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63화 (163/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63화 >

* * *

파죽지세.

딱-!!

[때렸습니다!! 박광수 선수의 쐐기 쓰리런이 터지면서 스코어 11 대 3으로 앞서나갑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엄청난 속도로 승수를 쌓아갔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리는 대표팀의 마무리 트윈스의 고우석 선수! 156km의 강속구로 1라운드 세 번째 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4전 전승.

A조 1위로 2라운드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 대표팀은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신우씨.”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신우에게 김이나가 다가왔다.

“오오-! 신우형 애인이에요?”

“완전 미인!!”

박광수와 최연우가 달라붙으며 김이나를 바라봤다.

일반인이지만, 김이나의 외모는 무척이나 빼어난 편이었다.

당연히 남자선수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 매니저시다.”

“어?”

“진짜요?”

“네, 정말이에요. D.E에이전시의 김이나 실장이에요. 박광수 선수와 최연우 선수시죠? 혹시 광고나 방송일쪽에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물론 편하게 차 한 잔 하는 것도 좋고요.”

속사포로 쏟아내고 명함을 건네는 그녀의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졌다.

“김 실장님, 그런데 무슨 일이 있나요?”

“참! 다름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사무국이요?”

“네. 미국에 도착하면 그쪽 시간으로 바로 사이영상 수상발표가 있다 하더라고요. 조금 피곤하겠지만, 바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요.”

“다음날은 MVP 수상인터뷰겠네요.”

“네.”

“오오-! 드디어 때가 온 겁니까?!”

“캬하-! 우리 형이 사이영을 받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게 되다니!”

“사이영상?”

“그게 무슨 소리야?”

주위에 있던 대표팀 선수단이 일제히 다가왔다.

박광수와 최연우가 그런 선수단에게 설명을 하는 사이 신우가 말했다.

“사무국측에 알겠다고 전해주세요.”

“네. 그럼 호텔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미리 세팅을 해둘게요.”

“네.”

[근데 시기가 묘하네.]

그때 채팅창에 매튜슨의 채팅이 올라갔다.

‘시기가 묘하다고요?’

[어. 원래라면 조금 더 일찍 했어야 되거든? 한 일주일 정도. 그런데 올해는 조금 늦어진 감이 있네.]

‘그냥 늦어진 거 아닐까요?’

[그것보다는 사무국에서 WBC 홍보를 위해서 일부러 미뤘다고 봐야겠지.]

[ㅇㅇ 그게 맞는 듯.]

WBC의 수익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가져가는 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었다.

즉, 대회가 흥행하면 그들의 수익 역시 높아진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대회의 흥행에 공을 기울이고 있었다.

‘역시 돈이 얽히면 어렵네요.’

[그래서 에이전트가 있지.]

[선수도 연봉협상 같은 건 어려우니까.]

[그나저나 보라스는 잘 하고 있다던?]

‘네. 어제 연락 왔어요. 잘 되고 있는 중이고 미국에 가면미팅을 하기로 했어요.’

[하긴, 보라스면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걔한테 걸린 메츠 수뇌진이 골 때리는 거지.]

레전드들에게도 인정받는 보라스였다.

그리고 그는 예상대로 열일을 하고 있었다.

* * *

메츠의 사무실.

보라스는 베켓과 잭 짐머와 마주하고 있었다.

오늘로서 세 번째 만남.

보라스는 여유로운 얼굴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이런 무의미한 만남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될지 모르겠군. 우리쪽 제안은 이미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제안을 깎는 게 협상 아니겠는가?”

“이전에도 말했을 텐데. 이건 협상이 아니라고.”

보라스의 말에 잭의 얼굴이 굳어졌다.

“협상이 아닌 통보다. 그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정답이야.”

“도대체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 거지? 위원회에서 자네의 손을 무조건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나? 이제 고작 2년차를 채운 선수야. 그런 선수에게 2천만 달러를 준다면 FA가 되어서는 얼마를 줘야 한다는 거지?”

“글쎄. 적절한 금액을 받게 되겠지. 내게 중요한 건 현재 시점이지.”

“말이 통하지 않는군. 도대체 어떤 구단에서 2천만달러를 줄 수 있다는 거야?”

“빅마켓인 구단들은 모두 돈보따리를 싸들고 나오겠지. 그리고 이건 최후통보야.”

앞선 두 번의 만남 모두 이런 식이었다.

팽팽한 줄다리기.

양쪽 모두 양보는 전혀 없었다.

결국 오늘 만남에서도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협상은 종료됐다.

둘만 남게 되자 베켓이 물었다.

“저희쪽 조건을 조금 올리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시누가 올 시즌 거둔 성적이 있는데, 1300만 달러면 너무 적은 액수입니다. 최소한 알론소가 기록했던 1450만 달러를 넘기는 수준으로...”

“이봐, 베켓. 내가 도대체 몇 번을 말했지? 구단을 팔기 위해선 페이롤을 관리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 알론소를 내보냈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서비스타임 2년을 채운 선수에게 2천만달러를 주라고? 그럼 앞으로는?”

메츠가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구단의 매각과 관련이 있었다.

‘매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페이롤이 올라가면 곤란해져.’

잭 짐머의 목적은 오로지 구단의 매각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팬들에게 욕을 먹든, 구단의 사정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이다.

* * *

미국에 도착한 신우는 곧장 준비를 끝내고 컨퍼런스룸에 세팅된 카메라 앞에 섰다.

“정말 복장은 이래도 됩니까?”

최연우가 자신이 입은 캐쥬얼한 복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 괜찮으세요. 가벼운 인터뷰라서 격식있게 치러지지는 않아요.”

“그렇...”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

문이 열리며 남색정장을 입은 박광수가 들어왔다.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명품정장을 입은 그는 최연우의 복장을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운동밖에 못했던 녀석이라 그런지 이런 격식있는 자리에서 그런 복장을 입냐? 임마! 명색이 사이영 수상발표자리인데, 나처럼 똭! 정장으로...!”

“박광수 선수.”

김이나의 부름에 박광수가 그녀를 바라봤다.

“죄송하지만, 주인공보다 옷이 너무 튀니까 다른 복장으로 입어주세요.”

“푸하하! 들러리가 주인공보다 더 차려 입으면 어떻게 하냐?”

“크흠! 바로 갈아 입고 오겠습니다!”

박광수가 다급히 돌아가는 모습에 촬영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이진철이 말했다.

“녀석들 완전히 풀어졌네.”

“너무 긴장하는 것보단 릴렉스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그리고 코치부터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는데, 선수들은 얼마나 즐겁겠어?”

“크흐흠! 아니, 이건 우리 아들내미가 꼭 좀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말이야.”

친구의 변명에 미소를 지은 이동진이 스마트폰을 꺼냈다.

“나도 마찬가지야.”

코치들은 물론이거니와 KBO 직원들, 그리고 호텔 직원들까지 모여 스마트폰을 꺼내 진귀한 장면을 촬영했다.

그 사이 박광수가 돌아오면서 인터뷰 준비를 끝냈다.

“그런데 우리가 진짜 참여해도 되는 겁니까?”

민태훈의 질문에 박광수가 말했다.

“이미 준비를 다 끝내놓고는 이제와서 물어보십니까?”

“임마! 그래도 불안하니까 그렇지. 우리가 메이저리거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우 가족도 아니잖아.”

KBO 홈런 1, 2위 선수들이 티격대는 모습에 김이나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이미 사무국측에도 확인을 끝냈고 방송국에도 양해를 구했어요. 오히려 이렇게 자리를 채워주는 게 장면을 뽑기 더 좋다 하더라고요.”

“그럼 그렇게 알고 우리 모두 신우형님의 사이영을 축하하죠!!”

최연우의 외침에 대표팀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아직 받지도 않았는데 이 난리누.]

[그런데 얘 아니면 받을 사람이 없긴 함 ㅋ]

[ㅇㅈ]

레전드들의 채팅도 이어지고 있을 때.

“시작합니다.”

“야야! 앉아라!”

“자리 잡자!”

PD의 신호에 선수들이 하나 둘 자리에 앉았다.

순식간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었다.

곧 수신호와 함께 별도로 설치된 모니터에 스튜디오의 상황이 나왔다.

“후아-! 엄청 떨리네.”

“네가 왜 떨리냐? 상 받는 건 신우형님인데.”

“얌마! 원래 이런 건 들러리가 더 떨리는 법이야. 대현선배 봐라, 뱃살이 덜덜덜 떨리신다.”

“이...임마! 너...넌! 선배한테 말버릇이...그게 뭐야?!”

“킥! 대현이 저 녀석은 골든글러브 받을 때도 저랬었다. 저런 녀석이 타석에서는 떨지 않는 게 신기하다니까.”

“태...태훈이형! 제...제가 언제...!”

“얌마, 턱살 떨린다.”

대표팀 동료들의 수다에 웃음이 절로나왔다.

[쟤들 개그맨이누?]

[스탠딩 코미디 시켜도 잘할 듯.]

[ㅋㅋㅋ ㅇㅈ]

‘그래도 덕분에 긴장이  되지 않네요.’

[그건 좋은 거지.]

[어? 시작한다. 시점 고정해라.]

[카메라 제대로 고정 안하면 우리 멀미난다.]

신우의 시선은 저들에게 곧 카메라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신우는 고개를 단단히 고정한 채 모니터를 응시했다.

「그럼 지금부터 신우 정을 만나보도록 하죠. 오늘 그는 특별한 친구들과 함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참가한 대한민국 대표팀입니다.」

PD의 수신호와 함께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다.

뒤이어 인이어를 통해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누, 제 말 들리나요?」

“예, 잘 들립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이영상 최종후보자에 올랐습니다.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팬분들에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처음보는 장면에 주위에 있는 코치 스태프가 신기한 눈으로 촬영장면을 지켜봤다.

신우의 인터뷰가 끝나고 다른 후보자들과의 인터뷰도 끝난 뒤.

드디어 최종발표를 앞두게 되었다.

「2025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는...」

모니터에 뜬 세 선수의 얼굴들 중 두 사람이 사라졌다.

그리고 남은 건.

「신우 정입니다!」

“우와아아아!!”

“2년 연속 수상이다!!”

“형님 축하합니다!!”

“신우야 축하한다!!”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며 신우는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다음 날.

“나 이거 데자뷰 같음.”

박광수의 말에 최연우가 그의 뒤통수를 툭 쳤다.

“벌써 치매냐? 어제 사이영상 수상 인터뷰 했잖아.”

“아놔! 너 머리 한 대 더 치면 진짜 죽는다?”

[야, 너희는 프로가 미성년자부터 되냐?]

‘그럴리가요.’

[그런데 애들이 왜 이렇게 유치해?]

[동감.]

[애들 노는 거 귀엽네.]

[취향 독특하누.]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고 있는 동안.

PD의 수신호가 들어왔다.

그러자 두 사람이 장난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앉았다.

「시누-!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이렇게 인터뷰를 나누게 됐군요. 반갑습니다!」

“저도 다시 봐서 반갑습니다.”

「우리 이제 친해졌으니 다음에 저희 프로그램에 한 번 출연해주시죠!」

“에이전트 전화번호 알려드릴까요?”

「한 방 먹었는데요?」

「우리 프로듀서한테 꼭 좀 알려주시면 좋겠네요! 자,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시누! 어제 사이영상 수상에 이어 오늘은 MVP 최종 3인에 올랐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이영상과 MVP.

이 두 상을 동시에 받은 투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10명밖에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2014년도에 클레이튼 커쇼가 받은 게 마지막이다.

사이영상이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인데반해 최고의 타자에게 주어지는 상은 없었다.

실버슬러거가 있긴 했지만, 이 경우에는 각 포지션에 1명씩을 뽑다보니 최고의 타자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투표자들이 반대급부로 타자에게 더 가산점을 주었다.

그로 인해 투수가 MVP를 받기 위해선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거나 그 해에 타자들의 성적이 저조해야 했다.

신우는 전자를 달성한 상황.

하지만 타자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기에 과연 그가 MVP까지 수상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었다.

「소감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2025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MVP를 발표하겠습니다. 아-! 정말 떨리는군요.」

진행자의 말에 대표팀 선수들도 너나 할 거 없이 떨리는 표정으로 TV를 바라봤다.

그리고 신우 역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떨렸다.

[과여어어어언-!!]

[두구두구두구두구-!!]

[수상자는 30초 후에 발표하겠습니다.]

[레알 이러면 한 방 날릴 듯.]

어디서 찾았는지 별에별 밈을 다 가지고 오는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니 긴장이 팍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2025시즌 내셔널리그 MVP 수상자는!!」

화면에 떠있던 두 선수가 사라졌다.

그리고 한 선수만이 남게 되었다.

「신우 정입니다!! 무려 11년만에 사이영상과 MVP를 동시석권하는 선수가 됩니다-!!」

“으하하하하!! 형!!”

“우와아아아! 실화냐?!!”

“대박!!”

“축하한다! 신우야!!”

동료들의 축하와 함께.

【매튜슨님이 10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축하한다!!】

【월터 존슨님이 10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경축!!】

그리고 레전드들의 후원퍼레이드가 터졌다.

현실의 축하와 저승방송의 축하를 동시에 받는 신우는 기쁘면서도 정신없는 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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