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45화 (145/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45화 >

* * *

마이크는 사무실에 앉아 일정을 확인했다.

‘83전 50승 33패.’

뉴욕 메츠는 50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만족스런 스코어는 아니었다.

‘좀 더 치고 나갔어야 했는데...’

4월까지만 하더라도 압도적인 1위였다.

하지만 5월부터 타자들의 타격감이 죽기 시작했다.

‘후반기에는 성적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시기다.

휴식을 주기에는 메츠의 선수 풀이 얇은 게 문제였다.

또 한 가지.

‘토마스의 시즌아웃이 커.’

토마스는 메츠의 주축타자였다.

팀 공격력이 50퍼센트를 토마스와 알론소 두 선수가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에 토마스의 포지션이 포수라는 것 역시 큰 이유였다.

“투수들이 흔들리지 말아야 할텐데...”

토마스는 공격에서도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마스크를 쓰고 캐처박스에 앉았을 때 나왔다.

그의 공백은 분명 투수들에게 영향이 갈 것이다.

“과연 얼마나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까?”

토마스의 부재.

그로 인해 생긴 공백을 메워줄 첫 번째 후보, 마누엘 가르시아.

그의 적응이 메츠의 하반기를 책임질 것이다.

* * *

구장에 도착한 신우는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와...”

아침에 올렸던 호텔 피트니스 센터의 사진.

거기에는 벌써 댓글이 2천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무엇보다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게 놀라웠다.

‘별거 아닌 사진인데, 다들 좋아해주네요.’

[당연한 거야. 네가 좋아하는 선수가 있는데, 그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지.]

‘그래도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조금씩이라도 올려야겠어요.’

그때 뒤에서 한 사내가 다가왔다.

“시누!”

“아, 마누엘.”

그는 마누엘이었다.

시러큐스 메츠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기에 어색함은 없었다.

“뭘 그렇게 자세히 보고 있어?”

“인스타 좀 보고 있었어.”

“오-! 너도 하는 거야? 왓더...! 팔로워가 이게 뭐야? 너 완전 인기인이었네!”

“요즘 좀 늘었다.”

“흐아...너라면 이 정도 수치가 당연한 거긴 한데. 와~그래도 내 주위에 이런 인기인이 있을 줄은 몰랐다. 팔로워했어.”

“나도 할게.”

신우는 마누엘을 팔로워하며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원정 갔을 때는 어땠어?”

“하...말도 마라. 떨려서 정신이 없었다니까.”

“메이저리그라서 적응이 안 돼?”

“어휴...죽을 지경이다. 다 힘들지만 제일 힘든 게 뭔지 아냐?”

“뭔데?”

“에이든이 주는 자료. 와...트리플A에서도 상대 타자들에 대한 자료가 많았는데, 에이든이 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게 많다니까. 정말 그 녀석은 숫자밖에 모르는 숫자귀신이야.”

“누가 숫자귀신입니까?”

“헉!!”

뒤에서 들려오는 스산한 목소리에 마누엘이 화들짝 놀랐다.

뒤를 보자 그곳에는 안경을 고쳐 쓰고 있는 에이든이 있었다.

“제가 분명 출근하시면 제 사무실부터 오라고 했을 텐데요.”

“그...그랬지.”

“자, 여기서 수다 떠실 시간 없습니다. 자이언츠는 매우 강한 팀입니다.”

“으어어어어-!!”

거구의 마누엘이 끌려가는 모습은 꽤나 새로웠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거 같누.]

[숫자놀이하는 애들한테 잡히면 답 없지.]

[ㅓㅜㅑ...벌써 머리 아프누.]

신우는 마누엘의 명복을 빌어주며 트레이닝센터로 이동했다.

* *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팀이었다.

원래는 뉴욕에 연고지를 두었지만 샌프란시스코로 옮긴 케이스의 팀 중 하나였다.

덕분에 뉴욕에도 다수의 골수팬을 보유하고 있었다.

LA다저스와는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 시즌 역시 서부지구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중이었다.

“정말 빠르게 만났군.”

신우는 자이언츠의 감독인 토니 윙키스와 마주하고 있었다.

올스타전 감독이었던 그와의 만남에 신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 살살 좀 부탁하네.”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으하하!! 자네답다면 자네답군. 그럼 나도 전력을 다해서 자네를 괴롭혀주지.”

토니 윙키스는 독특한 감독이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선수에게 경기를 맡긴다.

하지만 그는 경기에 관여를 많이 하기로 유명했다.

작전도 자주 사용했고 특히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대타카드와 투수교체는 메이저리그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능구렁이 타입이네.]

[오늘 꽤 머리 아플 수도 있겠네.]

‘그런가요?’

[감독이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많으니까.]

[무능한 놈을 상대하는 것보단 힘들지.]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클럽하우스에는 선수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마누엘이었다.

‘완전 넋이 나갔네.’

[ㅋㅋㅋㅋ 무슨 수능 보는 애 같누.]

‘...아니, 도대체 수능은...하-! 내가 말을 말아야지.’

[엌ㅋㅋ 혼자 북치고 장구치누.]

[꼬우면 알지?]

‘예예! 제가 꼭 저승에 가서 선배님들이 말하는 것들이 있나 확인할 겁니다!’

[ㅋㅋㅋㅋ 기다리고 있겠음.]

[그 전에 재밌는 거나 많이 보여주셈.]

도무지 말로 이길 수가 없었다.

고개를 저으며 신우는 경기를 준비했다.

* * *

딱-!!

[잘 맞은 타구! 하지만 뻗지를 못합니다. 중견수 거의 정위치에서 잡아냅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며 정신우 선수는 5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합니다.]

[평소의 루틴보다 오래 쉬었지만, 정신우 선수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거 같습니다.]

[이제는 팀의 엄연한 1선발 투수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로테이션 변경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일정도 빡빡하고 투수들의 루틴을 지켜주길 위해서죠.]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바꿔야 됐다는 이야기군요.]

[아무래도 1선발은 한 경기라도 더 나올 수 있으니 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신우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번에 타석에 들어가네.]

[오늘은 스윙 좀 제대로 하던데.]

[타이밍이 엉망이라서 치기 어려움.]

‘타이밍이 엉망이라고요?’

[ㅇㅇ 타이밍이 밀리고 있음.]

[조금 더 스윙을 앞에서 가져가면 괜찮을 듯.]

고개를 끄덕인 신우는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5회말에 타순이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스코어 2 대 0에서 메츠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오늘 경기에서 메츠는 도통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이언츠 역시 에이스 조나단의 공략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조나단 레이예스.

작년 시즌 자이언츠에서 17승을 올리며 새로운 에이스로 떠오른 영건이었다.

올 시즌 역시 전반기 10승을 달성하며 2년 연속 전반기 10승에 성공했다.

[평균구속 94마일, 최고구속 100마일까지 던지는 파이어볼 유형이죠. 거기에 80마일 중후반의 고속슬라이더가 일품인 투수죠.

오늘 경기에서도 고속 슬라이더에 타자들의 배트가 번번이 헛돌았습니다.]

[무엇보다 토마스 선수가 빠진 게 아쉬운 상황이죠.]

3회, 알론소가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잡았다.

평소라면 여기에서 토마스가 등장을 하며 기회가 이어졌다.

하지만 토마스가 빠지면서 타선이 약해졌다.

[전반기 마지막 3경기,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알론소가 안타를 때려내고 득점권에 갔던 상황이 모두 7번 있었습니다. 직전 경기에서 토마스가 있던 상황에선 그중 4번을 득점에 성공했지만, 최근 7번의 득점권 상황에선 1번밖에 들어오지 못했죠.]

[확률이 매우 줄어들었군요.]

[그렇습니다. 앞으로 이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느냐가 메츠에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겁니다.]

토마스의 공백은 공수 모두에서 나타났다.

신우의 경기에선 큰 차이가 나오지 않았지만, 전반기 마지막 3경기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10.5로 매우 낮았다.

[이번 이닝 첫 타석은 정신우 선수부터 시작되는군요.]

신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씨티필드가 들썩였다.

“우-! 우-! 우-! 우-!!”

[정신우 선수의 챈트를 연호하는 씨티필드의 팬들! 오늘따라 그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거 같습니다.]

타석에 선 신우에게 타이콥이 말했다.

[그리 빠른 공이 아니야. 타이밍을 잘 생각해.]

‘예.’

[벌써 훈수두누?]

[시즌 끝나고 하는 거 아니었음?]

[조금씩 준비하는 거지.]

[ㅇㅈ]

타자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에 신우는 가볍게 배트를 쥐었다.

그리고 원하는 공을 기다렸다.

딱-!!

“파울!!”

[아쉽습니다. 원스트라이크 투볼에서 몸쪽에 붙는 패스트볼을 때렸지만 3루 선상을 벗어납니다.]

[그래도 성급하게 공격하지 않으면서 투구수를 늘리는 게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투수 타석에서 투구수를 늘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우는 단순히 투구수를 늘리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조금 더 앞에서 때린다고 생각해야 된다.]

[허리를 돌릴 때, 하체가 돌아가는 게 문제야.]

[머리가 돌아가면 안 돼.]

[그 영역이란 거 또 못 쓰는 거냐?]

‘그게 그렇게 만능이 아니라서요. 무엇보다 체력소모도 심하고요. 투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타격이 메인이 아닌데, 자꾸 이상한 주문 하네.]

[빠따들아, 공 던지는 애한테 무리한 거 시키지마라.]

[빠따들? 공만 던질 줄 아는 놈이 막말하네.]

[왜? 열받누? 연장 들고 함 뜰까?]

[이시키야! 우리 때는 글러브에 솜 안 들어가 있었거든? 맞으면 그냥 훅 가는 거야. 염라대왕 만나서 또 면담 하게 해줄까?]

레전드플레이어들이 진영을 나누고 싸움을 시작했다.

투수와 타자라는 포지션은 앙숙일 수밖에 없다.

저승에 가서도 야구만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에휴...”

신우는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레전드 타자들의 조언을 떠올렸다.

‘작년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스윙이야. 그때의 감각을 떠올려야 해.’

이미 한 번 경험을 했었다.

문제는 그것이 몸에 익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연습량이 부족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상태였다.

‘영역에 들어갈 수 있다면...가능하겠지만.’

고도의 집중력 상태인 영역.

그 상태가 된다면 신체를 하나하나 컨트롤 하는 게 가능할 거다.

1-2초에 끝나는 스윙이나 투구동작에서 하나하나 컨트롤을 할 수 있다면 충분히 타격이 가능했다.

‘문제는 체력의 소비지.’

투구까지 생각해야 되는 지금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주자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후우...”

숨을 몰아쉬는 순간.

투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패스트볼만 노린다.’

변화구까지 노리기에는 머리가 복잡했다.

무엇보다 녀석의 고속 슬라이더는 현재 상태에서 따라가기 어려웠다.

그러니 하나의 공만 집중적으로 노린다.

‘녀석도 나를 상대로 피할 생각은 없어보이고.’

에이스의 자존심.

그것을 이해하기에 조나단이 패스트볼을 던져올 것임을 직감했다.

그리고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흡!!”

기합소리와 함께 조나단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왔다.

패스트볼의 궤적을 그리며 날아오는 공에 신우가 스윙을 시작했다.

‘헤드업, 상하체의 분리를 생각하면서...!’

신우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을 되새기며 스윙을 했다.

후웅-!!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빠르게 삼유간을 향해 날아갔다.

[빠른 타구!! 삼유간을 뚫는 안타! 정신우 선수는 1루 베이스에 멈춥니다! 노아웃 1루! 메츠가 좋은 기회를 잡습니다!]

[아주 깔끔한 타격이었습니다. 타이밍이 밀렸던 앞의 타석과 달리 정확한 타이밍에 스윙이 이루어졌습니다.]

신우의 안타에 해설위원의 칭찬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반대의 잔소리를 신우는 듣고 있었다.

[다리 내디딜 때 견갑골을 조이면서 테이크백을 해야지.]

[견갑골이 안 조여지는 병이라도 있음?]

[투구할 때 수천 번을 했을 텐데, 이걸 못하네.]

‘하하...제가 깜박 잊어버렸...’

[헐-! 이걸 잊었다고?]

[어떻게?]

[스윙 하루에 천번씩 하면 안 잊어버림.]

[ㅇㅈ]

[천 번이 뭐임? 삼천번은 시켜야지.]

[오-! 그거 좋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악랄한 계획에 신우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러는 신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바로 자이언츠의 감독인 토니 윙키스였다.

‘나쁘지 않은 스윙이었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출루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지. 무엇보다 나는 이런 기회를 기다렸던 거고.’

토니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해가 지고 있었지만, 날씨는 꽤 더웠다.

‘날씨도 적절하군.’

고개를 내리자 포수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 토니의 손이 모자의 챙을 만졌다.

‘시작해.’

작전을 실행에 옮길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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