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93화 (193/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193화

스코어 5 대 2.

[정말 빨리 따라가는 홈런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1회부터 접수가 벌어지면 사실 팀의 사기가 떨어지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빨리 따라가는 점수가 나와주면 다른 선수들 역시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현실이 되었다.

딱~!!

[3구를 강타!!]

타석에 들어온 루카스가 3구 패스트볼을 때려냈다. 그러고는 등을 맞고 튕겨 나온 배트를 그대로 놓았다. 휘리리릭!!

[아~!! 루카스 선수도 배트를 던졌습니다!!]

마치 신우를 연상케 하는 배트 플립이었다.

[배트를 던진 루카스 선수 천천히 걸어가며 타구를 감상합니다!! 그리고 타구는 그대로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백투백 홈런을 기록하는 루가스 선수!!]

일명 백투백 홈런,

두 명의 타자가 연속해서 홈런을 때려내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루카스의 워킹은 블루제이스 선수들을 도발하기에 충분했다.

[쟤도 어그로 만이었네.]

신우는 채팅에 동감하며 돌아오는 루카스를 환영했다.

1회부터 경기가 달아올랐다.

"무슨 1회에만 홈런이 4개가 터지냐?"

"오늘 경기는 화끈하네."

"배트 플립 봤어? 루카스가 저렇게 배트를 잘 던졌나?"

"저기 시누한테 배운 거 아니야?"

팬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인상적인 장면을 촬영했다. 그리고는 SNS에 공유했다.

[첫 캐나다 더비. 환상적인 홈런쇼 #배트플립

1회에만 4홈런 #파던 시누]

다양한 태그가 달리며 멘션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한국은 인스타그램, 네이버 실시간검색어,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경기상황이 퍼져갔다.

특히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상황판단이 떨랐다. 크리에이터 야잘알'은 메이저리그 콘텐츠를 주로 다루었다.

이미 신우에 대한 콘텐츠도 셀 수도 없이 이용했다. 조회수는 미칠 듯이 나왔고 수입도 짭짤했다. 그리고 그는 오늘도 냄새를 맡았다.

'오늘 경기는 역대급이겠는데?"

홈런이 연달아 터지는 경기의 조회수는 잘 나왔다. 얼마 전에도 한 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이 터졌다. 야잘알은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업로드했고 50만 조회 수를 이루는 쾌거를 이루었다.

제목에 영어 제목을 넣어 단순히 한국만이아니라 미국 유저까지 노린 전략이 먹힌 것이다.

'이걸 올리면 바로 먹힐 거야!"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야잘알은 빠르게 영상을 따내어편집에 들어갔다.

편집용 컴퓨터는 무려 500만 원을 주고 맞춘 최신사양이었다.

8k 영상편집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 없었다. 편집이 조금 지저분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란 생각이 들었다.

30분도 안 되어 편집을 끝낸 야잘알이 기대감에 부풀어 영상을 업로드했다.

'이걸로 또 대박이 나겠지?"

통장에 꽂힐 잔고를 생각하자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딱~!!]

[때렸습니다! 이번에도 배트를 던진 정신우 선수!!! 타구를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느냐!!! 넘어가느냐?!!!! 넘어갔습니다!! 연타석 홈런을 기록합니다!!]

"와~ 이걸 또 때렸어?"

찢어질 듯한 캐스터의 외침에 야잘알의 시선은 다시 TV로 향했다.

"연타석 홈런이라니, 진짜 얘는 타자 올인해도 장난 아니겠네."

야잘알은 채널에 올린 영상을 확인했다. 조회수가 평소보다 잘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경기 도중이니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댓글을 확인했다.

하나의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시누시누 : 영상 궐 별로네 ㅋ 시누 채널에 올라온 게 퀄이 더 좋은 듯.]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호기심이 들었다.

'시누 채널에 올라왔다고?''

정신우가 채널을 운영하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까지 자신의 훈련 영상만 올렸었다. 그런데 하이라이트 영상이 올라왔다니? 궁금함에 야잘알은 신우의 채널을 방문했다.

'정말 올라왔네."

오늘 경기 신우의 홈런 영상이 올라왔다. 그런데 영상이 중계화면에서 따온 게 아니었다.

"…… 뭐야? 설마 직접 촬영한 거야?""

촬영 퀄리티 역시 매우 높았다.

카메라를 얼마나 좋은 걸 사용하는지, 신우가 임팩트하는 장면까지 그대로 담아냈다.

거기에 한 대로 찍은 게 아닌 듯했다. 신우가 홈런을 대리는 순간, 상대팀의 반응과 관중들의 반응까지 편집해서 올렸다.

"말도 안 돼……"

마지막으로 영상제목은 한글과 영어 거기에 불어와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각국의 언어로 제목과 태그까지 걸면서 전 세계에서 검색이 가능하게끔 해두었다.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이렇게 빨리 편집해서 업로드를 한다?

한두 명이 움직이는 게 아니란 소리였다.

와씨…. 이건 반칙이지."

궐리티를 말해주듯 조회수 차이가 열 배를 넘어 스무 배를 달려가고 있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빨라질 거다.

"아니야. 낙수효과를 기대하자. 낙수효과, 낙수효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그는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야잘알, 그 역시 야구의 팬이었다.

예상대로 경기는 엄청난 난타전으로 펼쳐졌다.

[4회가 끝난 현재까지 두 팀 합처 홈런 9개가 폭발하면서 스코어 8 대 7로 블루제이스가 경기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1회까지만 하더라도 블루제이스에게 완벽히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했는데요. 정신우 선수의 투런포와 루카스 선수의 백투백홈런이 터지면서 겨우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홈런이 많이 터지면서 경기의 흐름은 빨라졌다. 투수들의 교체가 많아지긴 했지만, 한 번 두수가 올라오면 3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했다.

덕분에 경기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타석에 정신우 선수가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벌써 세 번째 타석이네요.]

5회에 세 번째 타석.

그만큼 난타전이 펼처졌다는 의미였다.

"후우…!"

[잘하민 오늘 5타석도 가능하겠누.]

[투수들이 맞아 나가는 거 보니 그럴 듯.]

[그나저나 감독 머리 뽀개지겠네.]

[내일 경기 어쩌나? ㅋㅋ]

레전드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신우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수비를 나가지 않기에 신우는 오늘 쓸 체력을 모두 타석에만 집중시키고 있었다.

[애, 이러다가 내일 뻗는 거 아님?)

[그럴 일은 없을 듯.]

[00 애 마무리할 때 보니까 회복력 장난 아니었음.]

[거기다 오늘은 수비도 안 하니까 괜춘.]

신우의 체력과 회복력에 대해서는 빠삭한 레전드들이었다.

그렇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한 방 날려주면 재밌겠네.]

[ㅋㅋㅋ 0 ]

[홈런이 그리 쉽게 나오겠냐?]

[아무리 얘가 타격 좀 한다지만, 그리 쉽게 나오는 게 아님]

[동감]

레전드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든 이들이 신우를 도와 훈련을 봤던 게 아니다.

그렇기에 가지고 있는 정보가 달랐다. 대체적으로 신우를 직접 훈련시켰던 레전드들은 신우의 홈런에 더 무게를 두었다.

레전드들이 설전, 아니, 키보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이.

신우는 타격자세에 들어갔다.

투수와 포수는 그런 신우를 보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 녀석 오늘 타격감이 좋아. 신중하게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투수가 먼저 의견을 냈다.

'오케이. 그럼 변화구로 가볼까?'

포수가 구종과 코스를 정하자 고개를 끄덕인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5회 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정신우 선수, 앞서 연타석홈런을 터뜨린 만큼 이번 타석도 기대하겠습니다! 투수 초구 던집니다!]

꽤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날아왔다.

'체인지업.

그립을 보고 구종을 읽은 신우는 날아오는 공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자연스레 공이 날아오는 궤적이 그려졌다. 바깥쪽으로 꽂히려던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서서히 속도가 줄어들더니 뚝 하고 떨어졌다.

수준 높은 제인지입이었지만, 신우는 그것을 예상했기에 움찔조차 하지 않았다.

!

미트가 땅에 닿을 정도로 움직여 공을 포구한 포수의 표정이일그러졌다.

아예 움직이질 않는다고?'

방금 들어온 체인지업은 완벽했다.

코스, 속도, 디셉션과 무브먼트까지.

웬만큼 눈이 좋은 타자도 스트라이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배트를 움찔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신우는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였다.

'예상을 못 한 건가? 그게 아니면 체인지업이라고 생각한 건가?'

전자라면 노리는 공이 따로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후자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경험이 많다면 통찰력으로 구종을 파악할 수 있다. 특급포수의 경우 노리고 때리는 게스히팅을 잘 사용할 수 있다.

포수라는 포지션이 가지는 이점이었다. 두수를 리드하다 보니 언제 어떤 타이밍에 어떤 공을 던질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거기에 타자로서 타석에 서면서 자연스레 통찰력은 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이제 메이저리그 3년차다.

포지션 역시 포수가 아닌 투수였다.

같은 투수이기에 이해한다고 생각하더라도 좋은 코스를 참아내는 인내력이라니?

'우연이겠지."

그렇기에 포수는 우연이라 생각했다.

'조금 더 흔들어보자.'

포수는 신우의 반응을 보기 위해 다시 변화구를 요구했다.

이번에는 슬라이더였다.

포수의 리드에 맞춰 투수가 공을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프리스비와 같이 몸쪽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를 향해 변화했다.

완벽한 궤적과 속도였다.

볼!!!"

하지만 이번에도 신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뭐야? 이번 공도 예상을 했다는 건가?'

전에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포수는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이미 투볼로 몰린 상황.

선택지는 없었다.

'이번 공은 승부구다.

코너에 몰린 이상 던질 수 있는 구종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공으로 상대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싱커.

싱킹 패스트볼,

변형 패스트볼의 일종 중 하나였다.

우투수가 던지는 싱커는 우타자의 몸쪽을 파고드는 무브먼트를 보여주었다.

2010년대 접어들어 메이저리그는 무빙 패스트볼의 전성시대였다.

거기에 싱커는 급격한 무빙을 보여주면서도 구속이 포심만큼 빠르다. 그래서 아예 포심을 버리고 싱커만 던지는 투수들이 생겨났다.

싱커로 105마일을 던졌던 조던 힉스가 대표적인 선수였다.

그리고 블루제이스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맥스 그리편 역시 마찬가지로 싱커를 주로 던졌다.

'변화구만으로 상대하는 건 나도…!'

맥스 그리핀의 싱커 최고구속은 97마일. 커맨드가 아직 불안정했지만, 제대로 꽂히는 그의 싱거는 말 그대로 사기적인 무브먼트를 보여주었다.

'자존심이 상했다고!!

빼애애애액 !!

그리고 오늘 그의 무브먼트와 커맨드는 완벽 그 자체였다.

가운데로 들어오던 공이 엄청난 무브먼트를 보이며,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정확히 꽂혔다.

퍼억!!

"스트라이크!!"

"와아아아아!!"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를 정도로 좋은공이 들어갔다.

그리고 신우는 이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았군."

간혹 배터리의 생각이 많아지면서 승부를 어렵게 가져가는 경우가 있었다.

스스로 자책하며 포수가 힘있게 소리쳤다.

"아주 좋았어!!"

그리고 자리에 앉아 루틴을 밟은 신우를 바라봤다.

'오늘 맥스의 싱커는 쉽사리 때리지 못할 거다. 한 번 더 싱커로 가자고 신우의 컨디션이 좋은 건 알고 있었다. 앞선 두 번의 타석에서 이미 연타석홈런을 때려냈으니 말이다.

'그걸로 이미 끝이라고."

삼 연타석홈런은 전문적으로 타자를 한 자신조자 한 번도 때려내지 못했다.

그런데 투수를 함께 하는 녀석이 때려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오늘 맥스의 싱커는 환상적이었다. 이런 공이라면 올 시즌 블루제이스 최고의 타자로 성장하고 있는 카를로스라고 해도 때려내지 못할 거다.

'바깥쪽으로 가자."

거기에 만에 하나를 더해 바깥쪽 코스를 요구했다. 가장 먼 곳에 꽂히는 싱커를 받아서 넘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지간히 손목 힘이 강하지 않으면 어립다. 그리고 그런 포수의 판단은 정확했다. 왜애애애액~!

[매스 그리핀! 4구 던졌습니다!!]

맥스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신우가 반응했다. 오른 다리에 힘을 주어 신체를 지탱하며 하체를 고정시켰다.

동시에 견갑골을 조이며 배트를 테이크백했다.

'구종은 싱커, 코스는 바깥쪽.

시선은 공을 따랐다.

허공에 그려지는 가상의 궤적을 확인한 신우는 모든 힘을 집중시켜 그대로 배트를 돌렸다.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스윙의 궤적과 공의 궤적이 하나되는 순간. 배트를 쥔 손목을 통해 강한 충격이 전달됐다. 하지만 로프 클라이밍과 같은 훈련으로 단련된 그의 손목 힘은 충격에 밀리지 않았다.

최앗~!!

기합소리와 함께 배트가 시원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높고 빠르게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신우는 그대로 배트를 던졌다.

[다시!! 배트를!! 던졌습니다!!!!

오늘 경기 세 번째 빠던에 관중석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와아아아아!!"

넘어갔다!!!"

"삼 연타석홈런이라니!!"

[타구는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갑니다아아아!! 오늘 경기 삼 연타석홈런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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