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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00화 (200/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00화

두구폼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구엘에게 그것을 권하지 않았었다. 버억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하지만 미구엘이 트리플A로 내려가는 날. 그에게 선택지를 주었다.

스스로 결정을 내리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결국 미구엘은 투구폼을 바꾸는 걸 택했다. 그 뒤로 신우는 매일 같이 미구엘과 영상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투구폼 교정을 도와주었다.

거기에는 레전드들의 도움 역시 컸다.

[이제 제법 흉내 내네..

[팔 각도가 아직 좀 어설프지 않음?)

[하제를 쓰는 것도 아직 불안정하긴 하네.]

[천천히 바꾸면 될 듯]

[불안정하긴 해도 워낙 피지컬이 좋으니까. 그냥 힘으로 눌러버리네.]

레전드들의 평가대로 미구엘은 투구폼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체형이 워낙 사이드암에 적합했기에 적응 기간은 길지 않았다.

미구엘이 말하길 마지 처음부터 이렇게 던지는 것과 같았다고 할 정도였다.

'사람마다 던질 수 있는 폼이 있나 보네요.

[그렇지.]

[그걸 잘 이끌어주는 게 지도자가 해야 하는 일임.]

[문제는 피칭이란 게 워낙 미세한 작업이다 보니까. 쉬운 일이 아니지.]

[무엇보다 한 번 상식이라고 머리에 박히면 그걸 깨는 게 쉽지 않거든.]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다양했다. 이끌어주는 사람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선수가 망가지는 일이 허다했다.

신우도 그것이 두려웠다.

자신 역시 여러 번을 실패했었으니까. 하지만 미구엘을 보니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레전드들의 조언은 정확한 것이었다.

[이제 좀 우리에 대한 믿음이 생김? ㅋㅋ]

[그나저나 저런 애들이 많아지면 리그가 또 재밌어지겠네.]

[타자들이 또 머리 아파지겠지.]

[크~ 우리가 두수의 수준을 올려 논 거네.]

레전드 투수들이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신우는 불안함을 느꼈다.

이럴 때면 꼭 채팅창이 투기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고작 한 명 좀 키웠다고 어깨에 뽕 들어가는 거 봐라.]

[어차피 걔는 불펜인데, 타자들이 뭐가 머리가 아픔?]

[기껏해야 세 명 상대하는 건데.

레전드 타자들의 반발이 거세었다.

분위기가 넘어가려는 찰나.

[ㅋㅋㅋ 할 말 없으니까, 세 명 상대한대. 애들이냐?]

[! 스판 너 이식!]

[왜 할 말이 없어?!!]

만렙 어그로인 스판의 한마디에 다시 레전드 두수들이 유리해졌다.

그 모습에 신우는 고개를 돌려 경기에 집중했다. 늦은 밤, 제이비어는 집에 도착해 영상을 보고 있었다. 영상은 오늘 경기의 것이었다.

[9회 갤럭시의 클로저인 빌 워커가 올라옵니다. 최근 부진한 빌 워커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제이비어 감독입니다.]

[최근 성적이 나쁜 빌 워커인데요. 빠른 시일에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빌 워커의 문제점이 뭐라 보시나요?]

[멘탈이라고 할 수 있죠.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이 없어요.]

중계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제이비어는 위스키를 따라 한 모금에 들이켰다. 크…! 누가 문제점을 모르나? 젠장!"

탕!

거칠게 잔을 내려놓은 제이비어가 빌 워커의 프로필을 확인했다.

올해 나이 30 세

최고구속 98마일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다. 던질 수 있는 구종은 포심, 투심 그리고 커브였다. 세 구종 모두 트리플A와 스프링캠프에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멘탈이 조금씩 문제가 되는 일이 있었지만,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클로저로 낙점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개막 이후 그는 다른 선수가 되었다.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는 건가?'

흔히 있는 일이다.

메이저리그는 꿈의 무대다.

선망의 무대에 서게 된 선수들은 그 중압감에 짓눌려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빌 워커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건 넘어갔네요.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솔로포에 빌 워커가 고개를 떨급니다.]

[갤럭시가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빠른 선택을 해야 할 겁니다.]

끝내기 솔로홈런.

클로저라면 절대 내주지 말아야 할 점수를 오늘 내주었다.

오늘 결과로 인해 내부에선 클로저 교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녀석은 잠재력이 있다. 그것이 터지면 팀에 엄청난 도움이 될 텐데."

제이비어가 빌 워커를 클로저로 고용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실력보단 잠재력이었다.

'트리플A에서 자신을 믿고 던진 공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것을 보여준다면 녀석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로 성장할 수 있어.'

문제는 자신감을 어떻게 찾아주느냐다. 선수마다 성격이 모두 다르다. 그리고 자신이 알기에 빌 워거는 자신감이 무척이나 강한 선수였다.

이런 유형의 선수에게 조언을 하는 건 어려웠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더욱 까다롭군

멘탈에 문제가 생긴 선수에게 조언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다.

답답한 마음에제이비어는 잠을 자기 위해 억지로 술을 마셨다.

다음 날,

역전패를 당했지만,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썩 나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시누, 오늘 선발이지? 몸 푸는 거 도와줄까?"

"지"

바로 에이스의 등판일이었기 때문이다. 미구엘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봄을 일으켰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남자가 다가왔다.

"시누."

다름 아닌 빌 워커였다.

같은 갤럭시 소속이었지만, 그와 대화를 나눌 일은 많지 않았다.

포지션이 겹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빌 워커의 나이가 많다는 것도 문제였다. 미국이 그런 것에 자유롭다지만, 신우는 어디까지나 한국인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우린?]

[너와 우리는 한 세기의 나이 차가 있거든?]

그러니까, 와닿지 않는 거죠. 선배님들은 백 살 넘게 차이 나는 사람에게 부담감 같은 걸 느낍니까?"

[그건 아니지.]

[엌ㅋㅋ 말 잘하.]

앞에 워커만 없었어도 고개를 젓고 싶었다.

"무슨 일이야?"

"선약이 없다면 같이 몸을 풀었으면 좋겠군."

신우의 시선이자연스레 미구엘에게 향했다. 그는 어느새 양팔을 든 채,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난 눈치가 제법 빠르다고."

[정말 눈치 빠른 거 맞냐?]

[좀 따른 거 같긴 한데, 재는 입을 꿰매야 해.]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하는 신우였다. 신우는 언제나 T.S.W와 함께 훈련했다. 하지만 수비훈련이나 피칭을 앞둔 워밍업에서는 팀 동료들과 함께했다.

이전에는 선발조와 함께 했지만, 미구엘이 콜업이 된 후에는 그와 함께 하는 날이 잦았다.

그런데 오늘은 워커와 하고 있으니 다른 동료들도 의아하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봤다.

[무슨 사파리에 호랑이 된 기분이누.]

[ㅋㅋㅋ 우리 관종시누, 현실에서도 관종 됐네.]

레알 관종이 된 기분이었다.

'집중하자, 집중'

신우는 워커의 공을 받으며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공에 힘이 장난 아니네.'

단순히 토스를 하는 것임에도 공의 회전이 달랐다. 이런 공을 던지는 선수는 구위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감독이 얘를 왜 마무리로 했는지 알겠네.]

[그런데 어제는 왜 털렸지?]

[멘탈이 약한 거 아님?]

레전드들의 말에 신우는 동의할 수 없었다.

'워거가 평소에 하는 행동은 엄청 카리스마 있던데요?? 불펜 애들이 재한테 쪽을 못 쓰잖아요. 멘탈이 약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던데.'

[카리스마랑 멘탈이 무슨 상관임?]

[전혀 노상관]

'하지만 트리플A에서 클로저로서 좋은 활약을 했다고 하던데요.

[마이너랑 메이저랑 같냐?]

네가 시러큐스에 있을 때를 생각해봐. 그때 멘탈 좋던 애들이 메이저에 올라오면 다들 성공하든?]

확실히 아니었다.

'그럼 최근에 워커가 블론세이브를 자주 했던 이유도 중압감 때문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크지.]

[무대에 대한 중압감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건 간에 말이야.]

'다른 이유요?'

[다른 사람들이 너처럼 훈련에만 미친 건 아니잖아 ㅋ]

[각자마다 사정이 있겠지.]

신우는 다소 억울했다.

'아니, 훈련에 미치도록 만들었던 분들이 하실 말씀은 아니죠'

[그래서 억울하심?]

[억울하면 때려치우던가.]

'아니, 뭐.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신우가 꼬리를 내리자 채팅방은 웃음으로 도배가 됐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저은 신우는 다시 훈련에 전념했다. 한참 훈련을 하면서 신우는 이상함을 눈치챘다.

[재, 뭔가 너한테 할 말 있는 거 같지 않음?]

[그러게

[무슨 고백하기 전의 여자애들처럼 우물쭈물되.]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워커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저했다. 그게 눈에 보일 정도였으니 오히려 신우가 불편했다. 훈련이 끝날 때쯤 결국 참지 못하고 신우가 물었다.

"워커, 할 말이라도 있는 거야?""

"어?"

당황해하는 게 눈에 보였다.

아니, 설마 저렇게 티를 내놓고 모르길 바란 건가? 널 바보 천지로 아나 봄.']

[아니면 눈지가 아예 없는 등신으로 알든가 ㅋㅋ]

레전드들의 놀림이 이어지고 있을 때. 워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딱히 할 말은 없다."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리는 그의 모습에 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경기에서 역전패했기에 오늘 경기는 무척 중요했다.

그건 선수는 물론이거니와 코치진 그리고 관중들 모두 알고 있었다.

[갤럭시 입장에서는 무척 다행일 수 있습니다. 마운드에 바로 에이스 정신우 선수가 있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했지만, 정신우 선수라면 이 무거운 분위기를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이들이 신우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건 제이비어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누가 7회까지 책임져준다면 이후에는 미구엘을 올린다."

감독의 입장에서 좋은 선발이란 계산이 서는 투수를 말한다.

계산이란 이 선발이 올라오면 몇 이닝을 책임져줄 거란 믿음이 생기는 걸 말한다.

최소 마지노선이 정해진 투수라면 그 뒤에 어떻게 불펜을 운용해야 될지 계산이 된다.

반대의 경우는 불펜운용을 어떻게 해야 될지 계산이 되지 않아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신우는 계산이 되는 투수였고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1회 세 타자를 13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전날 팀의 역전패와는 전혀 상관없는 모습. 중압감이라곤 단 1도 느끼지 못하는 듯 평소와 같은 모습에 제이비어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7이닝 무실점 3피안타 1볼넷.

신우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5월 두 번째 등판을 마무리했다.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내진 못했지만, 볼넷으로 출루를 하며 연속경기출루기록은 이어갈 수 있었다.

[이제 좀 마음 편하게 쉬겠네.]

[오늘 피칭도 나쁘지 않았음.]

[베스트까진 아니었지?]

'조금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습니다.

[ㅇㅇ 그런 거 같더라.]

[몸이 무거운 상태에서 무실점 피칭을 하는 투수가 있다? ㅋㅋ)

[물이 오르긴 했네.]

최근 레전드들도 신우의 피칭에 놀라는 일이 잦았다. 그만큼 투수로서 신우는 이제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상태였다.

여전히 훈수는 끊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오늘 경기는 이길 수 있겠는데."

신우의 다음 선수로 미구엘이 올라갔다. 최근 제이비어 감독은 미구엘을 중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당연한 일이지. 실적을 쌓아가고 있으니까 말이야.]

[확실히 최근에 안정감이 있긴 하더라.]

[이대로만 가면 클로저도 가능할 듯.]

메이저리그는 항상 경쟁을 이어간다. 특히 연봉이 적을 경우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건 빌 워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경기가 분수령이 될 거임.]

'오늘이요?'

[어. 아까 빌 워커의 행동이 이상했잖아? 아마 감독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큼.]

[그게 아니더라도 스스로 느꼈겠지. 이제 슬슬 감독의 인내심이 끊어질 타이밍이란 걸 말이야.]

시선을 옮겨 제이비어 감독을 바라봤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마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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