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88화 (188/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88화 >

* * *

「팀을 살린 호수비!!」

「정신우의 한계는 어디인가?」

「투구, 타격 그리고 이제는 수비까지?! 정신우 역대급 호수비로 팀을 구했다!」

신우의 활약은 곧 헤드라인이 되었다.

기자들은 앞다투어 그의 활약을 기사로 내보냈다.

유튜브 역시 난리가 났다.

그의 호수비 영상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게시했다.

몇몇 유튜버들은 분석을 하거나 외국 프로그램을 번역해서 설명해주는 식으로 차별화를 두었다.

신우의 수비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단번에 실시간급상승 검색에도 올라갔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와...미쳐따리.

-저걸 잡은 것도 용한데, 일어나서 바로 1루 송구하는 거 실화?

-이거 주자 본 헤드 플레이 아님? 왜 저기서 리드를 하냐?

ㄴ 리드는 당연하지. 놓치면 바로 뛰어야 되는데.

ㄴㄴ 그래도 리드폭이 너무 길잖아.

ㄴㄴㄴ 그동안 신우가 보여준 수비능력보면 못 잡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신우 어깨면 리드폭 짧으면 2루에서 아웃각이었다.

전문가들 역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하루종일 정신우 선수가 화제였죠? 먼저 영상부터 보시겠습니다.]

호수비 영상이 나오고 패널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말 엄청난 수비였습니다. 조금만 타이밍이 늦었어도 공을 놓쳤을 거예요.]

[이런 수비를 감각적인 겁니다. 정신우 선수가 수비에도 일가견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정신우 선수가 도대체 못하는 게 뭐죠?]

[연애 아닐까요? 지금까지 열애설이 나온 적이 없잖아요?]

[하하하! 그건 그렇군요.]

패널들의 웃음에 네티즌들은 뒤집어졌다.

-이렇게 명치를 때린다고?

-패널분들 넘하네.

-어머니!! 백억을 벌어도 연애를 못하는 시대입니다!

ㄴ 모쏠해도 좋으니 백억 벌고 싶다.

ㄴㄴ 팩트 : 정신우의 연봉은 2천만달러다. 한화 약 236억.

사람들의 댓글이 빠르게 늘어갔다.

[정신우 선수의 호수비에 네티즌들은 “신우 하고 싶은 거 다 해.” 라면서 감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신우 선수가 어떤 활약을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 * *

경기 다음 날.

신우는 일어나자마자 몸에 주렁주렁 센서를 달았다.

“이거 마셔요.”

에이드리언이 건넨 특제주스를 들이키는 사이, 그레이엄 박사가 신우의 몸을 촉진했다.

잠시 후.

데이터가 뽑은 뒤 브리핑을 진행했다.

“정말 몸이 튼튼하군. 감탄스러울 지경이야. 어제 그런 플레이를 해서 조금 우려했는데. 몸에는 전혀 이상이 없군.”

“좋은 소식이네요.”

“자네의 몸을 보고 있으면 시즌이 끝나는 게 기다려지는군. 나와의 약속은 잊지 않고 있겠지?”

“무...물론입니다.”

“후후, 그럼 기대하고 있겠네.”

그레이엄 박사의 웃음에 등골이 오싹했다.

[쟤 사이코패스 아님?]

[매드 사이언티스 같다.]

[등에 소름이 쫙 돋누.]

레전드들의 말에 동의했다.

그레이엄 박사는 스포츠의학 부문에서 권위있는 전문가였다.

그런 박사를 영입하는데 돈도 돈이지만, 다른 약속도 필요했다.

시즌이 끝나고 자신의 운동데이터를 뽑을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이었다.

힘든 일은 아니다.

그냥 그레이엄의 저 기분나쁜 웃음이 마음에 걸릴 뿐이다.

“시누.”

“예?”

에이드리언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어느덧 한가득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다 드시면 됩니다.”

“오케이-!”

* * *

피츠버그와의 2차전.

파이리츠는 에이스 로렌스를 올렸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로렌스의 강속구에 타자들의 배트가 헛돌았다.

“와...너무 빠르네.”

“공략하기 힘들 거 같은데?”

더그아웃의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로렌스는 최고구속 100마일을 뿌리는 선발투수다.

평균구속은 95마일.

고속슬라이더와 커브가 일품이었다.

특히 오늘은 녀석의 변화구가 제대로 긁히면서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시누.”

“루카스.”

“저 녀석 공이 어마어마한데. 마치 네가 마운드에 있는 거 같아.”

“오늘 제대로 긁히는 거 보니, 공략이 쉽지는 않을 거야.”

루카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예상대로 갤럭시 타선은 로렌스를 공략하지 못했다.

* * *

「갤럭시 파이리츠의 에이스에게 무기력한 패배!」

「정신우 시즌 첫 무안타 경기!」

「3차전에 등판 예정인 정신우, 과연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2차전 패배 이후.

기사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신우는 식사를 하며 기사를 확인했다.

‘내가 무안타 하는 게 그렇게 신기한가?’

[그것보다 그냥 네 일거수 일투족이 기사화 되는 거임.]

[ㅇㅈ]

[슈퍼스타 정-시-누!]

하긴, 최근에 모든 게 기사가 되긴 했다.

심지어 유튜브를 개설한 것도 기사화가 됐었다.

기사를 닫고 유튜브에 접속했다.

유튜브 구독자는 어느덧 200만명이 넘었다.

동영상이 아직 7개밖에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람들 많이 가입했네.’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해한다고 뭐라하겠누.]

과거 백종우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형님, 저 동우입니다.]

이동우.

유튜브를 관리, 촬영, 편집까지 맡아서 하고 있었다.

“어, 무슨 일이야?”

[이번에 컨텐츠를 하나 기획했는데, 형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래? 그럼 몬트리올로 돌아가면 사무실로 갈게.”

[옙!]

몬트리올에는 신우와 관계된 사무실이 2개 있었다.

하나는 D.E에이전시의 몬트리올 지사였고 하나는 유튜브 T.S.W의 사무실이었다.

전화를 끊은 신우는 오늘 경기에 대해 생각했다.

‘2차전에서 허무하게 졌으니까, 오늘 경기도 타격쪽으로는 잘 안 풀릴 가능성도 있어.’

[맞음.]

[어제의 결과가 오늘까지 이어질 각이 크지.]

[요럴 때 에이스가 똭! 해주면 어깨에 뽕 들어간다.]

[ㅇㅈ]

신우도 어렴풋이 느꼈다.

3차전 경기결과에 따라 팀의 분위기가 결정된다.

그리고 신생팀은 분위기만큼 중요한 게 없었다.

‘패배하면 시즌 초반의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

신우의 어깨가 무거운 날이었다.

* * *

제이비어 감독은 로스터를 확인했다.

‘불펜이 약할 줄이야.’

스프링캠프에서 불펜은 괜찮았다.

되려 선발이 걱정이었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선발은 잘 해가고 있었다.

‘시누의 영향이 크다.’

클럽하우스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선발진은 모두 그를 존경한다.

경력이 많고 적고의 차이는 없다.

정신우란 투수는 그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불펜진은 달랐다.

같은 투수지만, 하는 일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영향이 적었다.

‘조금 더 강화를 해야겠어.’

불펜이 약하면 이기던 경기도 진다.

하루라도 빨리 강화를 해야 했다.

“오늘 경기가 중요하겠군.”

신생구단을 맡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신인들을 많이 접했던 제이비어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신인이 기세를 타면 무섭다.

모든 기록을 깨부술 정도로 성적을 쌓아나간다.

그러나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팀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겠지.’

전일 경기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

타자들은 무기력했고 투수들은 난타를 당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타자들은 힘을 내지 못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발투수가 잘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 선발은.

‘가장 믿을 수 있는 녀석이지.’

제이비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몬트리올 갤럭시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 현재까지 스코어는 1 대 1의 상황에서 마지막 3차전이 펼쳐집니다!]

경기가 시작됐다.

갤럭시 타선은 어제의 무기력한 모습을 이어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공격적인 피칭으로 갤럭시 타선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전일의 부진이 이어지는군요.]

[하지만 어제와는 다를 겁니다. 갤럭시의 마운드에는 바로 이 선수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정신우 선수입니다!]

화면이 마운드를 비추었다.

거기에는 신우가 서있었다.

평소와 같았다.

몸을 풀고 가볍게 공을 뿌리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올 시즌 3번 등판에서 2승을 거두었습니다.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플러스를 기록하며 21이닝 1실점 무사사구 35탈삼진을 잡아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성적입니다.]

[사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우려가 많지 않았습니까?]

[투웨이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체력적인 부분과 부상의 우려로 걱정을 했죠.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압도적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 경기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예. 팀 타선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선발투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다들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 따라 전반기 갤럭시의 흐름이 결정될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다.

-시누밖에 믿을 게 없누.

-원래 시누 원맨팀이었음.

-야구에서 원맨팀이라니 ㅋㅋㅋ 하지만 반박할 수가 없다.

-레알 갤럭시는 신우 하나만 믿고 간다.

준비를 끝낸 신우가 로진을 손에 묻혔다.

그리고 마운드에 서서 포수를 바라봤다.

‘초구는 조심스럽게 가는 게 낫겠지.’

갤럭시 주전포수는 매버릭이다.

포수의 능력보단 타격에 재능이 많았다.

무엇보다 신우와 호흡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신우의 성향보단 자신의 기준에 맞췄다.

당연히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포심으로 간다.’

‘포심? 하지만 이 녀석은 어제 경기에서 3안타를 때려냈어. 조심스럽게 가는 게 좋을 텐데.’

매버릭이 타자를 주의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하지만 신우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에이스가 저렇게 나온다면 포수 입장에선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내밀었다.

좌타자에게서 가장 먼 곳.

바깥쪽 낮은 코스에 미트가 위치했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을 합니다.]

신우도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의 중요성을.

팀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치를.

그래서 부담도 됐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이 그의 마음을 차지했다.

[그게 뭔데?]

‘즐거움이죠.’

[즐겁다고?]

‘팀을 대표하는 투수, 팀의 운명을 짊어진다는 것. 육성선수로 있었다면 가능했겠습니까?’

[ㄴㄴ]

[그럴 일은 없지.]

[그래서 즐겁냐?]

‘당연하죠.’

촤앗-!!

몸을 틀며 킥킹을 한 신우는 무게중심을 뒤로 옮겼다.

그리고 스트라이드와 함께 회전을 시작했다.

발이 마운드 위를 딛는 순간.

신우는 회전에 속도를 더했다.

마치 작은 토네이도가 된 것처럼 순식간에 상체까지 돌린 신우가 공을 때렸다.

쐐애애애액-!!

공은 정확히 미트를 향해 쇄도했다.

그 순간.

부웅-!!

타자의 배트가 돌았다.

배트의 궤적과 공의 궤적이 일치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속도였다.

뻐억-!!

공이 먼저 미트에 꽂히고.

부앙-!!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간결한 스윙! 하지만 공이 먼저 미트에 꽂힙니다! 100마일의 광속구에 배트가 따라오질 못합니다!]

[전일 무안타 경기를 해서 걱정했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무척 좋아보이네요.]

투웨이 플레이어의 단점 중 하나가 컨디션 관리다.

컨디션이란 여러 가지를 내포한다.

몸관리는 물론이거니와 맨탈도 포함된다.

투수와 타자.

두 포지션을 동시에 하기에 한쪽이 흔들리면 다른 한쪽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우의 맨탈은 그 정도로 흔들리지 않았다.

어제 경기는 이미 잊어버렸다.

그의 집중력은 오직 오늘에만 맞춰져 있었다.

[2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부웅!!

타자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공격적인 신우의 성향을 생각한 것이다.

그때 공이 밑으로 뚝 떨어졌다.

퍼퍽!!

부앙!!

원바운드가 된 공이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 연속 헛스윙! 포크볼처럼 보였지만, 정신우 선수는 이걸 쓰리핑거 커브라고 했죠?]

[그렇습니다. 전설의 투수 중 한 명인 모데카이 브라운이 던졌던 구종이죠.]

[움직임이 포크볼처럼 보이기에 타자들 입장에선 난감할 거 같습니다.]

쓰리핑거 커브.

신우가 이걸 던진다는 게 알려졌을 때 한 바탕 소동이 일었다.

재현이 어렵다는 게 정론이었기 때문이다.

[투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정신우 선수, 3구 던집니다!]

와인드업을 한 신우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애액-!!

그가 던진 공이 높게 들어왔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타자는 스윙할 생각이 없었다.

‘이 코스로 던지는 공의 열 개 중 아홉 개는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RPM이 높은 신우의 패스트볼은 덜 떨어진다.

특히 하이 패스트볼은 대부분 볼이 나왔다.

거기에 볼카운트는 투스트라이크.

모든 정보를 종합했을 때, 볼일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순간.

휘릭!!

공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타자가 급히 반응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90마일이 넘는 공이다.

판단을 내렸다면 그걸 뒤집을 시간이 없었다.

뻑-!!

그저 이 공이 볼이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구심의 과한 몸짓은 타자의 기대를 배신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이번 공은 92마일의 컷패스트볼이었어요. 하이 패스트볼처럼 보였기에 타자는 볼일 거라 판단을 한 거죠. 하지만 공이 미묘하게 휘면서 존에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수싸움에서 완벽하게 이긴 거군요.]

단순히 구속으로 타자를 압박한 게 아니다.

완벽한 심리전으로 타자를 압도했다.

그리고 그건 두 번째, 세 번째 아웃카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딱-!!

[타구 높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2루수 데미안이 가볍게 타구를 잡습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1이닝부터 완벽하게 타자를 압도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가 기대되네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더그아웃에 돌아온 신우는 글러브를 내려놓고 헬맷을 착용했다.

‘바쁘다, 바빠.’

“헤이, 배트도 챙겨야지.”

루카스가 건넨 배트를 든 신우가 씩 웃었다.

“땡큐.”

이제 타자로 변신할 시간이었다.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88화 > 끝

ⓒ 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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