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50화 (150/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50화 >

* * *

“으하하! 오늘도 이겼어!”

“정말 우리 요즘 미친 거 아니냐?”

메츠의 클럽하우스.

선수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선수들만 난리가 난 게 아니었다.

“피트! 오늘 경기에서 2홈런을 때렸는데요. 최근 들어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는 비결이 있나요?”

“비결이랄 게 있겠습니까? 그저 집중을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힘을 활용한 거 뿐입니다.”

뉴욕 언론들 역시 난리가 났다.

특히 최근 알론소의 활약에 고무되어 있었다.

알론소는 뉴욕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것도 퀸즈에서 말이다.

메츠 팬들 입장에선 이런 선수가 왜 캐나다에 갔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건 이곳에 돌아온 그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에 딱이었다.

‘알론소 인기는 정말 넘사네.’

[너도 만만치 않음.]

스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자가 마이크를 내밀었다.

“시누! 올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MVP 수상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시누! 오늘 경기에서도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셨는데, 혹시 비결이...!”

“시누!”

“시누우우우-!!”

목청 놓아 신우를 부르는 기자들의 모습에 스판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인터뷰가 끝나고 선수들 대다수도 클럽하우스를 떠났다.

“먼저 갈게.”

“내일 보자.”

알론소와 인사를 나눈 신우도 짐을 챙겨 클럽하우스를 나섰다.

복도를 지나고 있을 때.

알론소가 출구가 아닌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뭐지?’

[저거 단장 아님?]

[이 시간에 불러가는 거면 이상한데?]

신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굳이 경기가 끝나고 선수를 단장실로 부른다?

이상한 일이었다.

[트레이드 될 수도 있겠네.]

‘에이, 그래도 프렌차이즈 스타인데요?’

[그게 뭔 상관이냐?]

[프렌차이즈 스타고 나발이고 어떤 선수라도 팔릴 수 있다. 그게 메이저리그야.]

[그런데 최근 성적도 좋은데 주전을 트레이드 하겠누?]

[현재 메츠 상황에선 알론소 같은 선수를 FA로 잡을 수 없지 않나?]

[글킨 하지. 데드라인이 이제 열흘도 안 남았잖아?]

‘일주일 남았습니다.’

2019시즌 7월 31일로 마감시한을 단일화했던 메이저리그.

하지만 구단들의 반대와 여러 부작용 때문에 메이저리그는 8월로 단일화 기간을 미루었다.

덕분에 8월이 끝나가고 있음에도 아직 대형트레이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각 팀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눈치싸움도 끝나가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카드를 맞추기 시작하겠지.]

[메츠가 가장 애매하다.]

[단장 머리 뽀개지겠누.]

존 베켓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시즌 17승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신우의 승리 소식이 기사화됐다.

하지만 오늘은 그것이 주가 아니었다.

「한편, 뉴욕타임즈는 피트 알론소가 보스턴 레드삭스로의 이적이 확실하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피트 알론소의 트레이드.

이 소식은 곧 선수단에게도 전달됐다.

지잉-!!

지잉-!!

신우의 전화에도 불이 났다.

[시누! 알론소가 트레이드 된다던데? 소식 들었어?]

[알론소의 트레이드 소식이 정말이야?]

마누엘과 젝슨의 연락이었다.

메츠는 물론 뉴욕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소식이었다.

그만큼 뜻밖의 결정이다.

‘도대체, 왜...’

구단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만의 사정이 있는 거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언질도 주지 않고...’

[현재 메츠에는 그런 이야기를 해줘야 될 선수가 없어.]

[단 한 명, 알론소를 제외하고.]

‘왜죠?’

[그는 스타니까. 한해 수천만달러를 받는 선수니까.]

‘돈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는 겁니까?’

[정확하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건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거다. 연봉이 높아지면 구단에서도 저자세로 나올 수밖에 없어.]

[그만큼의 권력이 생긴다는 의미지.]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우승을 위해서...’

[억울하면 성공해야 됨.]

억울하면 성공해라.

정답이란 걸 알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잉-!!

그때 신우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문자가 아니라 전화였다.

[피트 알론소]

* * *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 위치한 바.

VIP손님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피트.”

“왔나?”

신우가 피트의 맞은편에 앉았다.

술병을 들어올리는 그의 모습에 신우가 손을 뻗었다.

“금주야.”

“하하! 자네는 무슨 승려처럼 사는군.”

“늦게 시작한만큼 더 노력을 해야 되거든.”

“자네의 위치에서 더 노력을 한다면 명전은 그냥 예약해둔 거겠어.”

신우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명전에 오른 플레이어들이 이 상황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기사는 봤나?”

“봤지. 오보겠지?”

기사에는 확정이란 단어가 없었다.

한 마디로 아직은 예상일 뿐이란 소리였다.

“확정이야.”

일말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아직 정식으로 사인이 된 건 아니지만, 확실하다. 이틀 뒤에 발표가 날 거라는군.”

“도대체 왜...?”

“아마 구단의 매각과 관련이 있겠지.”

[정답일 거다.]

[회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를 튼실하게 보이게 할 필요가 있어. 하지만 메츠는 그게 어려운 상황일 수 있지.]

[그동안 해온 거 보면 백퍼일 듯.]

은퇴 이후 사업가의 길을 걸었던 몇몇의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에 대략적인 답을 알 수 있었다.

“나름대로의 방법을 고민했다. 내년 FA가 되었을 때, 내 몸값을 디스카운트 해서라도 남고 싶다고 했어. 에이전트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말이야.”

[정말 남고 싶었나 보군.]

매튜슨의 말대로였다.

선수 스스로가 자신의 몸값을 깎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은퇴를 앞둔 선수라면 모를까.

FA를 앞둔 선수가 디스카운트를 약속하면서 구단에 남겠다고 한다?

그만큼 구단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소리였다.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어. 하지만 자란 건 이곳이야. 토론토에서 여기로 트레이드 됐을 때도 기뻤지. 그리고 신인왕을 차지했을 때도 마찬가지야. 사람들이 날 보고 기뻐하는 게 즐거웠어.”

알론소는 메츠에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뉴욕에는 두 개의 구단이 존재한다.

양키스와 메츠.

하지만 두 팀이 가지고 있는 색깔은 전혀 달랐다.

악의 제국이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 선수를 쓸어담았던 인기구단 양키스.

후발주자였던 메츠는 당연히 이 양키스에 짓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퀸즈라는 도시 역시 이민자와 서민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유명했다.

즉, 더 서민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구단이 메츠였다는 사실이다.

“떠나기 싫었다.”

알론소는 마지막 말을 뱉으며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우가 술병을 들어 자신의 잔에 따랐다.

“마시자.”

그 말이 가진 의미를 알기에 알론소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반쯤 비어버린 잔을 내밀었다.

대화가 많진 않았다.

친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팀에서 뛰었다.

그런 녀석이 팀을 떠나게 됐다.

‘이런 날에 술 한 잔 해야죠.’

[ㅇㅈ]

[안 마시면 파이어에그 떼야지.]

[죽자-!]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열렬한 동의를 받으며 신우가 단숨에 잔을 들이켰다.

“크으-!!”

밤이 깊어갔다.

* * *

피트 알론소가 레드삭스로 떠났다.

메츠가 받은 것은 선수와 약간의 돈이 전부였다.

구단은 미래를 얻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를 잃었죠.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주던 메츠는 알론소 선수가 트레이드 된 이후, 연패의 늪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구단의 매각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결정은 선수와 팬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TV에선 연일 메츠 수뇌진을 비방했다.

삑-!!

TV를 끈 신우는 짐을 챙겼다.

이미 결과가 나온 문제를 계속 안고 있을 수 없었다.

지잉-!!

지잉-!!

신우의 스마트폰이 연신 울어댔다.

팬들이 보내는 SNS메세지와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다.

그들의 메시지는 한결 같았다.

「시누!! 당신밖에 믿을 수 없어!」

「꼭 사이영 타요!」

「시누 파이팅!!」

「당신이 등판하는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팀의 미래는 어두웠다.

그렇기에 메츠의 팬들은 다른쪽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개인타이틀이다.

「2년 연속 사이영 기대할게요!」

「20승 꼭 해주세요!」

「당신밖에 없어요!」

모든 이들이 신우에게 기대를 걸고 있었다.

* * *

메츠의 관중수는 10퍼센트가량 감소했다.

알론소의 트레이드 이후, 연패에 빠진 탓이 컸다.

올 시즌 수익감소는 있겠지만, 당장 알론소가 빠지면서 팀의 미래를 얻었다.

“아주 훌륭합니다.”

그 사실이 기쁜지 구단주 대행인 잭 짐머가 직접 구장을 찾았다.

“팬들의 반발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저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구단에게는 더 이득입니다. 단기간의 관중감소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단기적입니다. 그들은 곧 잊어버리고 다시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베켓은 이를 악물었다.

이 사람은 관중을 팬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반발심이 생겼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잔여시즌 40경기 동안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알론소에게 한경기당 줘야 할 15만 달러를 주지 않아도 되니까요.”

분명 엄청난 액수였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지 않는 관중들을 단순히 입장료로만 환산할 수 없다.

그런 계산을 한다는 거 자체가 구단의 미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소리였다.

“와아아아아아!!”

그때였다.

멀리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눈썹을 꿈틀거리는 잭 짐머에게 양해를 구하고 베켓이 TV를 틀었다.

[신우 정이 10번째 탈삼진을 잡자 씨티필드가 들썩이는군요.]

[이제 300탈삼진까지 단 1개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선수에요. 선발로 뛰는 첫 해에 300탈삼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니 말이죠.]

“나는 말입니다. 아직도 베이스볼에 열광하는 문화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단지 돈이 되는 사업이니까, 관여를 할 뿐이죠.”

야구를 무시하는 발언에 베켓은 욱했다.

그 역시 현장에서 뛰는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까? 미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스포츠이니 한 번, 취미를 붙여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럴 시간에 테니스를 치겠습니다. 이만 일어나도록 하죠.”

“저도 그럼...”

“아, 배웅은 필요없습니다.”

“하하! 경기장에 가볼 생각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장면을 놓칠 수 없죠.”

“크흠...!!”

불편한 표정을 지은 잭 짐머가 양복을 고쳐 입고 사무실을 나갔다.

한 방 먹였다는 사실에 주먹을 불끈 쥔 베켓이 사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300탈삼진을 달성하는 신우 정입니다!!]

역사적인 순간을 놓쳤다는 사실에 베켓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와아아아아아!!!”

“에휴...”

그리고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북극곰은 떠났지만, 메츠의 팬들에게는 미라클 피처! 시누가 있습니다!]

* * *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시즌 25번째 등판에서 18승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동양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300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피트 알론소의 트레이드 이후 팀이 흔들리고 있지만, 정신우 선수는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20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활약에 ESPN에서 진행한 올 시즌 사이영상과 MVP 투표에서 정신우 선수가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사이영상-MVP 동시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 KBO가 발표한 국가대표 최종엔트리에 정신우 선수를 포함시키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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