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86화 (186/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86화 >

* * *

신우의 활약은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지금까지 이런 선수는 없었다! 그는 투수인가? 야수인가?」

「정신우 열풍은 현재진행형!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2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

「시즌 세 번째 홈런 작렬! 거포 우익수의 탄생?!」

모든 활약은 기사가 되어 전 세계에 대서특필됐다.

특히 미국언론들의 관심은 매우 뜨거웠다.

[메이저리그 시즌이 시작되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 가장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린 선수는 역시 내셔널리그의 신우 정이죠?]

[정말 믿을 수 없는 성적을 올리는 중입니다. 투수로는 2승을 거두었어요. 2경기에서 14이닝 무실점 25탈삼진을 기록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죠. 타자로서도 벌써 홈런 3개를 포함, 9안타를 때려냈어요. 도대체 이 선수가 왜 타자를 하지 않고 투수만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열변을 토하는 이는 메이저리그 전설 중 한 명인 로드리게스였다.

약물복용이 밝혀지면서 커리어에 치명적인 오점이 남았지만, 해설가로 제 2의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시누의 타격능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는 투수들의 탓도 조금은 있다고 보여요.]

[투수 탓이요?]

[예. 시누가 본격적으로 타석에 서는 게 올해가 처음이다보니 조금 쉽게 승부를 걸어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장타가 많이 나올 수 있었죠.]

[아~그 발언 위험한데요? 요즘 시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어요.]

[물론 시누의 타격이 훌륭했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죠. 아~이걸 또 이렇게 공격하나요?]

[하하! 농담입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패널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신우의 성적에 대해 분석을 이어갔다.

투구와 타격에 대한 장점들이 이어졌다.

사실 두 가지만 놓고보면 신우에게 약점은 없어보였다.

좌타로 바꾼 것이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았지만, 패널들의 생각은 달랐다.

[좌타로 바꾼 건 어떻게 생각하나요? 팬들의 반응은 굳이 좌타로 바꿨어야 했나? 싶은 반응인데요.]

[타격만 놓고 봤을 때, 굳이 바꿀 이유는 없었어요. 최근 좌타가 많아짐에 따라 장점도 많이 희석되었으니까요. 하지만 투웨이 플레이어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릅니다.]

[동감이에요. 투구는 인간의 신체에 큰 데미지를 줍니다. 이는 어깨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신체 전반적인 데미지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패널들의 뒤 화면이 바뀌면서 3D이미지가 나타났다.

인체를 근육으로 나타낸 것인데, 이미지가 오른손으로 투구를 하자 근육의 움직임이 확연하게 보였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면 근육들이 그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오른손으로 타격을 하게 되면 비슷한 근육들이 활용되기에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좌타로 바꾸면 부담이 줄어들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훨씬 좋은 선택일 겁니다.

문제는 좌타에 적응하느냐였는데, 지금까지만 봐서는 성공적으로 보이네요.]

[그럼 시누가 앞으로도 성공적인 투웨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그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체력입니다. 아마 시즌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역시 수비가 있겠죠. 송구능력만 놓고보면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수준입니다만, 타구판단이나 센스 등은 아직 불안한 모습이 있습니다.]

투웨이 플레이어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역시 체력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플레이어가 투웨이 플레이어가 실패했던 것이 체력부분이다.

아마도 신우가 투웨이로 풀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르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될 것이다.

거기에 신우는 수비에서도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네 번째 경기에서 평범한 타구를 놓치는 모습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부상문제는 어떨까요? 시누의 엄청난 송구를 보고 팬들은 열광했지만, 일부에서는 어깨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는데요.]

[분명 부상위험이 있긴 합니다만, 선수의 몸은 그렇게 약하지 않습니다. 부담이 되긴 하겠습니다만,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이 의견과 관련해서 스캇 보라스가 재밌는 인터뷰를 했었습니다. 시누는 고교시절 그리고 KBO에서 뛸 때도왼손으로 투구를 했었다. 그렇기에 오른쪽 어깨는 날것과 같은 상태라고 말이죠.]

[그게 뭐죠? 보라스가 새로 내세우는 이론인가요?]

[하하!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실제 시누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아마추어 시절 오른손으로 던졌던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잘 생각해봐야 될 거예요.]

* * *

최근 몬트리올의 가장 큰 이슈는 신우였다.

“다음 시누 등판이 언제지?”

“이틀 뒤야. 오늘은 우익수로 나온다는군.”

“자네는 오늘도 야구장에 가나?”

“당연하지! 시즌권까지 끊었는데, 매일 가서 시누의 플레이를 봐야지!”

몬트리올에서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이면 야구이야기로 웃음꽃이 피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당연하게도 신우가 있었다.

오늘 홈런을 때렸니, 몇 마일을 던졌니.

신우의 활약으로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몬트리올의 인기인이 된 이들이 또 있었다.

“오! 에이드리언!”

“안녕하세요.”

“오늘도 시누를 위해 장을 보러 왔나?”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오늘 소고기 들어오는 날이죠?”

“맞아! 그리고 내가 시누를 위해 특별히 빼놓은 아주 양질의 고기가 있지. 이리 오게.”

T.S.W의 멤버들은 몬트리올의 유명인사였다.

특히 에이드리언은 매일 같이 시장에 들리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었다.

덕분에 시장에만 왔다하면 질문세례를 받았다.

“시누의 몸상태는 어때?”

“여전히 건강하죠. 많이 먹고요.”

“으하하! 많이 먹는 건 언제나 중요하지. 특히 시누처럼 운동량이 많으면 더더욱 많이 먹어야 해!”

“덕분에 제가 고생이죠.”

“월급은 많이 받지 않나?”

“충분히 받습니다.”

“거기다 시누도 매일 볼 수 있고! 나는 그게 제일 부럽군! 자, 이놈이 오늘 들어온 고기들 중에서 가장 좋은 부위야. 어떤가?”

등심과 안심이 같이 달린 티본이었다.

스테이크는 신우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였다.

이놈을 가져다가 구우면 환상적인 스테이크가 나올 것 같았다.

“좋네요. 이거 주시고 다른 부위도 보여주세요.”

“그러지!”

신우가 먹는 양은 어마어마했다.

단순히 많이 먹는 게 아니라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이드리언이 특별히 짠 식단이었다.

장을 보고 돌아온 에이드리언은 차고에 주차를 하고 내렸다.

“헉! 헉!”

“고고고고! 쉬면 안 돼! 아직 한 박스 남았어!!”

차고 옆에 마련된 피트니스룸에선 신우와 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 봐서는 수비훈련인가 보네.’

시즌이 시작되고 웨이트는 휴식에 들어갔다.

트레이닝보다는 회복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진행했다.

회복이라고 해서 무작정 쉬는 게 아니다.

몸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근육을 풀어줘야 했다.

그것과 별개로 신우는 매일 루스와 함께 수비훈련을 진행했다.

스스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알고 먼저 요청한 것이다.

‘언론에서 그를 천재라고 추켜세우지만, 저런 노력이 숨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지.’

천재에 노력파.

그것이 에이드리언이 내린 결론이었다.

‘세상에 저런 인간이 또 있을 줄이야.’

에이드리언은 한 남자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 * *

다음 날.

신우는 경기장에 도착했다.

애마인 페라리를 주차하고 짐을 꺼내고 있을 때.

부아아앙-!!

굉음과 함께 람보르기니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파란색 람보르기니가 멈추고 안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그는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며 손을 들어 신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시누! 일찍 왔네?”

“루카스.”

그는 중견수인 루카스였다.

원래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었던 그이기에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이거 페라리 로만가?”

“응.”

“이야~이쁘긴 하네.”

짐을 내린 루카스와 함께 구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지명인가? 아니면 우익수?”

신우는 잠깐 고민하다 답했다.

“오늘은 우익수로 나가겠네.”

“그럼 같이 나가겠네. 이따 몸이나 같이 풀자.”

“좋지.”

루카스는 친화력이 좋은 선수였다.

원래 메이저리거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신우에 대한 반감도 거의 없었다.

“외야수비는 좀 어때?”

“아직도 죽을 맛이지. 매일 연습하는데, 타구판단이 좀 느려.”

“어쩔 수 없어. 아직 외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내가 옆에서 보니까, 너는 타구를 보고 쫓아가는데 그것보다는 소리를 듣고 어디쯤 오겠구나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게 좋아.”

“앞으로 올지 뒤로 올지 말이야?”

“그렇지. 정위치에서 타구를 파악하지 말고 소리를 듣고 정타인지, 아니면 빗맞은 건지 판단하고 먼저 움직이는 거지.”

루카스가 해준 설명은 이미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있었다.

[봐라. 얘가 하는 말도 우리가 하는 거랑 똑같잖아.]

[소리를 듣고 먼저 반응해야 된다니까.]

[보고 반응하면 한 박자 늦어요.]

레전드들의 말이 맞았다.

문제는 그 소리로 파악하는 게 아직 익숙지 않다는 점이었다.

“관중들 소리 때문에 타격음이 잘 안 들릴 때도 있는데, 그때는 좋은 방법이 없나?”

“그건 하다보면 돼.”

[계속 해야 됨.]

결국 경험이란 소리였다.

경험이라고 말하니 뭔가가 흐릿하게 떠올랐다.

“뭐해? 안 가?”

“아, 가야지.”

루카스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클럽하우스에는 몇몇 선수들이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휘유, 전에 있던 팀과는 전혀 다르네. 다들 부지런해.”

“그러게. 메츠에서는 항상 내가 일 이등으로 도착했는데.”

“뭐, 그만큼 여기서는 절박한 애들이 많은 거지. 기존에 있던 팀에서는 실력이 있어도 메이저에 알박고 있는 스타들이 있어서 못 올라가는 일도 많았을 테니까.”

그들에게 갤럭시는 희망의 팀이었다.

실력을 인정받으면 메이저리거로서 남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투타겸업을 하는 선수가 있다?!]

[이걸로 외야 포지션 하나 날아갔쥬?]

[그래도 어차피 구단은 우익수 하나 더 데리고 있어야 되잖아. 얘가 투수로 나가거나 DH로 출전할 때는 대신 나가야 되니까.]

[뭐, 그렇긴 한데. 자기 실력을 인정받아야 될 기회가 줄어드니 짜증이 나겠지.]

[고거슨 ㅇㅈ.]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갤럭시의 클럽하우스에서 신우를 싫어하는 이들은 제법 됐다.

딱히 신경을 쓰고 있진 않았지만, 이대로 두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함 뜨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ㅇㅇ 피지컬로 눌러버려.]

[그것도 웃긴게. 솔까 얘가 걔네들이랑 놀 레벨은 아님.]

[ㅇㅈ. 사이영 2회 수상자한테 어디 메이저에서 자리도 못 잡은 놈들이 나댐?]

[그냥 신경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매튜슨의 말대로 신우는 신경을 끄는 쪽을 택했다.

예전 육성선수로 있을 때도 그랬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었다.

[그런 놈들을 일일이 신경쓰다보면 오히려 네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

신우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는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답해놓고 고민하누?]

‘그쪽이 아니라요. 외야 수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외야수비?]

[와이?]

‘결국 루카스나 선배님들 말을 들어보면 외야수비를 잘 하기 위해선 경험이 쌓여야 된다는 거잖아요?’

[그렇지.]

[연습을 반복할 수밖에 없음.]

[그리고 실전에서도 익숙해져야 하지.]

신우의 연습량은 프로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았다.

문제는 기간이 짧았다.

외야수비를 시작한 것은 고작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인 건 재능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로부터 배운다를 쓰면 어떨까요?’

[커브 때처럼?]

[나쁘지 않을 듯?]

과거로부터 배운다를 사용하면 신우는 그 선수의 한 경기를 경험한다.

경험과 함께 신우는 그 선수의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감각이 옅어지다가 결국 사라진다.

[알고 있겠지만,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네가 노력해야 해.]

[ㅇㅇ 노력 안하면 말짱 도루묵임.]

‘예.’

커브 때 이미 경험을 했기에 알고 있다.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에 뜬 알림창을 확인했다.

【과거로부터 배운다를 사용하시겠습니까?】

【100,000노잣돈이 소모됩니다.】

눈앞에 두 개의 선택지가 나타났다.

그 선택지 중 하나를 누르려고 하는 순간.

[그런데 누구 경험을 배우려고?]

이미 결정은 한 상태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외야수로서 12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두 명 중 한 명.

‘로베르토, 당신의 경험을 빌릴게요.’

[콜~]

로베르토의 채팅에 미소를 지으며 (예)버튼을 눌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