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14화
올스타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스타 출전이 확정된 상황에서 신우는 한 경기를 더 선발로 나설 계획이었다.
'벌써 10승이네.'
올 시즌을 앞두고 걱정했다.
투 웨이 플레이어는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잘 풀렸고 두수로서 2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달성할 수 있었다.
[벌써는 아니지.]
[ㅇㅇ 네가 6월 첫 경기에서 퀄리티 플러스 스타트까지 했는데, 불펜이 날려먹은 걸 생각하면 11승은 됐어야 함.]
[그림 지금쯤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1위겠네.]
신우의 6월 등판 기록은 3전 2승 무패. 3경기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진 걸 감안하면 3승이 아닌 게 아쉬울 수 있었다.
기사에서도 그런 부분을 언급했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별생각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죠. 무엇보다 아직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지.]
[오올~굿 마인드!]
뒤로 가기를 누르자 다양한 기사들이 보였다. 그중에 최신기사에 자신의 이름이 뜬 것을 보고 제목을 읽었다.
[내셔널리그 올스타 올렌 조나단 감독 시누는 강력한 선발 후보 중 한 명이다.'라고 밝혀!]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올스타에 이미 뽑혔는데, 거기에 선발까지 하다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건 원래 의논하고 하지 않나요?"
[사전에 연락이 오긴 하지.]
[그러게. 왜 연락이 안 오냐?)
지잉~!!
그때였다.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갤럭시 단장인 크리스토퍼였다. 다음 날, 신우는 구장에 출근하자마자 크리스토퍼와 미팅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올스타전 선발과 관련된 것이었다.
"본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조나단 감독이 비공식적으로 정신우 선수의 의사를 물어왔습니다."
비공식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올스타전에 출전할 투수들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 의사를 물어왔다는 건, 제가 투수로도 뽑혔다는 건가요?"
"그것과 관련해서 사무국 측에도 문의를 했는데, 공식적인 답변으로 이렇게 왔습니다.
크리스토퍼 단장이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커미셔너의 사인이 들어간 공식서류였다.
"두 웨이 플레이어가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건 처음이라 사무국 측도 꽤 머리를 아파했던 거 같습니다. 일단 올해는 타자로 참가하는 쪽으로 결정하지만, 감독의 의사에 따라 투수로도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결정이 났습니다."
"조금 애매한 결론이군요."
"아마 올 시즌이 끝나면 사무국 측에서 여러 방안을 준비하고 선수협, 그리고 구단들과 논의를 통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신우가 이런 성적을 올린 거란 생각은 누구도하지 못했다.
설마 투타에서 모두 올스타급의 활약을 할 거란 예상하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럼 제가 팬 투표로 올스타전 참가가 결정됐지만, 두수로서도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해석이 되는
"정확합니다."
사실 이는 커미셔너의 입김이 어느 정도 닿은 부분이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아이콘이란 단순히 야구를 잘하는 게 아닌 베이스볼 그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선수를 의미했다.
현역선수 중 이에 가장 부합되는 선수는 당연하게도 신우였다.
사무국이 공격적으로 그를 활용한 마케팅을 하는 이유기도 했다.
이번 올스타전 역시 맨프레드는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홍보할 계획이었다.
이미 유럽의 여러 국가에 홍보를 계획해둔 상태였는데, 그가 출전하지 않으면 곤란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사실 좀 난감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팀의 에이스이자 중심타자인 시누가 홈런 더비, 거기에 선발투수로 나서고 마지막으로 타격까지 한다고 하니 체력적인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걱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중심선수가 이벤트전에 나가 체력소모를 당하는 걸 원치 않았다.
"구단에서는 제가 나가는 걸 반대하는 건가요?"
"어디까지나 제 의견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미 위에서 시누의 의견에 맡기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위라는 건 곧 구단주를 의미했다.
"사실 이런 기회가 또 찾아올 거라 확정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양쪽 모두 참가하고 싶습니다."
"그러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예상했다는 듯 크리스토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립니다만, 팀의 단장이 아닌 한 명의 베이스볼 팬으로서는 시누가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하고 선발로 나서는 걸 보고 싶긴 합니다."
크리스토퍼 그 역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의 심정은 전 세계 모든 야구 팬들의 바램과 같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스타전을 앞둔 전반기 마지막 등판,
신우는 홈팬들 앞에서 펼치는 마지막 경기에서 호두를 이어가고 있었다.
[정신우 선수, 오늘도 홈팬들 앞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며 6이닝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동료들이 체력적인 부진을 겪으면서 여러 허술한 플레이가 나와서 그런지 정신우 선수의 호두가 유독 빛을 발하는 모습이네요.]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신우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눈빛에는 신뢰가 가득했다.
'우리만 잘하면 돼.'
"녀석이 마운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길 거 같은 기분이야.' 더 이상 팀에서 신우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반응은 당연했다.
그동안 신우는 자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활약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7회 초! 마운드에 오른 정신우 선수, 투구 수는아직 여유롭습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오늘은 딱히 기록과 관련이 없으므로 그렇게 무리를 시키진 않을 거로 보입니다. 곧 올스타게임도 있으니까요.]
오늘 신우의 성적은 6이닝 무실점 2피안타 1볼넷. 노 히터나 퍼펙트게임과는 관련이 없는 피칭이었다. 투구 수가 아직 73구밖에 되지 않았지만, 불펜에선 다른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한 이유다.
'올스타게임을 앞두고 무리시킬 이유는 없지. 하지만 승리투수 요건은 채우고 내려오면 좋겠는데."
제이비어 감독의 시선이 스코어보드로 향했다. 10대 0오늘 경기에서 나온 안타는 두 팀 합쳐 4개에 불과했다.
즉, 안타를 두 개씩밖에 때리지 못하면서 최악의 경기를 치르고 있단 소리였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나쁜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그보다는 두 팀의 선발들이 너무 강했다. 신우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한 투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늘 경기.
캐나다 더비의 다른 한 축인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네이트 피어슨의 호투는 무시무시했다.
6이닝 무실점 2피안타 4볼넷 14탈삼진, 오늘 경기만 놓고 보면 시누보다 앞서는군."
제이비어 감독이 한숨을 내쉬는 사이. 신우는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7회를 끝내가고 있었다.
[정신우 선수, 7회에도 여전히 강력한 구위를 선보이며 타자들을 돌려세우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타자들은 속된 말로 미칠 노릇일 겁니다.]
[현지에서 이런 말로 오늘 경기를 표현하는군요. 오늘 경기에는 두 명의 시누가 마운드에 있었다고 말이죠.]
[하하! 그거 정확한 표현이군요.]
두 명의 신우,
그만큼 피어슨의 피칭 역시 환상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아메리칸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이니만큼 이런 표현을 들을 두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중계가 몬트리올 방송국에서 이루어지니 만큼, 편파적인 중계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정신우 선수, 세 번째 타자를 상대로 초구 뿌립니다!!]
왜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타자의 몸쪽을 파고들었다.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지만, 그건 함정이었다.
빠각!!
[배트, 부러집니다!!]
마지막 순간에휘어서 몸쪽을 파고든 공이 배트의 손잡이 부근을 강타했다.
그 순간, 배트가 반으로 쪼개지면서 헤드가 바닥을 굴렀다.
높게 떠오른 타구는 멀리 뻗지 못하고 달려나오는 중견수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내츄럴 커터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 역시 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7이닝 무실점 11탈삼진.
신우의 호투에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신우의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그는 헬맷을 벗고 바로 보호 장비를 착용했다.
이번 이닝에서 자신의 타석은 무조건 돌아온다. 즉, 투수의 타순이었기에 여기에서 감독은 투수교체를 지시하지 않을 거다.
당연하게도 다른 투수들은 신우만큼 타격을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보호장구를 착용한 신우가 호흡을 내쉬었다. 투구 수가 92개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리 지지진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만약 오늘 경기에서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간다면 지칠 거 같았다.
[그게 당연한 거지.]
[7이닝 동안 공을 던졌는데, 승패가 없다는 건 투수에게 지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
[그런데 꼴을 보아하니 너희 타자들은 이번 이닝에서도 점수를 내긴 글러 보인다.]
레전드들의 채팅에 신우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페억~!!
"스트라이크!!"
"와아아아아!!"
몬트리올을 찾은 토론토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선두타자로 나선 안토니는 세 번째 타석임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었다.
'100마일이 넘는 공이니 당연한 건가."
[ㅋㅋㅋ 너를 상대하는 타자들이 어떤 기분인지 알겠음?]
'대충은요.'
피어슨의 오늘 경기 최고구속은 103마일이었다. 신우가 퍼펙트게임을 할 때던졌던 최고구속인 102마일보다 1마일이 더 빨랐다.
[제구가 조금 흔들리긴 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크다.]
[그러니 가운데로 공을 꽂아버리는 과감함도 보이는 거지.]
신우와 비교해 피어슨의 장단점은 명확했다. 장점은 구속이 더 빠르다는 점이다. 100마일 이상을 던지는 신우보다 구속이 더 빠르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무기였다.
단점은 평범한 파이어볼러와 같았다. 바로 제구력이 신우보다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그 증거로 경기 초반 신우에게 안타를 맞은 뒤에 연달아 2개의 볼넷을 내보냈다.
그리고 3회에도 2개의 볼넷이나오면서 제구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후부터 제구력이 잡혔다는 거지.]
[너에게 안타를 허용했을 때, 후속타가 터지면서 점수가 나왔어야 함.]
만약 오늘 경기에서 갤럭시가 패한다면 1회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패배의 원인이 될 것이다.
빼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우와아아아~!!"
다시 삼진을 추가한 피어슨의 모습을 보며 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둘 순 없죠.
팀이 지는 모습을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대기타석으로 들어선 그는 말없이 피어슨의 투구를 지켜봤다.
[앞에 타석에서 이미 녀석의 공을 경험했으니, 지금과 그때의 공을 비교해서 뭐가 달라졌는지 파악해라.]
타이 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두 타석에서 상대한 피어슨의 공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공 끝이 살아 있어 예상보다 덜 떨어지는 라이징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타점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뻐억 ~!!
"스트라이크!!"
하지만 지금은 달라져 있었다.
루카스를 상대로 던진 초구 패스트볼의 구속은 199마일.
분명 따른 공이었지만, 구위만 놓고 봤을 때 이전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체력이 떨어질 때가 되긴 했지."
피어슨의 투구 수는 105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구력이 불안하니 투구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악력이 떨어지면서 공의 회전수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