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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91화 (191/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191화

D.E 에이전시에서 미팅을 끝내고 구장으로 향했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시간을 제법 뺏겼다. 다행인 건, 약속 때문에 여유롭게 움직였다는 점이었다.

[가자마자 훈련해야겠네.]

'그나마 일찍 움직여서 다행이에요.'

당장 하루를 쉰다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신우는 알고 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이들은 곧 버릇이 된다. 실제로 경험을 했기에 또 그런 상황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신우는 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구장에 도착한 그는 곧장 훈련에 들어갔다. 메이저리그가 단체훈련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었던 건 선수들의 마인드 덕분이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 훈련했다.

특히 돕클래스의 선수들은 개인훈련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다.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팀 신우는 있어 보이려고 만든 게 아니었다. 그들은 항상 곁에서 신우의 훈련에 도움을 주었고 컨디션 관리를 도왔다.

이는 레전드들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조언이다.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수 없었다.

신우가 원 웨이를 갔다면 그들의 조언으로도 충분했을 거다.

하지만 투웨이를 선언한 이상 제계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꾸준히 팀을 고용하길 조언했었고 말이다.

신우는 팀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확실히 느꼈다. 훈련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있기에 더 집중해서 훈련에 전념할 수 있었다. 훈련에 있어 집중력은 매우 중요하다.

[선수의 집중력에 따라 훈련의 효과가 최대 22%까지 차이가 난다.]

[아무리 좋은 훈련이라도 선수가 집중을 하지 못하면 결국 효율이 떨어진다는 소리지.]

레전드들의 채팅이 올라갔지만, 신우는 보지 못했다. 모든 정신이 훈련에만 집중됐기 때문이다.

"오케이!"

루스의 신호와 함께 신우가 발을 멈췄다. 버핏과 사이드스텝을 번갈아 실행하는 프로그램은 그조차 지치게 만들었다.

비오듯 땀흘리는 그에게 루스가 타월과 음료를 건넸다.

"천천히 마셔."

고개를 끄덕이고 음료를 들이켰다.

에이드리언이 만든 음료는 수분과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시키는 재료들이 들어 있었다.

덕분에 빠르게 에너지회복이 가능했다. 음료를 절반쯤 들이키고 있을 때였다.

"요요요-! 여전히 죽을 듯이 훈련하는 시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뭐야, 그 표정은? 친구가 돌아와서 기피하는 거 맞지? 내가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뭐, 내 생애 처음으로 퍼스트클래스를 타서 나쁘진 않았지만 말이야."

미구엘이 돌아왔다.

[재는 아직도 말이 많?)

갤럭시는 홈에서 밀워키를 맞이했다.

갤럭시는 현재 북부지구 2위.

밀워키는 4위였다.

두 팀의 대결은 1회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딱-!!

[때렸습니다!! 잘 맞은 타구! 중견수 키를 넘깁니다!]

1번인 데미안이 장타를 터트렸다.

그리고 타석에는 놀람게도 신우가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 경기 처음으로 2번 타순에 배치된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제이비어 감독이 정신우 선수의 타순을 2번으로 올렸는데,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제이비어 감독은 예전부터 파격적인 기용을 자주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데이터에 입각한 기용과 전술을 해왔죠.]

[즉, 이번 정신우 선수가 2번으로 기용된 것 역시 데이터에 따른 결과라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현재 갤럭시 타선에서 정신우 선수보다 더 잘 때리는 선수는 없습니다. 아직 데이터가 충분지 않지만, 제이비어 감독이 타순을 올린 것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합니다.]

[과연 이 결과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하네요.]

세이버메트릭션 중 한 명인 톰 탱고는 2006년에 저술한 책에서 팀에서 가장 좋은 타자를 1, 2. 4번에 배치하라는 주장을 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2번 타자는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난 슬랩히터에게 맡겼다.

이런 주장을 펼친 이유는 간단하다.

더 뛰어난 타자가 더 많은 타석에 서는 게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세이버메트릭스를 구단들이 받아들이면서 각 팀들은 3번 타순에 가장 뛰어난 타자를 배치했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부터 강한 2번 타자 전략을 사용했다.

간혹 강한 1번 타자를 사용하는 감독도 있었지만, 대중적인 기용은 강한 2번 타자였다.

즉, 제이비어 감독이 생각하는 갤럭시의 중심타자는 신우라는 소리였다.

[초구 변화구에 정신우 선수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최근 투수들이 조심스럽게 승부하는 게 보이는군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우 선수가 최근 보여준 모습은 분명 위협적이었거든요. 더 이상 투수를 상대하는 게 아닌 타자를 상대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선발투수 머피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녀석은 몸쪽으로 오는 공은 어김없이 장타로 만들었어. 외곽으로 가야 해.'

머피는 조심스럽게 신우를 상대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는……! 3루 라인을 벗어납니다! 파울!']

[살짝 벗어나는 공을 잘 참았습니다. 투볼! 원스트라이크!']

[몸쪽 공을 잘 때렸습니다! 아! 하지만, 이번에는 1루 라인을 벗어나네요. 투볼 투스트라이크!]

[상대 투수가 봄쪽 바깥쪽을 잘 공략하고 있습니다.]

머피의 제구력은 좋았다.

몸쪽, 바깥쪽을 잘 찌르고 변화구 역시 나쁘지 않았다. 특히 아웃-아웃으로 이어지는 슬라이더에 속은 게 볼카운트를 어렵게 가져가는 계기가 됐다.

'한 번 더 유인구로 올까?"

신우는 고민했다.

확실하게 투수가 유리한 상황.

이럴 때는 한 번 더. 유인구가 올 가능성이 높았다. 자신이라면 승부를 걸겠지만, 머피의 성향이라면 한 번 더 유인구를 던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때 채팅창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함?]

테드 윌리엄스였다.

마지막 4할 타자.

타격의 신.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 5명을 뽑을 때 꼭 들어가는 이름 중 하나였다.

극단적인 풀 히팅(당겨치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만의 존이 확실한 선수일 뿐이었다.

[타자에게 중요한 건 존이다. 자기만의 존이 확실하면 상대가 뭘 던지는 상관없어. 그 안에 들어오는 공만 때려내면 되거든.]

타자는 자신만의 존을 설정한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오는 공을 때려낸다. 그 외의 공들은?

걷어내거나 아예 치질 않는다.

실제 테드 윌리엄스의 저서에서 그는 '좋은 타자란 자기의 스트라이크존이 정확하고 나쁜 공에는 배트가 나가지 말아야 한다.'라고 저술했다.

'예'

신우는 테드의 말을 듣고 다시 타석에 섰다.

[스트라이크존을 설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처서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코스들을 모아 존을 만들면 돼.]

말은 쉽다.

하지만 그걸 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그걸 설정한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기다리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존을 설정하더라도 스스로 생각을 하면서 밖으로 오지 않을까? 라면서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럼 결국 나쁜 공에도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스포츠만이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신우는 그 확신이 있었다.

'타격의 신이 하는 말인데.'

그가 하는 말을 듣지 않는다면 누구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신우는 자신의 존을 설정했다.

다행인 건, 훈련을 하면서 자신이 어떤 공을 때려야 정타가 나오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의 존이 그려지자 배팅 자세를 취했다. 사인을 교환한 머피가 투구에 들어갔다.

[잊지 마라. 상대의 손을 보는 게 아니라 녀석이 던지는 릴리스포인트를 보는 거다.]

신우는 모든 정신을 집중해 머피의 릴리스포인트를 확인했다.

최앗!!

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하체가 돌아가고 그 회전은 골반과 상제에 이어 어깨로 이어졌다.

상체가 정면을 볼 때 녀석의 팔이 앞으로 끌려 나오면서 릴리스포인트에 팔이 도달했다.

그 순간.

신우는 녀석의 그립을 볼 수 있었다.

'체인지!

쐐애애애액-!

기합 소리와 함께 미피가 공을 뿌렸다. 바깥 코스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이었다. 밀어서 공을 때려내기에 좋은 코스였다. 하지만 신우는 그곳이 아닌 아웃 로우를 향해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배트가 무섭게 돌아가는 순간.

휘릭!!

공이 뚝하고 떨어졌다.

따악~!!

떨어지는 공과 스윙의 궤적이 하나가 되는 순간.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때렸습니다!!!]

팔로스로를 끝낸 신우는 그대로 배트를 던졌다. 휘리릭~!!

"와아아아아!!"

배트 플립을 본 관중들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머피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신우에게 달려들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놈 한 대 지겠누]

[올~ 한 번 붙자는 건가?)

레전드들의 채팅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실제 머피의 시선은 신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신우 역시 그런 머피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1루로 달렸다.

[아~!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요. 신경전이 벌어집니다.]

[두수가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 같습니다.]

커미셔너가 허용하고 선수협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다.

각자만의 생각이 있는 법이었다.

실제 몇몇 경기에서 배트 플립으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그런 분위기였다.

하지만 포수가 재빨리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다독였다.

큰 싸움은 번지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까비

[안붙누]

[야야, 이럴 때 네가 나서서 뭘 꼬라봐? 한 번 시전해

[싸움 가즈아~!]

채팅창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지만 말이다. 신우의 투런포로 갤럭시는 기세를 잡았다. 무엇보다 머피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밀워키의 마운드를 불안해졌다.

기세를 탄 갤럭시 타선을 잡기 어려웠다. 결국 7회가 되었을 때, 스코어는 8 대 3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갤럭시의 마운드가 교체됐다.

[갤럭시가 선발을 내리고 불펜을 가동합니다. 마운드에는 미구엘 선수입니다.]

미구엘이 마운드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에 콜업이 되자마자 공을 던지게 된 것이다.

신우는 유심히 그를 바라봤다.

사이드암으로 연습 투구를 하는 모습은 안정적이었다.

자신에게 보내온 동영상에서도 녀석의 사이드암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하지만 폼을 바꾼 지 고작 두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잘 던질 수 있을까?'

[잘 던질 거임.]

월터 존슨이 말했다.

[녀석은 원래 사이드암이 잘 맞는 체형을 가지고 있었음, 연습만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유리한 피지질을 잘 사용할 수 있을 거다.]

그의 말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남을 훈수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 하지만 레전드들의 말이었기에 신우는 믿고 미구엘의 피칭을 바라봤다.

[미구엘 선수, 와인드업! 초구 던집니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미구엘이 긴 다리로 스트라이드를 밟았다.

키가 크다는 건 보폭도 넓다는 의미다. 즉, 스트라이드의 길이가 다른 투수들보다 미구엘은 길었다.

거기에 팔이 길어서 더욱 앞에서 공을 뿌릴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타자가 느끼는 체감속도는 구속보다 10km는 빠르단 소리지.]

[그리고 사이드암이니까, 팔을 앞으로 끌고 나오기 더 쉽고.]

[어쨌건 걔는 지금까지 자기 피지컬을 제대로 이용 못 했음.]

레전드들의 말은 곧 사실이 되었다.

페억 ~!!

"스트라이크! 아웃!!"

부앙!!

"스윙!! 아웃!"

딱!

"아웃!!"

[삼자범퇴!! 순식간에 세 명의 타자를 요리하는 미구엘 선수!!]

순식간에 세 명의 타자를 압도했다.

타자들은 완벽하게 타이밍을 뺏긴 모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구엘을 상대하는 게 처음이었다.

거기다 레전드들이 말했던 특징들까지 겹치며 제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한 것이다.

"잘 던졌어!"

"와! 미쳤던데?"

"나이스!!"

미구엘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신우 역시 그를 반기며 손을 들었다.

"멋졌다."

"시누! 내가 던지는 거 봤지? 타자들이 꼼짝도 하지 못하는 거 너도 봤지? 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네! 어떻게 내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돌려세운 거지? 응? 어디가? 내 말 들어야지. 헤이! 시누!"

뒤에서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미구엘의 말에 귀를 막으며 신우는 몸을 피했다.

[너 조만간에 귀에서 피 나을 듯.]

경기는 갤럭시의 승리로 돌아갔다.

클럽하우스는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로 북적였다.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는 단연 신우였다.

"정신우 선수! 오늘 투수와 신경전이 있었는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생기는 소소한 일이었습니다."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가지들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배트 플립에 대해 머피 선수는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는데요."

"일각에서는 배트 플립은 투수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하면서 다시 금지시켜야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자들의 질문은 배트 플립에 집중되어 있었다. 신우의 배트 플립이 가장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우는 단호했다.

"배트 플립이 불편하면 투수들이 마운드에 포효하거나 글러브를 때리고 타자를 노려보는 것과 같은 퍼포먼스도 금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신우의 말에 기자들이 바빠졌다.

"무엇보다 배트 플립에 팬들이 열광합니다. 저는 팬들이 좋아하는 것을 굳이 그만둘 생각이 없습니다."

그의 발언은 곧 기사가 되어 전세계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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