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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02화 (202/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02화

[엉?]

[솔임?]

[이런 가정사까지 얽혀 있는데 쉽다고?]

[돌았누?)

황당하다는 듯한 대답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선배님들은 이게 어렵다는 거네요?"

[당연히 어렵지.]

[이게 어떻게 쉽냐?]

신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기술적으로 그리고 맨탈적으로만 접근하셔서 그렇죠.

[왜 빙빙 돌리냐?]

[아~ 바로 본론을 이야기하라고!!

"흐흐, 선배님들이 훈수 두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군요.'

아놔!]

신우의 뜸들이기에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여유롭게 지켜보며 지금 순간을 즐겼다.

[얘 성격 왜 이렇게 나빠졌누?]

'다 선배님들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우리가 언제 이런 거 가르침?]

레전드들이 억울해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들의 반응을 즐기다 문득 워거를 바라봤다.

마치 얘가 실성했나하는 표정이었다.

'표정이 이상했나……'

[1]

[아주 많이..

크흠…… 아, 미안, 잠깐 고민 좀 하느라."

"아…… 그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이야기를 꺼냈다.

"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목표는 딸을 키우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남아 있는 게 목표라는 거네?"

"맞아. 그게 유일한 내 목표야."

"그럼 하나만 물어보자."

신우가 워커의 눈을 보며 물었다.

"넌 클로저로서 부담을 느끼는 거냐? 아니면 메이저리그니까 부담을 느끼는 거냐?"

"그건…"

워커는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진정 부담을 느끼는 게 무엇일까?? 이런 식의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할 생각을 못 했다. 구단에서 자신에게 원하는 건 클로저라는 보직이다.

'클로저로 남아야 메이저리그에 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클로저로서 마운드에 선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공을 믿고 던져야 했다.

수많은 잡념들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피칭에만 신경써야 했다.

하지만 지금 워커는 그럴 수 없는 상태다.

"굳이 클로저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그렇긴 하지. 하지만 이제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게 됐어."

"결정이 난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만……"

"알지 모르겠는데, 나는 예전에 왼손 쓰리쿼터로 공을 던졌어."

"쓰리쿼터?"

"응, 고등학생 때였지. 하지만 어깨를 다치고 프로에 가지 못한 채, 군대를 다녀왔어. 아, 한국은 남자라면 다 군대를 가야 해."

"그건 들은 적이 있어."

"제대하고 다시 야구가 하고 싶어서 어찌어찌 프로에 들어가긴 했어. 하지만 제대로 된 프로 계약이 아닌 연습생 신분이었지. 문제는 입단한 뒤로 내가 마이너로도 올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

워커는 먼 나라인 한국에 대해 듣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점점 신우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때 내게 도움을 준 코치님이 계셨어, 폼을 바꿔보자고 하더군. 문제는 그분이 해고를 당하면서 내 폼을 봐줄 코치님이 사라지게 된 거지."

"저런……"

"그때 그분을 많이 원망했었어. 왜 내 폼을 고쳐주겠다고 했으면 고쳐주지 않을까? 왜 나한데만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라면서 말이야."

신우 역시 평범한 육성선수였다.

그렇기에 절박함이 컸고 절박함은 그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결국 잘못은 내게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 만약 그때 코지님의 조언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판단을 하고 결정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말이야."

"스스로의 판단…"

"물론 이 이야기가 너한테 어떻게 들릴지 나는 몰라. 결국 판단하는 건 너고 내 이야기는 그지 내 이야기일 뿐이니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건 다르다.

정답과 오답은 없다.

한 명, 한 명의 생각이 옳고 서로의 생각이 다를 뿐이었다.

신우는 그걸 알고 있었다.

육성선수부터 메이저리그의 최고의 위치까지를 한 단계씩 밟아오면서 느낀 것이었다.

[어른 다 됐누.]

[제대로 말했네.]

레전드들이 조언을 하기 어려웠던 이유. 그건 조언을 기술적인 부분이나 맨탈 관리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우는 현재 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이는 레전드들이 잘못된 게 아니다. 단지 그들은 너무 오랜 시간 레전드로서 남아 있었을 뿐이다.

반면, 신우는 바닥에 있었던 기간이 더 길었다. 오히려 지금의 위치에 있는 게 더 짧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워거의 심정을 더 이해했다. 결국 시누가 이야기한 건, 나 스스로 내려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의 판단으로 내려갈 것이냐의 차이를 말해준 거다.'

그리고 자신의 심정을 꿰뚫는 신우의 조언을 곱씹으며 워커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신우는 그런 워커를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음료를 마셨다.

경기가 시작했다.

오늘의 상대는 서부지구인 애리조나였다. 홈에서 그들을 맞이한 갤럭시는 6회까지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스코어는 3 대 3. 나쁘지 않군.

제이비어 감독은 명단을 체크했다.

선발은 5회까지 책임졌다.

일찍 내려간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확 기울어지거나 중간에 무너지지 않았다는 게 다행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경기를 풀어가는데 문제없지.'

이후는 불펜을 잘 활용하면 되는 일이다. 문제는 동점이란 점이다. 이런 경우가 사실 가장 어려운 상황이 된다. 두수는 크게 필승조와 추격조로 나뉜다. 필승조는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승리를 지키기 위해 나온다.

추격조는 지고 있을 때, 마운드를 지키는 불펜을 의미했다.

아무래도 필승조가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동점일 경우 어떤 두수를 내야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계투진 역시 체력적인 부담이란 게 있으니까 말이다.

"이럴 때 누군가 점수를 내주면 좋을 텐데."

제이비어의 시선이 타순으로 향했다.

'시누가 아직 안타가 없군."

볼넷으로 한 번 출루를 했지만, 안타는 없었다. 매번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던 신우이기에 다소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어쩌면 7회에 기회가 올 수도 있겠어."

신우 같은 타자는 당장 안타가 없더라도 걱정이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2번 타자가 한 게임에서 평균적으로 타석에 서는 횟수는 3.6회다.

웬만하면 한 경기에 4번까지 타석에 선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타자가 3할 이상의 타율을 다면 4번 중 1번은 반드시 때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3번 중 한 번만 때려도 타율은 0.333을 기록하게 되니까 말이다.

거기다 신우의 현재 타율은 무려 4할 중반이었다. 4번의 타석 중 2번은 때린다는 소리였다. 이런 기대감은 곧 현실로 나타났다.

"볼!! 베이스 온 볼!!"

[좋은 공이 들어왔지만, 데미안의 눈이 더 좋았습니다. 7회 말, 원아웃에 1루 베이스가 채워집니다.]

[갤럭시 입장에선 매우 좋은 기회를 잡았군요. 타석에는 정신우 선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아직 안타가 없지만, 그렇기에 더 기대되는 거죠?]

[그렇습니다. 특히 정신우 선수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선수입니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분명히 그렇죠.]

[현재까지 갤럭시의 승리는 36승이죠. 그리고 정신우 선수의 결승타는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0개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그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선 신우가 자세를 잡았다. 투수는 긴장했다.

신우에 대한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커브에 배트 움직이지 않습니다.]

[전 타석에서 저 커브에 당했거든요? 하지만 이번 이닝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커브는 판별하기 쉬운 공이다.

공의 회전이 다른 공들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커브를 마스터하지 못한 투수들의 경우 손을 떠나는 순간, 공이 붕 떠오른다.

구속도 느리기 때문에 판별 자체가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커브에 헛스윙을 하거나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커브의 낙폭 때문이었다.

[투수마다 커브의 떨어지는 각도가 틀리고 또 투수들은 그 낙폭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커브라도 어떤 공은 존에 들어오고 어떤 공은 존 밖으로 나가버리는 거죠.]

[그걸 판별하기 어렵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정신우 선수는 마치 볼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죠.]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눈이 매우 좋거나 혹은 센스라고 표현해야겠죠, 아마 초구부터 정면승부를 들어오지 않을 거다. 그런 상태에서 커브를 던졌다라는 생각에 배트를 돌리지 않은 거죠.]

해설위원의 말은 어느 정도는 맞았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신우는 둘 모두에 해당했다.

'역시 커브는 유인구로 날아왔네.'

[초구부터 너랑 정면승부 하면 그게 웃긴 일이지.]

[주자라도 없으면 모르겠지만, 주자있는데 정면승부 하겠음?

[지]

수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이제 남은 건 이 우위를 가지고 싸움을 이어나가는 거다.

[2구는 파울입니다! 배트가 살짝 밀렸나요?]

[아뇨, 투심이 들어오면서 중심을 벗어난 느낌이었습니다.']

[더이상 투수들이 정신우 선수에게 정면승부를 하지 않네요.]

시즌 초반과는 아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건 당연했다.

-4연타석 홈런 때린 타자와 어케 정면승부함 ㅋㅋ

-미치지 않고서는 못하지.

-레알 시즌 초기와는 다르네.

-현지 언론도 매일 신우 기사 특집으로 내보냄.

-크으 ! 이게 바로 국통의 맛이지.

국뽕좀 작작 쳐먹어라.

ㄴ 왜 시비질임? ㅋㅋ

중계의 댓글방도 시끌벅적했다.

그러는 사이, 투수가 3구를 던졌다.

[아슬아슬하게 존을 벗어나는 공입니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아쉬워하네요.]

[이번 공은 결정구로 던진 거 같았거든요. 그런데 공이 살짝 빠진 듯 합니다. 그러면서 볼가운트가 불리해졌어요.]

단 1개의 공.

하지만 그것으로 투수와 타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우는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는 장갑을 고쳐 착용하고 다시 타석에 섰다.

[이번에 기회 잡아야 함.]

[쉬운 코스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카운트를 잡으러 올 거임.]

만약 볼을 던지면 쓰리볼이 된다.

그때가 되면 투수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즉, 승부가 들어올 거란 소리였다.

[신중한 사인교환이 이어집니다.]

[꽤 길어지네요.]

지루한 시간이 지나가고 투수가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4구 던집니다!!]

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투수가 공을 뿌렸다. 빼애애애액~!!

괴성과 함께 내지른 1구가 빠르게 날아왔다. 신우는 기다렸다는 듯 스윙에 들어갔다. 포심에 타이밍을 맞춘 것이다. 코스는 바깥쪽 낮은 곳.

완벽하게 보더라인을 찌르는 공이었다. 신우도 바깥쪽을 노리고 있었기에 무게중심을 낮추며 스윙의 궤적을 바꿔주었다.

마치 유도미사일을 날린 것처럼 공에 배트가 따라붙었다.

이내 공과 배트가 충돌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날아갔다.

하지만 평소 나오던 신우의 빠던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그는 달리지 않고 타석에서 타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유는 공이 3루 파울라인을 타고 날아갔기 때문이다.

파울일지 홈런일지 애매한 상황.

[잘 맞은 타구!! 안쪽이냐?! 바깥쪽이냐?!]

폴대 안쪽이면 홈런, 바깥쪽이면 파울이었다. 카메라가 타구를 클로즈업했다. 만약 공이 폴대에 가린다면 파울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졌다.

[넘어갔습니다!! 앞서나가는 투런포를 터트리는 정신우 선수!! 시즌 15호 홈런을 기록합니다!!]

카메라가 신우를 잡았다.

타구가넘어간 것을 확인한 그가 가볍게 배트를 획획 돌리더니 홈 더그아웃을 향해 던졌다.

-엌ㅋㅋ 머신 황 파던이누 ㅋㅋㅋ

왜 풀네임을 이야기 못 해!! 왜!!

-말하는 순간 정지임.

ㄴ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머신을 머신이라 부르지 못하니.

-저걸 메이저에서 볼 줄이야 ㅋㅋㅋ

레알 얘도 또라이인 듯 ㅋㅋㅋ

ㄴ ㄴ레딧 난리났다. 도대체 이건 또 무슨 배트 플립이냐면서 ㅋㅋㅋㄴㄴㄴ한국에 배트 플립 가르치는 학원 있는지 물어보는데, 뭐라 해야 함? ㅋㅋ-20홈런은 기본이고 30홈런까지도 가능하겠네.

L40홈런도 가능.

Lloz.

그라운드를 돈 신우가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스코어는

15 대 3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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