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64화 (164/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64화 >

* * *

사이영-MVP 동시수상.

11번째 주인공이 된 신우의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메이저리그 역대 11번째 사이영-MVP를 수상한 정신우!」

「국가대표 에이스! 메이저리그를 정복하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직접 전하는 축사! “신우 정은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다!”」

「커쇼 이후 11년만에 이루어진 사이영-MVP 동시수상!」

국내 포털사이트는 신우의 기사로 도배가 되었다.

뉴스에도 신우의 수상소식이 전해지며 신드롬이 불 정도였다.

이러한 관심은 곧 신우가 대표팀으로 참가중인 WBC로 향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라운드 1차전에서 국가대표 에이스 정신우 선수가 등판해 네덜란드 대표팀을 6이닝 무실점 70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됐습니다.」

국가대표 2승.

신우는 또 한 번 한수 위의 피칭을 선보이며 네덜란드 대표팀을 눌렀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기세를 이어가 2라운드에서도 파죽지세로 승리를 장식했다.

자연스레 국내에선 우승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대 최고의 전력! 대한민국 대표팀, 드디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우승하나?」

한국은 아직 WBC에서 우승을 한 전례가 없었다.

벌써 6회 대회임을 감안했을 때, 이는 불명예였다.

그 징크스가 올해 깨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사람들은 기대했다.

그런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꾸준히 시비를 거는 이가 있었다.

「일본의 에이스 스즈키 미노와가 “한국은 어차피 준결승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트래시토크의 달인, 하지만 실력도 좋다.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7이닝 1실점 10탈삼진을 잡아낸 스즈키 미노와는 타석에서도 1홈런 포함 멀티히트경기를 펼쳤다.」

「일본대표팀의 스즈키 미노와 또 한 번 정신우 선수를 도발! “한국대표팀을 공략하는 건 쉽다. 내가 9이닝 퍼펙트를 하고 타석에서 정신우에게 홈런을 때려내면 이긴다.”」

「“일인야구는 일본에서 내가 먼저 했었다. 정신우는 선구자가 아니다!” 끊임없이 정신우를 물고 늘어지는 거머리 스즈키 미노와!」

그의 트래시토크는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심지어 TV 인터뷰에서도 신우를 도발하며 수위의 강도를 높여만갔다.

[레알 거머리네.]

[국가대표를 실력이 아니라 혓바닥으로 땄나?]

[실력도 있는 듯.]

[ㅇㅇ 베네수엘라를 일인야구로 때려 잡았네.]

[일본이랑 언제 붙냐?]

신우는 일정표를 확인했다.

준결승전은 2라운드 결과에 따라 갈린다.

2라운드의 각조 1위 팀이 다른 라운드의 2위 팀과 맞붙게 되어 있었다.

‘다음 경기에서 이기면 결승에서 붙게 되겠네요.’

[오올-!]

[결승에서 단판승부냐?]

[이러다가 한쪽이 준결승에서 떨어지면 맥 빠지겠네 ㅋㅋ]

[엌ㅋㅋ 그건 ㅇㅈ]

결승 한일전은 최고의 흥행카드 중 하나였다.

물론 미국인들에게는 맥이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사이영-MVP를 동시에 석권한 신우가 출전하는만큼 흥행은 보증되어 있었다.

거기에 스즈키 미노와의 도발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스즈키 미노와가 누구임?

ㄴ 왜?

ㄴㄴ SNS랑 인터뷰에서 시누를 저격하는데?

ㄴㄴㄴ 헐 ㅋㅋ 진짜냐? 사이영-MVP수상자를 저격한다고?

-스즈키 미노와 : 일본투타겸업선수, 최고구속 97마일,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이자 한해 43홈런을 때려냄.

ㄴ 오~스탯만 놓고보면 나쁘지 않네.

ㄴㄴ 그러고보니 얘 메이저리그 진출한다는 소식 있던데.

ㄴㄴㄴ ㅇㅇ 양키스에서도 관심 가지는 중.

-아무리 그래도 시누를 저격하는 건 무리아님?

ㄴ 마운드에서는 무리수지.

ㄴㄴ 시누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선수임.

ㄴㄴㄴ 한 가지 비벼볼만한 건 투타겸업 아님?

ㄴㄴㄴㄴ 하긴, 시누가 투타겸업을 하진 않지.

-한일전은 재밌을 듯.

ㄴ WBC 언제 방송함?

ㄴㄴ ESPN에서 방송해주는 거니까, 일정 확인(링크)

ㄴㄴㄴ 오 ㄱㅅㄱㅅ

미국의 레딧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곧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 * *

대한민국 대표팀은 2라운드 역시 전승을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 합쳐 6전 6승 무패의 전적은 한국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대표팀 내부에서는 이런저런 고민이 있었다.

“영훈이가 제구에 난조를 겪고 있습니다.”

“체력적인 문제인가?”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부담감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흠...”

스태프회의에서 나온 안건은 이영훈이었다.

이영훈은 다이노스의 마무리투수로 이번 시즌 34세이브를 올릴 정도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최고구속 150km에 커터와 커브를 던지는 쓰리피처 투수로서 강속구로 타자를 압박하는 스타일이었다.

제구력도 준수한 편인지라, 강속구를 던지면서도 볼넷이 적은 투수였다.

그런 이영훈의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 코치.”

“예, 감독님.”

공석인 자리이기에 이진철이 깍듯하게 대답했다.

“영훈이의 상태를 제대로 체크해봐. 녀석이 제 역할을 해줘야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아서 돌아갈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경호의 상태도 체크하고.”

“예.”

회의를 마무리한 이진철은 곧장 불펜으로 향했다.

이영훈이 훈련을 하고 있단 제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코치의 능력이 발휘되는 거지.’

우수한 코치는 흔들리는 투수를 빠른 시간안에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 있어야 된다.

이진철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코치로서의 뿌듯함을 느낀다.

‘대표팀에선 그럴 일이 별로 없단 말이지. 뭐, 없는 게 가장 좋은 거지만.’

일단 일이 생긴 이상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다.

다행스러운 건 이영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구속을 올리려 하고 있어. 옆에 신우와 고우석이란 강속구 투수가 있으면서 경쟁심리가 자극된 거지.’

흔히 있는 일이다.

운동선수들은 일반인보다 경쟁심이 매우 강했다.

그런 경쟁심은 팀동료들에게도 나타나는데 그로 인해 이영훈은 무리하게 구속을 끌어올렸다.

이진철은 이걸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영훈이를 안정시키고...’

뻐억-!!

“굿! 아주 좋아!!”

불펜에 다가갔을 때 울리는 경쾌한 소리.

그리고 뒤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뻐어억-!

“이번에도 아주 좋았어! 구속을 굳이 무리하게 끌어올릴 필요 없어. 일단 제구력이 되야 하는 거야.”

다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입구에 들어서자 불펜에 서있는 이영훈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박광수 그리고 그 옆에서 조언을 하고 있는 신우가 보였다.

“제구력과 구속은 결국 반비례할 수밖에 없어. 구속이 빨라지면 제구력이 흔들리고 제구력이 좋아지면 구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투수가 해야 되는 건 그 중심값을 찾아내는 거야.”

이진철은 놀랐다.

‘내가 해주려던 조언이었는데...’

제구력과 구속의 반비례관계.

당연한 상식이지만, 투수는 구속에 더 매력을 느낀다.

강속구로 타자를 잡아내는 쾌감은 투수에게 있어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제공했다.

특히 어린투수들은 경쟁심까지 붙으면 더욱 구속의 마력에 빠져들고 만다.

바로 여기서 코치가 투수의 멘탈을 잡아줘야 한다.

“그건 알고 있죠. 하지만 형이나 우석이형 같은 경우는 더 빠른데도 제구를 잘 잡고 있잖아요.”

“넌 나나 우석선배가 아니잖아. 너는 이영훈이야. 굳이 우리처럼 구속을 높일 필요 없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결국 모두 놓치는 실책을 범하지마.”

투수의 멘탈을 잡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코치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어떤 게 정답이랄 수 없다.

신우는 직설적인 타입이었다.

위로나 돌려말하는 게 아닌 직접적으로 알려주고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유형이었다.

이런 방식은 코치가 현역시절 무언가를 이룬 사람일 경우 가장 잘 먹히는 조언방식이었다.

그리고 신우는 한국에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업적을 이룬 투수였다.

“예. 형이 뭘 말하려는지 알겠어요.”

그렇기에 이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제 너의 구속대로 공을 다시 던져보자. 광수야!”

“예!! 영훈아! 어디든지 던져라!!”

“오케이!!”

다시 투구를 시작하는 세 사람을 보며 이진철을 발걸음을 돌렸다.

뻐억-!!

“좋아! 지금 구속을 기억해! 너의 제구력이 백퍼센트 발휘할 수 있는 구속이야!!”

뒤에서 들려오는 조언을 들으며 이진철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직접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다.’

현역시절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코치가 되고 직접 가르쳐보니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직접 할 때는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가르칠 때는 선수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상태이며 어디까지 조언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해.’

그걸 신우는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다.

이는 매우 대단한 일이었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그걸 해낸다는 게 말이다.

‘도대체 저 녀석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거지?’

새삼 신우의 능력에 다시 감탄하며 이진철은 불펜에서 멀어졌다.

* * *

한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의 준결승전.

신우는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감독이 꽤 대담한 선택을 했네.]

매튜슨의 말대로였다.

이동진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선발로 구창성을 내보냈다.

이는 예상밖의 카드였다.

준결승전부터는 단판전으로 치러진다.

즉, 한 번이라도 지면 그대로 탈락한다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신우란 카드를 아꼈다는 건 준결승이 아닌 결승까지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여차하면 내보낼 거 아님?]

[그건 그러겠지. 하지만 웬만해선 내보내지 않을 거다.]

[오늘 경기 흐름 보니 나갈 일은 없겠네.]

브라운의 말대로였다.

5회가 지나가는 시점에서 이미 한국대표팀은 3점의 리드를 앞서고 있었다.

그리고.

딱-!!

“와아아아!!”

지금 막 1점을 더 추가했다.

민태훈이 2루타를 때리고 성큼성큼 2루로 내달렸다.

[저놈도 타격에 소질이 좀 있네.]

[데려다가 훈련 좀 시키면 메이저리그 정도는 가겠는데?]

[아-! 빨리 훈련시키고 싶다.]

타자 레전드들의 채팅에 등에 식은땀이 나는 순간.

“어?”

“태훈이형 뛰는 게 이상한데?”

다른 투수들의 말에 신우도 민태훈을 바라봤다.

다리를 저는 모습이 확실히 이상했다.

[아-!]

[햄스트링 올라온 듯?]

[백퍼네.]

‘그럼 뛰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 않나요?’

[ㅇㅇ 그럴 듯.]

[저 정도면 교체각이다.]

2루에 도착은 했지만, 금세 쓰러진 민태훈을 향해 의료진이 달려왔다.

상태를 체크하던 의료진은 이내 교체사인을 냈다.

[아...대표팀의 맏형이자 4번타자인 민태훈 선수가 교체됩니다. 큰 부상이 아니어야 될 텐데요.]

[햄스트링이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데, 큰 부상은 아닐 겁니다. 문제는 결승에서 뛸 수 있느냐인데. 일단 자세한 소식이 들어오는 걸 지켜봐야겠네요.]

민태훈의 부상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타야 많았지만, 민태훈만큼 결정력 있고 한 방을 가진 타자는 사실상 없었다.

‘한 방이 있는 타자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큰데...’

감독인 이동진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일단 지금 경기에 집중하자.’

하지만 금세 떨쳐내고 경기에 집중했다.

이날.

대한민국대표팀은 도미니카 대표팀을 상대로 6 대 3 승리를 거두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뒤이어 찾아온 민태훈이 결승에서 뛸 수 없다는 소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탄식을 낳게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일본대표팀이 미국대표팀을 상대로 2 대 1의 진땀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WBC 결승전은 한일전으로 성사되었다.」

한일전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양국대표팀의 선발투수가 공개됐다.

「일본 대표팀의 이나바 감독은 결승전 선발투수로 트래시토커 스즈키 미노와를 예고하였으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동진 감독은 예상대로 사이영-MVP를 동시에 석권한 정신우 선수의 등판을 예고했다.

신우와 스즈키 미노와의 대결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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