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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76화 (176/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76화 >

* * *

신우는 자신의 몸상태를 80퍼센트라 체크했다.

그건 틀리지 않았다.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을 뿐이었다.

‘평소보다 어깨가 가볍다. 거기에 힘이 더 들어가.’

훈련을 통한 육체의 성장.

그로 인해 흐트러진 밸런스를 다시 잡는 과정.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면서 신우는 한단계 더 성장했다.

[육체가 성장하는 시기에 있는 선수일수록 매년 투구폼에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하는 선수는 없지.]

[정확히 이야기하면 프로의 투구폼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진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 코치가 24시간 같이 붙어서 선수를 케어할 수 없기 때문이지.]

레전드들을 만나고 신우도 뼈저리게 느꼈다.

선수의 매커니즘을 바꾸는 게 얼마나 많은 걸 고려해야 되는지 말이다.

최소한 신우 본인이 경험했던 코치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만약 레전드들이 아닌 다른 이들이었다면 신우 역시 이렇게 빠른 성장을 보이지 못했을 거다.

‘정말 선배님들은 최고에요.’

[약 먹었냐?]

[왜 안 하던 소리를 해댐?]

[어우...씨! 소름 돋았네.]

‘아놔! 이러니까 선배님들한테 감사인사를 할 수가 없는 거 아닙니까?’

[태세전환 오졌죠?]

“에혀...”

고개를 저은 신우가 다시 투구를 이어갔다.

그런 신우의 투구를 모든 이들이 유심히 지켜봤다.

‘와...공을 저렇게도 던지는구나.’

특히 미구엘은 신우의 투구를 보고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던졌던 공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어디가 다른 거지?’

미구엘은 궁금했다.

과연 자신과 신우의 투구에서 뭐가 다른 건지.

그래서 관찰했다.

신우의 투구동작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킥킹을 하면서 축발을 살짝 구부려 무게중심을 뒤로 실었다. 저렇게 하는 이유가 뭐지?’

궁금했다.

그래서 따라했다.

촤앗-!

다리를 차올리고 축발을 숙이자 무게중심이 뒤로 몰리는 게 느껴졌다.

‘아...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피칭은 결국 힘을 충전하고 그걸 방출시키는 운동이라고.’

피칭을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거다.

문제는 힘을 효율적으로 충전하는 법을 모른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힘을 충전시킬 수 있는 거네.’

미구엘은 그 답을 신우에게서 찾았다.

잠깐 보는 것만으로 답을 찾아내는 관찰력.

미구엘의 장점이 누구도 모르는 사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뻐억-!!

“아주 좋아!!”

그렇게 신우의 첫날 피칭이 끝났다.

* * *

2년 연속 사이영상.

그리고 MVP 동시수상.

이러한 기록의 선수는 무엇을 하든 이슈가 된다.

「사이영-MVP 수상자 정신우의 첫 번째 불펜피칭.」

불펜피칭 동영상이 올라오면 백만조회수를 가뿐하게 넘겼고.

「Team SinWoo와 함께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정신우 선수.」

개인을 위한 팀이 소개되면서 팀원 전체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지만, 특히 한국에선 팀 신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그 관심은 각종 SNS를 통해 바로 드러났다.

“오우 쉣!! 이게 뭐야? 내 팔로우가 매일 늘어나고 있어.”

“헐...나도 십만명에 달했는데?”

“대부분 한국인이야! 우리 오너가 이 정도였어?”

사이영도 대단하고 MVP도 대단하다.

그 두 개를 받는 건 더더욱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SNS의 팔로우는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마케팅이 된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순식간에 10배나 뻥튀기가 되다니.

경악스러운 팀 신우였다.

그러나 단 한 사람.

루스만은 이게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고객은 한국에서 영웅이나 다름없다고. 그런 그를 위해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해. 알았지?”

“오케이.”

“만약 프로그램이 엉망이어서 오너의 성적이 떨어지면 우리가 어떤 꼴을 당할지 겁나네.”

“한국인들은 모두 사격의 달인이라면서? 젠장...이거 길가다가 스나이퍼들한테 당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농담을 하며 신우를 위해 프로그램을 짜는 팀 신우였다.

* * *

다음 날.

신우는 다시 불펜에서 캐치볼을 하며 어깨를 풀었다.

파앙-!

파앙-!!

서서히 속도를 높이며 어깨를 달구는 신우를 보며 벤자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접 불펜을 찾은 제이비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너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

그러한 눈빛으로 신우의 피칭을 주시할 뿐이었다.

기대를 받는다는 것.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달랐다.

‘재밌네요.’

[기대받는 게 재밌다고?]

‘예. 팬들의 기대야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팀을 이끄는 감독과 코치님들이 저렇게 기대를 해준다는 게 즐겁네요.’

[관종병 말기누.]

‘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신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조차 재밌다니 말이다.

[오늘은 구속을 높일 거임?]

‘아뇨. 변화구 체크를...’

뻐억-!!

그때였다.

옆에서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리자 미구엘이 서있는 게 보였다.

‘어제와 소리가 다른데?’

[그러게.]

[소리가 심상치 않네.]

레전드들도 같은 의견을 냈다.

신우는 잠시 피칭을 멈추고 미구엘을 관찰했다.

그러자 그를 보고 있던 제이비어와 벤자민의 시선도 자연스레 미구엘에게 향헀다.

‘저 녀석은 분명 미구엘이군. 팜디렉터와 콜튼이 추천했던 놈이군.’

갤럭시가 트리플A에서 뛰던 작년.

팀을 이끌던 콜튼은 트리플A와 더블A의 선수를 골고루 고용하며 떡잎을 찾았다.

팜디렉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같이 추천했던 선수가 바로 미구엘이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바로 피지컬이다.

20세의 나이에 키가 197cm였다.

거기에 리치는 210cm에 달할 정도였다.

더 충격적인 건 아직 성장기가 끝나지 않았을 거란 평가였다.

‘신장이 크다는 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도 될 수 있다. 미구엘은 피지컬에 비해 몸이 아직 왜소해. 긴 스케줄을 소화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것이 제이비어의 판단이었다.

거기에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제구가 들쭉날쭉해. 빅리그에서 써먹기에는 무리가...’

그때 미구엘이 킥킹을 하며 와인드업했다.

거기서 신우의 눈이 빛났다.

‘축발을 굽혀서 무게중심을 뒤로 옮겼어’

[엌ㅋㅋㅋ 저거 우리가 가르쳐준 거 아님?]

[따라했누.]

[시누 염탐 당했네.]

그것만이 아니었다.

골반을 비트는 것과 팔을 돌리는 것까지.

모든 것들이 자신을 카피한 것처럼 보였다.

[왼손 시누네.]

저 말이 딱 맞았다.

왼손 버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쐐애애액-!

빠악!!

공이 묵직하게 꽂히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제이비어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어떻게 봄?]

매튜슨의 질문에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안되겠죠.’

[오올~]

[이제 보는 눈이 좀 늘었나 보다?]

레전드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겉으로만 보기에 저 투구폼은 호쾌하다.

무엇보다 힘을 제대로 실어서 전신을 사용해 구속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었다.

‘저 투구폼은 선배님들이 저한테 맞춰서 만들어준 거잖아요. 그러니 제 신체와 리치에 적합한 투구폼이었던 거죠. 미구엘처럼 리치가 길고 신장이 길다면 맞는 투구폼이 아니에요.’

[오오오오오-!!

[555555]

[흑흑...이게 둥지를 떠나는 새끼새를 보는 어미새의 심정인가.]

[ㄴ 오버 no]

레전드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신우의 말이 정확한 걸 알 수 있었다.

뻐억-!!

그렇다고 그걸 바로 잡아주거나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알려준 것도 아닌 데다가 스스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치들이 있는데, 굳이 내가 나설 이유는 없지.’

신우는 다시 본인의 훈련에 열중했다.

* * *

5일 뒤.

캠프는 더욱 북적였다.

타자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캠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이들 중 일부가 새로운 팀에서의 동료가 된다.’

타자들을 바라보며 신우는 이들 중 누가 새로운 동료가 될지 궁금했다.

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투타의 훈련이 동시에 진행됐다.

투수들은 불펜에서 피칭을 하며 본인들의 컨디션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타자들은 그라운드에서 배팅볼을 치면서 타격감을 조율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불펜에 있던 신우는 오늘 그라운드에 나와 있었다.

“코치님, 오늘은 배팅을 할 생각입니다.”

“오케이. 스케줄에 넣어두도록 하지.”

타격코치인 리바이가 명단에 신우의 이름을 써넣었다.

신우는 배트를 쥐고 안전펜스 뒤로 이동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선수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저기 시누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그런데 왜 저 녀석이 장갑이랑 배트를 들고 대기하는 거지?”

“뉴스에서 봤는데, 투-웨이를 선언했다고 하던데?”

“What?! 사이영-MVP를 석권한 투수가 타자까지 겸업을 한다고?”

“어. 이번 시즌에 도전해보고 싶다 하더라. 그리고 친구한테 들었는데, 구단측에서도 이미 허락했고.”

“와...그럼 우리 팀에서는 로스터가 한 자리 부족하다는 거잖아?”

“젠장! 누구 때문에 이름빨로 한 자리를 거저 가져가네.”

“우리는 뼈빠지게 훈련해도 로스터에 들까말까인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니야?”

몇몇 선수들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투수들에게 있어 신우는 경이로운 존재 그 자체였다.

이미 투수로서 끝판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1선발의 자리는 당연히 그의 것이란 생각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타자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신우는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도 때려내고 다양한 기록들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투수 겸 타자이기 때문에 빛을 발했던 것들이다.

[질투의 눈빛들이 벌써부터 느껴지네.]

[우리 시누 낙하산 꽂았다고 마이너 애들한테 질투받누.]

[너무 신경쓸 필요 없음. 쟤들 입장에선 자신의 자리를 뺏겼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메이저리그는 실력으로 말한다.]

[실력 쵝오-!]

실력지상주의.

가장 심플하면서도 이견이 없는 시스템이다.

메이저리그는 오직 야구를 더 잘 하는 사람이 위에 올라가고 부와 명예를 얻는다.

그것을 위해 매일 같이 노력하며 위로 올라가려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자리는 한정적이다.

‘벌써 시작됐군.’

제이비어는 신우의 배팅소식을 전해 듣고 그라운드로 나왔다.

노련한 감독답게 그라운드의 분위기를 단번에 읽어냈다.

‘시기와 질투. 이걸 원동력으로 바꿀 수 있는 녀석만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다.’

신우를 질투하는 타자들.

그들 대부분이 마이너리거였다.

그들에게 가장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건 강한 경쟁자다.

그것도 마치 위에서 뚝 떨어진 듯한 낙하산과 같은 경쟁자.

‘가장 적합한 게 시누였지.’

그래서 신우의 투-웨이를 허락한 것도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멀티포지션이다.

9월 확장로스터가 줄어들면서 로스터 운용에 제한이 걸렸다.

그 제한된 선수들 중에서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투수가 타자를 병행한다는 건 큰 메리트다.

‘구단입장에서는 흥행과 연관을 짓는 거 같지만.’

현장은 현장의 사정이.

구단에는 구단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제이비어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저 시기와 질투를 이겨내지 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는 거다.’

그렇기에 오늘 연습배팅이 중요했다.

‘결정적인 순간의 집중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들쭉날쭉한 모습을 자주 보였어.’

제이비어는 최근 3년동안 신우가 타석에 섰던 모든 순간을 체크했다.

그리고 신우가 기복이 심하다는 걸 알아냈다.

‘결정력이 있는 선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단순히 거기에서만 강한 선수라면 풀 로스터에 포함할 필요는 없다.’

구단은 신우가 반드시 투-웨이를 하길 원했다.

그게 흥행에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제이비어의 생각은 달랐다.

‘내게 확신을 다오.’

확신이 없다면 그를 타석에 세울 생각은 없었다.

“시누!!”

드디어 신우의 차례가 왔다.

타석에 들어서는 그의 모습을 기자들과 선수들 그리고 구단의 직원들까지 모두 주시했다.

기자들 중 한 명인 장태호도 있었다.

“어?”

그때 장태호의 눈에 의아한 모습이 비춰졌다.

“왜 왼쪽에 서?”

“자리를 착각한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갑자기 좌타석에 들어선 신우의 모습에 기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한국기자들만이 아니었다.

다른 나라 기자들 역시 신우가 좌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에 놀라거나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제이비어 감독이나 코치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어. 그렇다면 신우가 좌타자로 전향하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왜?’

고민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배팅볼투수가 공을 던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장태호는 카메라를 한 번 더 체크하며 취재할 준비를 끝냈다.

그때 배팅볼투수가 가볍게 공을 뿌렸다.

그것을 본 신우의 눈이 빛났다.

촤앗-!!

축발에서 시작된 회전이 순식간에 골반을 타고 올라왔다.

그 사이 견갑골을 조여 배트를 회전의 반대방향으로 옮겼다.

그리고 회전이 상체로 올라오는 순간.

앞으로 쏠리는 힘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던 배트를 있는 힘껏 돌렸다.

후웅-!!

매섭게 돌아간 배트가 날아오는 공을 그대로 낚아챘다.

따아아악-!!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장태호는 깜짝 놀라 카메라에서 눈을 뗴고 타구를 직접 육안으로 쫓았다.

“와...”

누구의 입에서 터진 탄성일까?

마치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 같았다.

‘무슨 파워가...’

순식간에 중앙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보며 장태호는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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