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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82화 (18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82화 >

* * *

시범경기가 진행되면서 갤럭시 팬들의 기대감은 높아졌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정확히 말하면 팀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었다.

한 선수에 대한 기대였다.

딱-!!

[유격수 잡아,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마지막 시범경기 등판에서 5이닝 무실점 피칭에 성공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올 시즌에는 시범경기부터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정신우 선수! 이번 시즌이 정말 기대됩니다!]

그 선수는 바로 신우였다.

신우는 연습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했다.

2이닝, 3이닝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5이닝을 던지며 최종적으로 10이닝을 채웠다.

그 경기에서 신우는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는 언터처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당연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우-! 우-! 우-! 우-!!”

갤럭시에서도 신우의 챈트는 여전했다.

마치 인디언이 상대를 사냥하는 듯한 이 챈트는 상대를 압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도착한 신우는 동료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제 시작이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으로 시범경기를 마무리한 신우는 정규시즌이 기대됐다.

* * *

시범경기가 모두 마무리 되고 신우는 몬트리올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어머니와 저녁을 먹고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자니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삼일 뒤. 시즌이 시작된다.’

새로운 팀에서의 첫 시즌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투웨이 플레이어로서의 첫 시즌이라 그런 걸까?

어쨌건 두근거리는 기분이었다.

신우는 스마트폰을 열어 밤새 온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그중에 가장 먼저 확인한 건 미구엘의 메시지였다.

「요요요-! 시누! 오늘도 내 영상을 보고 피드백 좀 부탁할게!」

영상속 미구엘은 여전히 활기차 보였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녀석은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곧 투구를 시작했다.

팔을 내리고 던지는 녀석의 모습에선 이전보다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럴 수밖에 없지. 쟤처럼 팔이 긴 애가 오버핸드로 던질 경우 같은 상체의 회전력이라면 오버핸드보단 사이드암이 더 빨리 앞에 도달한다.]

[궤적이 곡선을 그리며 목표점에 도달하느냐, 아니면 직선의 궤적을 그리며 도달하느냐의 차이임.]

그 뒤로도 레전드들의 훈수가 이어졌다.

녀석은 기회를 잡았다.

마이너에 내려간 다음날부터 메신저를 통해 동영상을 보내왔다.

처음에는 그저 팔을 내리기로 했다는 보고 수준이었다.

그것을 본 레전드들이 훈수를 뒀다.

어디를 고쳐야 되네, 어디가 잘못됐네, 그렇게 하는 거 아니네라면서 말이다.

신우는 그것들 중 쓸만한 것들을 미구엘에게 올려줬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러다 문득 신우는 궁금해졌다.

‘그런데, 선배님들. 저한테 훈수하는 건 전에 설명을 해주셔서 알고 있는데. 미구엘한테 훈수하는 건 왜 그러신 겁니까?’

[그냥.]

[후배가 잘 되는 너른 마음으로 하는 거지.]

뭔가 수상했다.

그때 지금까지 말이 없던 매튜슨이 이야기했다.

[오지랖이지.]

‘...오지랖이요?’

[얌마!]

[후배를 사랑하는 이 마음을 오지랖이라고 하냐?!]

레전드들의 반발에도 매튜슨은 단호했다.

[너도 다른 사람이 못하는 걸 보고 있으면 뭔가 훈수두고 싶어지잖아.]

‘그...렇죠.’

[그거랑 같은 거야. 사람들은 원래 훈수를 두고 싶어한다. 그러니 인방이 유행하지.]

간단한 설명에 바로 이해가 됐다.

고개를 끄덕이며 선배들의 훈수들 중에서도 알려줄만한 내용들을 보내주고 다른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그때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누, 빌 헤리스입니다. 일어나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구단주인 빌 헤리스의 메시지였다.

* * *

신우는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약속장소가 이곳이었기 때문이다.

애마인 페라리를 주차하고 선수전용 출입구를 통해 들어갔다.

몇몇 구단직원들이 돌아다니다 그를 발견하고 인사를 해왔다.

“헤이-! 시누! 웬일이야?”

“잠깐 볼 일이 있어서.”

“개막전 기대해도 되는 거지?”

“물론이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신우는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곳은 올림픽 스타디움을 내려다볼 수 있는 VIP룸이었다.

[휘유~야구관람하는데, 무슨 시설이 이렇게 좋냐?]

[야야! 저기 술 좀 봐라.]

[제대로 돈 좀 발랐네.]

갤럭시로 이적한 후.

신우는 몬트리올에 존재했던 전 베이스볼 팀인 몬트리올 엑스포스에 대해 알아봤다.

엑스포스는 여러모로 가난한 구단이었다.

몬트리올시가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워낙 돈이 없어 지원을 해주지 못한 것도 있지만, 구단 자체가 돈이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경기장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비록 겉은 이전의 모습이었지만, 내부에서는 과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눈앞에 있는 이 남자 덕분이었다.

“오랜만이군요, 시누.”

“오랜만입니다.”

빌 헤리스.

갤럭시의 주인이자 자신을 영입한 남자였다.

세계 10대 재벌 중 한 명으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앉으시죠.”

그의 제안에 신우가 자리에 앉았다.

한눈에 경기장이 내려다보이는 이 자린 확실히 돈값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구장을 수리하고 팀을 만드는데 엄청난 돈을 썼다. 그런데 왜 선수영입에는 소극적이었지?’

언론에서 매일 이야기하는 게 오프시즌 갤럭시의 선수영입이었다.

제대로 된 영입을 한 것은 단 한 명.

신우밖에 없었다.

덕분에 갤럭시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꼴찌로 생각하고 있었다.

몇몇 언론에서는 이럴거면 왜 신우를 영입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건 당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내가 높은 연봉을 받는다지만, 그거에 대해서 설명해주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궁금하실 겁니다. 어째서 다른 선수들의 영입을 하지 않았는지.”

빌 헤리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선수 영입은 어디까지나 구단의 권리긴 하지만, 궁금하긴 합니다.”

“간단합니다. 계산이 서지 않았어요.”

“계산이요?”

“이전에 저는 개발자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자가 됐죠. 개발에서 손을 뗸지 오래 됐기 때문에 생각하는 거 하나하나가 경영자에 가까워졌습니다.”

빌 헤리스가 억만장자가 된 것은 오래전 일이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경영자 마인드가 강해졌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러다보니 구단이 과연 우승을 할 수 있을지, 여기서 얼마만큼의 돈을 투자해야 우승이 가능한지에 대한 계산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아시나요?”

“아직 시작하지 않아서...?”

“맞습니다. 이번 시즌이 진행되면서 저는 계산을 해볼 생각입니다. 과연 얼마만큼의 돈을 들여야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이곳에 가져올 수 있는지 말이죠.”

[이욜~자신감 쩌네.]

[그런데 계산이 서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건가?]

[그나저나 그렇게 계산이 서지 않을거면 넌 왜 데려왔대?]

“아마 궁금하실 겁니다. 이런 생각이면 왜 당신을 이번 시즌에 데려왔는지요.”

[얘도 우리 채팅 보이냐?]

신우도 궁금했다.

하지만 그건 아닌 듯 그는 경기장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야구를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경기를 보면서 나름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 위대한 선수들을 보기도 했고 그저그런 선수들도 봤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당신을 보게 됐죠.”

빌 헤리스가 신우를 바라봤다.

“당신의 플레이를 보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치 다른 세상에서 야구를 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특별하다는 걸 말이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아직 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군요. 괜찮습니다. 어쨌건 나는 당신을 무척이나 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FA가 된다면 반드시 잡을 생각이었죠. 하지만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고, 반드시 당신을 잡아야 했습니다. 비록 계산이 서지 않더라도 말이다.”

완벽하게 이해는 되지 않았다.

신우는 경영이란 것에 큰 관심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일종의 투자를 한 거다. 유니콘을 발견하고 과하다 싶을 정도의 투자를 한 거지.]

‘유니콘이요?’

[미래 가치가 뛰어난 기업을 의미한다. 마치 환상속에 있는 동물처럼 그런 회사들을 찾아 미리 투자를 하면 엄청난 이득을 거두게 되지. 경제용어다.]

‘아...’

경제용어이기에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대답을 해준 게 타이콥이기에 신뢰가 됐다.

왜냐하면 그 역시 재벌로서 성공적인 투자로 말년이 더 부유했던 선수였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절 선점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원하는 물건이 시장에 나오는 일은 자주 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의 마음이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빌 헤리스는 자신이 팀을 어떻게 정착시킬지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했다.

선수를 어떻게 영입할 것이며, 얼마만큼의 자금을 투자할 것인지. 그리고 자신을 위해 얼마나 큰 일들을 해줄 수 있는지 말이다.

구단주가 직접 자신에게 비전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일반회사로 비유하면 그룹의 회장이 한 2년 일을 잘해서 과장쯤 단 사람에게 회사의 비전을 설명한다는 것과 같았다.

물론 신우를 과장으로 칭할 수는 없다.

그가 이룬 업적을 회사원으로 따지면 수천억짜리 계약을 연달아 따온 것과 같으니까 말이다.

어쨌건 그렇다 하더라도 회장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게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구단주가 그만큼 신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도 말씀드리죠. 최근 언론에서 연일 우리 팀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건 알고 계시나요?”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들은 연일 갤럭시와 관련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신우가 있었다.

신우와 같은 스타를 투웨이라는 위험에 왜 노출시켰냐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기존의 다른 팀들과 비교하며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내고 있었다.

[원래 언론이란 것들이 그렇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레기들은 어디나 있는 법임.]

[오히려 여기가 더 심하지 ㅋㅋ]

레전드들 역시 동의했다.

“사실 그런 기사에 흔들릴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경기에서 보여준 담대한 모습을 보면 말이죠. 하지만 어떤 사람은 경기에서는 강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무너질 수 있기에 그 부분이 염려되어 말씀드린 겁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당신의 에이전트와 본격적인 연장계약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니 이건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왜인지 이쪽이 본론인 거 같은데.

스프링캠프가 끝날 무렵.

보라스에게 한통의 연락을 받았다.

갤럭시가 연장계약제안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논의를 시작한다는 연락이었다.

“아시겠지만, 계약문제는 보라스에게 모두 일임을 해둔 상태입니다. 세부적인 조건은...”

“물론 알고 있습니다. 논의는 대리인과 하는 게 맞죠. 그렇기에 우리쪽도 대리인인 오웬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고요.”

헤리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혹시 오해할까봐 말씀드립니다만, 본론은 전자쪽입니다. 후자는 그냥 해본 말이고요.”

마지막까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양반이었다.

“연장계약과 관련해서는 확답드리긴 어렵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런 외부적인 요인으로 경기력에 영향이 갈 정도로 형편없이 연습하진 않았습니다.”

신우의 단호한 말에 헤리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 대답을 원했습니다. 그럼 저는 뒤에서 팀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팀을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예. 예?”

뭔가 이상함에 신우가 다시 물었다.

“당신이 올 시즌 갤럭시의 주장입니다.”

“예? 하지만 이런 건 코치진이나 선수들이...”

“제이비어 감독과는 이미 이야기를 끝냈습니다. 그 역시 당신이 적합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만약 당신이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렸다면, 다른 이에게 맡겼겠지만. 그러지 않는 이상 당신이 적임자입니다.”

그러면서 빌 헤리스가 손을 내밀었다.

왜 저렇게 생각하는 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묘하게 떨리거나 하진 않았다.

‘내가 주장이라고?’

[출세했누.]

신우 역시 그 말에 동의하며 빌 헤리스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구단주와의 악수라니.

예전이라면 생각도 해보지 못할 일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떨림보다는 이제는 당연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적응의 동물이란 말이 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참, 그리고 당신의 투웨이는 저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네 투웨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줄 생각인가 보다.]

‘그렇겠죠?’

[ㅇㅇ 그러니 이제 마음 편하게 날뛰어보면 될 듯.]

[시즌 가즈아-!!]

레전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신우는 경기장을 바라봤다.

개막전까지 이제 코앞이었다.

* * *

삼일 뒤.

2027년 메이저리그 시즌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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