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96화 (196/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196화

로진을 손에 묻히고 마운드에 섰다.

[어떻게 갈 거임?

[정면승부는 좀 아니지 않음?]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갔다.

'일단 상태를 체크해야죠."

[그것도 나쁘진 않지.]

[하지만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지도 정하는 게

'그림이요?'

[어제 경기에서 조금 무리했잖아.]

매튜슨은 항상 자신을 걱정해 주었다. 그것이 고마웠다.

레전드들 중 가장 자신을 챙기는 이가 그였다. 그의 마음을 알기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매튜슨의 말을 따랐다.

그림을 그려라.

한 마디로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지 구상하라는 소리였다.

경기를 끌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면승부다.

신우가 주로 하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공을 존에꽂아 넣었다.

강력한 패스트볼과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를 요리했다.

다른 하나는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거다.

'어제 경기로 체력이 필어졌을 테니, 다양한 변화구를 이용해서 배트를 끌어내면……'

[그게 아니지.]

매튜슨의 채팅에 신우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럼요?'

[피로가 별로 없다지만, 경기 후반이 되면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큼.]

[ㅇㅇ 마지막에 짜내야 할 체력을 어제 쓴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적게 던진다?'

[적게 던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

'맞춰 잡는 피칭을 해야 하죠."

[고렇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동시에 새로운 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우의 트레이드마크는 단연 광속구다. 언론, 팬, 상대팀의 선수와 코치들까지. 신우의 광속구에 주목했다.

[정신우 선수가 교환합니다.]

[초구가 중요합니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얼마나 나와주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일 4연타석 홈런에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오늘 선발에나서기 전. 프리뷰에서 다수의 전문가가 신우의 체력에 우려를 표했다.

평소였다면 나오지 않았을 우려다.

최근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에서 신우에 대한 우려를 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4연타석 홈런 등.

맹활약을 펼쳤기에 체력적인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혹은 과도한 흥분상태가 유지되면 제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와 같은 조심스러운 의견을 냈다.

'포심?'

매버릭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커터?'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들이 직접 사인을 냈다.

매버릭이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뒤, 코스를 결정했다.

[사인교환이 조심스럽네요.']

[초구가 중요하다는 걸 배터리 역시 알고 있는 거겠죠.]

신우가 상체를 세우고 두구자세에 들어갔다.

[사인교환을 끝내고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합니다.]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신우를 투구를 바라봤다. 경기를 보는 이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조구가 중요하다.

어떤 공을 던지느냐에 따라 오늘 경기의 향방이 결정된다.

[1구 던집니다!!]

다이나믹한 투구폼과 함께 초구를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좌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를 향해 날아갔다.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경기가 시작되고 초구에서 패스트볼을 던질 확률이 무려 88.2%다.

데이터가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신우의 초구가 패스트볼로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걸.

그래서 타자는 망설이지 않았다.

90마일 후반의 공은 생각하고 때리는 게 아니다. 예측하고 몸이 반응해야 한다.

일말의 망설임이나오는 순간, 제대로 된 타이밍에 스윙을 할 수 없다.

'타이밍이 맞았다!

공이 날아오는 궤적과 속도.

그리고 배트의 스윙의 궤적과 속도가 일치했다. 눈에 그려지는 가상의 궤적들이 하나로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을 때였다.

어?'

갑자기 시야에서 공이 사라졌다.

동시에 가상의 궤적도 사라졌다.

타자는 다급히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속도가 줄어들면서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공을 말이다.

'변화……!

타자도 스윙에 변화를 주었다.

무릎을 굽히고 무게중심을 낮추어 공의 변화를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절반쯤 돌아간 배트를 멈출 순 없었다. 부웅~!!

배트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를 때까지 공은 도착하지 않았다.

공은 스윙이 끝난 뒤에야 미트에 꽂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예상을 벗어나는 초구 변화구에 타자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아주 영리한 투구였습니다. 타자의 허를 제대로 찔렸어요.]

타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구심에게 물었다.

"볼이었죠?"

"존에 들어왔어."

"예? 이 공이 존에 들어왔다고요?"

무심한 구심의 대답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스쿼트 좀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체가 너무 부실하잖아."

타자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매버릭은 오히려 비웃음을 지었다.

[한바탕 하겠.]

[ㅋㅋㅋ 도발 게 한 듯?

[아~ 무슨 말 했는지 궁금하네.]

[나라만 자존심부터 건드렸을 듯.]

[자존심?]

[하체부실?]

[정답!!]

[이야…… 그거 제대로 빡치겠네.]

예나 지금이나 하체는 남자의 민감한 주제인 듯 했다. 프로선수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훈련에 더 열심히 하라는 말과 같았으니까 말이다.

'조금 흥분했겠네."

신우는 정보를 모아 결론을 냈다.

그리고 다음 던질 공을 결정했다.

매버릭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생각했던 공이 처음부터 사인이 나왔다.

마음이 맞았군.

[오올~]

[호흡 맞춘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씨 합을 맞춰주누]

[그게 아니라 상황을 읽은 거지.)

[저 포수도 나쁘지 않은 듯.]

신우는 매버릭의 리드에 맞춰 2구를 던졌다.

[2구 던졌습니다!]

쐐애애액!!

공은 존의 높은 코스를 파고들었다.

'내 하체가 약하다고?! 다신 그런 말을 못하게 해주마!'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공의 회전이 앞서 던졌던 공과는 달랐기에 이번에야말로 포심일 거라 확신했다.

부웅~!!

그의 배트가 매서운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휘릭!!

공의 궤적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공이 배트의 밑부분에 맞은 뒤였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땅볼, 유격수 잡아 1루로!]

"아!!"

[첫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2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아웃 카운트를 잡은 정신우 선수!]

[이번 공은 커터로 보였는데요, 배트의 중심을 벗어나는 아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그럼 초구에는 쓰리핑거 커브를 던졌고 2구에는 커터를 던졌다는 거네요? 예상과 달리 포심을 던지지 않았군요.]

[그렇습니다. 아마 타자가 포심을 노리고 있을 거라 예상하고 변칙적인 투구를 가져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아웃 카운트 하나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걸 아는 건 신우와 레전드들밖에 없었다.

'할 수 있다.

자신감이 붙은 신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빗맞은 타구! 삼루수 대시하면서 잡아 1루로 러닝스로우!!]

달리면서 송구하는 러닝스로우가 나왔다. 그런데 송구가 불안정하게 들어갔고 일루수의발이 베이스를 벗어났다.

그 사이 주자가 베이스를 밟았다.

"세이프!"

[아! 여기서 에러가 나옵니다. 삼루수 라미레즈의 에러에 베이스가 채워집니다.]

[공을 잘 잡았습니다만, 아쉽게도 송구에서 에러가 나왔네요.]

[정신우 선수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데요.]

분명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야 할 타이밍이었다. 이런 순간에 에러가 나오면 투수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라미레즈도 자신의 실수를 알기에 글러브를 들어 신우에게 사과했다.

"시누,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어."

"다음에 잡아주면 돼."

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변화구 위주로 던지면 결국 수비의 도움이 절실하지.']

[그래도 2루에 안 간 게 어디임? ㅋㅋ)

[다시 변화구로 가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신우가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바라봤다. 4번 카를로스였다.

[타석에 카를로스 선수가 들어섭니다.]

'어제는 내가 졌지만, 오늘은 다르다.'

카를로스는 승부욕에 불타고 있었다. 자신만의 승부였지만, 카를로스는 그 승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신우와 비슷한 또래이고 같은 캐나다 지역의 팀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경기에서는 명백한 자신의 패배였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반드시 이긴다.

[사인을 교환하고 초구 던집니다!!]

와인드업에 이어 킥킹을 하는 신우를 보며 카를로스가 배트를 돌리며 타이밍을 맞췄다.

'나한테도 변화구를 던지면 단번에 넘겨주마."

신우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말을 돌렸다. 거기에 맞춰 카를로스가 앞발을 내디뎠다. 콰직!!

스파이크가 땅에 박히고 하체가 단단하게 고정됐다. 카를로스는 눈으로 날아오는 공을 확인하며 하체를 회전시켰다.

'이 회전이라면……!'

날아오는 공의 회전을 확인한 카를로스가 상체의 회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눈에 그려지는 가상의 궤적을 따라 배트를 돌렸다.

부!!

'슬라이더다!'

신우는 지금까지 슬라이더를 던진 적이 없다. 정확히 그가 던지는 공은 슬라이더성 커터였다. 그가 던지는 일반적인 커터보다 더 중지에 힘을 주어 변화의 각도를 크게 준 것이 슬라이더성 커터였다.

맞았…!"

스윙과 공의 궤적이 일치하려는 순간. 공이 한 번 더 휘면서 스윙의 궤적에서 미세하게 벗어났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빗맞은 타구! 타구는 삼루수에게!!]

공교롭게도 타구가 다시 라미레즈를 향해 굴러갔다. 라미레즈는 다시 앞으로 달려 나오면서 구르는 공을 잡았다.

'침직하게!"

빼애애액!!

라미레즈가 다시 1루로 공을 뿌렸다. 빠르게 날아간 공이 이번에는 정확히 1루의 미트에 꽂혔다.

퍽!!

"아!!"

[세 번째 아웃 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직전 송구에서 에러를 범했지만, 두 번의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 라미레즈 선수!! 1회 에러가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고 이닝을 마감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1회 말.

신우는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연타석 홈런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개의치 않았다. 맞춰 잡는 피칭도 재밌다."

[재미 들렸누]

[변화구가 잘 들어가는 날에 맞춰 잡으면 편하지.]

[하지만 상대가 그걸 알게 되면 남.]

12회 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신우가 타자를 바라봤다. 아마 녀석도 생각하고 있을 거다. 자신이 오늘 경기에서 변화구를 많이 던졌다는 걸 말이다.

'그렇다면…"

플레이볼!!"

구심의 콜과 함께 경기가 재개됐다.

상체를 숙인 신우가 손가락을 들어 말뚝에 올렸다.

[초구부터 자신이 직접 사인을 내는 정신우 선수, 어떤 공을 택할까요?]

[1회 던진 8개의 공들 중 6개가 변화구였습니다. 아마 오늘 경기에서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어제 경기에서 체력소모가 심했다는 걸까요?]

[그릴 가능성이큽니다.]

4연타석 홈런에 대한 임팩트가 너무 컸다. 거기에 1회 변화구 위주의 피칭은 사람들로 하여금 신우가 체력적인 문제가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했다.

[사인교환을 끝낸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킥킹에 이어 스트라이드를 한 신우가 공을 뿌렸다. 빼애애애액~!!

그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타자가 배터박스의 앞쪽으로 이동하며 다리를 내디였다.

배터박스의 앞에 온다는 건 변화구를 노리겠다는 소리였다.

변화가 일어나기 전의 공을 때려 장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

왜애애애액!

배트가 돌아가기도 전에 공이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2회 첫 번째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입니다!! 중계화면의 오른쪽 하단에 구속이 나타났다.

[100MPH)

[100마일!! 광속구가 불을 뿜습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