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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77화 (177/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77화 >

* * *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파워다.

특히 메이저리그라면 파워가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홈런에 대한 이슈가 연일 나오고 있었다.

25시즌에 브라이스 하퍼가 60홈런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26시즌에는 5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가 3명이나 나타났다.

거기에 불문율로 허용되지 않던 배트플립까지 선수들이 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팬들의 이목은 타자들의 홈런에 집중됐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정신우, 이번에는 타자다!」

신우의 투타겸업은 빠르게 국내에 전해졌다.

반응은 당연히 뜨거웠다.

-진짜 하는 거냐?

-와...이거까지 성공하면 진짜 대박이네.

-2년 연속 사이영에 MVP까지 동시수상한 투수가 투타겸업을 한다고?

ㄴ 사이영-MVP-홈런왕을 탄 투수가 있다 뿌슝빠슝?!

ㄴㄴ 무슨 만화냐 ㅋㅋㅋ

-그런데 정신우 좌타로 전향했다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임?

ㄴ 유튜브에 영상보니까 정말이던데.

ㄴㄴ 쳤다 하면 외야로 날려버리던데. 사람인가?

-이번 투타겸업은 정신우에게 독이 될 거다. 하나만 해도 어려운 메이저리그에서 두 개를 모두 하려 하다니. 이건 욕심에 불과하다.

ㄴ 방구석전문가 사이영 투수한테 훈수두죠?

ㄴㄴ (방구석에서 열폭하는 이모티콘)

ㄴㄴㄴ 이렇게 예상하는 전문가들 많긴 하더라.

사람들의 반응은 다채로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사에 나온 단편적인 정보로는 신우의 상태를 모두 체크하는 건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 하나의 정보가 올라왔다.

-정신우 유튜브 개설한 듯?

신우의 유튜브 채널 개설이었다.

* * *

T.S.W

팀 신우를 줄인 거다.

이 이름으로 된 유튜브가 개설되자 야구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채널에 접속했다.

채널에는 하나의 3개의 동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그중 첫 번째는 [정신우입니다.]라는 제목이었다.

영상을 누르자 곧 신우의 모습이 나왔다.

「아, 시작한 거야?」

영어로 이야기를 한 신우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꺼냈다.

「안녕하십니까? 몬트리올 갤럭시 소속의 정신우입니다. 이렇게 유튜브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설레는 마음입니다.」

첫 번째 영상은 채널의 소개와 인사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채널로 얻게 되는 모든 수익은 유소년 야구를 위해 쓰일 예정이며. 박광수 선수와 협력도 계획중이니, 많은 기대바랍니다.」

KBO의 스타이자 금수저.

거기에 이제는 백만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로 활동중인 박광수의 이름이 언급되자 팬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다음 영상부터는 신우의 훈련과 관련된 것들이 올라왔다.

「이곳은 몬트리올의 제 집입니다. 옆의 공터에 작게 건물을 지었는데, 이곳이 제가 훈련할 때 사용하는 홈트레이닝 공간입니다.」

영상속 홈트레이닝 시설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웬만한 고급 피트니스 센터는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의 기구들이 즐비했다.

무엇보다 공간도 매우 넓어 이곳을 혼자 쓴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장비들 어마어마하네. 해머 스트렝스도 보이고. 기본 대당 천만원은 깔고 가는 듯.

신우는 훈련시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몸이 재산이라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기에 아낄 이유가 없었다.

-누가 보면 보디빌더 하는 줄.

ㄴ 단순히 기구만 보냐?

ㄴㄴ 척 봐도 프리웨이트 할 공간이나 로프 클라이밍, 거기에 맨몸운동할 공간들도 충분한데?

영상의 댓글로도 다양한 의견들이 달렸다.

특히 신우의 하루 일과를 담은 브이로그 동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가 200만을 넘어섰다.

댓글 역시 수천개가 달리면서 신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어떤 댓글이 달렸으려나.”

신우는 자신의 채널에 들어가 댓글확인을 위해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가장 상단에 고정된 댓글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박광수 : 운동밖에 모르는...우리 형은 도.덕.책!

* * *

다음 날.

한 가지 예상밖의 일이 일어났다.

[생각보다 오래 버티네.]

[슬슬 빠질 각이었는데.]

레전드들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구엘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에이스나 팀을 대표하는 스타의 옆자리에 배치된 선수는 빠르게 마이너리그로 떨어진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참가하는 캠프다보니 라커는 비좁을 수밖에 없다.

이는 슈퍼스타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지 못한다.

메이저리그 캠프니까 말이다.

하지만 구단은 약간의 배려를 통해 슈퍼스타가 일찌감치 편해질 수 있게 도움을 주었다.

그것이 바로 옆자리에 일찌감치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선수를 배치하는 거였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캠프를 조금 오갔던 선수는 슈퍼스타의 옆자리에 라커가 배정되는 걸 싫어했다.

갤럭시의 슈퍼스타는 당연히 신우였다.

그런 신우의 옆자리에 배정받은 미구엘은 누구보다 빨리 강등될 거란 예상이 가능했다.

예상을 깨고 아직까지 생존해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강등된 선수는 대부분 타자쪽이었지?]

[그럼 투수를 아끼고 있는 건가?]

[그럴 수도 있을 듯. 신생팀은 언제나 투수가 부족하니까.]

[쟤 구속 하나는 빠르니까, 일단 실전을 뛰게 해볼 생각인 듯.]

미구엘의 평균구속은 93마일에 달했다.

왼손으로 던진다는 걸 감안하면 무척 좋은 스피드였다.

물론 제구가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요요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어우...오자마자 시끄럽누.]

미구엘은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며 라커로 다가왔다.

“시누! 일찍 왔네. 뭐 좀 먹었어? 이거 우리 집의 비버으로 만든 살사소스가 들어간 타코거든. 하나 먹을래?”

그러면서 미구엘이 도시락통을 건넸다.

안에는 그럴 듯한 타코가 들어 있었다.

살사소스의 냄새가 기가막혔다.

거절할 이유는 없었기에 감사인사와 함께 하나를 집었다.

“땡큐.”

입으로 가져가기 전.

코를 찌르는 냄새부터 강렬했다.

분명 아침을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위를 강하게 자극하는 맛있는 냄새였다.

바삭-!!

타코를 입에 넣자 크리스피한 식감과 함께 싱싱한 채소들, 무엇보다 안에서 느껴지는 살사의 맛이 기가막혔다.

[야! 야구 때려치고 먹방BJ 가즈아-!]

[위꼴 제대로네.]

[저승으로 하나 배달 좀 해주라.]

[크-! 저 안에 살사랑 과카몰리 보소.]

[제대로 만들었네.]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하게 만드는 타코였다.

“진짜 맛있다.”

“죽이지? 엄마한테 배운 비법이야.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미국에서 타코가게를 열거야. 물론 나는 야구를 해야 되니까, 우리 가족들이 운영하겠지만.”

“가족들은 멕시코에 있는 거야?”

“응. 다 넘어오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필요하거든. 하지만 내가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면 곧 다들 올 수 있을 거야.”

성격이 참 낙천적인 미구엘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가 뚜렷했다.

문제는 지금 그가 가고 있는 방향이 잘 못 되었다는 점이다.

타코 하나를 순식간에 먹은 신우가 손가락에 묻은 살사소스를 쪽쪽 빨아먹었다.

그 모습을 본 미구엘이 도시락통을 내밀었다.

“하나 더 먹을래?”

“응? 하나밖에 없잖아. 너 먹으려던 거 아니야?”

“호텔에서 충분히 먹었어. 무엇보다 네가 그렇게 손가락까지 빠니까, 안 줄 수가 없다.”

후다닥 손가락을 내린 신우가 멋쩍게 웃었다.

“난 괜찮으니까, 먹어. 우리 엄마가 그러던데. 음식 만들고나서 가장 보람찰 때가 다른 사람이 잘 먹어줄 때라고 하더라. 어릴 때는 그게 뭔소리가 했는데, 너 보니까 그 말을 딱 알겠네.”

“하하...그럼 사양 않고.”

신우가 하나 남은 타코를 입으로 가져갔다.

[와~양심없는쉑.]

[하나 남은 걸 가져가누.]

[이건 아닌 듯.]

[충격! 하나 남은 타코를 가져가는 양심없는 스트리머가 있다? 뿌빠뿌?]

레전드들의 질타를 받았지만, 입안에 들어간 타코는 그런 질타를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모든 타코를 먹은 뒤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신우는 이내 미구엘에게 말했다.

“미구엘, 너 요즘 투구폼 바꾼 거 같던데.”

“어? 와...그걸 어떻게 알았냐? 요즘 너 하는 거 보면서 킥킹을 할 때 조금 바꿨거든. 이렇게 말이야.”

그러면서 미구엘이 다리를 들어올렸다.

축발을 숙이며 무게중심을 뒤로 옮긴 녀석이 말을 이어나갔다.

“어때? 너랑 비슷하지? 이렇게 하니까 무게중심이 딱 뒤에 실리면서 구속이 확 오르더라고. 그동안 코치들이 무게중심을 뒤로 두라는 게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이걸 하니까 바로 알겠더라.”

“확실히 무게중심을 뒤에 두기는 좋은 방법이지. 그런데 너 어깨 안 아프냐?”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 너 혹시 샤먼이야? 영화에서 보니까 동양인들 막 이상한 주술 부리면서 사람의 마음을 읽거나 하던데.”

“영화 좀 그만 보고. 지금 네가 하는 투구폼은 나한테 딱 맞춰져 있는 거야. 그러니 그걸 그대로 따라하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그게 정말이야?! 어쩐지 요즘 어깨가 조금 뻐근하더라니! 그런데 왜 어깨가 아픈 거야?”

“무게중심을 뒤로 뒀다는 건, 그만큼 이동이 느려진다는 거야. 하체는 이미 앞으로 나가는데, 무게중심이 뒤에 있는 거지.”

신우가 동작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때 뒤에 있는 무게중심을 앞으로 옮기려면 평소보다 더 빠른 동작이 이어져야 해. 만약 그러지 않고 일반적인 동작이 나오면...”

신우가 일반적인 속도로 골반과 상체를 회전시켰다.

그러자 하체와 코어 부근은 정면을 보고 있었지만, 어깨가 아직 뒤에 남아 있었다.

“이렇게 어깨가 뒤에 남으면서 힘이 분산돼. 이렇게 되면 힘을 제대로 실기 힘들고 무엇보다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서 어깨도 무리가 온다.”

“오오...그런 거였군.”

“응. 그리고 무엇보다 너의 큰 키에 내 투구폼은 어울리지 않아. 거기다 너는 팔이 긴 편이니까, 상체를 빨리 돌리더라도 팔이 뒤에 남게 돼서 힘이 분산될 가능성이 커.”

“음...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조언할 때는 언제나 신중해야 된다.

만약 시작했다면 아예 끝을 보는 게 좋았다.

어중간한 설명을 했다가는 투수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잘못된 길을 갈 수 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선 옆에서 봐주는 게 나았다.

신우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결론을 내렸다.

“구속에 대한 욕심을 조금 버리는 게 어때?”

“구속을?”

“응. 왼손인데다가. 너는 공을 던지는 타점이 높으니까, 구속보다는 정확한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상대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하지만 구속은 투수의 꽃이잖아. 너 역시 100마일을 던지니까, 타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거고.”

“나는 제구가 되니까. 하지만 제구가 되지 않는 빠른 공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아. 그걸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해.”

신우의 말에 미구엘의 표정이 굳어졌다.

돌직구에 가까운 의견이었다.

그리고 미구엘 역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코치들이 하나 같이 구속을 조금 버리고 제구력을 높이란 조언을 들었다.

하지만 미구엘은 구속에 대한 욕심을 포기하지 못했다.

[투수에게 구속에 대한 욕심은 버리기 어려운 것이지.]

[하지만 구속과 제구의 균형을 잡지 못하면 결국 투수는 성공할 수 없어.]

[녀석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하네.]

신우도 궁금했다.

과연 미구엘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말이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자신이 관여할 필요는 없었다.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었으니까.

* * *

캠프에서 자체 청백전이 열렸다.

신우는 청팀의 선발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플레이볼!!”

구심을 맡은 타격코치 리바이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후우...”

호흡을 크게 내뱉은 신우가 포수를 바라봤다.

[덩치가 좀 작은 게 아쉽.]

[그래도 아까 이야기하는 거 보니 성격은 좋은 거 같더만.]

[초구는 어떻게 갈 거임?]

‘포심으로 가야죠.’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기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신우의 피칭을 바라봤다.

‘여전히 와일드한 투구폼.’

전매특허와도 같은 무게중심을 뒤로 두고 스트라이드를 한 신우의 발이 땅에 닿았다.

그 순간 시작된 회전은 서서히 가속하더니 순식간에 팔을 앞으로 끌고나왔다.

“흡!!”

단발마의 기합과 함께 놓은 공이 매섭게 날아갔다.

쐐애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타자의 몸쪽을 찌르는 정확한 공에 탄성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장태호는 자신의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청백전 첫 등판에서 95마일을 찍다니.’

시범경기도 아닌 청백전이다.

과연 신우가 시범경기에서 어떤 피칭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신우는 가볍게 요리하듯 순식간에 삼자범퇴를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응?”

노트북에 타이핑을 하던 장태호는 문득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분명 더그아웃에 들어갔던 신우가 이번에는 헬맷과 배트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당연하다는 듯 타석에 섰다.

“헐...”

장태호는 급히 카메라를 세팅하며 신우의 모습을 찍었다.

다른 기자들 역시 바빠지기 마찬가지였다.

‘투타겸업을 한다는 걸 깜박했어!’

이번 시즌은 왠지 그의 취재가 무척이나 바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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