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78화 >
* * *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갤럭시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중인 정신우 선수가 첫 연습경기의 선발로 나섰습니다.
1이닝 세 타자를 상대로 2K를 달성한 정신우 선수는 최고 96마일의 빠른 볼을 뿌리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정신우 선수는 더그아웃에서 헬맷과 보호장구를 착용한 뒤,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와 2루타를 때려내며 성공적인 투타겸업 데뷔를 맞쳤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제이비어 감독은 “신우 정의 투-웨이를 지지한다. 캠프기간동안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면 시즌중에도 그는 타자로 나설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오늘의 정신우 선수 기록.
1이닝 2K 0피안타 0사사구
1타수 1안타(2루타)」
자체 연습경기가 시작되면서 점점 메이저리그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는 연일 신우의 연습경기와 관련된 영상과 그것을 분석하는 컨텐츠들이 올라왔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과 지식을 가지고 의견을 달기 시작했다.
댓글을 모두 합치면 수만개에 달했다.
하지만 분류를 나누면 의견은 둘이라 할 수 있었다.
투타겸업에 성공할 것인가?
투타겸업에 실패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의견을 가지고 토론이 벌어졌다.
첫 토론은 분위기가 뜨거웠다.
팽팽하게 맞선 의견들.
양측 모두 이론과 데이터를 가지고 싸움을 벌였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투타겸업을 시도했던 모든 선수들이 실패했는데. 신우라고 다를까?
-신우는 기존의 선수들과는 다름. 투수기록만 놓고 봐도 평범한 선수가 아니란 걸 말해주고 있잖아.
그리고 이어지는 그동안 신우가 기록했던 스탯들.
사이버매트릭스의 추종자들도 토론에 참석하면서 점점 의견은 전문적으로 바뀌었다.
[한국에도 야구덕후들 많았누.]
[세이버 매트리션들 많네.]
[저 정도면 저 사람들 데려다가 데이터분석 시켜도 되겠다.]
방구석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자세히 아는 댓글러들의 등장에 레전드들도 놀랐다.
‘뭔가 어려운 용어가 많네요.’
[세이버매트릭스라는 게 매년 새로운 이론이 나오니까. 그리고 이미 나온 이론을 파괴하는 것도 그들의 주된 목적이고.]
[정확히는 더 완벽한 데이터를 만드는 게 목적이지.]
[어쨌든 네가 알 필요는 없음.]
[중요한 건 실전이지.]
그 말에 동의하며 신우가 글러브를 착용했다.
두 번째 자체 청백전.
신우는 오늘 경기에서도 첫 번째로 마운드에 올랐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마이너리거들의 배트가 헛돌았다.
그들은 신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청백전이기 때문에 마이너리거가 많이 분포되어 있군. 역시 제대로 된 피칭을 보기 위해서는 시범경기까지 기다려야 되겠어.’
장태호는 카메라에 신우의 피칭을 담으며 기사를 작성했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삼진을 당하는 타자.
허망하게 물러나는 타자를 보며 장태호는 고개를 저었다.
‘언터처블이란 표현이 적절하네.’
뉴욕포스트의 한 기자가 남겼던 글에서 신우를 언터처블 피쳐라 썼었다.
그 말에 격한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딱-!!
“아웃!!”
삼자범퇴.
오늘도 1이닝 2K를 올리며 이닝을 마감했다.
그리고 더그아웃에 돌아가 헬맷과 배트를 착용하고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오늘도 1번 타자. 딱히 1번으로 기용할 생각은 아닐 테고. 아마도 1이닝만 던지게 하려고 앞에 배치를 한 거겠지.’
장태호의 생각은 정확했다.
제이비어는 연습경기에서 신우를 무리시킬 생각이 없었다.
‘저번 경기에서 타격도 괜찮았는데. 과연 오늘은 어떨까?’
첫 연습경기에서 보여주었던 타격.
마이너리거를 상대로 때려낸 2루타이긴 했지만, 타구의 질. 그리고 타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좋았다.
‘갑자기 좌타로 나와서 당황하긴 했지만, 상당히 연습을 많이 한 거 같아. 게다가 원래 왼손으로 던졌었기 때문에 감각도 다른 선수보다 높을 테고.’
그렇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신우의 좌타전향에 대해서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그 의문은 이유가 아닌 어떻게 바꾸었냐는 것이다.
피나는 훈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전문가들은 머리가 아파왔다.
딱-!!
“파울!!”
가볍게 때린 것 같은데 장외파울이 나왔다.
신우의 몸을 보면 파워가 느껴졌기에 대단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예상을 벗어났다.
‘엄청나군. 이런 타격을 시즌 내내 보여줄 수 있다면 정말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꿀 수 있겠어.’
갤럭시로 이적을 하면서 보라스가 남겼던 인터뷰.
거기에서 보라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메츠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갤럭시는 최고의 선택을 했죠. 이번 트레이드는 제 2의 밤비노의 저주, 정정하죠. 제 1의 시누의 저주가 될 겁니다.」
유명한 일화다.
퍽!
“볼!!”
조지 허먼 ‘베이브’ 루스.
베이브 루스로 더 유명한 전설의 플레이어.
그의 별명이자 또 하나의 이름이 된 베이브를 이탈리어로 바꾸면 밤비노라 한다.
그리고 밤비노의 저주는 그를 이적시킨 레드삭스가 1933년까지 승률 5할의 최악의 성적과 2004년까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유명해졌다.
역사상 최악의 저주로 손꼽히는 밤비노의 저주와 비견한 시누의 저주.
그것과 비견한 보라스의 인터뷰는 미국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거기다 그는 이런 말도 했었지.’
「시누는 베이스볼이 가진 한계를 깨트릴 선수가 될 겁니다! 게임체인저를 얻은 갤럭시는 앞으로 승승장구할 게 분명합니다!」
모든 게임에는 그것만의 룰이 존재한다.
룰은 공식적인 것과 비공식적인 것이 있다.
예를 들어 투수는 손으로 공을 던져야 된다.
이건 공식적인 룰이다.
하지만 선수는 한 가지 포지션만 해야 한다.
이건 공식적인 룰이 아니다.
‘그러나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지. 왜냐하면 상식이기 때문이다.’
딱-!!
“파울!!”
‘하지만 간혹 메이저리그 역사에는 그 틀을 파괴하려는 선수들이 나타난다. 데드볼의 역사에 종식을 고했던 베이브 루스가 그러했고, 투타겸업을 선언하며 메이저리그에 충격을 주었던 오타니가 그러했다.’
세계의 야구팬들이 오타니에게 환호를 보냈던 이유.
그 이유는 바로 틀을 부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갖은 부상에 의해 결국 완전하게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뿌려놓은 씨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싹을 틔워 하나 둘 자라나 새로운 도전을 펼쳤다.
그 결과 투-웨이를 선언한 선수도 많았다.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그래서 신우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유형의 투수다.
이런 성적을 올린 메이저리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랬기에 사람들은 그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대로 성적을 올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를 말이다.
그런 신우가 갑자기 투타겸업을 선언했다.
그로 인한 우려는 많았다.
체력저하, 부상, 매커니즘 등.
수도없이 많은 문제점을 나열하며 신우의 투타겸업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는 장태호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도 기대가 돼.’
클로저에서 선발로 전향했을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려했다.
그러나 신우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마치 우려를 비웃듯이 말이다.
‘이번에도 그래주면 좋겠다.’
한 명의 야구팬이자 신우의 팬으로서.
그리고 같은 한국인으로 말이다.
“흡!!!”
쐐애애애액-!!
그때 투수가 4구째를 던졌다.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신우가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며 오른발을 고정했다.
촤앗-!!
동시에 견갑골을 조이며 테이크백을 했다.
그렇게 힘을 충전한 신우는 있는 힘껏 상체를 회전시켰다.
부웅-!!
매서운 소리와 함께 상체가 돌아갔지만, 머리는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덕분에 시선은 흔들리지 않은 채 날아오는 공을 포착했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의 궤적.
신우는 거기에 맞춰 상체를 뒤로 젖히며 스윙의 궤적을 밑에서 위로 퍼올리는 듯이 만들었다.
공과 스윙의 궤적이 하나가 되는 순간.
따악!!!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우가 배트를 내려놓으며 1루로 향해 조깅하듯 뛰어갔다.
“허...”
“저게 넘어가네.”
“와...저렇게 떠도 넘어가냐?”
그리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타구가 높게 떠오르면 홈런보다는 평범한 외야플라이가 될 확률이 높다.
‘발사각이 너무 높아지면 위로 솟구치는 힘만 강해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발사각은 30도 안팎이 가장 이상적일 텐데...’
이번 타구의 발사각은 50도가 넘어보였다.
그럼에도 이 타구를 넘겼다는 건 한 가지를 의미했다.
‘엄청난 파워다.’
신우의 파워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 홈런을 보며 장태호는 생각했다.
‘한시라도 빨리 시즌이 시작되면...아니! 최소한 시범경기라도 보고 싶다!’
과연 신우가 실전에 가까운 시범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됐다.
“장 기자, 갈 준비 안해?”
다른 한국 기자들은 벌써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자들에게 갤럭시에서 취재할 꺼리는 신우의 경기내용밖에 없었다.
연습경기에서 더 투구할 이유는 없었다.
거기에 타격까지 봤으니 나올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조금 더 보다 갈게.”
“하여간 열심히라니까. 어차피 팬들은 정신우한테나 관심있지. 갤럭시에서는 전혀 관심없어.”
“맞아. 갤럭시의 다른 선수들 중에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가 없잖아.”
“뭐, 알아서 해. 우리는 다른 캠프...”
“와아아아아!!”
갑작스런 함성이 들린 건 그때였다.
급히 경기장을 보자 이닝이 종료되고 공수교대가 되고 있었다.
“뭐야?”
“왜 쟤가 저기에 있어?”
그라운드의 외야.
그중에서도 우익수의 자리에 신우가 서있었다.
야구모자를 쓰고 외야글러브를 착용한 채.
“설마 수비도 하는 거야?”
“헐...”
“그...그것보다 카메라! 카메라!!!”
돌아가려던 동료들이 급하게 카메라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동료들과 달리 여유롭게 상황을 살피는 장태호의 귀로 심판의 콜 사인이 들려왔다.
경기가 재개된 거다.
‘정말 야수로까지 뛴다고? 지명타자로 나오지 않고?’
몬트리올 갤럭시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 소속된다.
원래라면 지명타자가 없기에 투웨이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투수와 야수를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내셔널리그 역시 지명타자를 도입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정신우 선수가 투수-지명타자로 출전할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 기사의 대부분이 신우의 투수-지명타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어떤 기사고 투수-야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현실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체인저...’
왜 이때 보라스의 인터뷰가 떠올랐을까?
그 이유는 하나일 거다.
‘만약 성공한다면 이는 메이저리그에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줄 거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다.
투수와 야수를 병행하면서 루틴과 스케줄을 어떻게 맞출지 말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수비다.
‘정신우가 외야수비가 가능한가? 아무리 외야 포지션 중 가장 쉬운 우익수에 배정이 됐다지만...차라리 1루가 나을 거 같은데.’
수비 포지션들 중 가장 쉬운 곳은 외야수보다는 1루수였다.
뭐가 더 쉽다고 말할 순 없지만, 최소한 다른 야수 포지션보단 쉬운 게 두 포지션들이었다.
‘제이비어 감독의 성향이라면 여러 포지션을 테스트할 수도...’
딱!!
그때였다.
첫 번째 타자를 아웃으로 잘 잡은 미구엘.
그가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 던진 공이 빠르게 외야로 날아갔다.
그리고 원바운드와 함께 신우의 정면으로 튕겨 올라왔다.
신우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을 가볍게 받았다.
‘잘 잡...응?’
포구를 잘 했다고 생각한 순간.
신우가 달려오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송구할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순식간에 외야 잔디를 가로지른 공이.
뻐억-!!
1루수의 미트에 꽂혔다.
“아웃!!!”
타자가 1루 베이스를 밟기도 전에 말이다.
“헐...”
그때 되어서야 깨달았다.
‘마운드 위에서 100마일 이상의 공을 뿌리는 정신우가 대시하면서 던지게 되면 당연히 구속은 더 오른다.’
만약 저런 송구를 모든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다면?
동시에 타격과 피칭까지 매 경기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면?
“미친...!”
마치 감전이 된 듯 전율이 돌았다.
장태호는 그 감각 그대로 노트북에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방금 장면 찍었어?!!”
“으아아아-!! 저런 명장면을 놓치다니!!”
“미치겠네!”
동료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