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42화 (14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42화 >

* * *

6회초.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와아아아아!!”

“우-! 우-! 우-! 우-!!”

[K-머신이 가동됩니다! 오늘 경기 12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메츠의 씨티필드를 찾은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필리스의 강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고 있어요!!]

경기초반에는 오늘도 이기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오늘 경기는 다르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사람들은 하나 둘 경기에 눈을 뺏기기 시작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13번째 탈삼진이 올라갑니다!! K마크를 끝없이 붙여나가고 있습니다!!]

경기중반이 지나면서 이제 사람들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신우가 대기록을 작성하는 순간을 말이다.

하지만 필리스의 감독 리암 그렌 감독은 그걸 보고만 있지 않았다.

“노아를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그리고 불펜에 연락해서 준비는 어떻게 됐는지 확인하고.”

“예.”

리암 감독의 시선이 마운드에 있는 신우에게 향했다.

‘정말 대단한 투수야. 수없이 많은 선수들을 만나왔지만, 이 정도로 뛰어난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어.’

적장조차 인정하게 만드는 피칭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17개의 아웃카운트 중 13개를 탈삼진으로 잡아냈다.

더 경악스러운 건 투구내용이다.

‘모든 타자를 상대로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공략하지 못했어.’

대단한 모습이었다.

투수들이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는 건 볼 로케이션이 단순하다는 걸 의미했다.

대부분 존에 공이 들어온다는 걸 말하기 때문이다.

‘존에 들어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치지 못할 정도로 구위가 좋다는 뜻이겠지.’

보통의 방법으로는 공략할 수 없다.

그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저 녀석을 공략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지만...’

선수들에게 맡기는 걸로는 부족했다.

지금은 벤치에서 움직여 무언가 빈틈을 만들어야 했다.

[필리스의 벤치가 움직입니다.]

[아무래도 대타를 내보내는 거 같군요.]

노아 빌레이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를 본 마이크가 손가락으로 난간을 두드렸다.

‘빠른 공에 강점이 있는 노아를 내보냈군.’

신우를 상대하는 대부분 팀에서는 대타로 빠른 공에 강점이 있는 타자를 내보냈다.

그만큼 신우가 던지는 패스트볼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체력까지 빠진 시누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신우의 투구수는 어느덧 70구를 넘어서고 있었다.

마이크는 고민했다.

상대의 의도는 명백했다.

신우의 패스트볼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그걸 피하는 방법은 쉽다.

체인지업을 던지면 그만이다.

패스트볼을 노리고 있으니 구속이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지면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다.

또는 땅볼을 만들어 투구수를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작전은 지금 신우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신우에게 남은 아웃카운트는 11개.

그중에서 7개를 잡아야지만 한 경기 최다탈삼진 기록과 동률을 이룰 수 있다.

즉, 지금부터는 범타가 아닌 삼진으로 최대한 많은 타자를 잡아야된다.

무엇보다 지금 신우의 로케이션을 바꿨을 때 리듬이 깨질 것이 우려됐다.

‘지켜보자.’

마이크는 이내 사인을 내려는 걸 포기했다.

신우가 평범한 투수였다면 사인을 냈을 거다.

하지만 그는 평범하지 않았다.

‘시누는 메츠의 에이스야.’

에이스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도 감독이 해야 될 일이었다.

* * *

딱-!!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퍼졌다.

[잘 맞은 타구!! 우익수 뒤로 물러섭니다!!]

타구가 빠르게 날아 우익수의 키를 넘어 떨어졌다.

[원바운드로 담장을 때린 타구! 우익수가 튕겨져 나온 타구를 잡아 송구합니다!]

주자는 전력을 다해 2루로 내달렸다.

송구된 공이 조금 높게 들어오면서 베이스를 지키던 2루수가 점프를 했다.

그 사이 슬라이딩을 한 주자가 베이스에 손을 올렸다.

[아-! 타자 주자가 먼저 2루 베이스에 도착합니다!]

[초구에 던진 패스트볼을 노리고 때렸어요. 조금 아쉬운 건, 처음부터 펜스플레이를 노렸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정확한 송구가 가능했을 텐데요.]

[그렇군요. 오늘 경기 1회에서 브라이스 하퍼에게 안타를 허용했던 정신우 선수, 6회에 두 번째 안타를 허용합니다. 1사 주자 2루의 위기를 맞이합니다!]

오늘 경기 두 번째 안타가 장타로 터졌다.

자신의 작전이 적중하자 리암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이제 흔들리는 녀석을 공략만 하면 돼.’

현재 같은 상황이면 어떤 투수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무엇보다 2루에 주자가 있다면 볼 로케이션을 이전처럼 가져갈 수 없었다.

변화를 줄 것이 분명했고 그걸 노린다면 충분히 기회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열 잘 맞았네.]

[안 넘어간 게 행운임.]

[이제 볼 로케이션 바꿀 거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물음에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와이?]

‘안 넘어갔잖아요.’

결과적으로 타구는 넘어가지 않았다.

점수를 준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정답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안타 하나를 허용했다고 바꾼다? 그거야 말로 우스운 일이지.]

[ㅇㅇ 괜히 흔들릴 이유도 없음.]

[네 스타일대로 가면 됨.]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놈이 됐네.]

[흑흑-! 조금만 건드려도 멘탈 깨지던 놈이 이 정도까지 성장하다니.]

그들의 채팅에 미소를 지은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 모습을 본 리암은 순간 움찔했다.

‘이 상황에서 웃는다고?’

올 시즌부터 필리스의 감독이 된 리암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트리플A 감독을 맡으며 세월을 보냈다.

즉, 신우의 경기를 본 건 TV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저 모습은 잘 알고 있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웃는 모습.

그리고 저런 미소가 나온 다음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니야...매번 그럴 순 없어.’

불길한 예감이 드는 리암에게 희망을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딱-!!

“오오-!”

“맞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난간에 매달려 타구를 쫓았다.

하지만 이내 아쉬워하며 난간에서 내려왔다.

리암의 시선에 타구를 안정적으로 쫓아가는 우익수가 보였다.

‘3루로 갈 수 있다.’

타구는 꽤 멀리 날아갔다.

우익수가 파울라인 근처에서 타구를 잡는 순간, 2루수였던 노아가 3루로 내달렸다.

공이 송구됐지만 노아는 안정적으로 3루 베이스에 안착했다.

[외야플라이에 2루 주자, 3루에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이제 짧은 단타에도 주자는 홈을 파고들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2사 3루의 위기에서 필리스의 중심타선으로 이어집니다. 타석에는 로버트 버레이가 들어섭니다. 그리고 대기타석에는 브라이스 하퍼가 자신에게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버트와 브라이스 하퍼.

둘은 필리스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들이었다.

그렇기에 경기를 보는 이들은 이번 이닝이 신우의 가장 큰 위기가 될 거라 예상했다.

[정신우 선수는 이번 이닝을 잘 넘겨야 됩니다. 3점을 리드하고 있지만, 이 정도 점수는 한순간에 뒤집어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피칭에 변화를 주는 게 좋을까요?]

[물론입니다. 필리스 타자들이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으니, 여기에서는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싸움을 해야 됩니다.]

이용대 해설만이 아니었다.

경기를 지켜보며 유튜브나 아프리카와 같은 인터넷방송을 통해 자신만의 중계를 하는 스트리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기선 무조건 패턴을 바꿔야지.]

[유인구를 잘 이용해야 됨.]

[삼구삼진을 두 번이나 당했으니까, 원래대로 가면 안 되냐고? 저런 발상이 바로 야알못들의 발상이에요! 메이저리그에서 3할을 친다는 건 세 번의 타석 중에 한 번은 때린다는 소리다, 알았냐! 이 야알못아?]

다들 패턴을 바꿔야 된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됐다.

“플레이볼!”

구심의 외침과 함께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그런 신우에게 매튜슨의 채팅이 보였다.

[너의 공을 믿어라.]

그 말과 함께 다리를 차올린 신우가 공을 뿌렸다.

쐐애애액-!!

뻐억!!

부앙!!

“스트라이크!”

[초구 헛스윙!! 99마일의 패스트볼로 초구를 잡습니다!]

[허를 찌르는 패스트볼이었어요. 이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으면서...]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2구 몸쪽을 강하게 찌릅니다!! 100마일의 패스트볼에 로버트의 엉덩이가 뒤로 빠집니다! 하지만 구심의 손은 올라가면서 투 스트라이크가 됩니다!!]

[아...이번에도 허를 찔렀네요. 생각지도 못한 패스트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로버트 선수도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쐐애애액-!!

부앙!!

로버트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갔다.

평소보다 더 높게 휘두른 배트가 공의 궤적과 일치하려는 순간.

틱!!

뻐어억!!

부앙!!

“파울팁! 아웃!!”

[아아-! 101마일의 하이 패스트볼에 파울팁 삼진이 됩니다! 세 번의 타석 모두 삼구삼진을 당하는 로버트 버레이 선수!!]

카메라의 앵글이 바뀌었다.

타석에 쓰러져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는 로버트의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됐다.

그런 그를 마운드에 서서 바라보는 신우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두 선수의 모습이 무척이나 대조적입니다! 경기 초반에 보여주었던 눈싸움은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신우가 몸을 돌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카메라가 그런 신우의 모습을 쫓았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정신우 선수! 18개의 아웃카운트 중 14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마운드를 내려갑니다!]

6이닝 2피안타 14탈삼진.

이 경이로운 기록을 남긴 신우가 마운드를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전 세계의 야구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야알못 발언을 했던 스트리머의 채팅방에 하나의 채팅이 올라갔다.

[신우가즈아 : 야알못은 너였네 ㅋ]

스트리머는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 * *

신우는 계속해서 필리스 타선을 폭격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7회 브라이스 하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 15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8개.

그중에 5개를 삼진으로 잡아내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된다.

딱-!!

“아~”

“아웃!!”

그렇기에 사람들은 플라이볼이나 그라운드볼로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면 탄식을 터트렸다.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지만, 메츠 팬들은 아쉬움에 탄식을 터트렸습니다! 그만큼 많은 팬들이 정신우 선수가 역사를 써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정신우 선수가 꼭 역사를 새로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해설을 하는 중계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용대는 자신의 해설용지를 구길 정도로 신우의 기록달성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오늘 경기 16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7회 역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한 신우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 신우에게 팬들의 박수가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우-! 우-! 우-! 우-!!”

짝짝짝짝-!!

신우는 모자를 벗어 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그 모습을 수많은 카메라들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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