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74화 (174/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74화 >

* * *

캐나다 몬트리올.

마중나온 김이나와 함께 공항을 떠난 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전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이 동네는 춥네요.”

“네. 3월에도 눈이 오는 일이 허다한데다가 일교차가 제법 나서 감기에  조심해야 해요.”

“이러면 경기장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여기 지내면서 기사로 몇 번 접했는데. 구단측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이 시설관리인 거 같아요. 특히 신우씨 집을 공사하는 인부한테 들으니, 구장 난방시설을 점검하러 매주 인부가 방문한데요.”

“오호...”

갤럭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엑스포스가 사용하던 시절의 경기장은 최악이었다.

인조잔디는 관리되지 않아 선수들의 무릎에 부담을 주었고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했다.

그런데 경기장에 제대로 돈을 투자하고 있다니, 안심이 되었다.

“방금 집 이야기 나와서 그러는데. 어떻게 잘 구해졌나요?”

“물론이죠. 신우씨가 말씀하셨던 집의 계약을 끝내고 내부공사도 마무리했어요. 어머니가 직접 지휘하셨는데. 인부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데요? 너무 꼼꼼하게 보신다고요.”

“하하, 그래요?”

신우는 몬트리올에 집을 구매했다.

FA가 되기까지 약 4년이란 시간이 남은 신우다.

이후 다른 팀으로 가는 일이 있더라도 일단 거처는 필요했다.

“직접 보시면 알 거예요.”

차가 코너를 돌자 커다란 저택이 보였다.

대문은 저택의 1층 높이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는데, 차가 다가가자 자동으로 열렸다.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어서 보안은 철저하게 지킬 수 있어요. 특히 주변에 다른 주택이 없어서 프라이버시 역시 문제가 없고요.”

“이 정도 주택이면 돈이 꽤 들어갔겠네요.”

“2년 렌트기 때문에 큰 돈은 들지 않았어요. 주인도 이 집을 팔고 싶어하니까, 혹시 사실 생각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물론 그때는 비용이 꽤 높아요. 몬트리올에서 가장 비싼 주택 중 한곳이거든요.”

“알겠습니다. 인테리어 관련해서는 이야기가 된 거죠?”

“물론이에요. 나가기 전에 원상복구를 약속으로 인테리어는 저희쪽에서 마음대로 하기로 했어요.”

김이나의 일처리는 대단히 좋았다.

사실상 외국에 있을 때는 비서와 같이 모든 일을 처리해주었다.

그만큼 신우가 수익을 창출해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그저 김이나의 이러한 일처리들이 감사할 다름이었다.

“주차는 총 5대까지 가능해요. 그리고 이 분이...”

딸칵-!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문이 열리고 중년의 사내가 신우를 맞이했다.

“집을 전체적으로 관리해주실 헨리에요.”

“반갑습니다. 신우 정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엑스포스시절부터 팬이거든요. 이 몬트리올에 다시 야구팀이 생긴다고 하니 벌써부터 떨리는 기분입니다.”

“하하, 기대에 미치도록 열심히 하도록 할게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신우가 집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아들-!”

어머니가 그를 반겼다.

“잘 지내셨어요?”

“잘 지냈지. 아들은 몸이 더 커진 거 같네?”

“이번에 준비하는 게 좀 있어서요.”

웃으며 대답한 신우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구경부터 하시겠어요?”

“예.”

신우는 가장 먼저 집을 둘러봤다.

겉은 약간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면 내부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었다.

“네 말대로 내 취향대로 꾸미긴 했는데. 너무 내 취향인가?”

“아뇨. 저도 이런 게 좋아서 어머니 취향대로 해달라고 한 거예요.”

“호호, 그래?”

다른 연배분들과 달리 어머니는 첨단기기들에 제법 관심이 많으셨다.

처음부터 그러셨던 건 아니다.

처음 로봇청소기나 식기세척기를 사드렸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게 무슨 필요가 있냐고 하셨던 분이다.

하지만 한 번 사용하시더니 그 다음부터는 자신도 모르는 기능들을 알아보시면서 사용하셨다.

그때부터 점점 얼리어답터의 길로 빠지신 어머니다.

‘오히려 나보다는 어머니가 요즘 기기들에 대해 더 잘 아시지.’

[우리 시누 야구 빼고는 전혀 모르누.]

‘저승에 계시는 어떤 분들 덕분에 하루종일 훈련하느라 그렇게 됐네요.’

[이 꽉 물고 말하누.]

[ㅋㅋㅋㅋ 하지만 고거슨 ㅇㅈ.]

고개를 저으며 3층까지 둘러본 신우는 1층으로 내려와 주차장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맞은편에 보이는 문을 보고 손을 들자 김이나가 기다렸다는 듯 문으로 다가갔다.

“여기가 신우씨가 각별히 말씀하셨던...”

딸칵-!

문이 열리고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신우씨만을 위한 홈트레이닝 공간이에요.”

캐나다에서 집을 렌트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홈트레이닝이었다.

체계적으로 팀을 꾸리고 그들과 함께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고급아파트에 설비되어 있는 트레이닝센터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아무래도 아파트는 신우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보니 원하는 훈련장비를 세팅할 수 없다.

또한 아무리 적은 횟수라도 다른 입주민들 역시 이용하는 공간이니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훈련 때문에 집을 지르누.]

[훈련에 미친 자.]

[연봉이 높아지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게 훈련을 위해서 집을 렌트하는 거냐.]

몇몇 레전드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신우는 전혀 달랐다.

‘이 얼마나 좋은 지름입니까? 저 혼자 훈련을 할 수 있는 오직 저만의 트레이닝센터가 생긴 건데!’

신우의 대답에 레전드들이 일제히 질렸다는 아이콘을 내보냈다.

[훈련에 미쳤누.]

‘다-! 선배님들이 이렇게 만든 겁니다.’

[헐~]

[우리 탓을 하네.]

[우리도 너처럼 미치진 않았음.]

레전드들조차 고개를 젓게 만드는 신우의 훈련병이었다.

* * *

며칠 뒤.

신우의 집으로 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 스승이신 박 셰프님의 부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투수이신 미스터 정과 함께 일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보였다.

그의 이름은 에이드리언.

캐나다 오타와에서 수석셰프로 일을 하던 그는 최근 일을 쉬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신우의 팀에 들어오기 위함이었다.

“박준석 셰프님에게 설명은 들었지만, 간단하게 테스트를 진행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이곳의 주방을 사용하면 되는 건가요?”

“예. 재료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훈련의 스케줄이고요.”

신우가 내민 종이를 받아든 에이드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곧 준비하겠습니다.”

“보조는 필요 없으신가요?”

“대량요리가 아니기 떄문에 괜찮습니다.”

에이드리언의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신우는 신뢰감이 생겼다.

‘박준석 셰프님이 소개해준 사람이니까. 실력은 문제 없겠지.’

집에 도착한 이후.

신우는 트레이닝룸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러면서 개인훈련팀과 관련된 내용을 남겼다.

그 내용을 본 박준석 셰프에게 디엠이 날아왔다.

「저와 같이 일했던 친구 중에 캐나다에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영양학쪽에도 박식한 친구이니, 소개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그렇게 만나게 된 것이 에이드리언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너한테 필요한 것들을 정확히 캐치해내냐는 거임.]

[레스토랑에서 내는 음식과 운동선수에게 필요한 음식은 전혀 다름. 특히 너처럼 철저한 훈련을 이어가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음식에 신경써야 함.]

레전드들의 말에 신우도 공감했다.

이번 하와이에서 훈련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이사벨의 도움이 컸다.

그녀는 자신의 훈련에 맞추어 하나에서 열까지 준비된 식단들을 준비했다.

덕분에 힘든 훈련에도 체력적으로 부족하다거나 회복이 느려 고생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냄새는 좋은데요?’

[그래?]

[젠장...! 우리도 냄새 맡아보고 싶다.]

[냄새 딜리버리 서비스는 안 하냐?]

[ㄴ 변태냐?]

[아놔! 농담도 이해 못하네.]

[농담의 수준을 넘어선 듯.]

갑자기 딜을 당하는 레전드를 보고 있을 때.

“들어오셔도 됩니다.”

에이드리언의 말과 함께 주방으로 향했다.

점점 다가갈수록 맛있는 냄새가 진해졌다.

안으로 들어서자 푸짐한 음식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신우가 자리에 앉자 곧 에이드리언의 설명이 이어졌다.

“미스터 정의 현재 훈련스케줄을 보면 전반적인 신체능력을 모두 끌어올리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훈련스케줄은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의 소비와 근육을 파괴하고 재생성하는 벌크업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열량이나 영양이 더 필요한 상태가 되죠.”

에이드리언의 설명은 정확했다.

현재 훈련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에너지, 즉 열량이었다.

“일일 훈련스케줄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서는 열량을 최소한 6000칼로리 이상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이 정도 열량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섭취하는 것보단 자주 섭취하는 게 더 좋은 방법입니다.”

에이드리언이 손으로 음식을 가리켰다.

“드시면서 설명을 들으시죠.”

[이 인간도 대단하네.]

[야, 제대로 된 셰프가 들어온 거 같다.]

[박준석이란 사람한테 고마워해야 될 각.]

[설명부터 프로페셔널하네.]

이사벨과 같은 설명을 하는 에이드리언이었기에 믿음이 더욱 같다.

특히.

“오오...!”

스테이크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그리고 다른 음식들 역시 하나 같이 일품이었기에 신우의 마음이 더더욱 에이드리언으로 기울었다.

* * *

캐나다로 돌아오고 일주일 뒤.

신우의 인스타그램에 하나의 사진이 올라갔다.

[Team SinWoo!]

그 사진에는 신우를 포함 7명이 트레이닝룸에서 사진을 찍었다.

루스와 에이드리언을 포함한 팀 멤버가 모두 구성이 된 것이다.

그렇게 올린 사진에는 좋아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 * *

2월 14일.

플로리다의 한 호텔에 수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미국의 기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동양인 기자들도 많이 보였다.

그중에는 장태호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휘유...정말 각국의 기자들이 모두 모였네.’

2월 중순이 되면서 투수와 포수들이 하나 둘 캠프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리그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다른 호텔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유독 이곳은 더 많은 기자들이 모인 거 같아.’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신우를 보기 위함이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 슈퍼스타. 이러한 선수의 캠프합류만큼 기사가 되는 것도 없지.’

장태호도 카메라를 점검하며 신우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때였다.

끼익-!

세 대의 차가 호텔 앞에 멈췄다.

그리고 곧 문이 열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봤는데.’

분명 최근에 본 얼굴들이었기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시누다!”

“신우가 왔다!”

마지막으로 차에서 신우가 내렸다.

그제야 장태호는 그 무리가 누군지 떠올릴 수 있었다.

이미 그의 카메라는 신우를 중심으로 두고 무리의 전체가 얼굴이 나오게끔 찍었다.

‘팀 신우다!’

얼마 전.

신우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에서 봤던 얼굴들이다.

그러니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신우도 스스로를 위해 팀을 꾸리기 시작했어.’

자신만을 위한 팀을 꾸린다는 건 슈퍼스타가 됐다는 걸 의미하는 것과 같았다.

엄청난 자금이 소모되는만큼 웬만한 연봉을 받는 선수들도 함부로 꾸릴 수 없었다.

‘그나저나 정신우...’

카메라 렌즈로 보이는 신우의 몸을 본 장태호는 혹시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닐까 고민했다.

그래서 렌즈에서 눈을 떼고 신우의 몸을 확인했다.

하지만 렌즈로 봤을 때와 다름없다는 걸 확인하곤 혀를 내둘렀다.

‘몸이 더 커졌다.’

단순히 커진 것만이 아니었다.

‘전완근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굵어졌어.’

마치 통나무 같았다.

실제 각목을 내려쳐도 각목이 부러져 나갈 것만 같은 포스를 풍겼다.

‘이번 시즌도 엄청나겠군.’

비시즌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선수의 몸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신우의 몸을 봤을 때.

이번 시즌에 어떤 사고를 칠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장태호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