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16화
메이저리그 올스타는 베이스볼의 가장 큰 축제라 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 유독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뉴스 실화냐? (링크)
ㄴ헐 ㅋㅋ 시누 레알 선발이랑 홈런레이스 다 나오는 거임?
-오피셜?
LL Loo MLB.COM에 올라옴.
-레알 시누 제대로 밀어주는구나.
밀어주는 게 아니라 내셔널리그에서 시누 빼고 할
만한 선수가 없는 거지.
LL이건 0.
ㄴㄴㄴ국뽕 빼고 보더라도 이건 레알이다.
-홈런레이스 최다홈런이 몇 개임?
단일 더비 기록 91개.
-단일 라운드로는 40개가 최고임. ㄴㄴ 라운드마다 새로 집계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음.
-크으~! 설마 한국 선수가 홈런레이스에 나가다니..
조이가 2005년에 참가 했었음.
언제적 이야기임……
대중의 관심은 홈런레이스에 집중됐다. 오랜만에 한국인 선수가 참가하는 만큼 관심도는 매우 높았다.
그런 와중에 하나의 기사가 더 떴다.
[이진철 코치, 메이저리그 올스타 홈런레이스의 배팅볼러로 참가 위해 미국행!!
[전 데블스 구단 투수코치이자 국가대표 투수코치인 이진철 코치가 정신우 선수의 초청을 받아 메이저리그 올스타 홈런레이스에 배팅볼러로 참가한다.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진철 코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신우 선수가 좋은 제안을 해준 덕분에 미국에 가게 됐다. 옛 제자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한편 정신우 선수는 데블스 구단에서 육성선수 신분이었던 2021년 이진철 코치와 연을 맺고 투구폼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구단에서 방출된 이후 당시 중앙대학교 야구부 감독으로 있던 이진철 코치와 같이 훈련하며 다시 한 번 투구폼을 수정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진철 코치의 홈런레이스 배팅볼러 참가는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제자 잘 둬서 메자를 가네.
ㄴ현역 때면 꿈도 못 줬을 텐데 ㅋㅋ
-비행기표는 자비로 갔나?
시누가 보내줬겠지.
L L빅리거 클라스에 지리고 갑니다.
-사제가 합심해서 홈런레이스 1위 가즈아~!!
ㅋㅋ 이러면 레알 재밌을 듯.
신생구단 홍보를 위해 사무국은 올해 올스타전을 갤럭시의 홈구장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내년에는 멕시코시티의 드라코 파크에서 개최를 결정했다.
긴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기에 신우에게는 고마운 일정이었다.
신우가 구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을 때였다. 지잉!!
그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코치님이 도착하셔서 호텔에 들렀다가 곧 구장으로 이동할게요.
문자를 본 신우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오늘 공항에는 김이나가 직접 이진철을 마중나갔다. 올스타전이 3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신우는 아직 시즌을 치르는 도중이다.
훈련에 전념해야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신우가 공항에 간다면 그게 더 문제가 될 것이다.
[ㅋㅋㅋ ㅇㅈ.]
[팬들에게 잡히면 최소 2시간은 순삭이지.]
[요즘 인기 보면 더 걸릴 수도.]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알기에 신우가 이곳에 남았다. 끼릭~!!
신우는 피칭 머신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공을 보고 자세를 취했다.
두확~!!
후!!
딱!!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신우는 다음 공을 치기 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너 홈런레이스에서도 그런 폼으로 칠 거임?]
'예? 그야 당연하죠.
[딱히 우승할 생각은 없나 보네?]
'우승은 하고 싶죠. 이왕 나가는 거 우승이 목표 아니겠습니까?"
[그럼 지금 타격폼으로는 힘듬.]
'예?'
[네가 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건 두수가 그만큼 강한 공을 던져주기 때문이야.]
[실제 네가 때린 홈런 중 80%가 두수의 패스트볼을 받아쳐서 날린 홈런이다.]
홈런을 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강하고 빠른 공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들 중 이러한 조건을 갖춘 공은 당연히 패스트볼이다.
강하고 빠른 공을 정타로 때려내민 적은 힘이라도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신우는 레전드들에게 배운 정확한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홈런레이스는 다르다.
[홈런레이스에서 오는 공은 약하게 던진다. 그렇기 때문에 반발력이 약해지지.]
[이런 공을 홈런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플러스알파의 파워가 필요해.]
[그래서 많은 타자가 홈런레이스에서 스윙을 바꾸는 거지.]
스윙을 바꾼다는 말에서 신우가 되물었다.
'그렇게 되면 시즌으로 돌아왔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건 스윙을 바꾸지 않더라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수백, 수천 번을 휘둘러서 만들어낸 스윙이 고작 3~40번의 스윙으로 바뀐다? 그건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단 소리지]
[뭐,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있으니 괜찮음.]
[00 우리가 봐줄 거임.]
자신들이 있으니 괜찮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하는 거죠?"
신우는 그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날 저녁.
신우는 경기가 끝나고 이진철과 함께 식사를 했다.
"이야~ 네 덕분에 인생 처음으로 일등석도 타보고 정말 호강했다."
"저야말로 코치님이 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하죠."
"어차피 백수인데 뭘. 너도 알겠지만, 작년 시즌이 끝나고 데블스에서 해고됐잖아. 오히려 네가 불러줘서 오랜만에 바람 쐬러 나온 거다."
"그러고 보니 그건 무슨 일이에요? 작년에 데블스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었잖아요?"
"그러면 뭐하냐. 한국시리즈는 나가지도 못했는데."
"그래도 3위면 좋은 성적이잖아요. 거기다 정규시즌 2위였고, 무엇보다 투수진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거로 아는데."
"너 의외로 잘 안다?"
"그래도 나름 친정팀이니 관심은 가지고 있죠."
"친정팀은 무슨."
이진철이 식탁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으엑! 난 와인 같은 건 여전히 맛을 모르겠어. 외국에 자주 안 나가서 그런가? 그냥 한국에서 마시는 맥주나 소주가 최고인 거 같다."
"저도 맛은 잘 몰라요."
웃으며 대답하는 신우를 보며 이진철이 말을 이어나갔다.
"모그룹 입장에서는 2위까지 갔는데 왜 한국시리즈에 나가지 못했는지가 의문인 거 같더라고. 결국 현장직에 책임을 물었는데, 감독님이 그 책임을 지는 건 모양새가 이상하잖냐."
"그래서 코치님이 나서신 거예요?"
"어. 뭐 딱히 나한테 나가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사실 좀 지지기도 했고, 라인이니 뭐니 하면서 코치진들도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나의 팀이라는 건 허울 좋은 이야기에 불과했다. 팀 내부에서도 결국 알력다툼이 생기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 싸움을 벌인다.
단지 그 싸움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을 뿐이었다.
"내가 너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진철은 제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었다.
"그림 앞으로는 뭐 하실 계획이세요?"
"쉬면서 이것저것 생각해 봤는데, 아마 애들 가르치는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애들이요?"
"응, 내가 그동안 해온 일이기도 하고 하니까. 그쪽으로 하는 거지. 일반적인 아카데미도 생각은 해봤지만, 그것보다는 대규모로 가르칠 수 있는 저렴한 아카데미를 생각 중이다."
"저렴하게요?"
"너도 알겠지만, 사설 야구 아카데미의 교습료가 꽤 비싸잖아. 그래서 못 보내는 경우가 많거든, 일대일 교습으로 가르치는 것보단 정확하게 봐주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많은 애들을 가르칠 수 있겠지."
한국에서 야구의 인기는 매우 높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거액의 연봉이다.
특히 메이저리그가 된다면 수백억의 자산가가 되는 게 꿈이 아니다.
그렇기에 부모들은 자식에게 야구를 가르치는 일이 많았다.
부모들의 뜨거운 일의는 자연스럽게 사교육으로 이어졌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은퇴한 프로선수나 프로가 되지 못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아카데미를 열었다.
아카데미가 과도하게 많아졌지만, 여전히 수요가 많았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문제는 사교육을 받으면서 생기는 부작용이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거기에 사교육까지 받게 되면 한 달에 50만 원에서 백만 원가량의 레슨비가 추가로 든다.
이런 비용을 일반적인 가정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또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이들의 잘못된 윤리의식으로 인해 선수가 피해를 보는 일도 많았다.
[무슨 피해?]
예전에 전 프로선수가 아카데미를 운영하다가 자신에게 레슨받는 교육생들에게 약물을 사용하다가 걸린 사건이 있었어요.'
[약물?!]
[미친 거 아니냐?]
[레알임?]
'예
아마추어 약물사건은 당시 큰 이슈였다. 하지만 이후 그 사건을 일으킨 전 프로는 6년 자격정지 10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은 거로 끝났다.
협회 차원에서 무언가 방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결국 피해는 선수에게 돌아가게 됐죠."
[와~ 미쳤네.]
[애들한테 약물을 놓고 겨우 6년 자격정지?]
레전드들의 분노가 들끓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예? 아니에요. 참, 그런데 코치님."
"그 아카데미요. 혹시 좀 크게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크게라니?"
"코치님 혼자 하시게 되면 저렴하게 하더라도 소수의 선수만 받을 수 있을 거잖아요."
"그렇긴 하지. 많아야 20명 안팎이겠지."
이것만 해도 대단히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전체 아마추어 선수들을 생각하면 극소수에 불과했다.
"한 1~200명 수준으로 선수를 받아서 훈련시키는 건 힘들까요?"
"일이백 명? 가능은 하겠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힘들어. 1년 운영비용으로 최소 20억 이상은 들어갈 거야. 거기에 장소는 어떻게 하고?"
"비용은 제가 투자하겠습니다."
신우의 수입을 생각하면 그리 큰 돈은 아닐 거다. 1년 수익의 10%가량이다.
현재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성사되면 그보다 훨씬 적은 돈일 테고 말이다.
하지만 이진철은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왜?"
"갑자기는 아닙니다. 제가 야구로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면서 돌려주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그중 하나가 한국에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은퇴 이후에 해볼 생각이었지만, 코치님이 하신다면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음…… 네가 그렇게 생각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제가 프로에 들어가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코치님이 먼저 연락 주셔서 제 투구폼 수정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죠. 그런 열정이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실패로 돌아갔잖아. 내가 보는 눈이 정확했다면 네가 메이저리그 더 일찍 왔을 거다."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 그때 야구를 포기할까도 생각했거든요. 코치님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이었다.
당시 신우는 야구를 포기하려 했다.
하지만 이진철의 제안으로 포기하지 않고 육성선수에 도전했다.
이후 그는 다른 사정으로 팀을 나가게 됐지만, 결국 그의 전화 한 통이 레전드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물론 코치님이 거절하시면 저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그래.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하마."
이 문제는 이진철에게 달린 문제였다. 다음 날,
신우는 배터박스에 섰다.
"내가 너한테 배팅볼을던져주는 날이 올 줄이야."
마운드에서 내려온 위치에 선 이진철이 웃으며 공을 쥐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몸쪽이 편하겠지?"
"예. 그리고 가운데보다는 조금 높은 코스로 던져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알았다."
이진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홈런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팅볼러다. 타자가 원하는 코스에 정확히 공을 던져야 타자가 홈런을 때리기 쉬웠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진철은 배팅볼러로서의 재능이 제법 좋았다.
일단 제구력이 좋았다.
그리고 코치가 되기 위해 준비과정에서 여러 차례 배팅볼을 던졌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살려 이진철이 공을 던졌다. 꽤액~!
날아오는 공을 본 신우가 디딤발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평소와 달리 수평적인 배트의 움직임이 아닌 밑에서 퍼올리는 듯한 어퍼스윙을 가져갔다.
'가장 큰 변화는……
후!!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파워가 느껴질 정도야."
맹렬하게 돌아간 배트가 그대로 공을 낚아챘다. 따아아악~!!
이진철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순식간에 관중석까지 날아간 공이 벽에 충돌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신우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는 비거리였다.
"코치님! 방금처럼 던져주시면 됩니다!"
"어? 어! 그래! 바로 간다!"
홈런레이스를 위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