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17화
전반기가 마무리됐다.
선수단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맞이해 오랜만에 휴식에 들어갔다.
갤럭시 구단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올스타 전야제에는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거기에 각국에서 많은 관중들이 찾아오기에여러 준비를 해야 했다.
카퍼레이드나 레드카펫과 같은 준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열리는 몬트리올에서의 올스타전이었다. 구단은 물론이거니와 시에서도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자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쉬는 날에도 실내배팅장에 나와 연습을 진행했다.
"나이스 배팅! 이번 건 400피트는 그냥 넘었겠다! 한 번 더 간다!"
"예!"
공을 던져주는 건 물론 이진철이었다. 처음에는 호흡이 잘 맞지 않던 두 사람이다. 하지만 충분한 대화를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체크하며 연습량으로 그것을 극복했다.
그리고 3일 만에 두 사람은 마치 몇 년 동안 배팅볼을 던지고 치는 사이와 같아졌다.
따악~!!
굿!!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바라보며 신우는 마지막 연습에 박자를 가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드디어 올스타 전야제 당일. 몬트리올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았다.
"휘유! 몬트리올은 꽤 춤네."
"선선해서 돌아다니긴 좋겠어."
"카퍼레이드가 몇시부터지?"
"점심 먹고 보면 되겠네."
"히야, 사람들 정말 많이 왔다."
관광객들은 몬트리올을 돌아다니며 어서 올스타전이 열리길 기다렸다.
올스타 전야제,
벌써 3년째 잠가를 하는 것이기에 제법 익숙해진 신우였다.
어머니 역시 익숙해진 듯, 제법 카퍼레이드를 즐기셨다.
하지만 한 사람,
"야야, 내가 여기 서도 되는 거나?"
이진철만은 사색이 되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카퍼레이드가 아닌 레드카펫이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한국에서 코치를 맡을 때도 많은 사람 앞에 서봤지만, 메이저리그는 지음이었다.
그 역시 한때는 메이저리그를 동경했던 사람이니만큼 필리는 마음이 컸다.
"괜찮아요. 제 배팅볼러로 참가하는데, 이런 곳에도 한번 서보시고 해야죠."
"흐흐, 그런가? 그러고 보니 이것도 생방으로 나가는 거지?"
"아마 그럴걸요?"
"우리 딸내미가 TV 보면 난리도 아니겠네."
떨리면서도 설레는 기분.
지금 이진철에게 느껴지는 심정이었다. 자신 역시 그랬었으니 이해가 됐다. 그때 한 기자가 다가왔다.
시누! CBC의 제이나예요. 잠깐 인터뷰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캐나다 국영방송국의 취재였다.
제이나는 카메라맨에게 신호를 주더니 곧 인터뷰를 진행했다.
"갤럭시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뛰는
올스타전이네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처음에는 단조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올 시즌 성적은 만족하느냐?
갤럭시 구단은 어떤 거 같나?
팀은 우승할 수 있을 거 같나와 같은 질문들이었다.
[인터뷰에 참신함이 없누.]
[오늘 이런 인터뷰만 몇 번째냐?]
[요즘 기자들 재미없네~]
레전드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그때 기자의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시누는 단 몇 년 사이에 메이저리그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거 같네요. 그런 시누의 최종목표가 있을까요?"
[오~ 이건 좀 괜찮은 듯?]
[지]
[그러고 보니 네 최종목표는 들어본 적이 없네.]
[넌 목표가 뭐냐?)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최종목표라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했다.
육성선수일 때는 단순히 야구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목표였다.
그 목표는 이미 이루었다.
그럼 다음 목표는 뭐가 되어야 할까?
거기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
"아, 죄송합니다. 일단 최종목표보다는 올 시즌 두웨이 플레이어로서 최고의 성적을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우는 대답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지?"
야구를 하는 것.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문제는 야구를 함으로써 무엇을 이루고 싶냐는 거였다.
신우는 그것에 대한 답을 고민하며 레드카펫의 시간을 보냈다.
올스타전에는 많은 스타선수들이 모였다. 그중에는 옛 동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트!!"
시누, 오랜만이야."
피트 알론소.
북극곰이란 별명으로 뉴욕 메츠 시절 팀메이트였다. 중간에 트레이드가 되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그는 FA가 되면서 레드삭스의 유니폼을 입었고 올 시즌 역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었다.
현재 홈런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올 시즌벌써 2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커리어하이 기록갱신이 유력했다.
"그러고 보니 너도 레이스에 참가하지?"
"응. 넌 준비 잘 했냐?"
"그럭저럭 준비했는데,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
"그 말이 더 무서운데?"
알론소의 말에 신우가 피식 웃었다.
"설마 너와 레이스에서 붙게 될 줄은 몰랐네."
"그래? 나는 대충 예상했는데."
"예상했다고?"
"재작년부터 네 타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거든. 그건 감독님이나 코치님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말이야.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 너를 대타로 쓰기도 했잖아."
"그런 걸로 내가 투웨이를 할 줄 알았다고?"
"그건 몰랐지. 설마 투웨이 플레이어라니. 네가 이런 성적을 올리니 내 모교에서도 투웨이 플레이어로 나가겠다는 후배들이 많이 늘었다더라."
"그래?"
"아, 그건 우리 학교도 그렇더라고."
이야기를 듣던 다른 선수들도 하나 둘 끼어들었다.
"요즘 마이너에서도 투웨이 하는 애들 많다. 하더라고."
"구단들도 본격적으로 투웨이를 육성하는 쪽으로 가는 거 같던데?"
"그래?"
"어. 우리 팀 운영팀장에게 들었는데, 루키리그 쪽에서는 아예 재능이보이면 그쪽을 권유한다. 하더라고."
"이야~ 이거 몇 년 뒤에는 투웨이 플레이어가 수도 없이 나오겠네."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이다.
신우는 자신의 훈련에만 집중하니 주위의 이야기는 잘 모르는 편이었다.
이렇게 듣고 보니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움직임이 심상지 않은 듯했다.
[원래 이런 거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결과가 커지는 거임.]
[ㅋㅋㅋ 문과 나오셨음?]
[에헤이~!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그때 한 선수가 대기실로 들어왔다.
특유의 드래드록을 한 선수였다.
"헤이~! 주니어, 올해는 살살 좀 쳐라."
알론소의 질문에 주니어라 불린 선수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신우를 힐끔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그럴 순 없지. 올해도 상금은 내 거야."
"어휴, 돈도 많이 버는 놈이 왜 이렇게 상금 욕심이 냐?"
"상금이 200만 달러인데, 당연히 욕심이 나지."
원래 홈런레이스의 상금은 100만 달러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커미셔너는 2배인 200만 달러로 상금을 올렸다.
그게 작년이었고 주니어는 오랜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어림도 없다고."
"이봐. 올해 우승은 내 거야."
돈 이야기가 나오자 전운이 도는 대기실이었다. 그리고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금이 20억이 넘다니."
메이저리그 클래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올스타 전야제가 시작됐다.
[지금부터 별들의 축제! 올스타전 전야제 행사인 홈런레이스를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정신우 선수의 참가겠죠?]
[그렇습니다. 작년까지 투수로만 활약했던 정신우 선수의 참가. 이는 정말 큰 이슈를 낳았죠.]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정신우 선수의 유명세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 그럼 홈런레이스에 참가할 선수들을 확인해 보도록 하죠.]
화면에 명단이 됐다.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선수! 루키 시절 홈런레이스에 처음 참가해 정말 괴력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홈런레이스 단일라운드 최다 홈런, 단일 더비 최다 홈런, 그리고 작년 우승을 하면서 역대 홈런레이스 최다. 홈런 보유자가 되었습니다.]
[정말 엄청난 기록이군요. 그리고 정신우 선수의 옛 동료인 피트 알론소 역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겠습니다.]
선수들의 소개가 이어지고 곧 신우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와아아아아~!!"
"우~! 우~! 우~! 우~!!"
그리고 현장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선수들이 잡힐 때도 대단한 반응이었지만, 그 수준을 가법게 뛰어넘었다.
[정말 대단한 인기의 정신우 선수입니다. 투웨이 플레이어로서 최초로 홈런레이스 참가가 결정된 정신우 선수가 마지막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우의 인기는 미국에서도 매우 높았다. 그러니 대부분의 기업에서 그를 모델로 쓰려고 안달이 난 상태였다.
[첫 번째 선수로 이제는 레드삭스의 유니폼이 익숙해진 북극곰 피트 알론소가 들어섭니다.]
알론소를 스타트로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잠깐 홈런레이스의 을 소개시켜 주시죠.]
[메이저리그 홈런레이스는 총 8명의 선수가 참가합니다. 이들이 총 3라운드를 겨루게 되는데, 각 라운드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가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그럼 라운드마다의 승자가 꼭 우승자가 되라는 법은 없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초반에 힘을 너무 소비하는 것보단 2라운드부터 본격적인 파워를 내기 시작하죠.]
삐빅~!!
[피트 알론소의 타임이 끝났습니다. 1라운드에서 22개의 홈런을 기록한 알론소 선수! 대단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과거 홈런레이스는 열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경우 경기가 루즈해지는 방식이 됐습니다. 선수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공을 기다리면 되니 시간도 길어졌고요.]
[확실히 그랬겠군요.]
[그래서 저는 2015년부터 바뀐 이 타임어택 룰이 참 마음에 듭니다. 선수마다 4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보너스 타임도 있고 말이죠.]
타임어택 룰은 미국에서도 평가가 매우 좋았다. 그렇기에 사무국은 굳이 룰을 바꾸지 않고 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신우는 벤치에서 경쟁자들의 홈런을 바라보며 정신을 집중했다.
"다들 잘 때리네요.'
[시간이제한되어 있으니 확실히 집중력이올라갈 수밖에 없을 듯]
[ㅋㅋㅋ 시누는 긴장되냐?
'그것도 있긴 한데, 사실 낮에 있었던 일이 아직 머리에 남아서요.
[뭐? 인터뷰]
'예. 처음에 선배님들을 만났을 때는 야구를 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 목적은 어느 정도 이루었잖아요."
[그렇긴 하지.]
[부상 아니면 딱히 내려갈 일도 없고.]
[그런데 굳이 고민할 이유가 있나?]
그런가요?'
[응. 그런 건 천천히 찾으면 됨.]
[지금은 지금 일에 집중하고.]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00 원래 프로선수의 최종목적은 별거 없음.]
[일단 1년의 목표를 정하는 게 우선이고.]
[지금 너한테 1년의 목표는 있잖아.]
투웨이 플레이어로서 자리를 잡는 것. 아직 시즌의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먼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당장 그것을 이루는 데 집중해야 했다.
따아악~!!
와아아아아!!"
그때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가는 게 보였다. 순식간에 관중석에 떨어지는 홈런을 보며 신우의 눈이 커졌다.
[와…… 재 뭐냐?']
[파워 장난없네.]
[헐…… 450피트 나왔네.]
[ㅋㅋㅋ 너 걔한테 질 수도 있겠다.]
타석에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있었다. 그는 괴수라는 빌명에 걸맞는 홈런을 연달아 터프렸다.
심지어 보너스 타임까지 얻어내며 1라운드에만 3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시누! 다음 사례에요."
그때 진행요원이 다가와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난 신우가 더그아웃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냥 질 수는 없죠.
1라운드 상위 4명.
첫 목표를 정한 신우가 눈을 번뜩였다.
[자, 드디어 정신우 선수의 차례가 됐습니다. 올 시즌 두웨이 플레이어로서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정신우 선수! 과연 첫 홈런레이스 참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2라운드에 진출하는 건 상위 4명까지거든요. 커트라인을 홈런 20개로 봐야 합니다.']
[만만치 않은 기록이네요. 마운드에는 정신우 선수가 직접 초빙한 이진철 국가대표 투수코치가 올랐습니다!]
[이야~ 이거 설마 메이저리그 홈런레이스에서 한국인 코치와 한국인 선수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을 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삐익~!!
[신호 울렸습니다! 이진철 코치, 초구 던져줍니다.]
이진철이 던진 공이 신우의 몸쪽 갈비뼈의 높이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우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따악!!!
[때렸습니다!! 그리고 넘어갔습니다!! 초구부터 대형 홈런을 만들어내는 정신우 선수!! 타구 비거리는 420피트!! 처음부터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신우의 홈런 쇼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