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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72화 (17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72화 >

* * *

갈 때와 마찬가지로 올 때도 전용기를 타고 하와이로 향했다.

비행기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신우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확실히 메츠에 있을 때와는 다르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다르더라.]

[구단주가 확실히 널 챙기는 게 보이던데.]

[대가리가 그러니 밑에 있는 애들도 그럴 수밖에 없지.]

[감독도 너한테 호감이 많은 거 같더만.]

입단식이 끝나고 식사자리가 마련됐다.

빌 해리스 구단주의 제안이었다.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게다가 보라스 말대로라면 연장계약도 생각이 있는 거 같더라.]

식사가 끝나고 보라스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갤럭시 측에서 연장계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는 언질을 받았다.

[구단에서 확실히 너를 어떻게 키울 건지 보이던데.]

[잘 온 듯.]

‘이제 해야 될 건 하나네요.’

구단이 자신에게 거는 기대를 알았다.

이제부터 해야 될 건 새로운 시즌의 준비다.

[돌아가면 죽었다 생각하고 굴러야지.]

[엌ㅋㅋ 본인 앞에서 죽었다 생각하라 하누.]

‘아뇨. 이제는 정말 그렇게 해야죠.’

신우는 자신이 받는 연봉을 떠올렸다.

2천만달러.

한화로는 300억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금액이다.

그런 돈을 준다는 건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돌아가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케이!!]

[가즈아-!]

각오를 다지며 신우는 하와이로 향했다.

* * *

하와이로 돌아온 신우는 훈련의 강도를 서서히 높였다.

“고!”

“훅! 훅!”

훈련의 중심은 여전히 심폐지구력의 상승에 있었다.

투수만 하더라도 시즌 막판에 이르러서는 체력이 떨어졌다.

타자까지 병행한다면 체력소모는 더욱 커질 거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2배지만, 그것보다 더 커질 확률이 높아진다.]

[그 이유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서 경기에 꾸준히 나가야 되기 때문이지.]

[거기에 네가 원하는 투수-타자-수비까지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이 체력들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실상 회복력을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어.]

사이클에서 내려온 신우는 곧장 옆으로 이동해 철봉을 쥐었다.

“고!!”

루스의 외침과 함께 빠르게 철봉을 오르내렸다.

[회복을 위해서는 결국 상처가 난 부위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혈액을 공급해주면서 안정적인 에너지를 보내줘야 되지.]

[그러기 위해서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에도 집중해야 된다.]

훈련이 끝나면 이사벨이 짠 식단에 맞춰 음식을 섭취했다.

“한그릇 더 줘요.”

“더요?”

“예. 오늘부터 매일 먹는 양을 조금씩 늘려갈 거예요. 수치로 따지면 5퍼센트 정도.”

“힘들 텐데요.”

음식을 많이 먹는 것.

그게 뭐가 어렵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척이나 곤욕이다.

“지금 당신의 영양섭취는 충분해요. 이걸 더 늘린다는 건...혹시 거기서 벌크업을 더할 계획인가요?”

“정확합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영양섭취를 늘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에요. 하나는 몸을 키우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신체를 회복하기 위해서...아!”

그제야 깨달은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시누 당신이 원하는 투타겸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체력을 늘리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죠. 거기에 맞춰 회복력 자체가 늘어날 필요가 있어요.”

“맞아요.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선 결국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이야기고 그러기 위해서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늘어나야죠. 알았어요, 그럼 다음 식단부터 준비하도록 하죠.”

말이 빠르게 통하는 이사벨의 행동에 레전드들의 채팅이 올라갔다.

[이 여자 영약학적으로 박식하네.]

[무엇보다 선수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

[너도 이제 네 팀을 꾸려야 되는데, 이런 영양학 박사를 옆에 두는 게 어떰?]

‘팀이요?’

[그래. 이제 받는 돈도 충분한데, 너만을 위한 팀을 꾸리는 거지. 네 훈련과 영양을 챙겨줄 사람들로 말이야.]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해주는 건 어디까지나 조언 수준이야. 특히 음식과 관련해서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레전드들은 항상 팀을 꾸리란 이야기를 해왔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의 루틴에 맞춘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목여부를 떠나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대다수는 자신만의 팀을 꾸렸다.

그 팀을 유지하는데 1년에 100만달러가 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돈을 투자하는데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수에게 가장 큰 재산은 결국 몸이다. 그 몸을 유지할 수 있는데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건 당연한 거야.]

“오케이! 휴식!!”

“헉...헉...!”

매튜슨의 말에 공감하며 신우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 * *

12월 24일.

크리스마스가 되면서 하와이에도 축제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리조트 역시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과 캐롤이 울리면서 크리스마스가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으어어...”

“죽겠드아아아...”

“같이 가아아....”

박광수와 최연우 그리고 이영훈은 마치 좀비가 된 것처럼 힘없이 걸었다.

“하아...훈련도 훈련이지만, 크리스마스에 이런 냄새나는 것들이랑 함께 해야 한다니...내 인생이 너무 슬프다.”

“너는 냄새 안나냐?”

“우리 중에 제일 땀내나는 게 너임.”

“뭐라?! 내 몸에서 무슨 냄...우웩!”

팔을 들어 냄새를 맡은 박광수가 헛구역질과 함께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누우려는 그에게 최연우가 말했다.

“씻고 누워!”

“싫어어어....죽을 거 같아...”

“미투다...”

그대로 소파에 눕는 두 사람의 모습에 최연우는 고개를 저으며 샤워실로 향했다.

“그런데 신우형은 왜 안 오냐?”

“곧장 수영장으로 가시던데?”

“수영장? 왜?”

“오늘부터 수영도 훈련에 넣는다 하시더라.”

“헐...”

“신우선배는 뭐 머릿속에 훈련밖에 없으시냐?”

이영훈의 말에 두 사람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도 신우형님 훈련이 이 정도였냐?”

고개를 힘겹게 좌우로 저은 박광수가 대답했다.

“올해가 더 빡세다.”

“작년보다 더 힘들다고?”

“어. 체감상으로는 거의 2배 이상은 훈련량이 늘어난 거 같은데.”

“정말이냐? 그 정도면 오버워크 아니야?”

“선배들이나 코치님들도 훈련은 좋지만, 오버워크는 조심하라고 하셨잖아. 위험한 거 아니야?”

이영훈의 말에 최연우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도한 훈련은 결국 신체를 망치게 된다.

그렇기에 훈련과 적절한 휴식을 병행하는 게 좋았다.

헌데 최근 신우의 훈련에서 휴식이 거의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너무 걱정하지마.”

그때 문이 열리며 트레이너 세 사람이 들어왔다.

루스와 아놀드는 손에 커다란 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들을 주방에 내려놓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응. 시누의 훈련은 철저하게 프로그램되어 있어. 훈련과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들이 보기에는 훈련의 연속인데?”

“지금 수영장에 있는 것도 그에게는 휴식 중 하나야.”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듣는다고 아냐? 그런데 그건 뭐야?”

박광수가 끼어들며 상자에 관심을 보였다.

“오랜만에 내가 실력발휘 좀 하려고.”

이번에는 이사벨이 나섰다.

이사벨은 주방을 빠르게 움직이며 요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루스가 박광수에게 말했다.

“시누가 크리스마스인만큼 특별한 요리를 부탁했거든. 너희들이 훈련에 지쳤을 거라고 말이야.”

“헐...”

“우리 형님이 그런 곳까지...”

“내가 여자였으면 바로 고백했다.”

“자자! 실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가서 샤워나 하고 나와. 너희들 너무 냄새난다.”

“냄새라니! 이건 다 훈련을 열심히 받은 증거...!”

“예예! 하지만 식탁 앞에서는 악취에 불과합니다. 그런 냄새를 풍기면서 내 특제요리를 먹을 생각은 아니겠지?”

이사벨이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그녀의 손에 식칼까지 들려 있으니 더욱 살벌함이 느껴졌다.

“씨...씻자.”

결국 꼬리를 내리고 샤워실로 향하는 세 사람이었다.

한편.

신우는 수영장에서 천천히 수영을 하고 있었다.

기록이 목적이 아니라 근육에 전반적으로 유연성과 근력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물속에서 움직이면 근육과 관절에 부담이 덜한다.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지상에서 훈련을 하는 것보단 데미지가 덜해.]

‘저한테는 딱이네요.’

[그렇지. 훈련량을 늘리면 결국 육체에 데미지를 받게 돼. 그걸 방지하면서 신체능력을 올리기 위해선 수영만큼 좋은 게 없다.]

[확실히 유연성이나 근력 등, 전반적으로 상승하니까. 나쁘지 않지.]

고개를 끄덕인 신우는 몇 번 더 레일을 왕복하고 훈련을 마무리했다.

객실로 돌아왔을 때는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형! 왔어요? 빨리 씻고 오세요! 대박이에요!”

“와...이사벨 요리실력 장난 아니네요.”

“이거 좀 보세요!”

그가 들어서자 세 사람이 난리치면서 식탁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보기에도 먹음직한 음식들이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호호! 오랜만에 실력발휘 좀 했죠!”

“고생하셨어요.”

“다 돈 받고 하는 건데요 뭐. 어서 짐 두고 오세요.”

“네.”

방에 짐을 던져둔 신우가 나오자 다들 식탁에 앉아 있었다.

“자, 그럼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크흐흐...이런 날에 남자들이랑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다니...”

“어머! 나는 여잔데?”

“유부녀는 논외입니다!”

“깔깔! 재밌네. 그나저나 정말 다들 이걸로 괜찮아? 이런 날에는 여자들도 만나고 해야지.”

“훈련이 우선이죠.”

“스프링캠프가 코앞인데. 여자 만날 시간이 없죠.”

“일단 애인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주세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세 사람의 대답에 숙연해지는 식탁이었다.

“자자! 그러지 말고, 우리 기념사진이나 한 장 찍죠!”

박광수의 제안에 다시 분위기가 살아났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끼운 박광수가 거리를 잡았다.

“자! 찍습니다! 하나...둘...”

카메라에 모든 사람들이 담기고 박광수가 셀카봉의 버튼을 누르자.

찰칵-!

사진이 찍혔다.

그리고 이 사진은 신우의 인스타그램에 올라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 * *

1월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기술훈련에 들어갔다.

[오늘부터 왼손으로 타격하는 법을 익힌다.]

‘예.’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배트를 잡았다.

그가 배트를 드는 모습에 따로 훈련을 하던 세 사람의 시선이 집중됐다.

“형! 오늘부터 배팅훈련도 하는 거예요?”

“어.”

대답을 하고 배팅장에 들어서자 최연우가 미칭머신 옆으로 다가왔다.

“제가 머신 조작해드릴게요.”

“땡큐. 그럼, 속도는 90마일에 맞추고 패스트볼로만 설정해줘.”

“알겠...어? 형님, 그런데 왜 좌타석에 서요?”

“실험 좀 해볼 게 있어서.”

“괜찮으시겠어요?”

“어. 내가 말했던 대로 설정 잡고 작동시켜.”

“예, 알겠습니다.”

최연우가 머신을 작동시켰다.

곧 머신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발사구에서 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슉-!

쐐애애액!

공이 토해지고 맹렬한 속도로 날아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공의 속도에 맞춰 배트를 돌렸다.

부웅-!!

퍽!

하지만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지 못한 것이다.

그 뒤로도 20개의 공이 날아왔지만, 정타를 때린 건 2개에 불과했다.

“한세트 끝났어요! 형, 그냥 오른쪽에서 치는 게 어때요?”

“맞아요. 갑자기 왼손으로 바꾸다니. 그런 건 불가능해요.”

구경하던 세 사람이 모두 부정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할게. 5세트 연속으로 가자.”

“5세트나요?”

“어. 시작해!”

“예, 예.”

다시 피칭머신을 작동하자 공이 빠르게 날아갔다.

신우는 배트를 돌리며 공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쉽사리 되지 않았다.

두 세트가 끝났을 때까지도 정타는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 빗맞은 타구였다.

만약 실전이었다면 내외야 정면으로 가서 아웃이나 병살타가 될 타구들이었다.

‘안 될 텐데.’

‘아무리 신우형이라도 이건 무리인데. 왜 자꾸 고집을 부리지?’

‘원래 우타자였는데, 왜 갑자기 좌타를 하려는 거야?’

세 사람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신우가 왼손으로 전향을 하려는지 말이다.

그런 세 사람의 생각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

단지 신우의 행동이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우는 개의치 않았다.

그런 시선은 일찌감치 받아왔다.

처음 좌투에서 우투로 바꿀 때도 주위에서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결국 해냈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향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언론과 사람들이 안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이미 자리를 잡은 마무리를 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우는 선발로서도 해냈다.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신우는 지금도 포기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묵묵히 훈련을 해낼 수 있었다.

[머리가 돌아간다.]

[에헤이-! 어깨가 먼저 오픈이 되잖아. 그렇게 되면 정확히 때릴 수 없어.]

[왼팔꿈치가 배에 붙어서 돌아야 해. 그래야 제대로 파워를 실을 수 있어.]

[90마일 이상의 공을 때리기 위해서는 공이 출발하기 전부터 박자를 맞춰야 한다. 사출구에 공이 보일 때부터 발로 박자를 맞춰.]

레전드들을 신뢰한다.

그렇기에 다른 이들이 무리라고 말해도 신경쓰지 않았다.

탁-!

“어?”

“오-! 이번에는 잘 맞았다.”

그리고.

딱-!!

“오오-!”

“연타석!”

박스가 쌓여가고 공이 사방을 굴러다니자.

따악-!!

“우오-!”

“이건 넘어갔나?”

“아슬아슬하겟는데?”

왼손에 대한 감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끼릭끼릭-!

‘사출구에 공이 보일 떄부터 박자를 맞추고.’

푸슉-!

‘공이 나옴과 동시에.’

타닥-!

‘발을 내딛는다.’

쐐애애액-!!

‘그리고 회전력을 모아...!’

부웅!!

‘휘두른다!’

따아악-!!

경쾌한 소리가 배팅장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날아간 공이 라인드라이브성으로 날아가 그대로 그물망을 때렸다.

“우와...”

“헐...”

“이건 백퍼다...”

날아간 타구를 바라보는 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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