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94화 (194/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194화

갤럭시의 구단주 빌 헤리스는 경기를 보다 굳어버렸다.

[정말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는 시누입니다! 갤럭시의 역사를 써버렸어요!]

[한 경기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다니. 정말 엄청난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만약 그가 오늘 선발로 나온 날이었다면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이 되었을 겁니다.]

오늘 신우는 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만약 선발로 나왔다면 최초의 기록이 아닐까?"

그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신우에게는 최소 2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그 말은 아직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리였다. 만약 더 이상 기록을 달성하지 못해도 상관이 없었다.

"정말 대단해."

신우에게 이런 모습을 원했다.

메이저리그의 상식을 파괴하는 모습들을 말이다.

"역시 그를 데리고 온 건 정답이었어."

빌 헤리스는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렇기에 그는 곧장 전화를 들었다.

"그는 갤럭시의 전설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오늘 경기를 보고 그렇게 판단을 내린 빌 혜리스였다. 3연타석 홈런, 신우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까? 확실히 집중이 이전보다 더 잘되는 느낌이다.

영역은 고도의 집중력 상태일 때발휘된다. 집중력은 모두 똑같지 않았다. 그립이 보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다. 궤적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늘은 두 가지 모두 보였다.

거기에 근육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고 힘을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모든 게 느껴진다.

[개꿀이누]

[타격 매커니즘은 반복훈련을 통해서 감으로 알아가야 되는데, 그걸 다 느끼면서 때릴 수 있다니. 완전 사기네..

[크으~! 나한테도 저런 재능이 있었으면.]

레전드들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선배님들도 이럴 때가 있지 않았어요?'

[간간이 있었지. 하지만 너처럼 한 경기 내내 유지하는 건 어렵다.]

[집중력이란 건 결국 체력이니까. 우리 때는 제력훈련이 체계적이지 않았음.]

[00 그냥 막무가내였지 ㅋㅋ]

레전드들이 활약했던 건 1900년대 초중반. 당시 메이저리그의 여건은 열악했다. 9이닝 완투를 하고 다음 날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할 정도였다.

체력관리가 될 리가 없었다.

[네가 말하는 영역이란 건 특별한 게 아니지만, 너처럼 자유자재로 쓰는 놈들은 흔하지 않다.']

[00 저건 타고난 거임.]

[거기다가 눈도 좋으니까, 공의 궤적까지 보자너..

[18m나 떨어져 있는 그립을 보는 건 또 어떻고?]

[몽골인인 줄.]

레전드들의 칭찬에 신우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뭐,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어?"

그런 신우의 곁으로 루카스가 다가왔다.

"흠흠!! 아무것도 아니야."

"잘하면 다음 이닝에 나갈 수도 있겠다. 여기까지 온 거 4연타석 가야지?"

한 경기 4연타석 홈런,

꿈에만 그리는 단어였다.

그렇기에 욕심이 났다.

"가야지."

[가즈아~!!]

평소와 다른 신우의 자신감에 채팅창이 달아올랐다.

[어느덧 경기는 7회 말! 두 팀의 스코어는 10 대 9!! 갤럭시의 선두타자는 1번 데미안부터 시작됩니다.]

[1회부터 뜨거운 난타전이 펼쳐졌습니다만, 두 팀의 감독들이 빠르게 대처를 하면서 불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투수교체가 빠르게 이루어졌죠?]

[예. 이럴 때는 과감한 교체로 불이 붙는 걸 막는 게 최우선입니다. 두 팀의 감독은 오늘 그러한 모습을 확실히 보여줬고요.]

제이비어는 명단을 확인했다.

'투수를 거의 소모했군."

1회부터 선발이 무너지면서 쓸 수 있는 투수 대부분을 소모했다.

내일 경기가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투수를 소모한 이상 오늘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건 블루제이스 감독 역시 같은 생각일 거다. 제이비어는 고개를 들어 대기 타석에 있는 신우를 바라봤다.

'이미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지만…….'

아직 경기에선 이기지 못했다.

그렇기에 신우가 한 번 더 무언가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대감이었다.

신우라면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제이비어 감독의 마음속에 신우는 그런 선수가 되어 있었다.

팍~!!

[때렸습니다!! 삼-유 간을 가르는 안타!! 오늘 경기 세 번째 안타를 때려내는 데미안 선수!!]

4타수 3안타.

거기에 시즌 첫 홈런까지 때려낸 데미안도 물이 올랐다.

이 기세가 이어진다면 그의 성적은 더 좋아질 것이다.

[무사 1루의 찬스에서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그가 7회 발에 다시 타석에 들어섭니다!]

[여기서 큰 거 한 방이면 바로 역전이거든요? 거기다 4연타석 홈런까지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메이저리그 역사상 4연타석 홈런은 총 19번이 기록됐습니다. 퍼펙트게임이 25번 있었으니, 이보다 적은 기록이죠.']

[가장 최근에는 마르티네즈 선수가 기록했었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은 그보다 적은 8명밖에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 외의 기록들은 두 경기를 치르면서 나온 기록이었죠.]

[만약 여기서 정신우 선수가 홈런을 때려내면 9명째가 되겠군요.]

사람들은 기대했다.

신우가 이 대기록을 달성하고 자신들의 눈으로 그것을 목격하게 되기를 말이다.

[여기서 무조건 집중해라.]

뒤는 보지 말고 집중력을 끌어올려!]

[여기까지 온 이상 때려내야 된다!!

[그렇다고 긴장하면 안 돼. 긴장하는 순간,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ㅇㅇ 무심으로 쳐야 함.]

레전드들 역시 기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연타석 홈런은 좀처럼 기회를 잡기 어려운 기록이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들이라 해도 일부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그중에 한 명인 루 게릭이 말했다.

[너희들 때문에 더 긴장하겠다. 1

[지

[2222]

덕분에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한숨을 내쉰 신우가 루틴을 밟으며 타격 준비에 들어갔다.

그때 테드 윌리엄스의 채팅이 올라갔다.

[평소대로 해라.]

그 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평소대로,

그게 가장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신우는 오른쪽 어깨에 턱을 붙이고 머리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플레이볼!!"

구심의 콜과 함께 다시 눈을 떴다.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재팅도, 관중의 응원도, 내외야의 수비도. 모든 것이 사라졌다.

보이는 것은 투수.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공이었다.

최근 메이저리그를 중계하는 방송국은 행복한 비명을 질렸다.

엄청난 시청자 때문이었다.

신우가 등장하면서 신우는 말 그대로 떡상했다. 평소 2~3%대 시청률을 기록하던 중계는 신우가 나오는 날에 두 자릿수를 넘었다.

인터넷 중계에서는 시청자가 10만 명에서 100만 명으로 치솟기 일쑤였다.

거기에 신우가대기록에 도전하면 최대 300만 명까지 시청자가 늘어났다.

'올해부터는 타자까지 겸업하게 되니까. 시청률 보증수표가 따로 없네.'

두 웨이 플레이어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걱정했다. 혹시나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슬럼프에 빠지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투수에서는 여전히 막강했고 타자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이어나갔다.

경기수가 늘어나니 자연스레 시청자와 시청률이 상향 평준화가 되었다.

시청자, 시청률이 늘어난다는 건 광고의 단가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소리였다.

최근 적자에 허덕이는 방송국이기에 이런 소식은 반가웠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시청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벌써 300만 명을 넘었어요!"

"서버는?"

"증설 중입니다!"

"서둘러! 이러다가 서버 다운된다!"

TV 중계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된 것은 인터넷 중계였다.

신우의 4연타석 홈런 도전이 전해지면서 가파르게 동시접속자가 늘어났다.

평소 접속자의 2배에 달하는 서버를 예비용으로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건 예상 밖이다.

'어쩌면 퍼펙트게임을 달성했을 때를 넘어설 수도 있겠어.'

신우의 퍼펙트게임 당시 접속자 수는 무려 440만 명. 당시 하마터면 서버가 터지면서 중계가 멈출 뻔했었다.

그때의 악몽이 떠오르자 식은땀이 흘렀다.

"서버 확보했습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그나마 한숨을 돌리게 된 김PD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어느덧 2구 승부가 끝났다.

볼카운트는 1월 1스트라이크.

'한방 날려버려!

김 PD, 그 역시 야구의 팬이었다.

[3구 던집니다!!]

왜애애액!!

[존을 살짝 벗어나는 공! 구심이 볼을 선언합니다!]

[이건 정말 잘 됐네요. 존에서 공 반 개쯤 빠지는 거였는데, 미동도 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정신우 선수가 본인의 존을확실히 그리고 있다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본인의 존에 들어오는 공에만 타격을 하니 투수는 답답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투수의 실투가 나오게 되는 거죠.]

일반적으로 두수와 타자의 대결은 두수가 유리하다. 그래서 타자가 열 번 중 3번만 때려내도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고 투수가 항상 유리하지는 않았다. 타자가 두수의 변화구에 속지 않으면 결국 선택지가 줄어든다.

"젠장, 변화구들에 좀처럼 배트가 나오지 않네."

변화구에 속지 않는 타자만큼 까다로운 선수는 없었다.

'볼카운트가 더 밀리면 위험하다.'

결국 투수가 직접 사인을 냈다.

포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내밀었다.

[투볼 원스트라이크에서 투수 4구 던집니다!]

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4구를 뿌렸다.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코스는 바깥쪽 높은 코스였다. 왼손 타자에게는 가장 먼 코스였지만, 존에 들어오는 공이었기에 신우가 빠르게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다.

'빠르다.'

자신이 상정한 것보다 공의 구위가 더 좋았다. 어떻게든 속도를 더하려 했지만, 타이밍이 늦었다. 딱 !!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신우의 시선이 타구를 쫓았다.

높게 떠오른 타구는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삼루수 카를로스가 타구를 쫓습니다!!]

라인 밖으로 나간 타구를 카를로스가 맹렬하게 쫓았다.

타구도 빠르게 관중석으로 떨어졌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그때 카를로스가 몸을 날렸다.

"우왓!!"

"아악!"

거구의 카를로스가 몸을 날리자 관중들이 비명을 질렀다.

한 관중의 나초가 허공을 날았고 카를로스는 그 위에서 글러브를 뻗었다.

하지만 공은 글러브에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졌다.

[잡지 못했습니다! 파울!!]

카를로스가 나초를 놓친 소년 관중에게 사과하는 장면이 중계에 나왔다.

그 뒤로 파울볼을 잡은 관중이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놓쳤습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공이 1m만 덜 했었더라도 잡혔을 겁니다.]

[그나저나 나초를 놓친 소년은 좀 억울하겠군요.]

[갤럭시 팬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우 선수의 타구가 잡히지 않았으니까요.]

카를로스가 손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는 사이 잠깐 경기가 중단됐다.

신우는 타석에서 벗어나 가볍게 스윙을 하며 타이밍을 다시 갔다.

'아웃이나 다름없었는데.'

[운이 좋.]

[하늘이 기회를 줬네.]

'그러게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 좋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러니 이 운을 잡아야죠.

찾아온 운을 잡는 게 중요하다.

신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레전드들이 왔을 때 그들을 잡았던 것지럼 이번 기회를 살려야 했다.

"시누, 시작하지."

구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플레이볼!!"

곧 경기 재개를 알리는 신호가 울려 퍼졌다. 신우는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타이밍을 조금 더 빠르게 가져간다.'

투수가 전력을 다하면 자신의 예상보다 더 빠른 공이 날아온다.

그것을 머리에 새기며 신우가 타이밍을 맞춰갔다.

[투볼 투스트라이크에서 투수 5구 던집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구종은 포심이었다.

코스는 인하이.

타자들이 가장 치기 어려워하는 곳이었다. 스윙을 시작한 신우는 공의궤적을 확인하고 곧장 오른발을 오픈시켰다.

동시에 팔을 몸에 바짝 붙여 돌렸다.

딱~!!

배트가 공에 맞는 순간.

신우는 반쯤 돌아간 상체에 더욱 회전력을 더해 배트를 끝까지 돌렸다.

[오른발을 오픈하며 5구를 강타!! 그리고 타구는…. 타구는……!!]

카메라가 급히 타구를 쫓았다.

뒤이어 화면에 보인 타구는 낮고 따르게 날아가 그대로 폴대를 강타했다.

폴대를 맞고 튕긴 타구가 우익수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일루심은 곧장 팔을 들어 허공에 원을 그렸다.

[넘어갔습니다아아아아!! 폴대를 다이렉트로 때리며, 4연타석 홈런이란 대기록을 작성합니다!!]

신우는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그리고 3루를 막 돌았을 때,

카를로스가 말했다.

"괴물 같은 자식."

"손에 지즈 묻었다."

"젠장! 그걸 잡았어야 했는데."

카를로스가 손에 묻은 치즈를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며, 아쉬워했다.

만약 그걸 잡았다면 이 기록은 없었을 것이다. 신우는 홈플레이트를 밟고 동료들의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헬맷과 장비를 벗은 신우는 이내 자신의 사물함에서 글러브를 꺼냈다.

"갑자기 글러브는 왜?""

"안토니, 펜 있어?"

"펜? 여기 있네."

안토니가 자신의 사물함에서 꺼내준 펜을 받아든 신우는 글러브에 사인했다.

"누구 주려고?"

안토니의 질문에 미소를 지은 신우가 복도에 서 있던 구단 직원을 불렀다.

그리고는 무언가 부탁을 하고 글러브를 건넸다. 잠시 후, 중계가메라의 화면에 나초를 놓졌던 소년이 잡혔다. 소년은 나초 대신 글러브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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