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198화
[8회까지 정신우 선수가 던진 공은 단 84개! 이제 마지막 남은 1이닝을 끝내기 위해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사실 어제 경기에서 4연타석 홈런을 쳤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 제이비어 감독이 컨디션 조절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많은 이들이 그렇게 예상했죠.]
[그런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 경기를 펼처보이고 있습니다.]
100구도 던지지 않은 선발투수다.
굳이 내릴 이유가 없었다.
그건 제이비어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4구를 강타!! 하지만 우익수 일찌감치 자리를 잡습니다!]
"아!!"
[9회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투구수는 87개!]
남은 아웃 카운트는 2개.
아직 여유로운 투구수였다.
신우는 와인드업과 함께 타자에게 연달아 광속구를 뿌렸다.
왜애애액!
딱!!
"파울!!"
[3구 파울!! 이번 공이 들어갔으면 투아웃에 딱 90구를 채우는 건데,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경기 후반이 되니 조금 구속이떨어지는 게 보입니다.]
경기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90마일 후반을 던지던 신우다.
하지만 이번에 던진 공은 90마일 중반을 찍었다. 떨어진 구속만큼 타자가 반응하기도 쉬워진 셈이다.
[사인을 교환하고 91구를 던집니다!]
빼애애액!!
신우가 던진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타자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부웅!!
배트의 궤적과 공이 일치하려는 순간.
휘릭!!
공이 뚝하고 떨어졌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타자가 무릎을 굽혔다. 자연스레 스윙의 궤적이 낮아지면서 공의 궤적과 다시 일치했다.
그때,
휘릭!!
공이 이번에는 바깥쪽으로 도망쳤다.
'서클 체인지업?!'
쓰리핑거 커브까지 예상했지만, 서클 체인지업은 예상하지 못한 듯 그의 배트는 더 이상 공을 좇지 못했다.
부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91구 만에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이제 남은 건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입니다!!]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만약 오늘 경기에서 대기록을 세운다면 정신우 선수는 역사에 또 이름을 남기게 됩니다!]
[이러다가 메이저리그 역사에 단골이 되겠어요.]
대타가 타석에 들어섰다.
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연달아 공을 뿌렸다. 왜애애액!
베억!!
"스트라이크!!"
빼애애액~!!
딱!!
파울!!"
순식간에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아낸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혔다.
다시 홈플레이트를 밟은 신우가 깊게 숨을 내뱉었다.
[94구를 앞두고 사인을 교환합니다.]
타자의 머리는 복잡했다.
'앞에서 던진 공은 포심하고 터다. 포심은 확실히 구속이 떨어져 있었어. 그렇다면 변화구로 오지 않을까? 변화구라면 어떤 걸 던지지? 쓰리핑거 커브? 아니면 체인지업?'
오늘 신우가 다양한 공을 던졌기에 타자의 머리는 복잡할 수밖에 었다.
어떤 한 구질의 공을 자주 던졌다면 게스히팅이라도 했을 거다.
하지만 정말 골고루 던졌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쓰리핑거 커브도 어쨌든 악력이 필요하잖아? 앞에서도 서클 체인지업으로 결정구를 던졌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거야.'
타자가 선택을 내린 사이.
신우도 사인교환을 끝내고 자세를 바로했다. 와인드업을 한 신우가 몸을 틀면서 다리를 자올렸다.
"마지막은……' 타자가 등번호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상하제를 든 신우는 이내 모임을 풀면서 스트라이드를 했다.
그리고 다리가 땅에 닿는 순간.
뒤에 남아 있던 상체를 앞으로 움직이며 그대로 회전시켰다.
화려하게!!"
단발마의 괴성과 함께 신우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왜애애애애액!!
공은 타자의 가슴 높이를 파고들었다. 그것을 본 순간, 타자는 알 수 있었다.
'포심?!!
그리고 반응을 하려는 순간, 이미 늦었다. 베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 삼진!! 마지막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전력을 다한 97마일의 패스트볼로 경기를 끝냅니다!!! 동시에 94구 매덕스 게임이자 노히터 게임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경기를 끝낸 신우가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당연하게도 댓글창은 폭발했다.
-실화냐?!!
-어제 4연타석 홈런 때리고 오늘은 노히터라고?!
ㄴㅅㅂ 거기에 매덕스게임임.
-인간 맞음?
-이거 신이 분명 잘못 만든거다. 재능 넣다가 그냥 쏟은 거나 마찬가지임.
ㄴ재능 한스푼 넣어야 되는데, 한 대야 넣은 각.
ㄴㄴ한 대야가 아니라 태평양만금 넣은 듯.
-신님 밸런스 좀 잡아줘요! 이거 게임 환불도 안
-미국 애들도 메츠 레이드 뛰는 거 아니냐?? Lago
ㄴㄴ데블스 레이드랑 합동으로 레이드 될 각이다.
ㄴㄴㄴ 연합 가즈아~!!
-신우가 시누했네.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갤럭시에서 활약 중인 정신우 선수가 또 한 번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전일 4연타석 홈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캐나다 더비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94구 노히터 경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평소와 같이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지만, 평소와 달리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이 아닌 쓰리핑거 커브와 서클 체인지업 그리고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습니다.
변화구를 활용하면서도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공이 모두 78구일 정도로 공격적인 피칭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타자를 요리하는 듯한 피칭에 블루제이스 타선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농락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MLB.COM은 정신우 선수의 하이라이트 피칭을 메인에 올리며 'Heissinwoo'라는 담백한 문구를 남겠습니다.
한편 정신우 선수는 4월의 투수 수상이 유려한 상태이며 1차전에서의 활약으로 4월의 타자까지 수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만약 4월의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수상한다면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기록됩니다.]
신우의 피칭은 미국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노 히터
-매덕스 게임만 했어도 발칵 뒤집혔을 거다.
그런데 전일 4연타석 홈런이라는 엄청난 대기록을 작성한 투수가 다음 날, 노 히터를 달성한 것이다.
이 사실은 모든 팬과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믿을 수 있습니까? 1차전에서 4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더니 2차전에서는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와 매덕스 게임-노 히터 게임을 했어요.']
[그는 인간이 아닐 겁니다. 아마 머릿속에는 외계인이 들어 있을 거예요.]
[2차전에서 그의 피칭은 아트를 넘어 신의 경지였습니다. 변화구와 패스트볼을 골고루 던지면서 타자의 머리 위에서 노는 거 보셨습니까?]
[무엇보다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해요. 내가 이 공을 던져서 저곳에 꽂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겁니다.]
[투 웨이 플레이어로서 많은 이들이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개막 단 한 달 만에 자신에게 붙은 의문을 느낌표로 바꿨어요!!]
미 전역이 들썩였다.
모든 야구 관련 프로그램에서 신우의 피칭을 분석하고 이야기했다.
4연타석 홈런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 나지 않았기에 두 가지 모두를 분석하는 일이 많았다.
심지어 캐나다는 한 시간 내내 신우와 관련된 특집방송을 내보냈다.
몬트리올에서의 인기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신우는 도시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곧 현실에 영향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게 다 뭐야?"
출근한 김이나는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선물을 보며 경악했다.
그런 김이나에게 직원이 와서 말했다.
"팬들이 두고 갔어요."
"두고? 어떻게?"
이 건물은 경비들이 지키고 있었다.
출입카드가 없으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두고 갔다니?
"경비실에 맡기고 갔죠. 그리고 아직 경비실에 가득 있고요."
"아직도 있다고? 그런데 이건 택배로 온 거 같지 않은데,
"다 직접 와서 두고 갔다 하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선물을 두고 간 걸까? 편지 역시 엄청난 숫자였다.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골머리를 썩이고 있을 때. 한 동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직원이 전화를 받은 걸 본 김이나는 선물을 살펴보려 했다.
"대표님, 전화예요."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CBC에요."
CBC는 캐나다 국영방송이다.
캐나다 전역에 방송이 나가므로 영향력이 제법 큰 방송국이었다.
그런 방송국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김이나가 전화를 들었다.
"네, D.E에이전시의 이나 킴입니다."
-CBC의 토니 로드입니다.
자신을 토니라 밝힌 남자가 전화를 건 목적을 이야기하자 김이나의 눈이 거졌다.
놀라움을 감추고 김이나가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고객의 의견을듣고 연락드리겠습니다."
CBC에서 취재라고 하겠대요?"
전화를 끊은 김이나에게 직원이 물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겠다는데?"
"그것도 5부작으로, 캐나다 전역에 방송을 내보내겠대."
"대박 맞지?"
"그럴 걸요?"
뭔가 반응이 미지근했다.
"너 캐나다 살잖아."
"그렇긴 한데, 사실 저는 유튜브를 주로 보기 때문에…… 하하……"
한국이나 캐나다나.
방송국의 영향이 죽어가긴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도 출연해서 나쁠 건 없었다. 아니, 마케팅 측면에서는 무조건 호재였다.
"일단 신우씨의 의향부터 물어봐야지."
급히 신우에게 전화를 걸려는 찰나.
"……! …… 헉………!"
남자직원이 끌자에 선물을 한가득 싣고 나타났다.
"다 끌고 온 거야?"
김이나의 질문에 남자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아, 아직…… 한참 남았…… 어요."
선물 지옥이었다.
신우의 활약으로 캐나다 더비는 갤럭시의 완승으로 끝났다.
3전 전승,
1차전과 2차전에서 대기록의 제물이 된 블루제이스는 기세가 오른 갤럭시를 이기지 못했다.
신우의 이런 활약에 바빠진 사람이 또 있었으니 바로 스캇 보라스였다.
그는 LA의 한 레스토랑에서 태블릿으로 신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있었다.
'정말 굉장하군.
4연타석 홈런도 놀라운 일이다.
그다음 날에는 노 히터 매덕스 게임이라니.'
단언컨대 이런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는 긴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선수들이 있어 왔다.
그들 중에서 가장 역사적인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베이브 루스다.
실력과 성적을 떠나 그는 베이스볼이란 스포츠를 바꿔 버린 선수였다.
그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베이스볼은 단타 위주의 타격을 하는 데드볼의 시대였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고 홈런을 노리는 라이브볼 시대로 역사가 바뀌었다.
'베이브루스가 아니었어도 그런 타격을 하는 선수는 나타났을 거다. 하지만 그가 나타났기에 베이스볼이 더 빨리 대중에게 정착될 수 있었다."
베이브루스가 아니었다면 라이브볼 시대는 1~20년이 더 늦춰졌을 것이다.
'베이브루스는 당대 대통령보다 많은 연봉을 요구했었다."
ESPN은 베이브루스가 받은 연봉을 현대로 환산한 기사를 적이 있었다.
WAR을 1당 600만 달러의 연봉 가치가 있다 보고 거기에 연평균 물가상승률 5%를 적용한 계산법이었다.
이 계산법으로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베이브루스의 통산 WAR은 131.3이었다. 그리고 ESPN이 추산한 그의 동산연봉은 10억 6740만 달러였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금액이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IF였다.
하지만 보라스의 생각은 달랐다.
'시누 역시 베이브루스처럼 야구의 역사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신우를 대리한다. 상식을 벗어난 선수를 대리할 때는 나 역시 상식을 벗어던져야겠지.'
입가에 미소를 그린 보라스의 시선이 닿는 곳에 두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갤럭시의 사장인 오웬 놀란과 구단주인 빌 헤리스였다.
"오랜만이군요."
"반갑습니다."
"LA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식사부터 하실까요?"
그들을 홈그라운드로 끌어들인 스캇 보라스의 미소가 짙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