 놀란 눈으로 신우를 바라봤다.
'설마 나를 위해서 벌씨 교통정리를 끝낸 건가?'
토마스는 베테랑이었다.
그렇기에 여러 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팀도 대형선수가 온다고 해서 주전포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갤럭시가 그걸 해둔 것이다.
"앞으로 마음 편하게 공만 잡으면 되겠네."
신우의 말에 토마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첫 인상부터 갤럭시가 좋아지는 토마스였다. 그날.
토마스는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다.
"마음껏 던져!!"
미트를 때리고 양팔을 들어올린 그가 외쳤다. 그의 외침에 묘하게 안정감이 느껴졌다.
[갤럭시의 포수는 매버릭이 아닌 토마스가 맡게 됐군요.]
[그리고 매버릭은 1루 베이스를 맡게 됐죠.]
카메라가 포수인 마스크와 1루에 있는 매버릭을 찍더니 이제 마운드에 있는 5선발 아니발 루이스를 찍었다.
[최근 성적이 썩 좋지 않은 아니발 루이스입니다.]
[전반기 5경기에서 0승 3패 11이닝 평균자책점 8.1을 기록했죠. 가장 큰 문제는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반기 초반에는 꽤 좋았는데, 이유가 뭘까요?]
[심리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기술적인 부분일 수도 있죠. 뭐가 됐건 갤럭시가 우승을 노린다면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겁니다.]
아니발 루이스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대로 부진하면 결국 팀에서 결정을 내릴 거란 걸 말이다.
그렇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조바심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포수가 바뀌다니.'
토마스 에드윈,
좋은 포수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외부의 평가였다. 자신이 경험한 것은 없었다. 즉, 미지의 포수라는 소리였다.
'과연 나랑 호흡이 잘 맞을까? 매버릭이랑도 호흡이 잘 안 맞았는데, 배터리의 호흡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가장 기본적인 그것부터 잘 맞지 않으면 투수는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해봐야겠지."
루이스는 잡념을 떨쳐내고 사인을 교환했다.
'바깥쪽, 패스트볼
'초구는 나쁘지 않네.'
루이스는 자신의 생각과 동일한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응? 원래 토마스의 몸이 저렇게 컸나?'
조금 전보다 토마스의 몸이 커진 것처럼 보였다. 나쁠 건 없었다.
포수의 몸이 커져보인다는 건 표적이 그만큼 잘 보인다는 뜻과 같았으니 말이다.
루이스는 킥킹과 함께 두구에 들어갔다.
[초구 던졌습니다!!]
왜애애액!!
빠르게 날아오는 공이 원했던 코스보다 공 반개가 빠졌다.
나쁘지 않은 코스였다.
문제는 저 코스를 구심이 잡아주냐는 것이었다. 만약 잡아주지 않으면 오늘 경기는 골치 아파질 수도 있었다.
구심은 한 번 존을 설정하면 그 뒤로는 바꾸지 않으니 말이다.
타자는 배트를 돌리지 않았다.
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공은 홈플레이트를 지나 토마스의 미트에 들어갔다. 그때였다.
'어?"
토마스의 미트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동시에 그의 상체는 일어나면서 구심의 시야를 살짝 가렸다.
경쾌한 소리가 아닌 마치 가죽을 긁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토마스가 손목을 들어 공 반개 정도 존으로 집어넣었다.
거의 동시에 상체를 내려 구심의 시야를 열었다. 구심은 토마스의 미트를 확인한 뒤 손을 들어올렸다.
"스트라이크!!"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화면에는 공 반 개 정도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만, 구심은 여기까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습니다!]
그 모습을 더그아웃에서 바라보던 신우의 눈에 채팅창이 폭발한 걸 볼 수 있었다.
[토마스 미쳤누.]
[저걸 프레이밍해서 스트라이크를 만드네.]
[와…… 저러면 투수 엄청 편해지겠네.]
[크~! 잡는 순간에 어깨로 구심의 시야 가린 거 봤음?]
[레알 지렸다.]
[재 원래 저렇게 잘했냐?]
[매버릭 보다가 재 보니까 눈이 호강하는 느낌임.) 레전드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친구가 칭찬반자 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녀석이 원래 좀 잘 잡죠."
[저게 잘 잡는 걸로 보임?]
[메츠가 애를 선수 4명+ 천만 달러에 보냈다고 했지?]
[미친 거지 ㅋㅋ]
[공 던지기 전에 상체 세워서 투수에게 던질 곳이 많아 보이게 하는 것도 봤음?]
[레알 재 영입한 건 신의 한 수다.)
[이제 좀 재밌겠네.]
부상에서 돌아온 토마스,
그는 한결 더 완벽한 포수가 되어 있었다. 벌써부터 내일이 기대되네요.'
신우의 등판은 내일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호흡에 기대되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