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41화 >
* * *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 스윙 삼진!! 5구만에 삼진을 잡아낸 정신우 선수! 깔끔한 스타트를 끊습니다!]
첫 타자가 삼진으로 돌아섰다.
뒤이어 경기장에 야유가 쏟아졌다.
“우우우우우-!!!”
“꺼져라!!”
“네가 무슨 야구선수냐?!”
“그렇게 야구할 거면 UFC나 가버려!!”
[두 번째 타자로 로버트 버레이가 들어섭니다. 전일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를 통해 토마스 선수에게 사과했지만, 팬들의 야유는 뜨겁습니다.]
[메츠 팬들 입장에선 갑자기 팀의 스타플레이어가 시즌아웃이 되었으니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로버트 버레이 선수는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분위기입니다.]
로버트는 메츠 팬들의 야유에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본인의 루틴에 맞춰 준비를 하고 타석에 섰다.
[로버트 선수는 멘탈이 매우 강한 선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에 집중을 잘 하는 선수니만큼 큰 영향은 없을 걸로 보입니다.]
로버트는 말없이 타석에서 신우를 바라봤다.
‘파트너가 입원해서 열 받은 거냐? 눈빛만으로 날 죽이겠네.’
어제 일은 사고다.
그것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걸 믿지 않는 분위기다.
상관없었다.
‘나는 여기에 야구를 하러 온 거지, 너희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니야.’
토마스의 부상은 분명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신경쓰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사실 로버트는 오해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복수할 생각은 이미 없었다.
당사자가 아니라고 한 이상 그것을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었다.
단지 조금 화가 난 것을 제대로 풀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우 역시 친목을 위해 야구를 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정신우 선수 초구 던집니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00마일이 찍힙니다!]
[타자가 꿈쩍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절묘한 코스를 찔렀습니다.]
뻐어억!!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에 배트를 돌렸지만, 타이밍이 늦었습니다! 투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100마일이 찍혔군요. 오늘 컨디션이 매우 좋은 정신우 선수입니다.]
뻐어어억!!
부앙!!
“스윙! 아웃!!”
[삼구삼진!! 101마일의 하이 패스트볼이 미트에 꽂힙니다!!]
‘이게 무슨...’
타이밍조차 맞출 수 없었던 세 개의 공.
로버트는 굳은 얼굴로 마운드에 서있는 신우를 바라봤다.
‘저 자식이...’
신우 역시 마운드에 서서 그런 로버트를 노려봤다.
마치 도발하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본 로버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퍽!
공을 돌려받은 신우가 몸을 돌렸다.
마치 너한테는 관심이 없다는 듯한 태도에 로버트가 욕지거리를 뱉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Fuck!!”
“우우우우우-!!”
그런 로버트에게 메츠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 * *
신우의 무자비한 폭격이 시작됐다.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스탠딩 삼진!! 오늘 경기 3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2회의 스타트도 매우 좋습니다.]
딱!!
[잘 맞은 타구! 유격수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안타입니다!]
[코스는 좋았지만, 이번에도 포심 패스트볼이었어요. 조금 더 로케이션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3개의 삼진.
그리고 맞은 안타.
하지만 신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뻐어억!!
부앙!!
“스윙! 아웃!!”
[헛스윙 삼진!! 안타를 맞은 이후 공 3개로 삼진을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딱!!
[높게 떠오른 타구! 하지만 내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2루수 뒤로 물러나며 자리 잡고 포구합니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면 3회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6개의 아웃카운트 중 4개를 삼진으로 잡아낸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가 기대됩니다.]
신우의 빠른 템포에 김진철이 고개를 저으며 헤드셋의 한쪽을 벗었다.
화면은 이미 광고로 전환이 되었기에 그는 편하게 이용대에게 말했다.
“와~오늘 정신우 선수 무서운데요? 2이닝 4탈삼진이라니...”
“더 무서운 건 구속이지. 지금까지 던진 포심들 중에서 98마일 밑으로 떨어진 공이 없어.”
“평소보다 더 빠르네요.”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뭔가 오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평소에는 야구를 했다고 하면...오늘은 마치 전쟁을 하는 거 같은 느낌이야.”
“전쟁이라고 하니까, 마운드 위에서 타자들 노려볼 때가 생각나네요.”
“현지 방송국에서도 그 모습을 포커싱하면서 집중적으로 잡아주고 있습니다.”
뒤에서 이야기를 듣던 PD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한가 보네요.”
“곧 광고 끝납니다.”
PD의 신호에 고개를 끄덕인 두 사람이 다시 중계로 돌아갔다.
“어쨌건 오늘 정신우는 뭔가 사고를 칠 거 같아.”
이용대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3회 첫 타자도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 5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중계를 보는 대학생이 고개를 저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와...미쳤네.”
“왜? 뭐 재밌는 거라도 떴어?”
“그게 아니라 오늘 정신우 등판했는데. 장난 없다.”
“정신우? 메이저리그? 아아...오늘 등판이었지. 어차피 또 이길 거잖아?”
최근 신우의 등판에 한국팬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했다.
어차피 이길 경기.
하이라이트만 보겠다고 말이다.
“그건 그럴 거 같은데...”
“왜?”
“오늘 뭔가 사고칠 거 같은 분위기인데?”
“사고? 야야, 투수가 할 수 있는 퍼펙트게임도 이미 했고 노히트노런도 기록했잖아. 그런데 또 무슨 사고?”
“노히트노런이 아니고 노히터다. 그리고 그런 기록은 1년에 몇 번씩 나오잖아. 물론 퍼펙트는 간만에 나온 거긴 하지만.”
“그럼 뭔데?”
“아...몰라. 여하튼 평소랑 분위기가 달라.”
그때였다.
[퍼엉-!!]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오늘 경기 7번째 탈삼진을 기롭합니다!]
“이게 말이 되냐?”
“도대체 뭐가?”
“3이닝 7K가 말이 되냐?”
“농담이지?”
“넌 방송국에서 농담하는 거 본 적 있냐?”
중계화면에 뜬 3이닝 7탈삼진이라는 문구에 친구의 얼굴이 굳어졌다.
“3이닝 7탈삼진이면 아웃카운트 9개 중에 7개를 삼진으로 잡았다는 거잖아?”
“어.”
“씨발 미쳤네?”
“내가 그랬잖아. 오늘은 뭔가 다르다고.”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정신우 경기 봄?
ㄴ 3이닝 7탈삼진 실화냐?
-퍼펙트 깨진 게 아쉽.
ㄴ 퍼펙트보다 이대로 가면 메이저리그 최다 탈삼진기록 달성 아님?
ㄴㄴ 설레발 오지네. 그게 어디 쉽게 깨질 기록임?
ㄴㄴㄴ 그럼 단일시즌 퍼펙트-노히터는?
ㄴㄴㄴㄴ 그거랑 다르지. 최다 탈삼진은 역사상 한 명밖에 달성하지 못하는 건데.
-정신우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남.
ㄴ 타석에선 영 힘을 못쓰네.
ㄴㄴ 차라리 이게 낫지.
ㄴㄴㄴ ㅇㅈ. 지금 마운드에서 분위기 좋은데, 괜히 힘 뺄 필요 없음.
-오늘 신우의 모습에서 16시즌 NLCS에서 보여준 채프먼의 시그니처 무브가 떠오른다.
ㄴ ㅇㅈ
ㄴㄴ 레알 카리스마 쩐다.
-오늘 정신우가 사고 한 번 칠 각이다.
기사에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각종 SNS에서도 신우의 짤방이 만들어져 업로드되었다.
특히 1회에 보여주었던 로버트와의 눈싸움은 가장 많은 짤방이 되어 인터넷을 도배했다.
그리고 4회초.
[메츠의 마운드에 다시 정신우 선수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필리스의 선두타자는 로버트 버레이 선수가 들어섭니다.]
[타순이 한 바퀴 돈 만큼 정신우 선수가 신중하게 타자들을 상대해야 됩니다.]
정석적인 이야기와 함께 경기가 재개됐다.
그리고 신우는 그 정석과는 반대의 피칭을 이어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100마일의 빠른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부앙!!
퍼엉-!!
“스트라이크! 투!!”
[2구 99마일이 찍혔습니다! 헛스윙!!]
뻐어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로버트 버레이를 두 타석 연속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그리고 두 선수 서로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어제 경기부터 신경전이 치열한 두 팀입니다.]
[양팀의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사나워지고 있습니다! 아-! 하지만 구심이 나섭니다. 로버트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전하자 순순히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군요.]
[사실 정신우 선수의 행동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삼진을 당한 타자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되는 게 규정이니까요.]
두 타석 연속 삼진.
로버트 버레이 입장에서는 화날 상황이었다.
“Shit!!”
퍽!!
더그아웃에 돌아온 로버트가 신경질적으로 헬맷을 내려쳤다.
‘망할새끼! 나에게 포심밖에 던지지 않았어.’
6개의 공이 모두 포심으로 들어왔다.
커터와 슬라이더 그리고 체인지업까지 머리에 있던 로버트 입장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로케이션이었다.
‘포심만으로 날 잡을 수 있다는 거냐?’
6구 연속 포심 패스트볼.
로버트는 이것이 자신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날 무시한단 말이지.’
로버트는 이를 갈며 마운드에 있는 신우를 노려봤다.
* * *
4이닝 9K.
1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신우는 단 3개를 제외하고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1개의 공을 던진 것만 보더라도 그의 공격성을 알 수 있었다.
“나이스!!”
“굿 피칭이었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더그아웃에 들어온 신우는 벤치에 앉아 스포츠음료를 들이켰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님?]
스판이 걱정어린 질문을 했다.
‘오버페이스가 아니냐고요?’
[ㅇㅇ]
[초반부터 너무 힘을 주긴 하던데.]
오늘 경기 신우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8마일이 넘었다.
최고구속이었던 101마일도 여러 차례 던지고 있었다.
그의 피칭은 마치 클로저를 연상케했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매튜슨만은 다른 의견이었다.
[뭔솔임?]
[오버페이스 아님?]
[걱정하지 말라니?]
[이 녀석도 바보는 아니다. 체력안배는 잘 하고 있어.]
신우는 채팅창에 올라오는 갈고리들을 보며 다시 스포츠음료를 마셨다.
[그게 뭔 뜻임?]
[이 녀석이 영역에 들어갔을 때, 우리와 대화가 됐던 적이 있었냐?]
[아-!]
[그러네?]
[어떻게 한 거임?]
‘글쎄요.’
신우도 정확히 모르는 일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영역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었는지 말이다.
평소와 다른 것이라면 밧줄이었다.
자신의 손에는 항상 밧줄이 들려 있었고 그걸 잡아당기면 영역에서 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이 밧줄이 왜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냥 됐는데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하...]
[ㅅㅂ]
[하여간 밸런스 좆망겜.]
[이거 딱 그거 현실판 아니냐? 신이 정신우를 만듭니다. 재능 한스...으어어어어-!! 하는 그거?]
[ㅇㅈ]
채팅창이 불 같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토마스의 병실.
“아빠-!”
병실의 문이 열리며 한 소녀가 달려왔다.
6살쯤 된 소녀는 침대 난간에 걸터앉으며 토마스에게 안겼다.
“이사벨! 아빠 다쳤다니까!”
“괜찮아, 괜찮아. 우리 공주님이 안겨오는데, 당연히 안아드려야지.”
“헤헤! 아빠, 뭐하고 있었어?”
“응. 친구들이 야구하는 걸 보고 있었어.”
“야구?”
이사벨의 시선이 TV로 향했다.
때마침 신우가 마운드에 오르고 있었다.
“보고 있어도 괜찮아요?”
토마스의 부인인 소피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부상입은 남편이 걱정되는 것이다.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토마스가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켰다.
“친구들이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잘 지켜봐야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뻐어억-!!]
[스트라이크!! 아웃!!]
[82마일의 써클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합니다. 10번째 탈삼진을 5회 첫 타자에게서 기록하는 신우 정, 괴물 같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와...멋있다.”
이사벨이 고개를 돌려 토마스를 바라봤다.
“아빠! 저 아저씨 엄청 멋있어요!”
“하하! 그렇지? 저 아저씨가 바로 아빠 친구야.”
“정말요?”
“물론! 제일 친한 친구지.”
“그럼 다음에 집에 초대해요! 저도 저 아저씨랑 캐치볼 하고 싶어요!”
“그럴까?”
토마스가 미소를 지으며 TV를 바라봤다.
‘4.1이닝 10K라니...’
괴물 같은 피칭이란 말이 절묘하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지금 같은 페이스라면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겠군요.]
이제는 TV에서도 언급되기 시작했다.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
[현재 9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은 로저 클레멘스, 케리 우드, 랜디 존슨 그리고 맥스 슈어저가 보유한 20K입니다. 남은 4.2이닝에서...]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정정하죠. 남은 4.1이닝에서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 신우 정은 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캐스터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걸 언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토마스의 바램은 달랐다.
‘기록따윈 부셔버려!!’