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08화
빌 혜리스는 어릴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그래서 돈이 많아졌을 때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야구팀을 창단했다.
주위에서는 만류하기도 했다.
야구단 운영이 쉽지 않을 거란 이유 때문이었다.
'구단주는 쉬엄쉬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어."
창단라서 그런 걸까?
의외로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지역사회와 공조해야 되는 부분들이 제법 있어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꿈을 포기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구단주를 하는 건 적성에 잘 맞았다. 일이 재밌다고나 할까?
덕분에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시누는 대단하군.'
구단을 창단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선수가 정신우였다.
그를 영입할 때 반대도 제법 있었다.
너무 많은 유망주를 내준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혜리스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CEO로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거지만, 회사에 가장 중요한 건 상품이다.
특히 회사를 보면 바로 떠오르는 상품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기대했던 대로 갤럭시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두 웨이 플레이어로서 대단한 활약을 이어나가며 미국에 충격을 전해주고 있었다.
특히 사무국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유럽쪽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계획을 조금 앞당겨도 되겠어.'
헤리스는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구단을 창단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계획을 짜두었다. 첫해는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시간을 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해부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해 우승에 도전하는 것.
그것이 헤리스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팀은 예상보다 더 호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굳이 이전 계획대로 일을 진행할 이유가 없었다. 그때 신우가 던진 공이 볼이 되었다. 뒤이어 해설진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스파이 매버릭이 다시 활약합니다. 스트라이크를 볼로 만들어버리네요.]
[매버릭의 포구는 정말 최악입니다. 만약 갤럭시가 가을야구를 할 생각이 있다면 새로운 포수를 구해야 할 거예요.]
[그리고 매버릭은 일루수로 쓰면 딱이겠죠.]
최악이란 평가를 받는 매버릭. 그가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 헤리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시장에서 새로운 포수를 데려와야 한다. 그것이 첫 번째 미신이었다.
5회가 끝났다.
신우는 마운드에서 퍼펙트피칭을 이어갔다. 5회 동안 15명의 타자를 상대로 7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타석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3타수 2안타.
홈런과 안타를 추가했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의 호수비에 타구가 잡혔다.
해설진들은 바빠졌다.
[남은 이닝은 4이닝, 최대 2번의 타석 기회가 더 찾아오겠죠?]
[현재 갤럭시가 흐름을 잡고 있으니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 문제는 이번 시즌 정신우 선수에게 3루타가 없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3루타는 치기 어렵겠죠?]
[예. 기본적으로 주력도 좋아야 하지만, 타구에도 운이 따라야 합니다.]
흔히 타격에서 가장 어려운 게 홈런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나오기 어려운 기록은 바로 3루타였다. 실제 2019년 최다홈런을 기록했던 피트 알론소의 홈런 개수는 53개인 반면 3루타는 2개에 불과했다.
당시 3루타를 가장 많이 때린 선수는 헌터 도지어로 10개를 기록했었다.
그만큼 3루타는 수치적으로 나오기 어려웠다. 타자의 주력, 수비의 실책성 플레이, 타구의 방향.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3루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히트 포 더 사이클에서 가장 어려운 기록은 아이러니하게도 3루타입니다. 그렇기에 3루타가 나오면 기록달성률이 매우 높아지죠.]
[정신우 선수의 주력이 꽤 빠른 편이니 기대해보고 싶네요.]
중계에는 꾸준히 히트 포 더 사이클이 언급됐다. 반면 인터넷은 달랐다.
-퍼펙트게임을 왜 말을 못 하니!!
했다가 악플에 파묻혀 죽을 테니까ㅋㅋ ㄴ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근데 웃긴 게 퍼펙트나 노히터는 이야기하지 못하면 사이클링히트는 이야기하냐??
그만큼 투수가 민감하다는 이야기겠지. ㄴ 사이클링히트가 아니라 히트 포 더 사이클입니다.
L LLO,
-근데 이제 좀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나?
그렇긴 하지
ㄴ 그래도 이럴 때 해주는 게 시누니까.
-이런 기대감을 준다는 게 레알 시누지, 피펙트게임 그리고 히트 포 더 사이클. 두 개의 기록을 진행되고 있는 이 경기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선수들 역시 인식하고 있긴 마찬가지였다.
'이게 말이 돼?'
'어떻게 두 개의 기록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지?'
이 놀라운 기록을 기대하는 건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퍼펙트게임이야 시누가 하는 거니까. 이젤 수 없지만,
'히트 포 더 사이클은 결국 타석이 여러 번 돌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치고 나가야 해."
두 번의 타순을 돌리기 위해선 결국 다른 타자들이 출루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은 그걸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반드시 출루한다.
선수들은 전의를 불태웠다.
페억 ~!!
볼!! 베이스 온 볼!!"
[참아냈습니다! 풀카운트에서 들어온 체인지업을 참아내며 볼넷으로 출루에 성공하는 매버릭 선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매버릭 선수인데, 이번 타석에서는 무척 잘 참아냈습니다.]
베이스를 밟은 매버릭에게 주루코치가 다가왔다.
"와! 그걸 참아냈네."
"참아야죠. 시누 녀석의 타석이 한 번이라도 더 돌아오려면."
"짜식!"
!
매버릭이 기특한 듯 주루코치가 그의 등을 툭 쳤다. 그 뒤로도 타자들은 참을성 있게 공을 봤다. 덕분에 공격이 길어지고 파비오의 투구 수는 늘어났다.
결국, 6회가 끝나기 전에 투수교체가 이루어졌다.
[책임주자 두 명을 두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파비오 선수입니다.']
[갤럭시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가 결국 마운드를 교체시켰네요.]
신우는 벤치에서 동료들의 승부를 지켜봤다.
[동료애가 철철 넘치누,
[갑자기 참을성이 커지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드니까. 이제 진짜 보이기 시작하는 거지.]
동료들이 어째서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지 알기에 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잘하면 세 번까지도 오겠네.]
[지
[이럴 때 제대로 해야 함.]
[정신을 집중하고 짝!! 오케이?
물론 모든 갤럭시 선수가 같은 생각은 아니었다. 신우를 위해서 자신의 템포를 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조심스러워진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나 때문에 기록이 무산되면 도대체 얼마나 악플이 달릴까?'
'분명 죄인이 될 거야.'
'최대한 신중하게 치자."
각자의 사정을 가진 채, 경기에 임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곧 팀 전체에 좋은 영향으로 이어졌다.
"와아아아아!!"
[안토니 바뀐 투수의 3구를 강타!! 좌중간을 가릅니다!! 2루 주자 홈으로! 그리고 1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옵니다! 스코어 6 대 0으로 갤럭시가 달아납니다!]
[7번 타순에서 터진 이번 안타는 갤럭시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안타입니다!]
안토니의 2루타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갤럭시로 기울었다.
'강하네'
마스크를 쓴 토마스가 갤럭시 벤치를 바라봤다. 분명 신생팀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 한 명, 한명의 집중력이 좋았다.
"마치 시누가 있을 때의 우리 팀을 보는 거 같다."
신우가 있었던 2년.
그사이 메츠에서도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신우가 중심이 되어 일어나는 갈등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했다. 거기에 그는 다양한 지식으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주었다.
그래서 신우가 떠난다고 했을 때 많은 선수가 슬퍼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봤던 토마스이기에 갤럭시의 현재 분위기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었다.
'저런 분위기가 나올 수 있다는 건 코칭스태프 역시 비슷하다는 소리겠지.'
토마스는 마스크를 쓰며 자리에 앉았다. 당장은 부럽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당장 유니폼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경기에 집중하자."
토마스는 잡념을 떨쳐내며 경기에 다시 몰입했다.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6회말.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억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보디라인에 걸칩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6회에도 2개의 탈삼진을 추가하며 K 를 기록합니다!!
신우는 이번 이닝 역시 퍼펙트를 유지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고는 곧장 배팅 장갑과 보호장구를 착용하며 타격준비에 들어갔다.
[7회 초 갤럭시의 공격은 1번 타자 데미안부터 시작됩니다!]
6회에 나온 갤럭시 타자들의 집중력 있는 모습에 신우의 타순이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다.
덕분에 다섯 번까지 타석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투수가 바뀌었으니까, 다시 타이밍을 체크해야 해.]
예
테드 윌리엄스의 조언에 신우가 타격자세에 들어갔다.
[대기타석에서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투수의 타이밍에 맞춰 배트를 돌렸다.
데미안 역시 참을성 있게 승부를 이어갔기에 두수의 타이밍을 잡을 기회는 많았다.
그리고 5구째 승부에서 데미안의 배트가 맹렬하게 돌았다.
딱~!!
[때렸습니다!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아~!! 여기서 수비 공을 한 번 더듬습니다. 하지만 2루까진 달리지 못하고 1루에 멈춥니다.]
[좋은 판단입니다. 타구가 길지 않았기 때문에 2루로 달렸으면 위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타석에는 정신우 선수가 들어섭니다!!]
"와아아아아~!!"
"우~! 우~! 우~! 우~!!"
[어웨이가 된 씨티파크지만 여전히 메츠 팬들은 정신우 선수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팬들의 함성을 받으며 타석에 선 신우가 루틴을 밟았다.
크게 숨을 몰아쉰 그가 자세를 잡았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신우의 시선에 닿는 풍경이 점점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간만이누.]
[투 웨이 시작한 후로는 자주 안 나타나네.]
[어쩔 수 없지. 이거 자주 썼다간 체력 나가리 될 텐데.]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한다는 건 체력을 소모시킨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신우는 투웨이를 선언한 이후 최대한 자제하고 있었다.
그때 준비를 끝낸 투수가 공을 던졌다.
[초구 볼입니다. 정신우 선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공을 지켜봤습니다.]
[지금 모습을 보니 노리는 공이 있는 거 같군요.]
정답이었다.
신우는 바깥쪽 코스의 공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목을 매달고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공이든지 좋은 코스로 오면 때린다.'
바깥쪽 코스를 노리는 건 밀어치기 위해서다. 좌타자인 신우가 공을 밀어 때리면 공은 3루 선상을 타고 날아가게 된다.
노려서 날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신우는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사인교환을 끝낸 투수, 2구 던집니다!!]
왜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궤적을 그리며 날아왔다. 가상의 궤적은 신우의 머리에서 존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였다.
거의 12/6의 궤적을 그리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횡적인 변화가 있었다.
'존에 들어온다."
가상의 궤적이 정확히 존에 들어오고 있었기에 신우의 배트가 돌아갔다.
배트의 궤적이 눈에 그려지미 공의 궤적과 하나가 되어가는 게 보였다.
그때였다.
휘릭!!
공의 궤적이 한 번 더 떨어졌다.
그것을 확인한 신우가 스윙의 궤적을 바꾸기에는 늦었다.
'조금이라도…
신우는 조금이라도 궤적을 바꾸기 위해 손목을 들었다.
그러자 미세하게 스윙의 궤적이 위로 올라가며 공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부웅!!
"스윙! 스트라이크!"
[엄청난 헛스윙이 나왔습니다.]
너무 큰 것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
남들이 보기엔 엄청난 헛스윙에 불과했다. 하지만 토마스는 분명히 볼 수 있었다.
'그대로 뒀으면 그라운드볼이 됐을 거다. 그런데 손목을 들어서 마지막에 스윙의 궤적을 바꾸다니.'
엄청난 손목 힘과 기술이었다.
'역시 쉬운 녀석은 아니야.'
토마스가 한층 더 신중해졌다.
덕분에 3구와 4구가 연달아 볼이 들어왔다.
[두 개의 공이 연달아 볼이 되면서 원스트라이크 쓰리볼이 됐습니다.]
[이제 투수는 승부를 해야 할 겁니다.]
만약 박빙의 점수 차였다면 고의사구가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바깥쪽, 슬라이더."
토마스가 사인을 냈다.
투수의 고속슬라이더가 일품이기에 포심이 아닌 슬라이더를 택했다.
이내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사인을 교환한 메츠의 배터리. 5구 던집니다!]
투수가 기합까지 터뜨리며 공을 뿌렸다. 꽤애애애액!!
공이 평렬한 회전을 보이며 존의 가운데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신우는 공의 회전을 보고 포심이 아니라는 걸 간파했다.
'슬라이더, 바깥쪽에 걸친다.
눈에 그려지는 가상의 궤적을 따라 신우가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강렬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른 배트가 휘어져 나가는 공을 강타했다.
[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