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79화 >
* * *
「(장태호 기자) 몬트리올 갤럭시에서 새 출발을 준비중인 정신우 선수가 진정한 투웨이 플레이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체 연습경기에서 A팀의 선발투수로 나온 정신우 선수는 1이닝동안 2탈삼진을 잡아내며 언터처블 피처로서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1회말에선 타자로 나와 투수의 4구를 받아쳐 대형홈런을 만들어내며 자신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여기에서 모든 게 끝일 거라 생각했지만, 정신우 선수는 2회초에도 그라운드에 나왔다.
이번에는 마운드가 아닌 외야 글러브를 착용하고 우익수의 자리에 섰다.
충격적인 장면은 2회초 원아웃 상황에서 나왔다.
타자가 때린 타구가 빠르게 날아와 원바운드 된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지며 주자를 아웃시켰다.
(영상)
이후에는 타구가 날아오지 않아 수비로서의 능력은 체크하지 못했지만, 1루 송구 장면만 놓고 보면 리그 정상급의 어깨를 보여주었다.
마운드 위에서도 100마일 이상을 쉽게 뿌리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자체 연습경기이기에 당연히도 현재 포지션이 시즌까지 이어질지는 모른다.
어쩌면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도 도입되는 지명타자로 시즌을 나설 수도 있다.
(링크 : 새로운 2027년 메이저리그 규정)
하지만 만약 지금 모습을 시즌에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또 한 번 엄청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는 베이스볼의 시대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의 경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태호의 기사는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랐다.
특히 그가 유튜브에 업로드한 신우의 송구영상의 조회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장 화질이 좋고 제대로 구도가 잡힌 영상은 국내에서 그의 것이 유일하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다.
-우익수 땅볼이라니 ㄷㄷ;;
ㄴ 타자 :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뇨?!
-이건 무리수 아니냐?
ㄴ 당연히 투수-지명타자로 나올지 알았는데, 거기에 수비까지 하네.
ㄴㄴ 일본에서 오타니도 투수-우익수로 뛰었잖아?
ㄴㄴㄴ 그건 일본레벨이고 여긴 메이저리그임.
ㄴㄴㄴㄴ 투웨이플레이어의 시작인 오타니도 메쟈에서는 우익수 포기하고 지명으로만 했는데?
-ㅋㅋㅋ 한 2년 잘하더니 야구가 졸로 보이나 보네.
ㄴ 미치겠다. 2년 연속 사이영에 MVP까지 타낸 투수한테 이런 말을 하네.
ㄴㄴ 하여간 이래서 인터넷 존문가들.
ㄴㄴㄴ 이게 당연한 반응 아니냐? 언론에서 일인야구, 일인야구 띄워주니까 분수넘는 짓을 하네.
-도대체 얼마나 잘해야 인터넷에서도 욕을 안 먹냐?
영상의 댓글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달렸다.
대부분 반박 댓글이 연달아 달렸지만, 평소보다 많은 양의 부정적인 댓글들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국가들 역시 비슷했다.
자신의 영상 댓글을 보며 장태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선구자는 원래 욕을 먹는 법이지.’
오타니가 처음 프로에 들어갔을 때.
일본내에서도 엄청난 비난과 부정적인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는 야구를 우습게 본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가 성적을 올리자 그런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오타니는 일본야구의 희망이 되어 있었다.
‘결국 정신우가 자신의 고집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비웃음만 살 것이다.
‘하지만...꼭 보고 싶군.’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정신우가 베이스볼의 고정된 인식에 도전하는 모습을 말이다.
* * *
갤럭시는 본격적인 청백전을 진행하며 새로운 시즌의 준비를 이어갔다.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이 신우의 포지션이었다.
1선발로 확정짓는 건 당연한 문제였다.
제이비어 감독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신우의 수비 포지션이었다.
그것을 위해 매 경기마다 신우를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투수로 쉬더라도 수비로는 경기에 내보냈다.
때로는 우익수로 때로는 1루수에 나가면서 그의 수비능력을 체크했다.
그리고 매일 밤마다 코치들과 상의를 이어나갔다.
“시누의 1루 수비능력은 나쁘진 않습니다. 강습타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연습량으로 커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시누의 연습량은 괴물 같더군요. 팀 훈련이 끝난 뒤에도 자신만의 팀으로 수비연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치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신우의 연습량은 괴물 같았다.
“우익수는 어때?”
“생각보다 민첩합니다. 덩치가 커서 둔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밖으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더군요.”
“그렇군. 그럼 1루와 우익수, 두 포지션을 놓고 보자면?”
“체력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1루수가 나을 겁니다. 움직일 일도 적고 그런 부분에서 놓고 보면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투수를 배제한 의견이라면?”
“으음...”
수비코치인 프랑코는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익수가 낫습니다. 녀석의 어깨는 괴물이에요. 3루까지 노바운드로 던집니다. 완전 레이저에요. 우익수에 완전히 적응한다면 주자들에게 강한 압박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주자와 코치들은 경기 전에 상대팀의 수비가 누구냐에 따라서 주루플레이를 공격적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보수적으로 할 것인지를 정한다.
만약 어깨가 강한 선수가 우익수에 있다면 보수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다.
그것만으로도 갤럭시는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된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벤자민,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데?”
“꼭 시누를 수비까지 시켜야 하는 겁니까? 사이영상 피처입니다. 외야까지 시키면 루틴부터 체력, 거기에 쓸데없는 부상의 위험까지 생기는 겁니다.”
벤자민은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그 말에 다른 코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구단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라고는 하지만, 이런 일은 전무후무했습니다. 처음부터 투웨이 플레이어로 성장한 것도 아니고, 중간에 바꾸다뇨? 거기다 사이영상 수상자가 투웨이를 하는 건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저들은 단순히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게 아니었다.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성적을 쌓아나가면 시누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겁니다. 그런 선수를 굳이 투웨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던질 이유는 없습니다.”
신우란 선수가 어떤 가치를 지녔고 어떤 선수로 성장할 것인지 보였기에 그의 투웨이를 막고 싶었다.
벤자민의 말을 들은 제이비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자네들의 마음은 이해하네.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고 말이야. 하지만 이미 구단주가 오더를 내렸어.”
“구단주가요?”
“직접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내 생각도 그와 같아.”
“감독님도요?”
“두근거리지 않나? 시누는 지금 베이스볼의 역사에 도전을 하고 있는 거야. 팬들과 야구인들이 어째서 오타니의 등장에 왜 그리 열광했었나?”
“그건...”
“바로 그가 베이스볼이란 종목의 고정관념을 깨는 선수였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는 실패했습니다. 투웨이 플레이어가 얼마나 높은 벽인지 현실을 느끼고 결국 하나에만 전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느낀다면 시누도 포기하겠지.”
결국 선택을 돌릴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알겠습니다.”
“그럼 회의를 계속하지. 자네가 봤을 때 시누가 로테이션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 거 같나?”
“그건...”
벤자민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 * *
신우와 관련된 뉴스는 한국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미국의 유명 야구 전문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투나잇에서도 그와 관련된 토론을 내보냈다.
[26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MVP에 뽑힌 신우 정이 올 시즌부터 몬트리올 갤럭시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소식이 들어왔어요.]
[일단 화면부터 보고 이야기를 계속 하죠.]
화면이 바뀌고 동영상이 재생됐다.
[갤럭시가 수비를 하고 있군요. 카메라는 외야를 잡고 있어요. 그런데 저 선수...시누 아닌가요?]
[맞습니다. 시누가 우익수로 연습경기에 나선 겁니다.]
[지명타자가 아니고요?]
[예. 그리고 이날 투수로서 이미 1이닝을 던진 상황이었습니다. 예상입니다만 짧은 시간에 여러 포지션을 테스트하는 거 같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그때 신우가 앞으로 대시하며 타구를 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1루로 공을 뿌렸다.
[뻐억-!!]
[아웃!!]
[왓 더...!]
[방금 장면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화면이 리플레이 되고 화면이 바뀌어 패널들을 비추었다.
하나 같이 놀란 표정이었다.
[자, 이 장면을 본 두 분 말씀해주시죠.]
[와...일단 놀랍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확실히 시누의 어깨라면 외야에서 뛰면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나을 겁니다. 방금 전에 본 것과 같이 주자를 없애버릴 수 있죠.]
[하지만 위험합니다. 사이영-MVP 수상자에요. 굳이 외야에 뛰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방금 전과 같은 송구는 보기엔 멋지지만, 어깨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패널들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
지켜봐야 한다.
두 의견이 강하게 충돌하며 토론이 이어졌다.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군요. 시청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한 마디만 더 해도 되겠습니까?]
찬성쪽 패널의 말에 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라스가 이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죠. 시누는 게임체인저가 될 선수다. 오늘 영상을 보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누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건가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그의 도전을 비웃을 순 없다는 겁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수많은 논란을 낳은 신우의 투웨이 플레이.
어떤 결론이 날지 아무도 몰랐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몬트리올 갤럭시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시범경기가 열리는 첫 날.
“표가 없다고?”
“말도 안 돼!”
“시누를 보러 왔는데, 표가 없다는 게 말이 돼?!”
“젠장!”
애리조나 피닉스 서부에 지어진 갤럭시의 스프링캠프 전용 경기장, 스페이스 파크는 가장 많은 팬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 * *
모든 팀이 주경기장에서 시범경기를 치르는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에도 별도의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경기장들은 대부분 주경기장을 본따 만들어 선수들이 경기장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갤럭시의 스페이스 파크 역시 몬트리올에 있는 올림픽 스타디움과 비슷한 형태로 지어졌다.
돔이 없다는 걸 제외하면 모든 게 그대로였다.
잔디나 마운드에 있는 흙까지 모두 동일한 재료를 사용했다.
[확실히 돈을 많이 썼네.]
[크으-! 구단주가 돈이 많으니까 좋자너.]
[어떠냐? 팀의 첫 시범경기 첫 선발에 나오는 기분이?]
‘죽이는데요.’
신우는 지금 느껴지는 기분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몬트리올 갤럭시라는 팀 역사의 첫 페이지.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첫 시즌, 첫 시범경기에 오른 투수로 자신의 이름이 남게 되는 것이었다.
‘의욕이 팍팍 납니다.’
[저쪽도 마찬가지인 거 같네.]
타석으로 들어오는 타자 역시 표정에 의욕이 가득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구심이 손을 들어올렸다.
“플레이볼!!”
[2027시즌 32개 구단체재에서 시작되는 첫 시즌의 시범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에도 오늘 경기는 생중계 되고 있었다.
당연했다.
신우라는 확실한 흥행카드가 있는데, 방송국에서 이를 그냥 넘길리 없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신우의 시범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었다.
[올 시즌부터 새롭게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몬트리올 갤럭시의 역사적인 첫 시범경기에 마운드에 한국의 위대한 투수, 정신우 선수가 등판해 있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매 시즌 보는 거지만, 몸을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오늘 경기도 기대가 돼요!]
[더더욱 기대 되는 건 역시 투타겸업을 선언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미국에선 이런 선수를 투웨이 플레이어라 부르는데요. 벌써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투웨이 플레이어군요. 얼마 전, 기사로 나왔던 정신우 선수의 우익수 땅볼은 정말 명장면이지 않았습니까?]
[맞습니다. 원채 어깨가 강한 선수니 그런 송구를 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죠. 한 가지 아쉬운 건 당시 송구의 구속이 얼마나 나왔는지 측정할 수 없었다는 거죠.]
[그건 좀 아쉽군요.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가 자세를 잡습니다. 오늘 갤럭시의 포수는 알렉산더 선수입니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합니다.]
신우는 와인드업을 하며 느꼈다.
‘느낌이 좋아.’
벌써 3번째 시범경기다.
앞서 두 번의 시범경기에서는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단 느낌으로 공을 던졌다.
몸상태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몸상태가 완벽하게 올라왔어.’
마치 시즌의 베스트 컨디션 같았다.
왜 이런지 알 수 없지만, 잡념은 금물이었다.
‘모든 힘을 집중시켜.’
신우는 정신력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했다.
몸을 비틀며 다리를 차올린 신우는 오른쪽 다리를 굽히며 힘을 모았다.
무게중심을 뒤로 둔 상태로 스트라이드를 뻗어 왼발이 마운드에 닿는 순간.
후웅!!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신우의 거구가 회전했다.
하체에서 시작된 힘을 골반, 코어, 가슴을 번갈아 회전시키며 플러스 알파를 더했다.
그렇게 모인 힘이 어깨, 팔꿈치, 손목에 도달한 순간.
“흡!!”
단발마의 기합과 함께 공을 때렸다.
쐐애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한가운데에 꽂히는 포심 패스트볼!! 하지만 타자는 반응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구속은...!]
화면에 곧 구속이 떠올랐다.
「100MPH」
[100마일입니다! 초구부터 100마일의 광속구를 뿌린 정신우 선수!!]
신우는 직감했다.
오늘은 베스트 컨디션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