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83화 (183/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83화 >

갤럭시의 올림픽 스타디움은 일찌감치 사람들로 붐볐다.

“드디어 시누를 이 눈으로 볼 수 있겠네.”

“크-! 우리 몬트리올에 야구팀이 다시 생긴 것도 기쁜데, 거기에 사이영 수상자가 오다니! 이걸로 걱정은 없겠어!”

“올 시즌 성적도 기대할 수 있겠지?”

몬트리올 시민들은 기대에 차있었다.

엑스포스가 사라지고 난 뒤로 꾸준히 야구단 유치를 추진해왔던 몬트리올이다.

그만큼 시민들의 기대는 컸다.

“오오-! 이게 뭐야?”

“내부는 완전히 바뀌었는데?”

경기장 내부에 들어온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설이 모두 최신식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노후화 됐던 관중석은 새로 리모델링이 되었고 편의시설들이 대폭 늘어났다.

특히 난방이 잘 되어 추운 바깥과는 전혀 달랐다.

“응? 존! 손에 든 그거 뭐야?”

“이거? 코리아 치킨이야. 미국의 치킨하고 좀 다르네.”

“오, 그래?”

“그리고 이건 김치타코. 들어봤지? 뉴욕에서 유명한 푸드트럭에서 파는 거.”

“아! 그게 여기에 있어?”

“기간한정으로 판매한다 하더라고. 사람들 엄청 많더라. 자네도 어서 가봐.”

“오케이! 알려줘서 고마워!”

푸드코트 역시 다양한 음식들로 채워졌다.

특히 한국음식과 퓨전을 한 메뉴들이 많았다.

구단 홍보팀에서 신우를 이용한 마케팅을 위해 도입한 것이다.

한국에 대한 마케팅 역시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갤럭시 구단 홈페이지를 한국에도 오픈하며 물건을 직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열었다.

대부분 대행으로 진행하는 이런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한국팬들을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갔다.

구장밖에서 팬들이 경기를 기대하며 모이고 있는 사이.

구장 안쪽에서는 선수들이 개막전을 위해 출전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개막전이네.”

“크흐흐! 내가 드디어 메이저에서 뛰는구나.”

“긴장 좀 해라.”

삼삼오오 모여 오늘 경기에 대한 기대감, 설렘 등을 이야기하는 선수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묘하게 겉도는 선수들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26명의 선수들이 모두 친할 순 없다.

특히 갤럭시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구단에서 넘어온 선수들도 제법 있었다.

이런 팀이 하나가 되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강력한 리더지.]

‘그래서 저한테 주장을 맡긴 걸까요?’

신우는 선수단을 보며 물었다.

[그런 거 같긴 한데. 문제는 네가 택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거다.]

‘제한적이요?’

[리더에도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포용력으로 감싸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팀을 휘어잡는 이도 있지.]

[커리어를 꾸준히 쌓아서 선수들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포지션을 취하다가 팀 분위기 자체를 박살내는 애들도 있다.]

팀을 이끄는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문제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빌 헤리스에게 부탁을 받은 뒤.

신우는 어떻게 팀을 이끌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쯧! 괜히 머리만 아프네요.’

[머리 아픈 일은 일단 미뤄둬. 당장 답을 찾고 싶다 해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래야겠어요. 일단 오늘 경기나 잘 준비해야죠.’

신우는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며 명상에 들어갔다.

그런 그의 맥박을 의사인 그레이엄이 체크하며 이상이 있나 확인했다.

그레이엄만이 아니라 제이슨은 신우의 근육을 풀어 긴장을 풀어주었고 노아는 명상에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영양학박사 에이드리언은 그를 위한 주스를 들고 옆에 서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클럽하우스에서 그런 신우와 팀의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아주 요란을 떤다.’

‘무슨 투구 하나 준비하는데 저렇게 난리야?’

‘부럽다. 나도 돈만 많았으면 저렇게 팀을 이끌고 다니는데.’

‘저긴 사람이 북적이네.’

팀 신우를 본 갤럭시 선수들의 생각은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불편해했고 누구는 부러워했으며 누구는 별 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공통되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도대체 어떤 플레이를 하기에 저런 걸 구단에서 허락한 거야?’

‘궁금하네.’

‘시범경기에서도 보긴 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어떨까?’

과연 실제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TV나 뉴스가 아닌.

자신들의 눈으로 실제 보게 될 신우의 경기에 기대감을 가졌다.

* * *

[전국의 야구팬 여러분 반갑습니다.]

중계가 시작되었다.

이번 개막전은 지상파에 생중계가 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럼 갤럭시의 라인업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화면이 바뀌고 선수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갤럭시의 수비들은 생소한 선수들이 많네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각 팀의 유망주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메이저에서 뛰던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2루와 3루 그리고 중견수가 베테랑급 선수로 구성되어 있죠.]

갤럭시의 불안요소는 이미 현실로 나타났었다.

[시범경기에서 가장 많은 수비 실책이 나왔던 팀이 바로 갤럭시 아니었겠습니까?]

[맞습니다. 어이없는 실책이 나오면 투수 입장에선 힘이 빠지거든요. 그러니 부디 오늘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화면이 바뀌고 마운드에 선 신우가 보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운드의 흙을 고르고 로진을 손에 묻히는 그의 모습은 침착 그 자체였다.

-얘는 레알 긴장을 안하네.

ㄴ 사이영상 수상자인데, 무슨 긴장?ㅋㅋ

ㄴㄴ 압박감 심한 마무리투수일 때도 세이브 성공률 100퍼센트였음.

-시누 오늘도 퍼펙트 가즈아-!

-그러고보니 시누 개막전 첫 선발이네.

ㄴ 레알임?

ㄴㄴ ㅇㅇ 작년에는 개막전 선발이 아니었음.

개막전 선발.

이는 팀의 에이스라는 걸 의미했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어떤 팀이라 하더라도 개막전은 이기고 싶어하는 게 상식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강한 투수를 내보냈다.

[작년 메츠에서 사이영상을 받았던 이미지가 강했던 정신우 선수이기에 2년 연속 개막전 선발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정신우 선수는 커리어 첫 개막전 선발을 맡게 됐습니다.]

[작년에는 메츠의 1선발이었던 리올 에르난데스 선수가 개막전 선발을 맡았었죠?]

[그렇습니다. 매년 너무 잘해왔기에 많이들 오해하고 계시는 거죠.]

마운드에 선 신우는 주위를 둘러봤다.

“시누-!!”

“화이팅!!”

“오늘 너를 보러 왔어!!”

“시누! 가즈아-!!”

현지인으로 보이는 관객들 사이사이로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캐나다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민을 오는 국가 중 하나였다.

몬트리올에도 많은 한국인이 살았고 관광을 오는 이들도 많았다.

그들만이 아니라 몬트리올 시민들의 응원도 뜨거웠다.

일방적인 응원을 들으며 신우가 심호흡을 뱉었다.

“후우-!!”

긴장을 떨쳐내고 사인을 교환했다.

‘포심.’

경기 전.

마스크를 쓸 매버릭과 초구를 어떤 걸 던질지 상의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포심.

가장 자신있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공.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투구자세에 들어갔다.

“후우...”

다시 한 번 심호흡을 뱉어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다리를 차올린 신우가 모든 힘을 집주시켰다.

그리고는 스트라이드와 함께 하체를 회전시켜 힘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모인 힘을 상체의 회전으로 플러스 알파를 시켜 손끝으로 이동시켰다.

“흡!!”

쐐애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다.

‘팀을 옮겼다고 공격적인 성향이 어디 갈 리가 없지!’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신우가 공격적이라는 건 익히 알려져 있었다.

거기에 초구 포심 비율이 높다는 것 역시 데이터적으로 분석되어 있었다.

2년의 마무리.

그리고 1년의 선발까지.

그렇게 쌓인 신우의 데이터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데이터가 쌓였다는 건 신우가 어떠한 유형의 투수이며 어떤 공을 주로 던지는지, 또 어떤 코스를 좋아하는지 낱낱이 파헤쳤다는 소리다.

당연히 데이터는 선수들에게 전달됐고 선수들은 그에 따라 준비를 했다.

밀워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걸로 첫 안타는 내꺼다!’

정교한 스윙의 궤적이 공의 궤적과 일치하려는 순간.

후웅!!

공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배트의 위를 지났다.

뻐억-!!

“스윙! 스트라이크!”

[헛스윙으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냅니다! 구속은 무려 100마일이 찍혔습니다! 거의 최고구속에 근접한 공을 초구에 뿌리는군요.]

[정신우 선수는 시범경기에서 그동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본인의 루틴에 따라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단계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 시즌은 조금 달랐습니다.]

[어떤 점이 달랐죠?]

[평균구속이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치 정규시즌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뻐억-!!

“스트라이크!!”

[2구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슬라이더에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투 스트라이크!]

[계속 설명을 하자면 시범경기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건 그만큼 몸상태가 좋다는 걸 의미하겠죠.]

신우 역시 느끼고 있었다.

본인의 몸상태가 최고조라는 사실을 말이다.

‘커브.’

신우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매버릭이 미트를 내밀었다.

[정신우 선수, 3구 뿌립니다!]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타자는 존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에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어림도...!’

그 순간.

휘릭!!

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뚝 떨어진 공에 배트는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부웅!!

‘젠장...!’

허무한 삼구삼진에 욕이 절로 나왔다.

그때였다.

“오른쪽!!”

마운드 위의 신우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것을 본 타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고 굴러가는 공을 발견했다.

“젠장!!”

포수가 공을 놓친 걸 깨달은 그가 다급히 1루로 내달렸다.

하지만 매버릭이 한 발 더 빨랐다.

퍽!

“아웃!!”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매버릭 선수가 포구에 실패하면서 공이 튕겨져 나갔지만, 다행이 정신우 선수의 콜플레이가 빨랐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정신우 선수가 던지는 변화구의 무브먼트가 심하니 이런 실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신우는 바닥을 뒹구는 매버릭의 마스크를 집어 그에게 건넸다.

“미안하다. 내 생각보다 더 늦게 떨어져서 반응이 늦었어.”

“그럴 수도 있지. 신경 쓰지 마라.”

툭!

그의 가슴을 툭 치고 마운드로 돌아왔다.

[아슬아슬했누.]

‘그래도 정강이 보호대에 맞았는데, 멀리 튕기진 않아서 다행이에요.’

포수의 정강이 보호대에 맞으면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방향도 예측할 수 없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멀리 튕기지 않았다.

[금방 익숙해지겠지.]

[너무 신경쓰지마라. 어차피 네 공을 매번 받던 애가 아니다보니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신우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이 던지는 변화구들은 하나 같이 변화가 크니까 말이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받은 신우는 다음 타자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 * *

[두 번째 타자를 상대하는 정신우 선수, 초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 파울입니다. 원 스트라이크.]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움직였지만, 타이밍이 완벽하게 밀렸어요.]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2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부웅!!

퍽!

“스윙! 스트라이크!”

[체인지업에 엉덩이 빠지면서 배트 돌렸지만, 헛스윙입니다. 투 스트라이크.]

[정말 체인지업의 무브먼트가 일품입니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과 함께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애액-!!

딱!!

[빗맞은 타구! 2루수 정면입니다. 아-! 2루수 한 번 놓쳤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잡아 1루로!]

퍽!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역시 갤럭시의 수비가 조금 불안하네요. 타구가 조금 빠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처리가 됐어야 했는데 말이죠.]

[개막전이라 긴장을 해서 그런 걸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비들이 이런 모습을 자꾸 보여주면 결국 투수가 더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또 한 번의 실수였다.

주자는 아웃이 됐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이런 작은 실수들이 쌓여 결국 큰 실수가 된다.

[쟤 몸이 굳어있누.]

[ㅇㅇ 평소라면 잡을 수 있는 타구인데. 몸이 굳어서 상체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음. 그러니 공을 놓치지.]

신우도 이해할 수 있었다.

첫 경기에서 긴장이 되는 건 당연한 거였으니까 말이다.

그때 데미안이 미안하다는 제스처와 함께 사과를 해왔다.

“쏘리 시누!”

“괜찮아. 데미안, 너무 긴장하지 말고 가볍게 어깨를 풀어. 상체가 굳어 있어.”

“어? 어어. 오케이!”

신우의 조언에 데미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네가 훈수두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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