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57화 (157/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57화 >

* * *

팀이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딱-!!

“와아아아아!!”

[잘 맞은 타구! 우익수 타구를 쫓습니다!! 원바운드로 펜스를 때린 타구! 2루 주자 홈으로! 그리고 1루 주자 역시 홈으로 내달립니다!! 공 역시 홈으로 중계됩니다! 공이냐? 주자냐!!]

촤아아앗-!!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젝슨 선수의 2타점 2루타!! 메츠가 4 대 1로 점수차를 벌립니다!!]

일인야구.

그것을 목격한 메츠 선수단은 각성했다.

[정말 좋은 타구였어요! 투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자신의 공을 기다리다 때렸습니다.]

[최근 경기에서 젝슨 선수의 타격이 물이 올랐어요!]

신우의 20승 이후 3승 1패.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그들의 야구는 다시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모았다.

“와아아아아!!”

[씨티필드를 가득 메운 팬들이 환호를 지릅니다! 최근 메츠의 야구를 보면 팬들의 환호는 당연해 보입니다.]

[지더라도 쉽게 경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런 야구를 해야 팬들도 경기장을 찾는 보람이 있겠죠!]

선수들이 포기않는 모습은 팬들의 발길을 다시 경기장으로 돌렸다.

그 결과 씨티필드는 매 경기 매진행렬을 이어갔다.

[한때는 꼴찌를 걱정해야 했던 메츠지만, 이제는 3위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불가능하지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딱!!

“아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습니다.]

공수교대.

하지만 팬들의 응원은 멈추지 않았다.

“우-! 우-! 우-! 우-!!”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한 응원을 보냈다.

씨티필드 전체가 울리는 듯한 응원을 받으며 한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메츠의 에이스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와아아아아아-!!!”

신우의 등판은 응원의 도화선이 됐다.

[경기장이 떠내려갈 듯한 함성이 쏟아집니다!!]

[정신우 선수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무척이나 침착하군요. 정말 대단한 집중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저 집중력의 원천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집중력의 원천은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른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ㅗㅜㅑ 사람들 응원보소.]

[여기서 갑분싸 시키면 허니잼 ㅇㅈ?]

[언제적 허니잼이냐?]

[왜 또 시빈데?]

경기내용과 상관없이 불타오르는 채팅을 보며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도무지 긴장을 할래야 긴장할 수 없었다.

문제는 저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단 말이지.’

정신은 산만하게 만들면서도 경기에는 도움이 된다니.

이 황당한 말을 누가 믿어줄까?

‘공이나 던지자.’

고개를 휙휙 젓고는 마운드에 섰다.

사인을 교환한 그는 마지막 경기를 이기기 위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신우 선수 7회 초구 던집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그의 선발 첫 시즌.

마지막 등판이 이어졌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21승을 달성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비록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인 정신우 선수는 팀의 3위를 확정지음과 동시에 메이저리그 다승 전체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메이저리그 데뷔 두 번째 시즌이자 선발전환 첫 시즌에서 이룬 정신우 선수의 기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32전 21승 2패

234이닝 30실점 367탈삼진 140피안타 36볼넷

평균자책점 1.15 WHIP 0.75

25시즌 기록(괄호는 1900년 이후 역대기록)

367탈삼진(공동 4위 1974년 놀란 라이언)

ERA 1.153(6위, 7위 1907년 잭 피스터 1.154)

WHIP 0.75(2위, 1위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 0.73)

H/9(9이닝당 평균 안타) 5.38개(6위)

K/9(9이닝당 평균 삼진) 14.11개(1위)

K/BB(탈삼진/볼넷)

커리어 기록(23시즌~25시즌)

104게임 22승 2패 72세이브

312이닝 166피안타 45사사구 501탈삼진

ERA 0.86 WHIP 0.67

한편, 정신우 선수는 시즌종료 후, 슈퍼 2조항에 따른 연봉조정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과연 연봉조정 1년차 역대기록인 1450만달러(2022년 피트 알론소)를 넘어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신우의 정규시즌 등판이 모두 끝났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스포츠언론들이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쏟아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연봉이었다.

“이제 슬슬 나설 때가 된 건가?”

스토브리그의 황제.

스캇 보라스의 시간이 도래하고 있었다.

* * *

시즌종료.

동부지구 3위를 기록하며 메츠의 정규시즌은 마무리됐다.

‘그러고보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건 처음이네.’

23년 콜업 이후 매년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월드시리즈까진 나가지 못했지만, 가을야구를 구경만 하는 건 처음이었다.

[섭섭하냐?]

‘섭섭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싱거운놈, 긴장을 너무 풀지는 마라. 아직 너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모든 일정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신우는 아직 해야 될 일이 남아 있었다.

어쩌면 경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시누.”

그리고 그 일을 같이할 파트너와 인사를 나누었다.

스캇 보라스.

선수 입장에선 이보다 완벽한 파트너는 없었다.

신우의 손을 잡은 그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일찍 만나서 정말 반갑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자, 앉으시죠.”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은 간단한 음료를 시키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메츠와는 꾸준히 연락하고 있었습니다. 그쪽에서 원하는 건 다년계약입니다. 어떻게든 계약기간을 늘리길 원하고 있습니다.”

“연봉조정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겠죠?”

“정확합니다. 꽤 알아보셨나 보군요.”

연봉조정.

원래라면 3년차 시즌이 끝난 뒤부터 자격을 얻게 된다.

즉, 4년부터 6년까지. 총 3번의 연봉조정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슈퍼2 조항에 해당하는 선수의 경우 연봉조정을 총 4회 할 수 있다.

서비스타임 2년을 채운 뒤부터 바로 조정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메이저리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구단과 선수의 싸움이 시작되는 연봉조정.

구단은 이 싸움을 피하기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다년계약을 제안한다.

다년계약은 구단과 선수가 모두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선수가 꾸준히 활약할 경우 구단이 이득을 보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선수가 이득을 본다.

즉, 양측이 공평하게 리스크를 갖는 계약이란 소리였다.

그렇기에 신우의 결정이 중요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다년계약은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어느 정도 떨어트릴 수 있다.

반면 연봉조정은 자신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었다.

성적만 나온다면 FA와 비슷한 수준의 대박도 가능했다.

“어떤 결정을 내리셨습니까?”

선수의 의향을 알아야 에이전트가 움직일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선수는 설득할 수 있지만, 이미 결정을 내렸다면 그 답을 듣는 게 우선이었다.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고 싶습니다.”

“저와 같은 결론이군요.”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듯, 신우가 말을 이었다.

“내년 시즌에도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네요.”

자신감 넘치는 대답에 보라스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러더니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으하하!! 맞습니다! 당신은 올 시즌보다 내년 시즌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게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굳이 구단에 이득이 될 계약을 할 이유는 없죠!”

클라이언트와 에이전트.

두 사람의 의견이 하나가 되었다.

* * *

시즌을 마무리한 신우는 한국에 들어가는 걸 포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늦추었다.

올해는 미국에서 해야 될 일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집을 구매하신다고요?”

김이나 실장의 말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호텔생활은 올해까지만 하고 마무리해야죠. 어머니도 자주 오시고 하니 내년부터는 안정적인 거주지가 있었으면 합니다.”

“확실히 그게 좋겠네요. 혹시 생각해두신 집이 있으신가요?”

“아뇨.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제가 후보군을 좀 추려보도록 할게요. 예산이 얼마 정도인지만, 알려주시면 될 거 같아요.”

“알겠습니다.”

“주택매입만 알아보면 되나요?”

“예.”

“그럼 이번에는 회사 업무를 보시죠.”

김이나는 태블릿PC를 꺼내 신우에게 건넸다.

몇 번 해본 일이었기에 신우는 익숙하게 태블릿PC를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는 신우의 귀로 김이나의 설명이 들려왔다.

“국내에서 들어온 광고는 수백건이 넘어요. 이것도 저희쪽에서 정한 최저 커트라인을 넘어서는 제안을 해온 곳들이에요. 따로 폴더를 지정해두었는데, 거기는 대부분 대기업들이고요.”

폴더를 연 신우의 눈이 커졌다.

기업들의 이름이 하나 같이 눈에 익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이름들이죠?”

“예. 데블스의 모기업도 있네요.”

“그쪽 관계자분도 그 부분을 강하게 어필하더라고요. 제안한 광고도 한 번 읽어봤는데, 재밌었어요. 정신우 선수가 데블스 유니폼을 입고 광고를 찍는 거였거든요.”

설마하니 그런 방향으로 제안을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다음 폴더는 공익광고들이에요. 지방정부에서 들어온 모델제안도 많았어요. 다음은...”

김이나의 설명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시즌이 끝나면 선수는 더 바빠진다.

광고와 모델 그리고 인터뷰로 자유시간이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이건 서프라이즈 제안이에요.”

“서프라이즈요?”

“네. 어제 제안이 들어왔는데. 직접 알려드리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서류 하나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든 신우는 의아한 얼굴로 서류를 꺼냈다.

서류에 적힌 내용을 본 신우의 눈이 커졌다.

“나이키의 전속 모델 계약 제안이에요.”

전 세계적인 스포츠브랜드 나이키.

메이저리그에도 다수의 스타선수들이 나이키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하나 같이 메이저리그 톱클래스의 실력과 스타성을 보유한 선수들이다.

“나이키가 전속모델을 제안했다는 건, 정신우 선수도 그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스타로 본 거죠. 물론 저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고 보지만요.”

[얼굴도 예쁘면서 입에 발린 말도 잘 하누.]

[우리 시누 완전히 스타됐네?]

[이열~나이키면 장난 아닌데?]

[표정관리하는 거 보소 ㅋㅋ]

자신을 놀리는 레전드들을 뒤로 하고 신우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미국에 있는 동안 처리해야겠네요.”

“네. 그쪽에서도 저희가 원하면 언제든지 미팅을 잡을 수 있다고 했으니. 편하신 날짜로 말씀해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조만간에 날짜를 말씀드릴게요. ”

모든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때였다.

지잉-!!

진동으로 맞춰둔 스마트폰이 울렸다.

양해를 구하고 전화를 꺼내 상대를 확인했다.

[존 베켓]

메츠단장의 이름이 떠있었다.

* * *

다음 날.

맨하탄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 베켓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잭 짐머가 함께 있었다.

“쯧, 진즉에 다년계약을 맺었어야지. 도대체 일을 왜 여기까지 미루고 있었나?”

자신을 질책하는 잭의 말에 베켓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굳이 다년계약을 맺어 구단의 지출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지 않았...”

“거참! 말이 많군! 자네는 그게 문제야.”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하는 잭의 태도에 베켓은 분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알아서 척! 해야지. 도대체...”

그때 두 사람의 테이블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거 제가 좀 늦었군요.”

“당신은 분명...”

“보라스?! 자네가 왜 여기에...!”

“응? 왜 여기에 왔냐니? 아, 고맙네.”

직원이 빼준 의자에 앉으며 자켓을 벗은 보라스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고객을 대신해서 왔지. 앞으로 계약과 관련한 연락은 모두 내게 하게.”

순식간에 미소를 지우고 통보를 하는 보라스의 태도에 잭은 움찔했다.

그 모습을 본 베켓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기선부터 잡히고 들어가는군.’

“자, 그럼 돈 이야기부터 할까?”

보라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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